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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두번째 이야기
지크프리드의
"모든 여인들의 위로" 이야기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에 그 기사가 살게 된 것은 단지 편했기 때문이지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기사는 재산이 많았으므로 가난한 시골에서 살아도 대도시에서만큼이나 풍요로운 삶을 즐길 수 있었다. 또한 그에게는 매우 아름답고 마음씨도 곱고 생각도 깊은 아내가 있었다.
하지만 그 여인은 자기 삶이 남편만큼 행복하지 않았다. 그녀는 화를 많이 내는 남편에게서 자주 신체적인 학대를 받아야 했다. 그 외에도 남편은 불쾌한 일들을 집안에서 자주 벌이곤 했는데, 전해 듣기로는 그 기사가 고약한 성격을 가지게 된 데에 아내는 아무런 책임도 없었다.
기사가 저지른 불의한 일을 듣고 아내가 말을 꺼내기만 해도 그는 불같이 화를 냈다. 그는 아내에게 아픔만 안겨줄 뿐이었으며, 공공연히 다른 여자들을 만나고 다니는 등 남편의 이러한 행동은 선하고 덕스러운 여인에게 특히 큰 상처가 되었다.
이 여인이 괴로워했던 이유는 자기의 신세때문만이 아니었다. 자기 남편이 결국에는 하느님의 진노를 사서 지옥에 떨어질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녀는 참으로 용감하고 사랑스러운 여인이었다. 남편이 악을 저지르면 아내는 그것을 함께 감내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기사의 아내는 밤낮으로 기도에 매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매일 시편을 읽었고, 하느님의 자비를 희망하며 남편의 죗값을 대신 치르려고 했다. 그녀는 남편이 주님의 계명을 지키며 살게 해달라고, 자기를 사랑으로 대하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 기도를 들어주셨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남편이 예전보다 더 심하게 자기를 대했기 때문이다. 화도 욕설도 손찌검도 더 늘었다. 게다가 이 여인은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사람들, 경건한 나그네들을 기꺼이 대접하여 숙식을 제공하곤 했는데, 남편은 아내가 더는 그러지 못하게 했다. 그래서 여인의 슬픔 은 커져만 갔다.
그녀는 좌절했지만 그래도 꾹 참고 견뎌냈다. 주님의 영을 남편에게 부어주시라 고, 온순하고 온유한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울면서 눈물로 기도하는 날이 많아졌다. 하지만 악에 심하게 짓눌려서 그것이 마치 그의 본성처럼 되어버린 그런 사람들은 거기서 절대로 빠져나오지 못한다.
기사는 낮에는 종일 집에 없었고 밤에 귀가하면 까닭 없이 아내에게 폭행을 가했다. 아내의 머리채를 잡고 이리저리 휘두르고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집에 왔다고 인사하는 방식이 이러했다. 아내에 대한 사랑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그리고 악은 전염되기 마련이어서, 결국에는 아내에게서도 미움과 증오가 싹트기 시작했다. 그녀 입장에서는 사랑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이렇게 고통과 근심과 눈물과 절망으로 수년의 시간이 흘렀고 더는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내는 이런 상황을 더는 견디고 싶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계속 참고 살 수는 없어 이렇게 중얼거렸다.
'이 고통은 끝이 없구나. 차라리 목을 매고 죽어버리자. 왜 이런 일을 겪으면서 계 속 살아야 하는가? 빨리 죽어버리는 편이 더 낫지 않겠는가? 내 결혼 생활을 돌려주시라고 성모님과 예수님께 그토록 애원하며 기도했건만 듣지를 않으시니, 내가 직접 그에게 복수해야겠다. 계속 살아서 이 생지옥의 끝을 볼 바에는 영혼이든 육신이든 차라리 진짜 지옥에 빠져버려야지!'
그녀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이것은 사악한 악마가 끈질기게 유혹한 결과였다. 악마는 많은 여인들을 끌어내렸고,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을 오류에 빠트리고 있다. 악마는 그 사람이 내린 결정이 그 자신에게 어떤 심각한 피해를 끼칠지 알지 못하거나 전혀 깊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노리기에 이 가련한 여인에게 속삭였다.
다음 날 기사가 여느 때처럼 외출하자 여인은 자기 뜻을 실행에 옮기기로 작정했다. 그녀는 하녀와 시종들에게 일감을 주어 전부 집 밖으로 내보내고 모든 문을 걸어 잠근 다음, 열쇠 꾸러미는 작은 연못에 던져 넣었다. 무기력한 그녀로서는 이것이 그녀가 남편에게 할 수 있는 복수의 전부였다.. 오늘 저녁 그는 문을 부수지 않고서는 집에 못 들어와. 실컷 부수어 보라지."
그런 다음 그녀는 흰 천을 찾아 머리에 두르고 성당 앞에 세워진 성모상으로 달려갔다.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목 놓아 울부짖고 성모님에게 원망스러운 마음을 다 쏟아 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왜 저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으십니까? 당신이 저를 돌보지 않으시니 저는 이제 죽으러 갑니다. 저의 주 하느님과 어머니이신 당신을 저는 평생토록 섬겨왔습니다. 어떻게 단 한 번도 저에게 도움을 주지 않으실 수 있습니까? 작은 위로의 말 한마디라도 건네주신 적이 있습니까?"
그녀는 죽기를 작정하고 집을 나왔다.
그런데 길을 나선 순간 그녀는 잿빛 겉옷을 두른 어떤 여인과 마주쳤다. 여인은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그녀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지나쳤다. 저 잿빛의 나그네가 실은 하느님께 인성을 입혀드린 하늘 여왕이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이 불행한 여인은 그 즉시 악을 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마 어리석은 생각을 했던 스스로를 부끄럽게 여기고 성모님의 인사에 허리 굽혀 절하며 즉시 화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그녀는 지금 자기에게 인사를 건넨 이가 누군지 몰라 간단히 무시하려고 했다.
"어디를 그렇게 황급히 가십니까? 말해 보세요." 성모님이 멀어져가는 여인의 등 뒤로 말을 건네자, 기사의 아내가 이렇게 대꾸했다. "알아서 뭐하게요? 내가 그걸 왜 당신에게 말해야 하죠?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해요. 나는 지금 미쳐버릴 것 같으니까." 가까운 곳에 커다란 나무들이 아름답게 드리운 울창한 정원이 있었다. 기사의 아내는 그쪽으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자기가 애타게 도움을 청하고 공경해왔던 성모님, 지금까지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자기를 지켜주셨던 하늘의 여왕을 정원 입구에서 또 마주쳤다. 성모님의 보호를 받고 성모님이 아끼시는 자는 특별히 더 큰 아픔과 슬픔을 겪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들은 찌는 듯한 무더운 여름날의 햇빛을 받는 눈처럼 녹아 없어질 것이다. 이번에도 성모님은 똑같이 물었다. “부인, 뭐가 그렇게 급해요? 무슨 일이에요?" 여인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보세요, 왜 이래요? 내가 하겠다는데 왜 못 말려서 안달이에요? 나 좀 내버려두라니까요?" 성모님과의 대화를 언짢게 느낀 기사의 아내는 나뭇가지를 가져다가 문이 열리지 않도록 안쪽에서 정원의 문을 막아버렸다.
그리고 슬픔에 잠겨 동산에 올라가자 큰 나 무들로 가려진 외진 장소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나무를 기어 올라가서 밧줄을 걸 수 있을 만큼 가지가 굵고 튼튼한지 확인했다.
그리고 나무에서 내려왔는데 정원 입구에서 만났던 여인이 바로 거기서 있는 게 아닌가!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분명 정원 문을 잠갔는데? 그녀는 매우 불쾌해서 화를 버럭 냈다.
"부인, 참 자상도 하셔라! 당신 대체 누구예요? 왜 자꾸 내 뒤를 졸졸 따라오는 거예요? 당신이 내 고통을 알기나 해요?" 기사의 아내는 자기 앞의 여자가 누군지 여전히 몰랐다. 자기의 목숨을 살려줄 분인데 말이다. 은총이 가득하신 어머니는 이렇게 대답했다. "알겠어요. 그럼 지금 무엇을 하려고 그렇게 서두르고 있는지만 말해줄래요?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분명 있을 거예요. 내가 부인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다면 참 기쁘겠어요." 그러자 여인은 짜증을 내며 쏘아붙였다.
"아니요. 말 안 할 거예요! 말해줘도 이해 하지 못할 거고, 난 지금 당신한테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겼어요. 신경 끄고 그만 갈 길 가세요! 더 험한 꼴 보기 싫으면!" 이와는 대조적으로 성모님은 평정을 유지하며 차분하고 온화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무슨 일인지만 얘기해줘요. 내가 당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고 당신은 내 조언이 필요할 거예요. 내가 부인의 명예를 꼭 되찾아주겠습니다. 내 말을 들으면 당신은 나에게 반드시 고마워할 겁니다."
"아, 부인, 나는 죽지 않는 한 벗어날 수 없는 고통에 짓눌려 있어요. 정말입니다! 그런데 당신이 누군데 나를 구해 주겠다는 거지요? 뭘 어떻게 해줄 건데요? 제발 나 좀 내버려두라고요! 그게 나를 도와주는 거예요! 날 어떻게 해보려고 여기 계속 있을 생각인 것 같은데, 자꾸 이러면 나도 당신한테 무슨 짓을 할지 장담 못해요! 왜 이렇게 나를 괴롭히는 거예요? 나는 당신이 누군지 정말 몰라요."
“내가 누군지 알고 싶다면, 그리고 그것 까지 당신을 불쾌하게 하지는 않는다면 기꺼이 말해주지요. 내가 누구인지 알면 당신도 분명 나를 좋아할 겁니다. - 그래. 얘야, 나는 마리아다. 하느님의 어머니가 지금 네 앞에 서 있다. 악마가 네 안에 몹쓸 생각을 주입하고 네 이성을 흐리게 한 줄을 모르느냐? 어떻게 너 스스로 목숨을 끊고 네 고귀한 영혼을 루치펠에게 제물로 갖다 바치려 하느냐? 제 발로 어둠의 왕국에 들어가 영원토록 유다 이스카리옷의 친구가 되려는 이유가 무엇이냐? 내 딸아, 돌아오너라. 그것만이 올바른 길이다.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싶은 그 마 음을 네 운명 앞에서 떠나보내라. 나는 네 고통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에 네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내가 잘 안다."
이 말을 듣자 기사의 아내는 깜짝 놀라 바닥에 엎드렸다. "하늘의 여왕이시여, 제 눈물을 보시고 제 슬픔을 들어 주십시오! 제 몹쓸 남편이 제 목에 멍에를 메어주었습니다! 그런데 이 멍에가 저는 너무 무겁고 힘이 듭니다! 당신이 도와주지 않으시면 절대로 벗지 못합니다!" 성모님은 이렇게 이르셨다.
"나는 네 슬픔을 잘 알고 있다. 이제 일어 나서 나를 따라라. 네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일러주겠다. 그러나 내가 일러주는 것이 선이라는 사실을 너 또한 알아야 할 것 이다."
기사의 아내는 이 말씀을 듣고 기분이 나아져서 기운을 내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가 연못에 빠트렸던 열쇠 꾸러미가 여기 있으니 다시 가져가거라. 나는 너를 기억했고 너를 위해 여기 가져왔다. 집에 가자마자 안방으로 들어가서, 네 침실 벽에 걸려있는 분에게 네 고통을 말씀드려라. 여인아, 그분이 너에게 가르침을 줄 것이니 항상 가슴에 새기고 다시는 못된 생각을 품지 마라 "
성모님의 말씀과 함께 열쇠 꾸러미가 여인의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기뻐하며 이렇게 외쳤다.
"참으로 당신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이 세상에 낳아주신 분입니다! 마리아, 당신은 이 세상에 구원을 가져다준 동정녀입니다. 어머니 덕분에 제가 위험에서 벗어났습니다. 당신이 함께 계시니 아무것도 저를 해치지 못할 것입니다. 두 눈으로 당신을 보고 당신과 대화를 나누었으니 저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성모님은 시야에서 사라졌다. 기사의 아내는 몸과 마음에 위로를 한가득 받았으며, 슬픔은 모두 씻은 듯 가셨다. 그녀는 성모님이 일러준 대로 집에 돌아오자 마자 안방으로 가 보았다. 그러자 오른쪽 벽에 예전에는 없던 수난당하시는 그리스도를 그린 그림 한 점이 걸려 있었다. 예수님의 모습은 하느님의 말씀을 분명히 보여 주고 있었다. 그리스도를 받아들이고 그리스도를 기꺼이 따르는 이는 하느님의 지혜를 나누어 받고, 어리석은 행동으로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짓지 않게 될 것이다.
그리스도의 상처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 여인에게도 예수님의 아픔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소서. 제 잘못을 바로잡아 주시고 당신의 성심으로 구원될 수 있게 해주소서. 제가 큰 불행에 휩싸여 사는 것을 주님은 잘 알고 계십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십자가에 못 박혀 수난당하시고 돌아가셨으니 주님께 도움을 청합니다. 주님께서 구해주시지 않으면 여기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그러자 그림 속의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 씀하셨다.
“여인아. 나를 보아라. 나의 수난은 너를 위한 것이다. 내 상처들을 보아라. 나는 이 끔찍한 고문을 모든 믿는 이들과 너를 위해 받아들였다. 이 아픔은 전혀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왜냐하면 이 고난을 받는 것이 내게는 기쁨이었기 때문이다. 너는 어떠냐? 너는 나를 위해 이 작은 십자가 하나 조차 질 수 없다는 말이냐? 네가 나를 기억해서 모욕을 감내하고 매를 맞는다면, 나는 너를 축복할 것이다. 너의 그 작은 고난을 나를 위해 바쳐라. 나는 너를 위해 이보다 극심한 고난을 받았으니 말이다." 여인이 대답했다.
“주님. 제게 지워진 짐을 기꺼이 지고 가 겠습니다. 아버지, 저의 주님, 저는 당신이 이 세상을 구원하신 참된 주님이심을 믿습니다. 앞으로는 원망하는 일도 불평하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제 고난으로 주님을 뵐 수 있는 행복을 얻게 된다면 모든 것을 묵묵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주님은 저의 위로이십니다. 제 남편에게서 받는 고통에도 불평하지 않고 세상 누구에게서 오는 것이든 주님을 생각하며 기쁘게 받아들입니다." 대화가 끝나자 벽에 걸린 그림이 돌연 눈 앞에서 사라지고 여인 혼자 그곳에 남게 되 었다. 이렇게 해서 그녀는 주님을 이해하고 하느님 아버지에게서 도움을 받았으며, 자기를 그리스도께 데리고 온 사람이 동정 마리아였기에 성모님께도 감사를 드렸다.
저녁이 되자 남편이 집에 돌아왔다. 그녀는 예쁜 옷을 차려입고 기쁜 마음으로 남편을 맞이했다. "다녀오셨어요?" 기사는 당연히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내가 자기를 이렇게 맞아준 적은 없었으 며, 집에 들어오면 아내는 항상 울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기를 따뜻하게 맞아준 것이 달갑지 않았던 그는, 그 즉시 아내의 따귀를 때렸다. “누굴 맞으려고 이렇게 차려 입었어?"
그러나 그녀는 조금도 마음이 상하지 않 았다. "당신이 나를 이렇게 함부로 대했으니 주님께서 축복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이제는 당신이 나를 어떻게 하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을 거예요."
그녀는 하인처럼 남편을 졸졸 따라다니며 그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살폈다. 빵을 꺼내오고 손 씻을 물을 대야에 떠다가 직접 갖다주었다. 그녀는 얼굴에 미소를 잃지 않았고 기쁨에 차 있었다.
기사는 아내가 술에 취했다고 생각하여 화가 나서 따귀를 또 때렸다. 그러나 그녀는 잠자코 있었고 하인들이 자기를 부축하려는 것도 제지했다. 그녀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남편 옆에 가만히 서서 필요한 것은 없는지, 갖다줄 것은 없는지 조용히 물었다. 기사는 돌변한 아내의 모습이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사랑을 보여 주었으며, 남편을 비난하는 마음이 이제는 없었다. 잘 시간이 되어 침대에 누웠을 때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당신과 나 사이에 기분 좋을 일이 하나도 없는데 무슨 일이지? 뭐가 그렇게 즐거운 거야? 좋은 소식 있으면 어디 말해봐. 나도 그게 뭔지는 알아야 하니까."
여인은 활짝 웃으며 이렇게 대꾸했다. "당신이 매일 나에게 기쁨을 주잖아요. 나를 집어 던지고 머리채를 잡아 뜯고 뺨을 때리고 욕을 퍼붓고.... 당신이 나를 좋게 대해주니 나도 기쁜 겁니다. 그게 뭐 이상한가요?"
그러자 기사가 화를 버럭 냈다.
“나를 잘도 조롱하는군! 뭐가 어쩌고 어째? 한 번 더 그런 식으로 말하기만 해봐. 그때는 입에서 살려달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때려줄 테니. 하느님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맹세하고 당장 말해,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씀드릴게요. 그러니 화를 거두고 진정 좀 하세요." "화 안 낼 테니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똑바로 말해! 하지만 거 짓말하면 큰코 다칠 줄 알아!"
여인은 그날 있었던 일을 자세히 전했다. "나는 사실 오늘 목매달고 죽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죽기 직전에 성모님이 찾아와 나를 살려주셨답니다. 성모님은 죽고 싶은 마음과 슬픔을 이겨내도록 내게 힘을 주셨어요. 나는 그날 집 안의 모든 문을 걸어 잠그고 아무도 찾지 못하게 열쇠를 연못에 던져 넣었어요. 나는 그렇게 해서 오늘 저녁 당신에게 해코지할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성모님이 그 열쇠 꾸러미를 다시 찾아 주었어요. 성모님은 집에 들어가면 우리 침실에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그린 그림이 걸려 있을 거라고 했어요. 그리고 그 앞에서 내 처지를 말씀드리고 주님께 도움을 청하라고 했어요. 그것은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의 모든 상처에서 피가 강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그림이었어요. 그런데 그림 속의 예수님께서 내게 이렇게 이르셨어요. 나의 고난, 나의 불행을 두고 더 이상 당신에게 불평하거나 원망하지 말라고요. 그 순간 나는 하느님의 크신 자비를 깨달았고, 그래서 당신이 내게 주는 고통을 나도 주님처럼 기쁜 마음으로 받기로 했어요. 예수님은 당 신이 나를 위해 겪으신 상처들을 내게 직접 보여주셨어요. 당신이 나를 어떻게 모욕적으로 대하고 어떻게 학대하든 나는 이제 우리 주 그리스도를 생각하며 묵묵히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주님 말씀 덕분에 나는 이 땅에서의 우리의 삶이 얼마나 짧은지, 그러나 죽음 후에 얻을 행복은 얼마나 영원한지를 새롭게 깨달았어요. 주님께서 약속하셨으니 이제부터는 내가 당신에게서 받는 고통과 아픔이 내 기쁨의 원천이 됩니다. 그러니 나를 언제나처럼,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 마음은 당신을 향해 열려 있으니까요."
이 말을 듣자 기사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게 사실이오? 오늘 일었던 일이 이거요?"
"그래요. 하지만 항상 그래왔듯 당신은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그때 남자는 크게 충격을 받고 회개하게 되었다. 그는 자기가 아내에게 못된 짓을 했다는 것을 깨닫고 모든 잘못을 뉘우쳤다. 그리고 아내에게 감사했으며, 남편의 변화한 모습은 아내에게도 기쁨이 되었다.
이렇게 해서 둘 사이의 불행은 끝이 났다. 그들은 각자 주님과 화해하고 주님께 돌아왔다. 그날 이후로 이 부부는 서로의 사랑과 신뢰를 쌓았으며, 기사는 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았다. 그 후로 그가 아내에게 화를 내거나 언성을 높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그들은 무엇이든 함께했으며, 함께 무릎 꿇고 기도드렸으며 가난한 이들을 많이 도왔다. 하느님의 은총으로 그들은 지옥에 떨어질 위험에서 빠져나왔고, 다시는 세상적인 걱정에 사로잡히지 않게 되었다. 여인과 그의 남편의 영혼은 분명 구원을 얻었을 것이다.
하느님의 거룩한 계명을 지키는 모든 남자들, 모든 여자들은 이와 같이 영원한 행복을 얻을 것이다. 주님은 이 땅에서는 누리지 못하는 넘치는 기쁨을 하늘에 마련해 두셨고, 당신 뜻에 따라 수고한 이들에게는 반드시 약속을 지키신다. 이게 바로 복음이 아니겠는가!
"주님, 이 땅에서 온갖 불행을 겪고 고통에 짓눌려 신음하는 모든 이들을 슬픔에서 구하시고, 영원한 불구덩이에 떨어지지 않도록 그들을 지켜주소서."
이것은 이 이야기를 전한, "시골 사람"이라고도 불리는 지크 프리드가 자주 드렸던 기도이다. 이 이야기는 “모든 여인들의 위로”라는 제목의 시로 전해져 내려온다.
여인들이여, 주 하느님을 신뢰하며 주님 께 의탁하십시오. 그러면 영원한 불에 빠지지 않을 것입니다. 하늘의 임금님이시며 자비롭고 위대하신 주님, 주님께서 들어 높이신 어머니를 생각하시고 저희가 하늘 나라에 들 수 있도록 은총을 내려주소서.
박규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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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멘! 감사합니다.
복되신 동정 마리아 어머니의 특별한 축복을 건네어 드립니다
@코스모스 코스모스님의 올리신 글들로 늘 은총과 위로를 받고있습니다. 너무나 감사드리며, 저도 ,코스모스님에게 복되신 어머니의 특별한 축복을 건네어드립니다.
@올빼미 감사합니다. 주님께서 도움과 보호와 평화를 주시기를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