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문화를 걷다] 신들에 대한 경의, 고대 올림픽
신들에 대한 경의, 고대 올림픽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될 2016년 올림픽은 프랑스의 역사학자이자 교육가였던 피에르 드 쿠베르탱(Pierre de Coubertin)의 주도로 1896년에 아테네에서 탄생한 근대 올림픽의 서른한 번째 대회다. 주지하다시피 올림픽은 고대 그리스에서 기원한다.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성화에 불을 붙이는 관례 등, 근대 올림픽의 여러 요소들은 고대 올림픽 전통을 계승한다. 물론 근대 올림픽과 고대 올림픽에는 차이점들도 많이 존재한다.
고대 올림픽 경기는 기원전 776년에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엘리스(Elis) 지역에 있는 알티스(Altis)라 불리는 작은 평지에서 처음 열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알티스는 현재에는 다소 외딴 지역이지만 고대에는 여러 경로를 통해 접근이 용이했던 장소다. 신화에 의하면 제우스의 아들인 헤라클레스가 알티스 평지에서 첫 번째 경기글 열었다고 한다. 고대 올림픽 대회는 근대 올림픽과는 목적을 달리 했다. 그것은 아버지 신인 제우스를 숭배하는 것이었다. 경기를 관람하며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올림픽에 참여하는 것은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무엇보다도 올림픽은 종교적 의례의 일부분이었다. 올림픽이 열리는 장소로 가는 것은 순례와 다름없었다.
하지만 고대에는 올림픽 참가권이 아주 제한적이었다. 오직 그리스 혈통을 가진 자유민 남성만이 참여의 권리를 누렸고, 이 전통은 엄격히 지켜졌다. 알렉산더 대왕의 선조였던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1세조차도 경기에 참여하기 위해 자신이 그리스 혈통이라는 점을 증명했어야만 했다. 이른바 ‘올림픽 휴전’도 모든 그리스인들이 존중했던 관행이다.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기간에는 모든 국가들이 휴전을 하고 경기 참가자들이 개최지까지 안전하게 여행할 수도 있도록 했다.
올림픽이 열리는 날짜는 음력으로 정해졌으며 전령들은 그리스 전역을 돌아다니며 경기 시작 날짜를 공표했다. 경기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선수들은 경기 시작 한 달 전에 엘리스에 도착해서 예선을 벌였으며 결선에 진출하게 된 선수들은 규칙을 엄수하겠다는 맹세를 해야만 했다. 올림픽 경기 종목은 점점 늘어나서 5일간의 일정으로 자리 잡았다. 경기는 두 번째 날에 시작했는데 첫 번째 날에는 제우스 신의 신전을 비롯한 여러 성역에서 종교제의가 거행됐기 때문이다.
첫 경기는 전차 경주였다. 전차 경주는 모든 경기 중에서 단연코 영예스럽고 인기가 높았으며 동시에 비용이 제일 많이 드는 경기였다. 전차 경주는 히포드롬(hippodrome)이란 경기장에서 열렸다. 히포드롬은 약 400미터 간격에 두 개의 장대를 세운 직사각형의 열린 공간이었다. 경주는 경기장 열두 바퀴 이상을 돌아야 끝이 났고, 전치 간의 충돌은 특히 장대가 꽂힌 반환점에서 빈번히 일어났다. 승리는 전차를 몬 선수가 아니라 전차와 말을 소유한 사람의 것이었다.
두 번째 날에는 철인 5종 경기가 행해졌다. 5종 경기의 종목은 원반, 멀리뛰기, 투창, 달리기와 레슬링이었다. 이 다섯 종목은 근대 올림픽 5종 경기의 종목과 똑같지만 경기가 실행된 방식은 아주 달랐다. 예를 들어 멀리뛰기는 연이어 다섯 번을 뛰도록 돼 있었으며, 투창에서는 가죽꾼을 사용해 보다 힘차게 창을 던질 수 있었다. 전차 경주를 제외한 나머지 경기에서 선수들은 온몸에 올리브유를 바르고 나체로 경기에 참여했다. 경기가 끝난 후에 선수들은 ‘스트리길리스(strigilis)’라 불리는 딱딱한 도구를 사용해 올리브유와 몸에 붙은 모래를 떼어내야 했다.
올림픽의 세 번째 날에는 경기가 열리지 않았지만 제일 중요한 행사가 열린 날이었다. 제우스를 비롯한 신들에게 제사를 올리고자 백 마리가 넘는 암소가 제물로 바쳐지고 제사 후에는 만인이 참석하는 성대한 연회가 열렸다. 네 번째 날에는 경기장에서 달리기 경주가 열렸다. 달리기 경주의 종목으로는 단거리 달리기, 장거리 달리기, 그리고 헬멧을 쓰고 정강이받이를 하고 방패를 쥔 채로 달리는 무장 달리기가 있었다. 네 번째 날의 저녁에는 권투와 레슬링 같은 싸우기 종목이 행해졌다. 이 싸우기 종목에서 오늘날과 다른 점은 몸무게에 따라 급을 나눠 싸우지 않고 제비뽑기로 상대선수가 정해졌다는 점이다. 권투 선수들은 손에 가죽끈을 감고서 상대와 겨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가죽에 금속 조각을 박아 사용하는 것이 점차 보편화됐다.
대회의 마지막 날은 각 경기의 승리자들에게 영광을 수여하는 날이었다. 승자에게 부여된 상은 올리브 나뭇가지로 된 화환이었다. 오늘날 우리에게 이 상은 보잘것없이 보일 수도 있으나 이들에게는 승리 그 자체가 이미 충분히 값진 상이었다. 올림픽 경기에서의 승리는 인간사에 끊임없이 개입하는 그리스 신들이 그 승자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승리는 곧 신으로부터의 보상이었다. 또한 고향으로 돌아간 승자들은 크나큰 환영뿐만 아니라 물질적으로도 상당한 보상을 받았는데, 이는 이들이 자신의 영예를 위해 싸웠음과 동시에 자신이 태어난 도시 국가의 대표로서 출전해 거둔 승리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고대 올림픽은 천 년 이상 계속됐다. 로마 황제들은 모든 로마 시민이 올림픽 경기에 참여할 수 있게 했으며 경기 시설을 유지하고 정비하는 데에 많은 투자를 했다. 기원후 3세기에 연이어 발생한 지진은 올림픽이 열린 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가져왔다. 고대 올림픽은 393년에 막을 내렸다. 강력한 기독교인 황제 테오도시우스 1세가 더 이상 국가의 종교와는 관련이 없는 올림픽 경기의 개최를 금지했던 것이다. 그리고 고대 그리스와는 사뭇 다른 상황에서 —적어도 운동선수들의 뛰어난 기량에 대한 관심에서만큼은 유사점을 보이는 —근대 올림픽이 다시 시작된 것은 무려 1천 500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였다.
그리스 성역의 보물창고, 권력의 과시
신들이나 초자연적 존재들에게 제물을 바치는 것은 종교에서 필수적인 요소들이다. 고대 그리스 종교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비록 스리스 신들에 대한 종교적 믿음 자체는 이미 오래전에 소멸됐더라도 우리는 현존하는 자료들과 에게 해 제도의 고고학적 유물들을 통해 고대 그리스의 신앙과 제의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희생제물을 바치는 의례를 행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중 가장 두드러진 이유는 신을 찬미하거나 신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아니면 신이 보여준 호의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다. 하지만 희생 제의의 효과는 항상 성스러운 것만은 아니었다. 특히 많은 사람들 앞에서 행해진 제의는 관중들에게 그 제의를 행하는 사람의 권력과 부를 과시하고자 하는 목적도 가지고 있었다.
고대 그리스의 희생 제의는 종종 동물을 죽이거나 음식을 제공하는 의식을 동반했다. 하지만 동물이나 음식 이외에도 특정한 의미나 가치를 지닌 물건들이 신들에게 바쳐졌다. 동물이나 음식들이 제물로 바쳐지면 제사 기간 동안의 연회에서 다 소비되지만, 반면에 제사 기간 동안에 바쳐진 물건들은 제사 후에 그대로 사라지지만은 않았다. 평범한 헌납물들은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장소에 버려진 반면, 미적으로 뛰어난 가치를 지닌 헌납물들은 관리하고 진열해놓을 수 있는 일종의 보물 창고에 저장됐다.
엘포이에 있는 아포롤 신전은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세상의 중심이라여겨졌으며 올림피아드 경기에서 제일 중요한 대회인 올림픽이 발생한 지역이기도 하다. 이러한 지역의 주 도시들은 시민들이 신에게 헌납한 값진 물건들을 전시하기 위해 보물창고들은 운영했다. 그리스 도시 국가들이 서로 경쟁관계에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이 보물창고들은 권력과 부를 직접적으로 과시하는 방편이기도 했다. 제사를 위해 바쳐진 물건들뿐만 아니라 전쟁과 경기에서의 승리에 대한 보답으로도 많은 물건들이 기부됐기 때문에 보물창고에서 전시된 물품들은 신들의 가호를 입증하는 증명이기도 했다. 신들에게 바쳐진 물건에는 무기, 갑옷, 헬멧뿐만 아니라 동이나 테라코타로 만들어진 작은 동상들, 삼각 그릇들, 심지어는 사람 크기의 동상들도 있었다. 여기에는 기부자의 성명이라든지 때로는 기부를 한 이유가 새겨져 있기도 하다.
대부분 이러한 보물창고들은 신전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전면에 기둥이 줄지어 있고 작은 현관이 있으며 안에는 방 한 칸이 있는 단순한 규모의 신전과 유사하다. 올림피아에서는 열두 개의 보물창고들이 아폴로 신전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 배치됐다. 그리하여 델포이를 방문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아폴로의 신탁의 힘을 느끼고 눈으로 보게 되는 것이다. 보물창고에 진열된 헌납물들은 일시적으로 행해진 희생제의가 영원히 보존되는 방식이었다. 신에게 바쳐진 헌납물은 신의 것이지만, 그것을 바친 도시나 시민의 사회적 위치와 명성을 드높이고자 한 희생제의의 효과는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