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강원도 동해안이 있는 속초로 해맞이 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용중님 초등 동창부부와 함께 길을 떠났습니다.
우리는 영동고속도로 원주 방향으로 가다가 중앙고속도로로 길을 바꾸었습니다.
홍천으로 인제, 원통을 지나 용대리 골짜기에서 새로 뚫린 미시령 터널길로 닿는 속초시로 가던 길이었습니다.
네 사람은 점심 때가 약간 지나서 황태를 말리는 덕장으로 유명한 용대리 '황태이야기' 음식점에 앉았습니다.
바깥에는 눈가루가 아래쪽에서 위로 세차게 날려옵니다.
산골짜기로 치불어 오는 차가운 바람에 이곳 용대리 명태는 얼었다 녹았다 맛있는 황태로 변한다고 합니다.
맞은편 벽에는 황태이야기가 써 있습니다.
황태이야기
바다에 살고 있는 명태
명태의 새끼는 노가리
갓 잡아 올리면 생태
잡은 명태를 얼리면 동태
낚시로 잡으면 낚시태
그물로 잡으면 망태
동지달에 잡으면 동지태
바닷가에서 말리면 북어
바람에 말리면 바람태
산간지방에서 얼었다 녹았다 반복하면 황태
껍질이 노랗게 마르면 노랑태
말리다 겨울비를 맞아 껍질이 검게 변하면 흑태
겨울비를 맞아 껍질과 속이 변하면 골태
황태 건조장 덕목에서 떨어지면 낙태
덕목에서 떨어져 부러지고 깨지면 파태
명태를 할복하지 않고 통째로 말리면 통태
황태 중 제일 작은 것 엥치
황태 중 두번째로 작은 것 소치
황태 중 세번째로 작은 것 중태
황태 중 황태 구실하는 놈 대태
황태 중 제대로 된 놈 특태
그중에서도 가장 맛있는 황태는 용대리 황태
우리는 황태의 여러 메뉴 중에서 국물이 있는 황태전골을 주문하였습니다.
고춧가루가 거의 보이지 않는 허연 황태전골의 국물을 먹어보니 얼마나 담백한지
모두들 맛있다고 입맛을 다십니다. 버섯과 야채 속에 숨어있는 황태를 건져 먹었더니
쫄깃하고 구수하기가 이를데 없습니다.
저는 명태를 살짝 말려 얼린 코다리와 생태, 동태, 노가리, 통북어를 먹어 보았지만
강원도 용대리 산지의 덕장 황태는 처음이었습니다. 이렇게 맛있는 황태음식을 먹어 본 적이 없습니다.
취나물은 또 얼마나 향이 깊은지 우리는 세 접시나 추가를 시켰습니다.
기축년 해맞이 여행이 즐거워졌습니다. 전골냄비는 국물이 거의 바닥이 날 정도로 비워졌습니다.
같이 간 주세연 님과 저는 황태포와 북어대가리 모은 것을 샀습니다.
육수를 만들 때 국물멸치,북어대가리와 다시마를 넣으면 일미의 국물이 만들어집니다.
식당을 나와 차를 타려니 세찬 바람이 소리를 내며 귓가를 스쳐갑니다.
용대리 덕장의 명태가 찬바람을 견뎌내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