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플라이스' 홍보 방한 빈센조 나탈리 감독
영화 '큐브(1997)'에서 독특한 상상력을 선보여 깊은 인상을 남겼던 빈센조 나탈리(41) 감독이 새 영화 '스플라이스(7월 1일 개봉)' 홍보차 내한했다. 지난 22일 서울 신문로 한 카페에서 만난 이 캐나다 출신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 대해 시종 소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큐브'의 일본 개봉 때 현지 배급사 직원이었던 여성과 결혼한 그는 일본어가 큼지막하게 쓰인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스플라이스'는 괴상하면서도 비용이 많이 든 영화죠. 특수효과를 많이 썼으니까요. 이런 영화는 투자받기가 쉽지 않아서, 거의 10년에 걸쳐 완성했습니다." 이 영화 제작비는 할리우드 영화치곤 저예산인 2500만달러(약 290억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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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LA에 살고 있어 한국문화를 많이 접한다는 빈센조 나탈리 감독은“그 문화의 고향에 오게 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스플라이스'는 동물 유전자에 인간 유전자가 결합돼 탄생한 생명체와 이를 개발한 과학자 사이에 벌어지는 이야기다. 흉측한 모습으로 태어나 점점 인간과 비슷한 형체로 성장하는 생명체 '드렌' 역할은 프랑스 모델 델핀 샤네크가 연기했다. "델핀은 평범한 오디션으로 뽑았어요. 그녀가 오디션에 첫 번째로 들어왔는데, 보자마자 내 머릿속의 '드렌'이 밖으로 나온 듯한 느낌을 받았죠."
영화에는 인간 유전자를 받아 탄생한 생명체와 인간의 섹스 장면이 담겨 있다. 논란을 일으킬 만한 대목이다. 그는 "제가 원래 이상한 변태거든요"라고 농담하더니, "인간과 동물의 잡종 생명체는 어떤 문화권의 신화에도 등장합니다. 그런 존재와 인간과의 사랑 이야기도 빠지지 않죠. 그런 신화를 세련되게 다뤄보려고 했습니다."
영화 속 유전자 연구소의 이름은 'NERD(멍청이)'이며, 생명체 이름은 이를 거꾸로 부른 '드렌(Dren)'이다. 그는 "유전자 조작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반영된 것이냐"는 물음에 "애증이 동시에 있는 명명"이라며 "그런 연구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과 놀리는 마음을 함께 담았다"고 말했다.
"매우 흥미로운 일이 굉장히 많이 벌어지고 있는 우리 시대에서 영화적 영감을 얻는다"는 나탈리 감독은 한국영화 중 '박쥐'와 '괴물'을 "존경하는 작품"이라며 "이미 존재하는 장르를 비틀어 고유의 장르를 만든 영화들이며 나의 작품과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보가 얼마나 빠르게 전달되는지 놀라지 않는 날이 없다"는 그는 현재 미국 SF작가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Neuromancer)'의 영화화 작업에 착수했다. 그는 "인간과 컴퓨터의 관계에 대한 영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