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지 마
마트에서 장을 보면서 장난처럼 자잘한 것을 이것저것 카트에 넣었다. 천원 이천원이라고 만만하게 본 것이다. 어머님 드실 사골 곰탕 육개장을 두 박스 사고 육류 조금 샀는데 이번에도 10만 원이 훨씬 넘었다. 눈에 보이는 금액은 이해가 되는데 나머지가 이상했다. 영수증을 확인하는데 내심 찔리는 구석이 있었다. 필요한 것이 아닌데 싼값에 이것저것 주워 담았더니 생각보다 많이 나왔다. 남편 눈치를 보면서 집으로 오는데 괜히 미안했다. 코로나 시대에 올라간 것은 식품비다. 식구들이 모두 집에서 먹으니 장난이 아니다. 물가도 오르고 집에서 공부하는 애들에게 신경을 써서 식단을 준비하다 보니 일주일 식비가 엄청나다.
다음에는 장난처럼 쇼핑하지 말자고 나와 약속을 했다. 슬그머니 스멀스멀 올라오는 깍쟁이 마음이 나에게 속삭인다. ‘코로나로 외식도 안 하고 옷도 사지 않고 친구도 만나지 않아서 품위 유지비도 안 드는데 마트에서 일 이천 원짜리를 바구니에 조금 담았다고 너무 쫄지 마라.’ “그래. 네 말도 맞다. 백화점에서 명품 가방 산 것도 아니고 예쁜 옷을 산 것도 아니고 생활에 필요한 것인데 너무 기죽지 마라.” 코로나 시대에 나 너무 철드는 것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