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게 물이지만 지구상에 마실 수 있는 물은 전체 물의 0.009%밖에 안 된다. 그 중에 맛이 좋은 물은 아주 적다.
물맛에 대한 기록은 삼국사기 김유신 조에 처음 보인다. 기록에 보면 싸움터에 나가던 길에 자기 집앞을 지나는데 집에는 들어가지 않고 병사를 시켜 집에서 ‘장수’를 가져오게 하여 맛을 보았다고 한다. ‘장수’는 그 무렵 마시던 일종의 청량 음료. 김유신은 이 물맛이 전과 다름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마음 놓고 싸움터로 향했다고 한다.
거부로 알려졌던 마이클 잭슨이 알고 보니 반지를 잡히고 은행 돈을 빌려 쓰는 처지라는 보도가 나왔지만 그 잭슨이 공수해다 음료수와 풀장 물로 썼다는 물이 프랑스산 에비앙수다. 18세기 이후 알려지기 시작한 에비앙수는 프랑스 동부 관광 휴양지 에비앙레뱅에서 나온다.
그중에 가장 유명한 것이 카샤 광천의 물. 이 물에는 탄산가스가 들어 있지 않아 마개를 빼도 사이다처럼 거품이 일지 않으며, 류마치나 심장병 등 의료용으로 쓰이는 비시수(水)와는 달리 음료수로만 이용되고 있다.
정수기의 실연 판매를 할 때 업자들이 맞추는 물의 온도는 3~5도다. 시음할 때 이 온도가가장 맛있게 느껴지기 때문. 물맛이 좋으려면 물속에 미네랄과 유리탄산 산소가 알맞게 녹아 있어야 한다. 물에서 맛을 내는 성분은 칼슘 칼륨 규산 등 세 가지. 물론 물에서 냄새가 나지 않아야 한다. 석회석이나 점토층에서 나오는 물이 맛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옛 사람들은 물맛이 좋은 우물을 감천(甘泉)이라 하고 골짜기에서 솟는 계천(溪泉), 광물 성분이 있는 광천(鑛泉), 산골짜기의 간천(澗泉), 물이 찬 냉천(冷泉), 바위틈에서 솟는 암천(巖泉), 숲속에 있는 임천(林泉), 물이 맑은 옥천(玉泉), 약이 되는 약천(藥泉), 병을 고치는 영천(靈泉) 등으로 나눴다. 중국에는 태평할 때 단물이 솟는다는 예천(醴泉)도 있다.
미국에 물맛을 감별하는 신종 전문직이 등장했다고 한다. 맛에 민감했던 우리는 이미 여선초 이행(李行)과 같은 품천(品泉:물맛을 평가) 전문가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