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스 애니웨이’는 내 인생에 있어서 감독이 되기 전, 먼저 남자가 되어야만 했던 시절에 대한 경외감의 표현이다.” 영화를 연출한 자비에 돌란 감독의 말이다.
‘나는 엄마를 죽였다(2009)’, ‘하트비트(2010)’ 단 두 작품으로 세계의 평단과 관객을 사로잡은 자비에 돌란의 세 번째 작품인 ‘로렌스 애니웨이’는 세계적인 거장 구스 반 산트가 제작에 참여해 영화 제작 초기부터 관심을 끌었던 영화다.
감독은 ‘나는 엄마를 죽였다’의 촬영 중에 같이 작업하던 한 스텝으로부터 여자가 되고 싶어 한 애인의 얘기를 듣고, 듣는 순간 이미 영화의 시작과 끝이 그려졌다고 한다.
영화는 1980~90년대 자유분방한 캐나다 몬트리올을 배경으로 한다. 2000년대를 눈앞에 두고 작가로 성공한 여장 남자 ‘로렌스’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지독한 사랑 이야기를 긴 호흡으로 풀어 놓는다.
“사랑은 정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상의 수많은 사람들이 수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하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고 말한 감독은 ‘로렌스’를 통해 관객들에게 사랑에 대해 묻는다.
‘로렌스 애니웨이’는 영화의 시대적 배경인 90년대 몬트리올의 풍광을 재현하기 위해 의상, 음악, 메이크업부터 엑스트라, 가구, 자동차 번호판까지 직접 자비에 돌란이 스타일링에 참여하여 작은 부분에도 섬세하게 신경을 썼다고 한다.
특히 감독은 색감으로 ‘로렌스’와 ‘프레디’의 심리상태를 묘사했다. 주인공의 의상과 스타일은 퍼플과 블루, 레드 칼라의 화려한 색상으로 그들의 자유 분망한 가치관을 보여주는데, 특히 감독은 시종일관 로렌스와 프레디의 앞모습과 뒷모습을 클로즈업으로 잡으면서 그들의 흔들리는 정체성을 엿보게 한다.
인물의 클로즈업과 상반되게 주변의 배경은 최대한 멀리서 바라보며 촬영 됐는데, 화면을 통해 인물과 사물의 묘한 충돌이 스스로 생명력을 발휘한다. 마치 정물화 같은 평면적인 화면은 입체적이고 능동적인 이미지들로 주인공들의 소통과 불통을 교차 시킨다. 고네, 마티스, 샤갈, 피카소가 이미지로 피어나는 영상은 화집을 보는 듯 몽환적이고 환상적이다.
음악 또한 압권이다. “나에게 음악은 영화의 영혼이다.”라고 말한 자비에 돌란 감독은 극중 인물의 내면의 심리 변화를 음악으로 대변한다. 셀린 디온과 듀란듀란 등 90년대 유행하던 팝과 테크노 음악뿐만 아니라 바로크시대에서 고전시대 음악까지 클래식 음악을 적재적소에 사용하여 관객의 심연을 흔들어 놓는다.
‘로렌스 애니웨이’는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의 여우주연상과 퀴어영화상을 비롯해 토론토영화제 최고 캐나다 영화상, 세자르 영화제 외국어영화상 노미네이트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를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연출은 물론 각본, 연기, 편집, 의상, 음악 등 1인 6역을 한 자비에 돌란 감독은 파티 장면에 엑스트라로 깜짝 등장해 관객들에게 자신이 배우라는 걸 상기 시킨다. 19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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