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강점 내세워 내수시장 전방위 진출
자금력 막강, 제휴 할인 미끼로 영역 넓혀
콘텐츠 이어 오프라인 시장의 공룡으로
네이버의 금융 자(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은 8일 최고 3%의 이자를 주는 '네이버 통장'(종합자산관리계좌.CMA)을 내놨다. 시중은행이나 증권사 자유 입출금 계좌의 이자율이 0%대인 것에 비하면 파격적이다. 네이버는 '100만원 제한'을 걸었다. 네이버 통장에 보유 금액 100만원까지는 3%이자를 주지만 그 이후엔 1%이하로 떨어진다. 인터넷기업 답계 당연히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한다. 하지만 이 통장의 파괴력은 이자율보다 월 사용자 1200만명이 넘는 간편 결제인 '네이버페이'와 연동한 대목이다. 예컨대 네이버통장을 보유한 이용자가 네이버의 전자상거래인 스마트스토어에서 네이버 페이로 결제하면 최대 9%의 포인트를 적립한다. 포인트는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비대면 시장의 최강자로 부상한 네이버와 카카오라 온라인 쇼핑에서 간편 결제, 증권 계좌에 이르기까지 무차별적인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은행 지점이나 백화점. 대형마트와 같은 오프라인 점포가 주춤한 사이, 이용자 3000만~5000만명에 달하는 포털 네이버와 메신저 카카오톡을 앞세워 내수 시장을 통째로 흔들고 있는 것이다. 이미 온라인쇼핑 시장에선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가 쿠팡이나 G마켓을 넘어설 기젯다. 그다음 차례는 테크핀(테크놀로지와 파이낸스의 합성어)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네이버는 2~3년 전부터 미래에셋과 손잡고 금융 시장 진출을 치밀하게 준비했다"며 "비대면 시장이 확장되는 시점을 활용해 단숨에 금융 시장에 교두보를 마련하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금융. 쇼핑 무차별 영역 확장
금융 시장에선 네이버 못지 않게 카카오의 진격 속도가 빠르다. 카카오는 4000만명이 넘는 카톡 이용자를 활용해 금융 시장에 큰 걸음걸이로 진입 중이다. 지난 2월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페이는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해, 사명을 카카오페이증권으로 바꿨다. 디지털 보험사를 설립하려는 것이다. 현재 이용자가 카톡으로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3월에는 5% 수익률을 보장하는 증권 계좌를 출시해 지난달까지 100만 계좌(누적)를 확보하기도 했다. 여기에 암호 화폐시장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달 초 암호 화폐를 자유롭게 주고받는 디지털지갑 '클립'을 내놨다. 카톡으로 지인에게 암호 화폐를 주거나 받을 수 잇는 서비스인데 벌써 10만명이 가입했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킄라는 교두보가 있다. 은행업 허가를 받은 만큼 시중은행이 할 수 있는 금융 비즈니스는 모두 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를 투톱으로 두고, 암호 화폐와 같은 테크놀로지까지 활용해 4대 시중은행이 따라 하기 어려운 혁신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이민아 대신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와 카카오의 금융 사업은 장기적으로는 기존 신용카드와 금융회사의 판매 채널을 대체할 플랫폼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예컨대 금융회사 앱이나 홈페이지에 들어가는 대신 평소 즐겨 사용하는 카톡에서 보험에 가입하거나 증권 투자를 하는 식으로 소비자의 금융 생활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음원.웹툰 이미 접수.... 독과점 우려
네이버와 카카오는 자금력을 앞세워 경쟁사가 따라오지 못할 파격적인 서비스를 미끼 상품으로 내세우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예컨대 카카오는 분식집.편의점.영화관 등 151개사와 제휴해 카카오페이로 결제할 때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이달에만 30개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아쿠라리움에서 카카오페이로 결제하면 최대 36%할인하고, 인터파크에서는 7%할인을 받는 식이다.
앱 통계. 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네이버 족자 온라인 쇼핑몰 스마트스토어의 결제금액은 1분기에 3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온라인 쇼핑몰 가운데에서는 쿠팡(4조8000억원), 이베이코리아(4조2000억원)에 이어 셋째로 많다.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손잡고 일부 입점 브랜드의 제품을 빠르게 배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3월에는 네이버 모바일 앱을 통해 입점 점주들이 생방송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라이브 커머스'기능도 도입했다. 카카오는 카톡 선물하기, 톡딜(공동구매) 등을 앞세워 지난 1분기 온라인 쇼핑몰 전체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55% 늘었다.
이제 독과점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영역 확장은 각각 포털과 메신저의 독점적 지배력을 활용한 것이란 주장이다. 음악(디지털음원).만화(웹툰)와 같은 콘텐츠에서 온라인쇼핑.금융에 이르는 산업을 두 회사가 장악하는 게 국내 산업 경쟁력과 소비자의 선택 다양성 측면에선 득보다 실이 클 것이라는 시각이다.
출처 : 조선경제 2020년 6월 9일 최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