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애니메이션 '위시'를 봤습니다. 위시는 소원을 뜻하는 wish를 말합니다. 사람들의 소원을 이뤄주겠다면서 사람들의 소원을 수집하고는 보관만 하고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지 않는 어느 마법사 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왕이 점점 흑화되어 악당이 되어 수집한 소원을 자신의 힘을 키우는데 사용하면서 소원을 파괴하려고 하고 있고, 이에 맞서서 사람들의 소원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려는 주인공과 그녀의 동료들의 활약을 묘사한 영화입니다.
악당 왕은 금지된 마법까지 익히면서 더욱 강력한 힘을 얻게됩니다. 이에 맞서는 선량한 주인공과 그 동료들의 모든 노력은 실패로 돌아가고 마지막에 모두 악당 왕에 꼼짝못하고 잡히게 됩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이른바 <데우스 엑스 마키나>도 나타나지 않았는데 그냥 해결이 됩니다. 악당을 제외한 모든 등장인물이 즐거워하는 해피엔딩이 되고 말았습니다.
악당이 거대한 힘을 얻는 과정은 어쨌거나 개연성이 있는 리얼인데, 주인공들이 최후의 승리를 거두는 과정은 안이하고 무성의한 판타지입니다. 디즈니는 자신들의 특기인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했지만 설득이 되지 않고 뭔가 찝찝합니다. 지옥은 현실이지만 천당은 환상이라는 것은 현실세계에서는 리얼한 결론입니다. 영화 '서울의 봄'에서 '전두광은 리얼'이고 '이태신은 판타지'라고 한 어떤 작가의 말에 맞는 말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이 디즈니 애니메이션 '위시'는 모든 해피엔딩은 판타지이니 현실에서는 너무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역설적으로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