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예찬 / 정종명]
가을 속으로 걷노라면 내 가슴 작은
곳간에 알곡들로 가득 쌓여 입가에
들국화 같은 미소 피어오른다
헐벗은 시절 인연 만나
작은 배 채우지 못한 아픈 기억
판각처럼 지울 수 없는 시련
아련한 추억 쟁여 둔 갈 빛 사내
이제 더 이상 아파할 이유도
슬퍼할 책임도 없는 가난의 굴레
벗어던진 의지의 해방감에
쪽빛 하늘 높이 나래를 펼친 행복
유유자적 그물에 걸림 없는 바람처럼
발길 닿는 대로 여행을 떠나는 승리의 기쁨에 무겁던 어깨의 짐 내려 둔 자유
값진 내 삶이 가을을 지나며 한 편의
드라마틱한 詩 한 꼭지를 흥얼대는 흥분된 가을.
l해설l
요즘 날씨가 변덕스럽습니다. 낮에는 더웠다가 아침이나 저녁은 쌀쌀한 날씨로 인해 옷 입기도 어정쩡한 시절인데, 찬바람이 불면 우리 몸은 기온을 유지하기 위해 따뜻한 음식을 원하고 마음은 무엇을 먹을지 추억의 맛이나 냄새를 따라 기억을 더듬으며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값도 싸고 맛도 좋은 엄마가 끓여주시던 김이 솔솔 나는 칼국수나 수제비가 생각납니다. 저는 오랫동안 칼국수, 수제비, 국수 등의 면 종류는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맛이 없어서가 아니고 어릴 적 가난 때문에 하루 한 끼는 그런 면 종류를 먹어서 그런 음식이 보기도 싫었기 때문인데, 이제 나이가 들어가니 조금 성숙해졌는지 입맛이 변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런 음식들이 생각나면 사 먹기도 합니다. 저와 정종명 선생님뿐만 아니라 7080세대는 그런 가난의 아픔들을 흉터처럼 가지고 살고 있을 것입니다.
가난은 몹시 힘들고 어렵다는 뜻의 한자어 간난艱難에서 나온 단어로 ‘생활이 넉넉하지 못함’을 뜻하지만, ‘넉넉지 못함’이라 함은 생존에 필요한 식료품, 위생과 보건, 의식주의 충족, 최소한의 교육 등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권리를 가지지 못하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적인 가난보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더 가난한 사람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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