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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 01
S#1. 프롤로그 / 한강교 (N)
화면을 날카롭게 찌르는 헤드라이트.
정면을 향해 맹렬히 달려오는 꽃으로 장식된 정현의 자동차.
그 뒤 사이렌을 울리며 경광등을 번쩍이며 조수사관의 차와 경찰차들 추격해 온다
차 안, 정현의 이마에 흐르는 땀, 더욱 속도 내어 다리 위를 질주한다.
정현의 시야로 맞은편 다리 끝쪽에서도 경찰차들 몰려오고
그 뒤로 바리게이트를 설치하고 있는 모습과 도열한 전경들이 총구를 겨누는 모습들이 보인다.
급브레이크 밟으며 서는 정현의 차, 멈칫 뒤를 본다.
서서히 압박해오는 조수사관의 차와 경찰차들, 앞을 보면 자신을 향해 겨누어지는 총구들.
이 모습 빠르게 스케치 되다가 한순간 용수철처럼 차 밖으로 뛰쳐나가는 정현. 다리 난간에 붙어 선다.
경찰들, 자석처럼 우루루 정현을 향해 몰려오면,
정현, 아래를 내려다본다. 다리 아래는 소용돌이치며 흘러가는 아득한 강물.
돌아보면 그를 에워싸고 점점 접근해오는 경찰들.
마침내 다리 난간을 타고 오르는 정현.
정현, 자신의 암담한 현실을 본다.
옥죄고 있는 경찰들. 위협적으로 들려오는 싸이렌 소리. 막막한 다리 위.
깊고 아득한 한강물... 정현, 하늘을 본다. 내리쬐는 태양... 하늘을 우러러보다 눈을 감는 정현.
수사관과 경찰들 점점 다가간다.
미동도 않고 난간 위에 가만히 서있는 정현.
정현의 바로 근처까지 다가가는 경찰들...
순간- 정현이 마치 추락하는 새처럼 그대로 한강 다리 아래로 떨어져 내린다.
S#2. 강물속 (N)
첨벙!! 물속으로 곤두박질 쳐지는 정현 무섭도록 고용한 정적...
그 속을 깊이... 깊이... 가라앉는 모습 위로
-동물원 기린 앞에서 미소짓는 정현, 수아
-일출의 언덕, 수아 업고 가는 정현
-졸업식장에 학사모쓴 명숙과 정현
-명숙, 정현, 수아 셋이 어우러진 밝은 모습들이 추억의 편린처럼 몽따쥬 되다가
정현 : (E) 만 26세 8개월, 추운 강물 속에서 나는 죽었다. 어떤 이는 내 죽음을 애도하겠지만 그 누군가는 축배를 들 것이다.
그 자가 누구인지... 나는 모른다.
물속 깊이... 깊이... 가라앉는 그 모습과 F.O되면서 자막 뜨고
S#3. 학사주점 (N)
유리창 너머 가게 안의 정겨운 풍경이 고스란히 보이는 위로
일동 : (E 월드컵 응원처럼) 제~일 전자!
S#4. 학사주점 안
짜자작! 짝짝!!
동동주, 파전을 놓고 둥근 식탁에 둘러앉은 정현과 동욱.
친구1,2 월드컵 박수를 쳐댄 후,
일동 : (힘차게) 이 쎄상에 제일 없으면 무슨 재미로~
정현 : 해가 떠도
일동 : 제일!!
동욱 : 달이 떠도
일동 : 제일!!! 제일이 최고야아아아아~ (손나팔로) 우우우우우
수아 : (E) 야!!!
일동 : (돌아다보면)
맨 구석 자리에 추워 보이는 얇은 셔츠 차림으로, 홀로 앉아 술잔을 홀짝이는 수아(다소 취했다)
동욱 : (다소 취한) 어쭈우? 야라니? 누구보고 야래?
수아 : (숟가락을 자기 입에 대고) 쉬이이이이, 너~무 시끄럽자나아!
정현 : (꾸벅 인사하며) 미안함다, 우리가 오늘 제일전자에 합격했거든요.
수아 : (인상 쓰며) 제이전자?
정현 : 아니, 제일전자요, 제일전자! 대한민국 최고의 일렉트로닉 컴퍼니!
수아 : 야... 이봐요... 제이전자가 그캐 존냐? 그캐?
정현,동욱 : 아-- 진짜, 제일전자!! 제일!!
수아 : 왜 존냐? 그 느무 회사가 머가 조아?
동욱 : 그놈? 그노옴? 으아아악 정현아, 나 좀 말려줘라.
정현 : 함부로 말하지 말아요. 우린 제일맨이 된 게 무척 자랑스러우니까
수아 : (픽 웃고) ...자낭? ...어어 자낭스럽기도 하는구나
동욱 : 저게 진짜!
수아 : (비틀 일어나며) 아줌마, 여기 을마!
아줌마 : (E) 만 칠천원
수아 : (주머니 뒤지면서 중얼중얼) 만 칠천원.. 마안 칠...어어... 없네에... 아줌마, 내 지갑 못봤쪄?
아줌마 : 못봐주겠네 증말! 아, 돈 읎으면 먹질 말든지(거칠게 등짝을 때리며) 어디서 무전취식이야, 무전취식이!
수아 : (찡그리며) 아포...드리면 되자나아
아줌마 : 줘어? 당장 내놔봐 그럼!
수아 : (사람들에게) 820331-******* 제 주민번호걸랑요? 이거 믿고 술값 꿔주실 분, (허리 푹 꺾으며) 감사하겠슴다, 딸꾹!
일동 : (어이없어 웃는)
정현 : (일어나며) 여기요, 제가 내죠!
동욱 : (정현을 끌어 앉히며) 야야, 앉어앉어!
친구1,2 : (또 저런다 싶은 표정으로 웃는)
정현 : (만원짜리 두 장 내밀면서) 차비도 읎죠? 잔돈은 차비 해요, 오케이?
수아 : (정현에게서 돈을 받아 아줌마에게 탁 주고) 됐쪄? 빠이빠이 (나가면)
정현 : 어? 이봐요? 이봐요! (따라 나간다)
S#5. 주점 밖
비척대며 걸어가는 수아를 따라와 잡는 정현
정현 : (호주머니에 돈 찔러 넣어주고) 차비 하라니까요.
수아 : (물끄러미 보는) ...
정현 : 다음부턴 여자 혼자 술 마시지 마요, 위험해요.
수아 : 착하지 마
정현 : 네?
수아 : 착한 사람, 답아먹어, 그 회사... 딸꾹!
정현 : ??
S#6. 제일전자 신입사원 연수원 전경
(환영, 제 00기 신입사원 연수) 플랜카드 보이고
S#7. 프리젠테이션 룸 (D)
화이트보드에 떠있는 프리젠테이션 <(주) 제일전자의 미래전략> 이란 제목 아래
Dream Maker-Dream Share-Money Share 라는 글씨가 보인다.
그 앞에 서서 강의중인 서전무,
서전무 : 앞으로 여러분 한사람 한사람은 조직의 장기적 목표를 제시할 수 있는 드림 메이커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면 드림이란 무엇이냐? 환상? 몽상? 이상? 아니면.. 밥상? (웃음일고)
드림이란 실현가능한 비져블한 발상을 얘기하는 것일 겁니다. 이러한 드림을 제시하는 일이야말로
여러분처럼 젊은이들만이 해낼 수 있는 여러분들의 몫이라 할 것입니다.
경청하고 있는 사십여 명의 신입사원들
그중에 나란히 앉아있는 정현과 동욱 보인다.
무심코 고개 돌리다가 힉-- 두 눈 동그래지는 동욱, 정현을 팔꿈치로 꾹꾹 찌르며 뒤쪽을 보라고 눈짓하면,
뜨악한 눈으로 고개를 돌리는 정현, 힉!!!
동욱 : 맞지? 무전취식?
정현 : 맞다! 이만원
S#8. 연수원 식당
무리들과 떨어진 곳에 홀로 식사를 하고 있는 수아
식판 하나씩 들고 그녀 앞에 서는 정현과 동욱
동욱 : (점잖게) 불가에선 옷깃만 스쳐도 겁의 인연이라고 하죠. 또 뵙네요오
정현 : 우리 회사 신입사원이셨어요?
수아 : (빤히 보는)
동욱 : (제 목소리로) 아하! 그날 취하셔서, 필름이 딱 끊기셨나보당! (앉으며) 일단 앉자,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전 김동욱이구요 (정현 보고)
정현 : 이정현입니다. (앉으면서) 제일전자 사원이면서 왜 그랬어요?
동욱 : (명찰 보며) 오수아 아우 이름 죽인다아. 발음 좋고 뉘앙스 좋고, 쑤아쑤아~씨가 백존가 했죠
식판 들고 일어나 쌩~ 가버리는 수아.
뜨악해지는 두 사람.
동욱 : 가만, 오늘 밤 산행에서 같은 조로 짜달라구 할까?
정현 : ...?
동욱 : 기다려봐라. 다 수가 있으니까. (먹는)
S#9. 연수원 기숙사 복도 (D)
산악장비를 모두 갖추고 배낭을 메고 나오는 수아.
커브 돌다가 문득 수아와 맞닥뜨리는 정현
수아 : (비켜 가려면)
정현 : 저기요
수아 : (보면)
정현 : (불러놓고 당황) 나, 나, 몰라요? (과장스레) 난... 무지 반가운데...
수아 : (주머니에서 이만원 꺼내 탁 쥐어주며) 됐죠? (홱 돌아서 가는)
어이없어 웃는 정현의 모습 위로
대장 : (E) 자, 이제 지급한 지도와 GPS는 여러분의 생명줄이다.
S#10. 운동장 (저녁)
푸른 스카이라인 사위가 어두워지기 시작하는데 배낭을 맨 사십여명의 사원들 모여있다.
그 가운데 동욱, 정현, 수아. 한조가 되어있는데
연신 히죽대고 있는 동욱
대장 : (계속) 지도에 표시된 산 정상에 A.B 포스트가 있다. 가장 안전한 길은 능선을 타는 길이다.
A.B 포스트를 거쳐 연수원까지 도착시간은 4시간으로 마감한다. 그 안에 전원 다 도착할 수 있도록! 알겠습니까?
일동 : 알겠습니다!! (외치는데)
동욱 : 으으으 추워, 훈련도 좋지만, 이 날씨에... 괜찮겠냐?
동욱, 하늘 쳐다보면 매섭게 몰려오는 먹구름과 진눈깨비
정현 : 무섭냐?
동욱 : (수아를 가리키며) 아아니, 심통난 여자만이야 하겠냐?
수아 : (어쭈? 싶은 눈으로 두 사람을 보는데)
대장 : (E) 자, 그럼 문제를 먼저 푸는 조부터 출발한다. 거대한 얼음덩어리를 깨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동욱 : 도끼로 한방에 패뻔지면 됨돠!
사원1 : 망치로 뽀사버림!
정현 : (O.L) 송곳임돠! 송곳을 대고 톡톡 두드리면 쉽게 갈라짐돠!
대장 : (E) 그렇다! 강자의 약점을 찾아 송곳을 들이대면 약자도 승리할 수 있다. 그게 마케팅 시장의 전략이다, 챔프팀 출발!
정현,동욱,수아 : (크게) 출발!
S#11. 산길 (석양)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앞장서서 걷고 있는 정현, 한 발자국 뒤에 따라오는 동욱, 동욱이 뒤에 바짝 따라오고 있는 수아,
열심히 산을 오르는 그들의 모습 이어지면서 붉은 하늘 점차 어두워지고 점점 거세어지는 눈발, 사나운 바람소리-
동욱 : (소리치는) 갑자기 웬 폭설이냐? 이거 돌아서 내려가야 되는 거 아냐?
정현 : 뭐?
동욱 : 철수해야 하는 거 아니냐구!
정현 : 폭풍 올 꺼 알고 일부러 등산시키는 거 아닐까?
수아 : 맞아요. 이유불문 폭풍을 뚫고라도 앞으로 가야해요. 그렇잖음 탈락이라구요.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다 가다가 서서 GPS 꺼내드는 정현.
동욱 : (불안해서) 야, 이 방향 맞어?
정현 : (헤드랜턴으로 GPS 들여다보며) 맞겠지
동욱 : 맞겠지, 라니, 산귀신이 그딴 소릴 함 어뜩햄마!
정현 : 맞아, 길이 이거뿐이잖아.
동욱 : 뭔 길이 고새 이렇게 (미끌, 휘청!!) 으악!!!
수아 : (그 바람에 쭈루루 미끄러져 내려가는) 아악!!!
몸의 균형을 잃은 채 미끄러져 내려오던 수아. 나무 등걸에 부딪혀 나뒹군다.
급하게 뒤쫓아 뒹굴며 내려오는 정현, 동욱.
엎어졌던 수아, 몸 추스르며 일어나는데
두사람 : 괜찮아요?
얼굴 찡그리며 다리 움켜쥐는 수아.
정현 : 다리 다쳤어요? 어디...
수아, 엉거주춤 일어나려다 다시 풀썩 주저앉으면 정현 얼른 부축하고,
난감해 하는 동욱 핸드폰 꺼내 지도 그려진 안내문에 있는 전호번호를 찍는다. 불통.
동욱 : 안 터지는데?
난감한 세 사람. 주위를 둘러보면 멀리 힘겹게 걸음 옮기며 멀어지는 사람들.
동욱 : (소리 지른다) 이봐요! 이봐요! 여기 사고 났어요!
사람들 그대로 눈보라 속에 사라져가고
동욱 : (다른 쪽을 향해) 이봐요! 도와줘요. 여기 사고 났다구요-!
난감한 표정 짓던 정현, 수아의 배낭을 턱 동욱에게 안긴다.
정현 : 너 먼저 A POST로 가서 구조대 보내, 뒤따라 갈테니까
동욱 : (겁먹은) 핸드폰도 안터지는데, 길 잃어버림 어쩌라구?
정현 : (GPS 주면서) 니가 갖고 가! 이것만 있음 찾아갈 수 있을 거다
동욱 : (수아의 배낭 앞에 다 매며) 넌? 길 알어?
정현 : (씩 웃으며) 산귀신 아니냐, 이 몸이!
동욱 : 알았다. 최대한 빨리 가서, 구조대 보낼게, 간다!
동욱 가면, 정현 주저 앉아있는 수아의 발목을 잡는다.
수아 : 아아!
정현 : 여기에요?
수아 : 네. 발목이.....
정현 : 삔 거 같은데.... (발목 살피다가 등을 대주며) 일단 업혀요
수아 : 네?
정현 : 여기서 밤샐 거예요?
수아 : 구조대... 온댔잖아요
정현 : (단호히) 얼어죽기 싫음 얼른 업혀요
수아 잠시 망설이다 업힌다.
수아 업은 채 걷기 시작하는 정현.
수아 어색해서 자꾸만 몸이 곧추서는데.
정현 : (다소 나무라듯) 힘 좀 빼요.
수아 : (민망) 내릴래, 내려줘요.
정현 : 차라리 한숨 자요, 뻗대지 말고
수아 : (어이없다) 뭐라구요?
정현 : 난요, 가끔... 울어머니 업어서 재워드려요.
수아 : ?!
정현 : 신경통 관절염 때문에 자다가 깨시거든요. 내 등에 업혀 잠드신 모습 보고 있으면요. 발목부터 목구멍까지 물이 차올라요.
수아 : 물이요??
정현 : 그래서 내가 물침대가 되나 봐요. 울 어머니, 아주 편히 잠드시거든요.
수아 : .....
매서운 폭설과 바람을 뚫고, 수아 업은 채 가는 정현.
뒤뚱거리며 위태롭게 가다가 한순간 발 미끄러지며 엎어지는 정현.
그 옆 가파른 비탈타고 굴러 내려가는 두 사람
한순간 정현, 수아의 몸과 겹쳐지며 둘 부둥켜안은 채 한참을 미끄러져 내려간다.
이윽고 나무등걸에 부딪치며 멈춰서는 정현.
수아, 그의 몸에 부딪쳐 멈추고.
정현 그 고통에 허리춤 잡고 괴로워 하는데
수아 : 괜찮아요?
정현 : 난 괜찮아요. 거긴요?
수아 : 발이... 발목이...
정현 다가와 수아 발목 만지려는데
수아 : 아악! (비명)
정현 : (난감한. 둘러보다가) 어디 피신할 만한 데가 있는지살펴보고 올게요. 잠깐만 기다려요.
수아 : 안돼요!
정현 : ...?
수아 : 가지말아요. 무서워요, 나.
정현 : (망설이다) 자, 업혀요!
S#12. 산등성
가파른 언덕.
수아 등에 업은 채 네발로 기다시피 올라가는 정현. 미끄러지고, 다시 오르고, 힘겨운 그 모습 한참 이어지다가
거의 사투끝에 올라온 정현, 엎드린 채 수아 몸 잠시 떼어내며 그대로 누워버린다.
헉헉 숨이 차오르는데 수아 그 옆에 누운 채
수아 : 미안해요.
정현 : (헉헉대기만)
수아 : 정말 미안해요. 나땜에.
숨만 몰아쉬는 정현의 얼굴 위로 퍼붓는 눈발.
얼른 얼굴 훔치며 일어나는 정현.
정현 : 자, 지체하다간 다 얼어 죽어요. 빨리 업히기나 해요!
다시 업히는 수아.
정현, 힘겹게 그녀 업고 다시 간다. 업고, 부축하고, 넘어지고, 다시 업고...
힘든 모습 이어지면서 서서히 겁에 질려가는 수아.
정현 묵묵히 발길 서두르고-.
수아 : 저기 좀 봐요.
정현 : ...? (멈춰서면)
정현, 눈 게슴츠레 보면 멀리 언덕 밑에 대피소 하나 눈에 들어오고
정현 안도의 표정, 다가가기 시작한다.
S#13. 조난대피소 안
왈칵 문 열리며 들어서는 정현.
캄캄한 실내.
수아를 내려놓고 그대로 누워버리는 정현. 머리에서 허옇게 눈이 떨어진다. 푹 젖은 얼굴.
수아 : (비로소) 고마워요... 정말루요...
정현 : 잠깐 기다려요. 우선... 불부터 피우구요.
정현. 더듬더듬하는데 손에 잡히는 랜턴, 켜들고 밖으로 나가는
S#14. 동 밖
대피소 벽 옆에 쌓여진 땔감들 찾아낸다.
그 위의 눈 털어내고 한아름 안고 들어간다. 바람에 문 쾅! 닫치고
S#15. 동 안
구형 난로에 지펴지는 불.
서서히 실내 밝아지고 신 벗으려던 수아.
수아 : 아악! (극심한 통증)
정현 : (얼른 다가가) 아파요?
수아 : (애써 참는)
정현, 수아의 신발끈을 끌러 신발 벗긴다.
푹 젖은 양말도 벗기고, 발목을 움직여 보는데 수아 아픈 듯 찡그리면
정현 : 삔 게 아니네, 탈구 됐어요.
수아 : 탈...탈구요?
정현 : 뼈가 튕겨져 나왔어요. 가만... (수아의 발을 잡은 정현) 하나 둘 셋 세봐요... 어서!
수아 : 하나... 두울...
정현, 셋 하는 순간 발 비틀어 뼈맞춘다.
수아 : 악!
정현 : 그대로 누워있어요.
선뜻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 정현
S#16. 동 밖
둘러보다가 삽자루 찾아들고 눈을 퍼담는 정현.
S#17. 동 안
수아 통증에 어쩔줄 모르는데
이내 한 뭉치의 눈을 들고 와 수아의 맨 다리를 빼내 눈으로 마사지를 해주려 하면
수아 : 앗, 차거!
정현 : 참아요 (눈으로 마사지를 해대는)
수아 : 으으. 너무 차요.
정현 : 마비시키면 바로 통증이 가실 거예요. 삔 것보단 이게 나아요. 곧 견딜만해질 거예요.
한참을 문지르는 정현 열심이고.
수아, 그 모습 눈에 담는데
상의 지퍼를 내리더니 속옷을 꺼내 런닝을 잡고 찢는다
수아 의아해서 보는데 찢은 런닝을 압박 붕대처럼 만들더니 발목을 칭칭 동여맨다.
그 능숙한 솜씨에
수아 : 꼭 의사 같네요
정현 : 걱정돼죠? 의사도 아닌데 제대로 맞춘 건가...
수아 : (웃으며) 아뇨.
정현 : (농으로) 왜 입사했어요? 별로 좋아지도 않는 회사?
수아 : !!
정현 : 착한 사람, 잡아먹는다면서요?
수아 : (툭 던지듯) 말아먹으려구요!
정현 : 농담이라두 그런 소리 하지 마요,
수아 : (O.L) 이 회사가 태클을 거는 데두요? 자꾸 뭉개고 시빌 거는 데두요?
정현 : 무슨 얘기예요?
수아 : (말하려다) ...아녜요
정현 : 그러지 마요, 사람이 복받는 것중에 최고는 미운 사람 축복하는 거래요. 축복해요, 축복하고 복받읍시다!
수아 : !!
정현, 자기의 두 손을 마찰시켜 열을 내어 수아의 언 발을 녹인다. 그 발에 후우-- 입김을 불어넣고 다시 부벼대는
그 모습 깊게 보는 수아의 시선에서.
(시간 경과)
비스듬히 기대 앉아있는 수아. 서서히 잠 속으로 빠져든다.
정현, 그 모습 애처롭게 보다가 제 옷을 벗어 그녀의 몸을 감싸주고 좀 떨어진 곳에 웅크려 앉는다.
점차 숨결 고르게 잠드는 수아.
그 모습 가만히 보던 정현, 창밖을 내다보면 온 산을 삼킬 듯 퍼붓는 폭설.
우웅-소리 내며 마구 흔들리는 창문.
깊은 DISS-
S#18. 먼 산 (여명)
눈이 멎었다. 허옇게 눈을 뒤집어쓴 나무들 멀리 아름다운 설산.
등성이 위로 해가 뜨기 시작한다.
S#19. 대피소 안 (여명)
부시시 잠에서 깨어나는 수아, 둘러보면 구석진 곳에서 웅크린 채 잠이 든 정현. 거의 얼어있다
불현듯 미안해진 수아 제 몸에 덮였던 정현의 점퍼 집어 들고 부지 중 일어서다가 악! 하고 다시 주저앉는 수아.
그 서슬에 정현, 부스스 눈을 뜨면서
정현 : 깼어요? 아직 많이 아파요?
수아 : 잘 잤어요?
정현 : 그쪽 코 고는 소리땜에 잠 설쳤어요. 폭풍 소리보다 더 요란하던 걸요?
수아 : (입 삐죽하면서) 피이-
정현 : (발목 잡으며) 어디 봐요.
수아 : (얼른 발 빼며) 괜찮아요, 이제. 거의 다 나았어요. (하다가 창쪽 시선) 어머! 해뜨나봐!
정현 돌아보면 어느새 개인 하늘 창밖에 붉게 물들어 있다
S#20. 산언덕 (새벽)
여명의 하늘을 치고 올라오는 찬란한 해돋이.
수아 업은 채 언덕 끝에 가서 서는 정현.
정현 : 소원 빌어요.
수아 : ...빌고 있어요.
정현 : ......
수아, 정현의 뒷모습 보다가 그 등에 가만히 볼을 대어본다. 참 따뜻한 느낌!
그렇게 해돋이를 보고 서있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F.O)
S#21. 비행기 INSERT (새벽)
구름 위를 날아가는 비행기. 그 위로 뜨는 자막 '1년 후'
S#22. 상해공항 전경 (새벽)
S#23. 상해공항 내부 (새벽)
입국게이트 열리며 나오는 현태.
들러보면 양복차림의 중국인 서넛, 현태에게 달려가 정중히 인사하고, 악수한다.
S#24. 공항 주차장 (새벽)
현태 차에 오르면 차들 떠나고 그 뒤를 따르는 검은 짚차 한 대.
S#25. 상해 고속도로 (새벽)
최고급 세단 두 대 달리고 있다.
좀 떨어져 뒤따르는 검은 짚.
S#26. 여의도 빌딩가 (아침)
출근길
종종 걸음으로 뛰어오는 정현, 제일전자 입구 계단으로 뛰어오르는데 뒷덜미 잡아채는 손, 돌아보면 동욱
동욱 : 굿모닝!
정현 : 너두 늦었냐?
동욱, 뒷덜미 잡아채면서 뛰어가면,
동욱 휘청하다 웃으며 계단 뛰어오르고 카메라
TILL-UP되면 제일전자 사옥.
S#27. 동 로비 (D)
뛰어들어오는 정현, 동욱, 엘리베이터로 다가서는데 막아서는 경비들
보면, 저편에 오회장 출근하고 있다.
비서실장, 서전무와 유란 등 뒤따르고 오회장 일행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면,
그때야 다가서 다음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정현, 동욱 등.
그 문 닫히는 순간, 문틈에 끼여드는 핸드백 하나.
다시 문 열리면 쏙 끼어드는 수아.
서로 눈 맞추고 웃는 셋.
S#28. 엘리베이터 안 (D)
동욱 : 두 분 다 출근이 늦네에,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 필이 쩌르르르 (좌우 눈치를 살피면)
정현 : 일은 무슨 일?
동욱 : 어허~!
정현 : 그냥 밥 먹었다 왜?
수아 : (동시에) 그냥 심야영화 하나 봤어요. (셋 웃고)
동욱 : 동시 자백? 좋아, 밥 먹고 심야영화를 보고 또?
정현 : 또 뭐?
동욱 : 저녁 먹구 심야영화 보고 그담 새끼줄?
정현 : (힐끗 보고 동욱 발을 지그시 밟는다.)
동욱 : 아! 아......알았어 알았엄마, 수아씨, 더 알면 저 다쳐요?
수아 : (웃음 깨물고)
S#29. 16층 복도 (D)
땡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 열리면 내리는 수아.
손 흔들어주고 돌아서면 마주 손 흔들어주는 정현.
걸어가는 수아 핸드폰 열어 문자 찍기 시작하고
S#30. 정현 사무실 (D)
정현, 동욱 들어오며 인사하는
정현 : 좋은 아침입니다.
동욱 : 2분 17초 늦었습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직원들 같이 인사주고 받고,
정현 자리에 앉는데, 문자 메시지 도착 신호음.
정현 핸드폰 열어 확인한다. "저녁 때 엄마뵈러 갈 예정. 퇴근 5분전 전화요망. 수아"
정현 조용히 웃고 핸드폰 닫는데
S#31. 상해, 푸동 전경 (D)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황포강가... 마천루 빌딩이 우후죽순처럼 솟아있고
S#32. 중국○○ 사옥 앞 (D)
도착하는 세단. 사내들 뛰어나와 문 열면
현태 내려서 천천히 건물 올려다보고 들어간다.
그 모습 멀리서 줌인 되다가 찰칵찰칵 셔터 소리와 함께 스틸되고
좀 떨어진 곳에 주차된 검은 짚차 안 카메라를 내리는 한 사내의 손.
S#33. 마천루 빌딩 안, 회의실(D)
상해진출 계약서에 "해외사업본부장 SHIN" 이라고 사인해서 상대방에게 넘기는 현태,
환하게 웃으며 상대방들과 악수를 하고 포옹하는 동작에서
S#34. 상해 공항 (D)
포옹 푸는 모습 현태와 중국인들 반갑게 등 두드리며 헤어지고 있다.
S#35. 공항 화장실 (D)
세면대에 놓여지는 현태의 여행가방. 거울속의 자신을 뚫어지게 본다.
S#36. 강변 버스정류장 (석양)
황혼이 물드는 강가에 와서 달달거리며 멎는 낡은 버스 앞문과 뒷문으로 동시에 톡 튀어 내리는 수아와 정현
까르르륵 웃어대며 달리는 수아
"오수아, 너 거기 서어어어, 안서어어!!" 쫓아오는 정현
S#37. 수예점 골목길 (저녁)
허름한 동네... 연탄재로 미끄럼을 방지해놓은 그 골목길을 달리는 두 청춘
손에는 각자 검은비닐 하나씩 들려져 있다.
깔깔깔깔.. 햇살처럼 부서지는 웃음소리.......
S#38. 수예점 주방 (N)
변두리에 위치한, 작지만 정갈하고 훈훈한 분위기의 가게
아랫목에 앉아 대바늘로 연분홍 스웨터를 뜨고 있는 명숙
이내 와락 유리문 밀치고 깔깔 웃으며 뛰어 들어오는 수아와 정현
수아 : 어머니어머니어머니
명숙 : (웃으며) 어이구 숨 넘어가것어.
수아 : (검은 비닐봉지 들어보이며) 저녁반찬 사왔어요, 꽁치요 꽁치!
정현 : (헉헉 숨차하며) 고등어, 고등어 먹어요 어머니
명숙 : (O.L) 아유-어지러워, 이것들아. 어여 앉어. (수아 손 잡아 아랫목 이불 속에 넣어두면)
수아 : (정현을 향해) 따뜻해라.
명숙 : 튀겨주까? 구우까? 졸일까? (일어나려는데 정현 얼른 명숙 잡아 앉히고)
수아 : 궈주세요 노릇노릇하게
정현 : (수아를 떠밀며) 니가 해, 튀기든 굽든!
수아 : 알았어. (웃으면서 들어가는)
S#39. 수예점 주방
앞치마를 두른 수아, 고등어의 꽁지를 잡고 바듯이 물에 씻어 도마에 놓는다.
한손에 칼 쥐고 어설프게 내려치면 바닥으로 떨어지는 고등어. 다시 집어들어 놓고.
이번엔 목을 겨냥해 두어번 연습하다가 두 눈 딱 감고 대가리를 딱 내려친다
휴우~ 해냈다, 실눈을 뜨고 보면, 이미 고등어의 내장을 쑤욱 빼서 맨손으로 물에 씻는 정현
수아 : (곱게 눈 흘기며) 나더러 하라더니
정현 : 이뻐서 해준다, 이뻐서!
수아 : 고마워! (볼에 쪽, 시늉만)
정현 : 어허! (방쪽 보는)
수아 : ... (웃는)
S#40. 수예점 안 (N)
보글보글 끓고 있는 청국장, 노릇노릇 잘 구워진 고등어.
귀빠진 둥근 밥상에 둘러앉아 따뜻한 저녁을 먹고 있는 세 사람.
명숙 : (밥 먹다 수아에게 눈짓, 턱짓)
수아 : (눈 맞추고) 오빠! 오빠 월급이랑 내꺼 합치면 한 삼년 후면 전셋집 정돈 얻을 수 있을까?
정현 : 뜬금없이 무슨 소리니 그게?
명숙 : (혼잣말처럼) 아유- 둔하기는.
수아 : 어머니 오빠 장가가면 정말 혼자 사실 꺼예요?
명숙 : 그래- 정현이 너 주고, 나 혼자 편히 살 거야.
수아 : 오빠 없음 누가 어머니 업어서 재워드려요
명숙 : 만들면 되지, 업어줄 남자
수아 : 이 남자 아님 세상에 그럴 남자 없어요, 꿈 깨세요, 어머니!
명숙 : 글쎄, 정현이 너 준대두!!
수아 : 같이 쓰자니까요!!
정현 : (푹푹 밥 먹다가) 듣자 듣자하니까 내가 물건이야? 쓰다만 건전지야? 차라리 둘이 살어요, 둘이!
수아 : (명숙을 보고 쿡 웃으면)
명숙 : 그랴 그럼, (수아에게) 너 은제부터 내 메누리 되는 거여?
수아 : 글쎄요 (정현 쓱 보면)
정현 :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명숙 : 대신 프로포즈했다 인석아. 니가 하도 더뎌서
S#41. 길 (N)
언덕길 걸어오는 정현과 수아
정현 : 어머니가... 전부터 수아네 인사 다녀오라고 성화셨어.
수아 : (생각에 잠겨) ...
정현 : 우리... 이제 일년이야. 딴 여자들은 집까지 바래다 달라고 성화라는데 넌 오히려 바래다 준달까봐 벌벌 떨잖아...
수아 : 나.... 사랑해?
정현 : 내 마음을 복사해주래? 내 심장을 카피해줘?
수아 : 알아, 알면서 이래, 우습지?
정현 : (이상해서) 어머니도 어머니지만 나두 더는 못 참겠다. 수아야, 오늘은 가자, 데려다주께.
수아 : (달래듯) 오빠...
정현 : (다소 따지듯) 도대체 집에 가면 안 되는 이유가 뭐니?
수아 : (고민) ...
정현 : 수아야!
수아 : 오빠아. 여태 잘 이해해 주드니 왜 또 그래. 제발. 제바알. 응?
정현, 답답한 듯 걸어가 강을 보고 서면
수아 미안한 표정으로 다가서서 정현 등 뒤에서 안는다.
정현 : 수아, 너 무슨 비밀 있니? 나한테 꼭 숨겨야할 무슨 비밀 있냐구.
수아 : 그런 거 아냐. 알잖아. 내가 무슨...
정현 : ... (길게 한숨)
수아 : 알았어, 알았어 오빠. 그러면...
정현 : (보면)
수아 : (잠시 생각하다) 다음주 토요일이 아빠 생신이야. 그때 인사드리자, 그럼 되지?
정현 : (천천히 돌아보고) 정말이니?
수아 : ...
정현 : 정말이냐구?
수아 : ... (가만히 고개 끄덕)
정현 : 정말이지? (수아를 아기처럼 번쩍 안아 올리며 외치는) 이정현이 드디어 오수아네 인사간다아!!!
S#42. 인천공항 외경 (N)
휘황히 불켜진 공항 청사
S#43. 입국게이트 (N)
여행용 가방을 밀며 게이트를 빠져나오는 현태 걸어나오다 한쪽에 시선 던지면,
그 얼굴 앞에 흔들고 있는 여인의 흰 손. 유란이다.
S#44. 공항로 (N)
미끄러지듯 달리는 유란의 차
S#45. 차 안 (N)
현태 : 어쩌려구 여기까지 마중나와? 누구 눈에 띄이기라도 하면
유란 : (O.L) 식사는요?
현태 : 기내에서 해결했어
유란 : 보고 싶지 않았어요 나? 전화도 없고 걸어도 받지도 않고
현태 : 바빴어
밤거리 속으로 멀어져가는 유란의 차 도심으로 접어들면서
S#46. 펜트하우스
소파에 앉아 있는 현태, 와인 두 잔을 들고 그에게 다가오는 유란
유란 : (와인을 내밀고 옆에 앉으며) 자기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뭔지 알아요?
현태 : (잔을 받으며) ...
유란 : 바빴어, 몰랐어, 상관 마! 하긴 뭐 그 무뚝뚝한 성격에 반한 거지만
현태 : (피식 웃는)
유란 : 나, 사랑해?
현태 : (웃으며) 꼭 말해야 알아?
유란 : 이봐요!
현태 : (정색) 나도 모르겠어. 내가 누구라도 진심으로 좋아하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인지...
유란 : 아니, 당신 나 사랑하는 거 맞아. 애써 아니라고 부인하고 싶을 뿐이지.
현태 : 그런가?
유란 : 난 알아. 당신이 나 사랑하는 거
와락 현태 가슴에 안기는 유란.
S#47. 회장실 (D)
오회장과 서전무 앉아있는 럭셔리한 집무실에 똑똑 노크소리 나고 들어오는 유란
유란 : 해외사업본부 신현태 이삽니다, 회장님
오회장 : (자리에서 일어나며/ 반가워) 어서오게, 어서와!
현태 : (들어서며) 다녀왔습니다, 회장님
오회장 : (덥석 현태를 안으며) 하이얼, TCL같은 토착기업이 버티고 있는데 그 속을 뚫다니, 역시 마이더스의 손이야!
현태 :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오회장 : (흐뭇, 현태의 손을 잡고 자리에 앉으며) 어떤가? 서전무! 이만하면 재계의 사나운 맹수들과 대적할만 하겠나?
서전무 : (후계자를 지칭함이다, 놀랍다)
오회장 : 포연이 자욱한 전쟁터에서 꿋꿋이 이 '제일'을 사수할 수 있겠느냐 그 말이야.
서전무 : (이내 미소로) 능력도 능력이지만, 신이사의 애사심이야 유명하잖습니까. 신이사 유럽지사 시절 생각 안 나십니까?
사무실에 무장강도가 들어 직원들은 모두 삼십육계 줄행랑을 쳤지만
우리 신이사만 끝까지 목숨 걸고 회사 기밀 지켰잖습니까!
오회장 : (껄껄껄 웃으며) 그래그래. 자네가 많이 좀 도와주게. 위대한 리더 옆에는 늘 훌륭한 조력자들이 있었잖나!
서전무 : ...
오회장 : 신본부장, 자네 우리 딸 어때?
현태 : .....뛰어난 인재라고 생각합니다.
오회장 : 그게 아니구...
현태 : 아니라시면... (보면)
오회장 : 자네 참 둔하구만. 이 사람 생각보다 참 둔하네, 응?
서전무 : 글쎄요. 솔직히 저도 좀...
오회장 : 여자로서 말이야. 여자로 볼 때 어떤가 이 말이야.
서전무 : ...! (놀라운. 얼른 현태 보는데)
현태 : .....아직 생각 못해봤습니다
오회장 : 그래? 그럼 앞으론 적극적으로 생각 좀 해봐! (호탕하게 웃으며 현태 눈치 살피는데)
현태 : ... (무표정하고)
오회장 : (다시 껄껄껄 웃으며) 딸내미 일 앞에선 이 오병무도 종이호랑이야. 허허허-
현태 : ...
S#48. 복도 (D)
회장실에서 걸어나오는 서전무, 현태
서전무 : 드디어 신본부장이 로열패밀리에 합류하는가 보구만.
현태 : .... (묵묵)
서전무 : 자넬, 후계자로 생각하시는 모양인데.... 자네 의향은 어떤가?
현태 : 솔직히 싫진 않습니다, 하지만
서전무 : 하지만?
현태 : 제 힘으로 성공하고 싶습니다. 결혼이란 명분으로 힘을 얻을 생각 추호도 없습니다.
서전무 : 힘이라? 상해에서 한 딜도 그 일환인가?
현태 : (선다)
서전무 : 허허 (가고)
S#49. 수아 사무실 (D)
소라와 수아 책상 나란히 하고 앉아있다.
소라 : (도와주다 놀라선) 누구? 누구를 초대해?
수아 : 미안해, 언니. 미리 얘기 못해서.
소라 : 우리회사 사람이라면 내가 다 아는데 누구야? 어떻게 내 레이다망을 피해서 진도가 여기까지 나간 거야?
수아 : 그날 오면 봐.
소라 : 너, 나한테 사기쳤어. 스캔들 안 만든다며? 누구야? 말해, 응?
수아 : 나중에... 언닌 무조건 내 편이다, 알지?
S#50. 엘리베이터 앞 (D)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동욱과 정현, 사무실로 걸어가며
동욱 : (충고한다고) 직장 탄탄해. 허우대 멀쩡해. 인물도 출중하고, 특별히 장인어른 되실 분이 반대할 것 같지 않은데 말야.
수아씨 무남독녀 외동딸이라매? 어쨌든 혹시라도 맘에 안 들어 하시면 어르신 모시고 바로 목욕탕엘 가.
그냥 등을 벅벅 문질러 드리는 거야. 사내들 간에 화끈한 스킨쉽! 그거만큼 정다운 거 없다.
정현 : (흘깃 보고 대꾸없이 픽 웃으면)
동욱 : (머리 벅벅) 그래도 안되면 매일같이 술 친구 해드리는 거야. 주말엔 차도 세차해 드리고, 밤새 고스톱도 쳐드리고.
(은밀하게) 이건 히든 카든데 말야.
정현 : (동욱 보면)
동욱 : 그렇게까지 하는데도 장인어른 되실 분이 반대하신다. 그 땐, 그렇게 말씀드려.
"아버님 저흰 이미 건너서는 안 될 강을 건넜습니다" 그럼 백 퍼센트!
정현 : (O.L/ 동욱 입 막으며) 으이구 김동욱~
S#51. 수예점, 주방 (N)
정갈한 입식 부엌이 잔치집 마냥 부산하다.
바싹 말린 밥알을 망사주머니에 넣어 기름에 튀기고 있는 명숙
식탁 위에는 깎아놓은 밤과 씨를 발라놓은 대추도 한 사발 수북이 담겨져 있다.
S#52. 동 주방 (새벽)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먹음직스런 밤초와 대추씨 대신에 잣을 하나씩 문 대추초 한 사발에서 화면 빠지면
이제 막 일어난 듯 주방 안으로 들어오는 정현
정현 : (놀래서) 밤새신 거예요?
명숙 : (놀래서) 벌써 날 샜니?
S#53. 수예점 (D)
쌀강정, 대추초, 밤초를 고풍스런 한지 상자에 정성껏 담는 명숙.
손수 수를 놓아 만든, 네 귀퉁이에 비단 색실이 달린 분홍 보자기에 상자를 놓고 싸면서 거울 앞에서 양복을 걸치는 정현을 향해
명숙 : 얘, 넥타이 색깔이 너무 튀어
정현 : 수아가 선물해준 건데요?
명숙 : 그래? (웃으며) 다시 보니까 괜찮다... (상자를 내밀며) 생신 상에 올리라구 해. (후우- 가는 숨 내쉬면)
정현 : (받으며) 떨리세요?
명숙 : 혼자 되신 분이 수아 그렇게 키워내신 것 봐라. 여간 야무진 분이 아니시다. 그저 겸손, 겸손... 알지?
정현 : (명숙을 품에 안으며) 걱정 마세요! 누구 아들인데요.
S#54. 고급 주택가 골목 (황혼녘)
한 손에는 분홍 보자기로 싼 한과를 들고, 다른 손에는 약도와 주소가 적힌 종이를 들고, 두리번두리번,
골목을 올라오는 정현, 주소는 맞긴 맞는데... '이상하다이상하다'하며 올라온다
S#55. 오회장의 저택 원경 (N)
중세의 성문처럼 우람한 대문 앞에 서서 손에 든 종이와 문패의 주소를 번갈아 쳐다보는 정현.
당혹감과 의구심이 점점 커져가는 시선으로 울타리를 넘겨다보면
그 안 파티복을 입은 사람들 몇몇 보이고 현악 4중주단의 음악 들린다.
S#56. 오회장의 저택 원경 (N)
유럽의 성처럼 웅장한 대저택, 그 문 앞에 유난히 작아뵈는 정현의 모습.
손에 들린 주소와 문패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잘못 적어준 것 같다 싶어, 핸드폰 꺼내 수아에게 전화를 걸려는데
소라 : (E) 이정현씨?
정현 : (돌아다보는)
S#57. 동 일각 (N)
소라의 안내로 정원으로 들어서던 정현,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아연실색한다.
가든파티가 한창이다.
현악 4중주단 정도의 클래식 연주가 흐르고 뷔페식으로 차려진 테이블 위에 산해진미가 가득하다.
정장을 한 사람들, 담소를 나눈다.
오회장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초대된 명사들에게 인사를 하는 수아의 뒷모습에 긴가민가 정현의 시선 머무는데
수아 옆사람에게 인사하려고 몸 돌리는 순간, 놀라는 정현. 일국의 공주처럼, 우아하고 기품 있는.
그 모습 낯선 듯 바라보며 발걸음이 땅에 얼어붙는 정현.
소라 : 잠깐만 기다리세요
정현 : (황망히) 아닙니다. (한과를 건네면서) 왔다갔다고만 전해주십시오. (돌아서는데)
소라 : 이정현씨 이대로 가심 저 밤새 볶여요, 수아한테!! (웃으며) 꼼짝 마요, 수아 올때까진!! (수아 쪽으로 가는)
서전무와 현태, 오회장과 수아, 그들에게서 한 발자국 떨어져 있는 유란
셋 크게 웃고 있는데 다가가는 소라.
소라 : (다가가며 조심스레) 수아야!
수아 : (얼른, 감잡고 돌아보곤) 아빠, 소개해드릴 사람이 있거든요, 잠깐만요. (정현이 쪽으로 뛰는)
오회장 : (뜨악해서 수아를 쳐다본다)
현태 : 아니 저 친구... 저희 해외사업팀 직원인데요.
오회장 : 그래?... (유심히 보는)
S#58. 동 일각, 정원 (N)
성큼성큼 대문 쪽으로 걸어가는 정현.
"오빠!"를 부르며 쫓아오는 수아
수아 : (정현의 앞을 가로막고) 미안해, 미안해, 오빠. 하지만 일부러 숨긴 건 아냐.
정현 : (놀란 마음이 수습이 안돼서) ....
수아 : 말하기 겁났어, 오빠 놓칠까봐
정현 : (애써 웃으며) 들어가라, 간다
수아 : 나 그럼 이 길로 오빠 따라간다!!
정현 : (그대로 서서) 수아야!
수아 : 보쌈해갔단 말 듣기 싫음 인사드려, 오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야. 그보다 더 큰 빽 필요해?
제발 인사만이라두 하구 가. 응? 오빠아.
정현 : ... (어쩔까...)
S#59. 정원 (N)
오회장과 현태, 서전무, 김의원 담소를 나누는 곳으로 다가오는 수아와 정현
오회장 : 요새 정부와 기업이야 사이 나쁜 부부가 이혼도 못하고 붙어사는 꼴이지요.
밤마다 홑이불 폈다 접었다 아주 애간장이 탑니다, 김의원님 하하! (일동 하하 모두 웃는데)
수아 : (E) 아빠
오회장 : (보면)
수아 : 소개시킬 사람...
오회장 : ... (돌아보면)
정현 : (꾸벅 인사하고) 해외사업본부, 이정현입니다.
오회장 : (탐탁치 않지만, 티 안 내고 웃으며) 오, 그래, 신이사한테 얘기 들었네
정현 : (보자기를 내밀며) 생신 축하드립니다,
오회장 : 고맙네 (유란에게) 차비서!
유란 : 네 회장님. (정현의 보자기를 받아들고 아웃)
오회장 : 우리 수아랑 입사동기라고?
정현 : 네
오회장 : 뭐든, 시작을 같이 한 사람한텐 특별한 정을 느끼는 법이지. 많이 들고 가게.
정현 : 감사합니다. 회장님
수아 : (얼른) 저기요 아빠. 지금 잠시만 따로... (하는데 그들 모습 등 뒤에서 보고 있던 현태 다가서며)
현태 : 회장님!
정현 : (현태 보고 꾸벅 인사)
현태 : 아 왔어? (일별하고) 회장님 김의원께서 (눈짓하면)
오회장 : 아 그랬었지. 또 보세 (돌아서고)
수아 : 아빠! (쫓아가고)
오회장 : (김의원에게 다가서며) 아 김의원님, 지난번에, ICC 박회장이 왜 쓴소리 한 거 보셨습니까? 그 기사?
어찌나 속이 시원한지요. (가고)
수아 : (가운데서 안절부절)
정현 : (무안해지고 초라해지는)
김의원 : (E) 아, 서방님 맘 못 잡은 건 기업의 업보이기도 합니다!
수아, 안절부절 못하며 정현의 눈치를 살피면
참담, 암담해지는 정현, 돌아서려면
얼른 그의 손을 와락 움켜쥐는 수아.
그 둘의 모습 슬쩍 보며 음료 마시는 현태.
수아 : 오빠, 조금만 기다려. 아빠 따로 만날 시간 만들어 볼게. (등 뒤에서 들리는)
오회장 : (E) 수아야!
정현 : 그래, 알았어. 나중에 얘기하자.
수아 : 오빠!
오회장 : (E 재촉) 수아야!
수아 : 네, 아빠!
정현 : 가보라니까. 얼른.
오회장 : (돌아보며) 여기 와서 인사 좀 드려야겠다.
수아 : ... (안절부절)
정현 : 어서 가봐. 난 괜찮아.
수아 : 그래, 오빠. 가면 안돼. 여기 잠깐만 있어. 알았지?
절대로 가지 말라는 눈으로 정현을 쳐다보며 할 수 없이 돌아서는 수아. 걸어가면서도 자꾸만 정현을 돌아다보면,
애써 웃으며, 담담한 척 하는 정현.
주위 사람들 스쳐가고 나면 어떤 공간에 홀로 남는 정현 막연해 서 있는데
그의 옆을 스윽 스치며
정기사 : 으찌 마당의 참새가 기러기 마음을 알겄냐
정현 : .....!
S#60. 저택 현관 앞 (N)
굳은 얼굴로 걸어 나오는 정현
현관 앞에 수북이 쌓인 값비싼 포장의 고급스런 선물들.
좀 떨어진 곳 눈에 띄는 분홍 보자기.
위에서 굴러 내린 듯 신발들 위에 엎어져 있다.
천천히 그 보자기 쪽으로 다가가 집어 드는 정현.
천천히 발걸음을 떼기 시작. 등 뒤의 호화로운 배경과 점점 멀어져 가는데
S#61. 대문 앞 (N)
뛰어나오는 수아. 이리저리 둘러보지만 텅 빈 골목.
수아 핸드폰 든다.
S#62. 길 (N)
터덜터덜 걸어 내려오는 정현. 핸드폰 벨 울린다.
보면 <OH! 쑤아> 그대로 주머니에 넣고 다시 걷는다.
S#63. 한강 고수부지 (N)
무심한 강물을 쳐다보며 벤치에 앉아 무릎 위에 한과상자를 올려놓고 꾸역꾸역 물도 없이 한과를 먹는,
아니 밀어 넣는 정현의 모습에서
S#64. 대저택 전경
수아 : (E) 아빠아!
오회장 : (E) 그래, 듣고 있어.
수아 : (E) 그 사람 어떠냐구요. 아빠!
S#65. 오회장의 거실 (혹은 서재)
마주 앉아있는 오회장과 수아
오회장 : 더 지켜보자고 했잖니.
수아 : 아빠, 정말... (속이 상한)
오회장 : 수아야! (달래듯)
수아 : 저요, 하고 싶던 그림 포기하고 아빠 뜻대로 경영학 했어요. 유학 포기하고 입사했어요.
무남독녀 외동딸이란 이유만으로 아빠와 회살 위해서 눈 딱 감고 제 욕심 접었어요, 아시잖아요?
오회장 : 그래. 알아. 잘 알아요.
수아 : 그러니까 아빠도 이번만은 져주세요 네? 이 일만은 제발 제 뜻대로 하게 해달라구요, 아빠.
오회장 : (다소 언짢다) 글쎄, 지켜본다니까!! (누그러뜨리고) 약속하마.
수아 : (보다가 걱정스럽게) 정말... 정말 지켜봐 주실 거죠, 네? 아빠?
S#66. 수아방 (밤)
들어오는 수아. 기다리고 있던 소라.
소라 : 뭐라셔? 뭐라고 하시든?
수아 : (힘없이) 지켜보시겠데.
소라 : 무슨 의미니? 오케이야, 노야?
수아 : (대꾸없이 창가로 가 창문을 열어젖힌다)
소라 걱정스럽게 지켜보면
수아 먼 곳에 시선 두고 어딘가 응시하는데
S#67. 고수부지 (밤)
멀리 가고 있는 정현의 뒷모습.
강변에 덩그러니 놓여진 먹다 남은 한과 꾸러미. 진분홍색 보자기가 바람에 나풀거리는데.. F.O-
S#68. 제일전자 전경 (석양)
S#69. 해외사업본부 (석양)
반투명 유리 넘어 열심히 일하는 현태를 힐끔 보더니 바퀴 달린 의자 쭈욱 밀어서 대각선 방향의 정현에게 다가오는 동욱
동욱 : (침을 꼴깍 삼키며) 따져보니까 백화점에서 호랑이한테 잡아먹힐 확률보다 낮고
축구선수가 찬 축구공이 골대를 뿌쉴 확률보다 낮다.
정현 : .....
동욱 : 로또 복권에 당첨될 확률이!
정현 : (컴퓨터 쳐다보며 일만 열심히 하는데, 핸드폰벨)
문자 CU/ 제발 얘기 좀 해, 응응응응응????
동욱 : (E) 근데, 넌, 그보다 더 낮은 확률의 대박이 터진 거야!
정현 : (귀찮다) 일해라
동욱 : 어어? 안 믿어? 우리같은 개미들이 용될 방법이 뭐냐? 결혼 뿐이야, 혼테크!!
정현 : (옷 주워들고 일어나 나며) 나 퇴근해. (나간다)
동욱 : 야, 이정현! 이정현!!
S#70. 제일전자 앞 (석양)
정현 땅만 보고 걸어 나오는데
앞을 가로막는 수아.
잠시 쳐다보던 정현 다시 움직여 계단을 내려가면
잠시 생각하던 수아 휙 몸을 돌리는데
S#71. 한강 고수부지 (스카이라인)
강변에 차 한대 세워져 있고 멀리 보이는 정현과 수아
수아 : (몸 돌이키며) 정말 끝낼 거야? 정말 끝이라두 낼꺼냐구.
정현 : ... (걷다 서는)
수아 : 오빠아!
정현 : (나직이) 왜 말 안했니?
수아 : 오빨 잃고 싶지 않다고 말했잖아
정현 : 니가 우리 회사 오너 딸인 거 알면 내가 무서워서 도망이라도 갈까봐?
수아 : 그게 아니구
정현 : (참으려다) 날 아직두 몰라? 어머니 모시고 어렵게 살았지만 나 당당해, 근데 너 왜함부로 날... 도대체 너 나를 어떻게,
(말이 되어지지 않는)
수아 : (O.L) 오해야 오빠, 난 혹시나
정현 : (O.L) 내가 주눅들까봐? 기죽을까봐?
수아 : (말문이 막히는)
정현 : 울 어머니 평생 두어평 가게에 앉아 바늘과 실이 몸의 일부이신 분이야. 코 바늘로 한땀 한땀, 커튼을 짜낼 때마다...
너무 미련스러워서, 폭폭해서!!... 그래, 그래서 볼때마다 답답해 했을 망정, 부끄러웠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수아 : ....
정현 : 중학교 때는 아침저녁 신문배달로, 대학 때는 서너개의 알바로 몸은 피곤했을 망정 나 자신 초라하다 느낀적 한번 없어.
그런데... (애써 삭이는)
수아 : (눈물이 그렁해) 잘못했어, 내가 생각이 짧았어 오빠
정현 : ...
수아 : ...오빠아...
정현 : (낮게) ...가!
수아 : (정현을 막아서며) 오빠!!! 잘못했어, 잘못했다고 빌잖아, 빌잖아아아
정현 : (그렁한) 어머니가....너 회장님 딸인 거 아신 뒤론, 니 이름도 맘대로 못 부르셔.
수아 : !!
정현 : (이 악물고 억누르는) 설사, 회장님 눈에 든다 해도 난 못해... 데릴사위 노릇 (뚜벅뚜벅 걸어가는)
수아 : (핑... 눈물이 도는) ....오빠! (쫓아가는)
S#72. 국도 (밤)
짙푸른 하늘 아래 질주해가는 수아의 자동차
S#73. 자동차 안 (밤)
비장한 각오로 운전하는 수아, 착잡한 조수석의 정현
정현 : (창밖 보며) 어디... 가는 거야?
수아 : 나, 납치했어. 이정현.
정현 : ... (천천히 보는)
S#74. 교외길 (밤)
달여오는 수아의 차 산길로 접어들면서
S#75. 조난 대피소 앞 (밤)
간신히 차가 다닐 만큼 꼬불꼬불 비포장도로의 산길 맨 끝에 멈춰서는 차
S#76. 자동차 안 (밤)
굳은 얼굴로 앉아 있는 수아와 정현
수아 : (가슴속은 홍수지만 밝게 웃으며) 잘 찾지? 여기 찾느라고, 온 산을 다 뒤졌어
여자 혼자 술 마시는 것 보다 여자 혼자 산타는 게 훨씬 무섭드라.
정현 : (혼자... 여길 찾아 왔었구나... 가슴이 미어지고) 돌아가자...
수아 : 인생은 밤새 눈 온 듯 잠깐인데.... 후회는 늘 완행이래....
정현 : ......
수아 : 하룻밤만 함께 있자, 그나마 후회없게
정현 : ......
S#77. 동 대피소 (시간 경과)
구형난로에 모닥불이 탄다.
그 앞에 어색하게 앉아있는 두 사람
수아 : .....
정현 : .....
수아 : 호적 팔께
정현 : !!
수아 : 파라면 파구, 죽으라면 죽으께
정현 : ...
수아 : 그래도 안돼?
정현 : (굳게 마음먹고) 안돼
수아 : 나, 재벌 딸 싫어. 그게 벼슬이고 감투라면 당장 벗어던지고 싶어! 내 맘 알아? 열 살 때 엄마 죽고 줄곧 아빠랑 둘이 살았어.
일년 열 두달 중 반은 비행기 안에서 사시는 아빠 기다리면서!
정현 : (안쓰러운 마음 애써 감추는) ....
수아 : (계속) 시중드는 사람 많은 밥상에 혼자 앉아서 먹는 밥, 나 싫어! 평생, 오빠랑 어머니랑 도란도란 그런 밥상에 앉고 싶어!
왜 내 마음을 그렇게 몰라?
정현 : (흔들리는 마음 다잡는)
수아 : (계속) 그림 포기하고, 유학 포기하고, 오빠까지 포기해야 한다면 나 죽어, 차라리 죽을래!!
정현 : (터지려는 마음 다잡고 다잡는)
수아 : (울면서) 있는 집 태어난 게 죄야? 말하기 힘들어 못했던 게 죄야? 아님 오빨 사랑한 게 용서받지 못할 만큼 지독한 죄야?
이제 와서 나보구 끝내자구? 그래, 끝내. 나 죽이고 끝내 오빠 근데... 근데 나 살고 싶어. 살고 싶거든?
오빠랑 어머니랑 모시구 남들처럼 평범한 행복 느끼면서 그렇게 살구싶어. 살게 해줘. 나 살게 해줘, 오빠아. 웅웅웅
소리내어 우는 수아.
마침내 더는 못 참고 수아를 와락 끌어안는 정현의 모습에서
러브 테마 시작되면서
S#78. 대피소 밖 (아침)
수아를 안고 해돋이를 하고 있는 정현
그 두 사람의 찬란한 햇살이 부서지고.....
S#79. 몽타쥬 (D)
동해안 해안도로/ 아름다운 바닷가를 끼고 달리는 수아의 자동차
동굴/ 환상적으로 아름다운 동굴을 두 손을 꼭 잡고 걷는 두 사람
낙산사/ 석탑 앞에서 기도를 드리는 두 사람
S#80. 바닷가 (석양)
끼룩끼룩 갈매기가 우는 바다를 거니는 두 사람 두 손을 꼬옥 잡고 있는
수아 : 아빠도 오빠 만나다보면 분명히 좋아하실 거야
정현 : 회장님이 날 좋아하시기 전에 내가 먼저 좋아하면 돼
수아 : (고마운) 자신 있지?
정현 : 울 아버지 나 중학교 때 돌아가셨어. 가난한 목수였지만 아버지 지론이 뭐였는지 아니?
아무리 험한 산과 깊은 바다를 만나도 피하지 말아라. 남자답게 웃으면서, 겁먹지 말고 뚜벅뚜벅 넘어가라
수아 : 멋진 분이시네. 오빠가 아버님 닮았구나...
정현 : 회장님이 아무리 높으셔도 태산보다야 하겠냐? 회장님 반대가 아무리 깊어도 저 바다보다야 깊겠어?
수아 : 아빠를 이기는 건 좋은데 무찌를 생각은 마
정현 : 그래 알어.
수아 : 울 아빠... 남들은 회장이네 재벌이네 하지만 내가 볼 땐, 노인네야. 울 아빠, 내가 가끔 염색해 드리거든?
보자기 씌워놓고 거울 앞에 앉아계실 때 보면 딱 할아버지야. 어떨 땐 드라마 보다가도 우셔
우리보다 힘이 없으신 노인네다 그렇게 생각해, 응?
정현 : (미소로) 그래, 알았어
수아 : 아빠두, 오빠하고 어머니 만나면서 뜨끈뜨끈한 아랫목에 누운 것처럼 노곤노곤해지는 기분 빨리 느껴보셨음 좋겠다아
정현 : 아버님도 업어드리까? 내려 인석아!! 암만 호통치고 화를 내셔도... 주무세요, 아버님, 제 등이 물침대예요!!......
(말하다 수아 보면)
수아 : (고마워서 눈물이 그렁해) ....우린... 오래오래 같이 살자
정현 : 그래, 오래 오래애.......
수아 : 울 엄마처럼 아빠 혼자 두고 앞서 가지 말구 오빠 아버님처럼 어머니 외롭게 하지 말고 둘이 함께.... 응? 오빠!
정현 : (수아를 꼬옥 안으면서) 그래... 그래애...
그렇게 바다를 쳐다보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F.O-)
S#81. 제일전자 공장라인
자막) A.M. 11시 25분
거대한 공장 라인의 전경. 분주하게 일하는 직원들.
제일전자 점퍼 입은 오회장. 임원진들을 이끌고 순시한다.
오회장 공장장의 설명 들으며 앞서가고
뒤따르던 서전무, 현태에게 다가간다.
서전무 : (사람 좋은 얼굴로 웃으며 현태에게) 휴일은 어떻게 보낼건가, 신이사
현태 : 바쁘겠는데요.
서전무 : 왜, 무슨 일루?
현태 : 누구 짓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제일전자 공금에 구멍이 생기기 시작했더군요. 자세히 좀 알아보려구요.
서전무 : 그래? 누구 짓인데?
현태 : 곧 알게 되겠죠. 액수가 점점 커지고 있는데 원숭이는 나무로 올라갈수록 흉한 엉덩이가 잘 보인다든데..
구멍이 커져가니 곧 밝혀지겠죠.
서전무 : ...
현태 : 더 추해지기 전에 나무에서 내려와야 할텐데...
오회장 : (E) 어이! 신본부장!
현태 : 네...
서전무 : ... (웃음 가시며 싸늘하게 굳는)
S#82. 교외길
자막) P.M. 02시 15분
달리는 오회장의 세단 차.
S#83. 오회장 차 안
달리는 차 안, 정기사 운전하고 있고
오회장, 안경 쓰고 서류 보다가 안경 벗고 차 시트에 기대며 눈 감는다.
정기사 : (회장 기색 살피고)
오회장 : (정기사에게) 자네도 딸만 있다고 했든가?
정기사 : (운전하며) 둘도 아이고 서이나 있습니다. 참 징글징글허죠~ (웃는)
그나저나 수아 아가씬 어쩌자고 무대뽀로 저러신데요. 심려가 참말로 크시겄습니다. 회장님.
(하는데 하품... 얼른 입 다무는데)
오회장 : (가뜩이나 심기 불편했던) 자네 아직도 노름같은 거 하나?
정기사 : (입 오므리고) 예? 아니 저...
오회장 : (화내는) 이사람, 도박 때문에 자네 선친 고향땅까지 다 날렸던 사람이 아직도 정신 못 차려?
자네 모친 화병으로 돌아가시게 한 것도 모자라는가. 죄스럽지도 않아?
정기사 : ...
오회장 : 그만큼 속 썩여드렸음 됐어. 눈 못 감고 돌아가신 거 생각해서라도 발끊어. 아님 손목을 끊던가 (머리 아프다. 눈감고)
...양수리 별장으로 가지
정기사 : ... (백미러 보며 싸늘히) 네, 회장님 (카폰 잡는)
S#84. 별장 앞
자막) P.M. 04시 06분
도착하는 오회장의 차
별장지기 뛰어와서 오회장을 맞는다.
별장지기 : 어서오십시요, 회장님!
오회장 : 머리 아파 그냥 쉬러 왔어요.
별장지기 : 곧 저녁식사 준비하겠습니다.
오회장 : ... (안으로 들어간다)
오회장 계단 오르면
얼른 앞서 문 여는 정기사
오회장 들어가면 고개 숙이고 있던 정기사 떨떠름한 표정
S#85. 별장 서재
오회장, 천천히 서성이다가 한쪽으로 시선을 던지면
거기 사별한 아내와 어린 수아의 행복한 시절의 모습이 담겨진 사진들.
오회장, 다가가 아내의 사진 하나를 들어 천천히 응시한다
S#86. 별장 앞
자막) P.M. 05시 12분
서전무의 차 와서 멎고.
내리는 서전무, 발걸음 옮기다 서서히 멈춰서고 안주머니에서 조그만 사진봉투 꺼내보는데
회장 : (E) 이런걸 어디서
S#87. 양수리 별장 거실 (N)
회장 : (E 계속) 입수했냔 말일세!!
서전무 : ...회장님!
회장 : 자네가 사람시켜 한 일인가? ...왜 말 못해.
어떤 공간에 내던져지는 현태의 상해의 모습이 찍혀진 사진(씬26, 28)들 손에 들고 서전무에게 화를 내고 있는 회장
서전무 : (당황) 말씀드리기 전까지 고민 많았습니다, 회장님. 하지만 회살 위해선 보고드리는 것이
회장 : (O.L) 우리 수아와 결혼만 하면 제일전자가 제 손에 떨어져! 그런 상황에 이런 허접한 짓을 했겠나?
서전무 : (전전긍긍) 저도 도무지 그게 이해가 안돼서....
회장 : (O.L) 리더는 그냥 되는 게 아니야! 의심하면 사람을 쓰지 안돼. 일단 썼으면 죽어도 의심을 하지 않는 게야!
서전무 : (허리 90도로 꺾으며) 죽을 죄를 졌습니다, 회장님
회장 : 그만 가보게.
서전무 아웃되면
말은 그렇게 했지만, 다시 사진을 들여다보는 회장
S#88. 별장 거실
자막) P.M. 05시 32분
서전무 나오면 서있던 정기사 인사하고
정기사 : 가십니까. 전무님.
서전무 : 그래 수고해요.
나가는데 벨소리.
정기사 얼른 다가가 전화기 든다.
정기사 : 네, 회장님.
S#89. 서재
오회장 : 신현태 이사 수배해, 이리 오라고 해! 당장!
S#90. 해외사업부 본부장실
자막) P.M. 05시 44분
현태 : (핸드폰 들고) 회장님이요? 알았습니다. 바로 출발하죠. (핸드폰 끄고 잠시 생각)
S#91. 별장 부근 길 (N)
달려오던 서진무 차 멈추다 Z.I되면 서전무 고개드는 눈빛
S#92. 해외사업본부
본부장실에서 나오는 현태 몇몇 직원들 "퇴근 하십니까, 이사님" 등등 인사하면
현태 : 수고들 해요.
직원1 : 즐거운 주말 되십쇼, 이사님
현태 : 그래요 수고!
인사받으며 나가는 현태, 그 시야로 정현 자리에 앉아 일하는 모습 눈에 들어온다.
그 모습 보며 다가오는 현태와 일하는 정현이 몇 번 컷백되다가, 현태 정현의 곁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 울리는 전화벨.
정현 : (핸드폰 열며) 여보세요.... 어 나야, 응 오늘 야근이라니까. 많이 늦을 거야.
S#93. 별장 앞 (N)
자막) P.M. 07시 10분
현태의 차 와서 멎고 차에서 내리는 현태
S#94. 해외사업본부 (N)
정현을 비롯한 직원들 서넛 야근중이다.
S#95. 회장 비서실 (N)
전화 받고 있는 유란
유란 : 여보세요. 네. ....네?
S#96. 해외사업본부 (N)
핸드폰 울린다.
자막) P.M. 08시 10분
정현 : (수아려니 했다가 뜨악한 변호에) 여보세요?
유란 : (F) 이정현씨?
정현 : 누구시죠?
유란 : (F) 여기 회장님 비서실인데요.
정현 : 아... 네...
유란 : (F) 회장님께서 찾으십니다.
정현 : (드디어 올 것이 왔다) !!
유란 : 지금 별장에 계신데요.
S#97. 회장실 (N)
대기업의 회장실답게 웅장하고 으리으리한 집무실
"(주) 제일전자 대표이사 회장 오병무"라는 명패가 보이는 책상 앞에 서서 수화기를 잡고 있는 유란
유란 : 지금 별장에 계신데요. 별장 약도, 이정현씨 메일로 쏴드릴께요. 지금 바로 출발하세요.
수화기 내려놓고, 무엄하게도 으리으리한 오회장의 의자에 턱 앉는 유란
그 얼굴에.... 스멀스멀 욕망이 꿈틀대면서
S#98. 국도 (N)
한적한 전원풍의 길을 달리는 택시
S#99. 양수리 별장 앞 (N)
자막) P.M. 09시 47분
이제 막 대문 앞에 멎은 택시에서 내리는 정현 무척 긴장된다.
심호흡하고 초인종을 누르려면 이미 열려 있는 대문, 뜨악한 얼굴로 들어가는 정현
S#100. 별장 현관 앞 (N)
정현 : 계십니까?... 회장님! 회장님 부르심 받고 왔습니다!
대답없다..... 뜨악해서 안으로 들어가는 정현
S#101. 거실 (N)
현관문 밀고 안으로 들어서는 정현
어둑어둑한 실내에, 화분이 깨지고, 의자가 뒹글고..... 심상찮다
본능적으로 긴장하는 정현, 순간, 저만치 바닥에 쓰러져 있는 한 남자가 보인다.
정현 : (달려가, 일으키며) 여보세요? 여보세요??
별장지기 : (피묻은 손으로 정현의 멱살을 와락 움켜쥐는)
정현 : (기겁해서 별장지기의 손을 제 손으로 거칠게 떼어내면)
이내 추욱 늘어져 버리는 별장지기
혼비백산, 헉헉대는 정현
오회장 : (E) 으으으으으으 (신음소리)
두렵다, 오싹하다, 문쪽으로 움직이려는데 회장의 신음소리.
멈칫 서서 돌아보면, 저 안 깊숙한 쪽 테이블 밑에 비죽이 나와있는 오회장의 하반신.
S#102. 별장, 서재 (N)
다급하게 서재로 들어오다 멈칫하는 정현
정현 : (달려들며) 회장님!! 회장님!!!
오회장 : (혼미하게 남은 정신으로 살려달라는 듯 간절히 정현을 쳐다보는)
정현 : 회장님! (들쳐업는)
S#103. 별장 거실 (N)
오회장 업고 나오는 정현, 힘들게 추스르고 몇 걸음인가 발을 떼는 순간 풀썩 현관 쪽에 불길이 인다.
순간 당황하는 정현, 다급하게 움직이려는데 발에 치이는 별장지기
정현 : (회장 업은 채) 이봐요! 이보세요! 정신차려요! 정신 차리라구요!
별장지기 잡아 흔들지만, 의식이 없다.
이내 포기하고 다시 일어나 둘러보는데, 그 시야에 창밖으로 어른거리는 남자의 실루엣 하나.
정현 : 이봐요! 거기 누구 없어요? 도와줘요! 도와주세요!
그 시야에 실루엣 사라지고,
정현 몸 추스려 오회장 들춰업고 몇 걸음인가 걷는데, 순간, 따악! 하고 정현의 머리를 강타하는 몽둥이.
풀썩 쓰러지는 정현. 연이어 몽둥이가 그의 머리에 다시 정확히 가격되는 순간 가물가물 의식을 잃는 정현.
이윽고 그를 향해 서서히 다가서는 사내의 하반신 하나.
그의 장갑 낀 손이 정현의 손을 들어 전화기 손잡이, 트로피, 기름통 손잡이에 지문을 찍고 사라진다.
이쪽저쪽 남은 기름 뿌리면 활활 옮겨붙는 거센 불길.
거실에 놓여진 가구, 양탄자, 커튼에 불길이 타오르고,
그 불길 한 가운데 쓰러져 있는 오회장과 정현.
화염에 휩싸여 가는 별장의 전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