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홍콩 등 해외 바이어 역대 최대 규모
日 재고상품 큰 인기...거래금액 1천억원 육박
제26회 도쿄국제보석전(IJT)이 중국을 비롯해 해외 각국 바이어들이 대거 참석함에 따라 성황리에 열렸다.
리드엑시비션재팬과 (사)일본주얼리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전시회는 세계 30개국 1,130개사가 부스참가를 했으며, 중국, 홍콩, 한국 등에서 지난해보다 600명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인 2,000여명의 해외 프리미엄 바이어들이 방문했다. 관람객수는 3만 여명으로 주최 측은 추산했다.
지난 1월 21일부터 24일까지 나흘간 도쿄에 위치한 빅사이트 전시장에서 개최된 이번 전시회는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 몸집을 불리고 있는 중국의 위상을 느낄 수 있는 현장이었다. 중국의 ‘왕서방’은 물론 지난해부터 등장한 ‘따마’들이 대거 전시장을 방문해 통 큰 씀씀이를 과시했다.
‘따마(dama·大母)’란 중산층 이상 중국 주부를 뜻하는 말로 중국 40~60대 중년 부인들의 구매력을 표현할 때 주로 쓰이는 신조어로 중국어임에도 국제적으로 빈번하게 사용되는 상황을 반영해 지난해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정식으로 등재됐다. 특히 금을 비롯한 귀금속을 사랑하는 이들은 국제 금값을 좌지우지 할 정도로 큰 영향력을 나타나며 지난해 초부터 중국 경제를 이끌 신흥세력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엔화가 7년 만에 가장 낮진 것과 맞물리면서 이들을 포함한 중국바이어들이 대거 참석했으며, 전시장 내에서 구매력을 자랑했다.
주최 측 관계자는 “이번 전시회를 방문한 중국바이어들은 전년대비 100명 정도 증가했으며, 매년 그러하지만 올해는 특히 중국 바이어들의 위력을 절감할 수 있었다” 며 “이들은 평균 5,000천만 원 정도의 귀금속을 구입했으며, 많게는 7억을 지불하는 바이어들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전시에 참가한 일본 업체들은 일본의 80~90년대 소위 ‘버블경제’라고 불리는 시기에 생산된 제품들을 저렴한 가격으로 선보이는 등 다양한 특가판매 전략으로 해외 바이어들과 참관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오사카에 기반을 두고 있는 이들 업체들의 경우 전시회 이틀이 채 지나지도 않아 진열대 절반이상의 제품들이 팔려 ‘SOLD’스티커가 즐비했다.
지난 1월 23일 일본 아사히 방송은 전시 기간 중 버블경제 시기에 유통된 상품들의 거래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으며, 거래 금액은 120억엔(원화 1,110억)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년간 일본전시회를 방문하고 있는 한국주얼리평가협회 임은순 회장은 “일본 업체의 경우 재고뿐만이 아니라 주력 상품의 경우도 일부 특가로 판매하고 있다” 며 “부스를 방문한 바이어들은 이런 제품들을 귀신처럼 골라가며 추가 주문을 받는 등 또 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대표 주력 상품인 진주의 경우 지난해와 비교해 다소 가격이 올랐다. 아코야 진주의 경우 일본 진주 양식장내에서 생산량이 감소했으며, 지난해부터 담수진주 가격이 올라가면서 아코야 진주와의 가격 차이가 줄어들자 중국 바이어들이 아코야로 관심이 몰린 것이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됐다. 국내 진주업체 관계자는 “현지 가격이 상승하긴 했지만 엔화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이를 구매하는 해외바이어들에게 체감 상 느끼는 차이는 없었다”고 전했다. 큰 사이즈와 등급이 좋은 다이아몬드는 다소 가격이 하락했지만, 중저가의 스톤들의 경우 강세를 보였다.
유색보석은 지난해 9월 홍콩쇼를 기점으로 폭등세가 한풀 꺾였지만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 뿐 만 아니라 차보라이트, 탄자나이트, 파라이바 투어멀린 등 전반적으로 고가 보석들의 가격이 전년 전시회와 비교해 많게는 200% 까지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산호의 경우 상당한 프리미엄이 붙어 중국바이어들에게 거래됐다. 지난해 일본정부가 레드 코럴이 산출되는 오키나와 섬에서 무단으로 이를 채취해가는 중국 산호 밀렵꾼들의 단속에 나서며 물량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IJT2015가 열린 일본 도쿄 빅사이트 전경.
부대행사로 열린 주얼리베스트드레서 수상자들.
한국 230여명 참관, 2개 업체 부스참가
IJT2015를 단체 참관한 한국주얼리평가협회 회원들.
IJT2015를 초청 방문한 코젬 회원들.
IJT2015를 참관한 산연회 회원들.
주최 측의 초청으로 참가한 한국의 프리미어 바이어는 한국주얼리평가협회, (사)한국주얼리산학연구협회, 한국보석마케팅최고매니저협회 회원 등 230여명으로 확인됐다. 오프닝 세레모니가 진행된 1월 22일에는 홍성호 플래티넘 하우스 대표, 밀라노 젬 성인규 대표, 칼라 김광렬 대표가 특별 초청되어 50여명의 VVIP들과 함께 테이프커팅식에 참가했다.
한국은 대구주얼리RIS사업단(단장 김종식)과 해인방(대표이사 정해인)이 부스 참가해 14, 18K와 실버 주얼리를 선보였다. 한국 업체들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자 참가했으나 판매실적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전시회에 이어 두 번째 일본 전시회에 참가한 대구RIS사업단의 우형주 사무국장은 “일본 주얼리 시장 조사와 더불어 해외 바이어들을 통해 판매 루트를 확보하고자 했다” 며 “큰 성과를 얻지 못했지만 지속적인 디자인 개발을 통해 해외 시장 개척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소감을 전했다.
한국 업체를 방문한 일본 소매상은 “주로 업체 간 대량 주문을 받는 형태로 거래가 되는 홍콩쇼와 비교해 일본의 경우 소매 판매의 성격이 더 짙은 큰 전시회이다” 며 “이런 차이점을 잘 파악해 특가 전략 등 직접 일본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세워한다”고 지적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사람. 중국 완웨(Wanyue) 주얼리 대표 정명섭.
“中 유색보석 시장 블루오션... 한국기업과 협력 기대”
지난 1월 23일 한국보석협회 관계자들이 방문한 소식을 들은 중국 주얼리 업체 대표가 주최 측 관계자를 통해 박준서 협회 회장에게 만나고 싶다는 연락을 전해왔다. 그의 이름은 정명섭(鄭明涉,사진). 함께한 자리에서 그는 현재 중국 상해에서 유색보석제품을 취급하며 3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대만주얼리협회 중국대표로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우중공업에서 10년가량 근무한 경험이 있어 그는 중국인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어가 유창했다.
그가 한국보석협회를 만나고 싶은 이유는 한류로 인해 한국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협회와 손잡고 중국 주얼리시장을 공략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정명섭 대표는 “1,000만 위안(약 16억9180만원) 이상을 보유하고 백만장자가 지난해 110만명을 넘어섰다” 며 “이들은 현재 고가의 유색제품들을 투자 목적으로 구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 대표는 “VIP를 타겟으로 하는 시장은 상당하며, 실제로 특별전 형태로 이들을 초청해 제품을 판매하는 행사를 개최해 좋은 성과를 얻었다” 며 “한국 업체들과 손잡고 이런 시장을 함께 만들어 나가길 희망하며, 보석협회 회원으로 가입해 활동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박준서 회장은 “중국에 진출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길 희망하며, 협회 발전을 통해 인재 영입의 차원으로 신중히 고려하겠다”고 전했다. 양측은 상호 신뢰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문서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으며, 추후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정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