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은 3평인데 우리 집은 200평?!"
조회수 3.5천2021. 10. 13. 17:37
공유주거로 보는 규제 샌드박스
▶맹그로브 제2호(서울 신설동) 주변 지도│ 맹그로브
“규제 샌드박스가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대한상공회의소에 민간 상담 창구가 생긴 뒤에 직접 상담해 보니 특례승인을 받을 수 있어 시도해 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심의 비싼 주거비에 따른 청년 주거난을 해결할 대안으로 공유주거 하우스를 규제 샌드박스(규제를 면제 또는 유예하는 제도) 심의 안건으로 신청해 최근에 임시허가 승인을 받은 조강태(44) 엠지아르브이(MGRV) 대표의 말입니다. 이 회사는 수익뿐 아니라 예측 가능한 사회·환경적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도심 속 주거를 기획·개발·운영하는 회사인데요.
이 회사의 공유주거 시설 브랜드 이름은 ‘맹그로브(man grove)’로 주로 청년·대학생들이 입주자예요.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에 공유주거 하우스 맹그로브 3호점을 짓기로 계획하면서 건축 허가를 받기 위해 정부에 샌드박스 규제특례를 신청했습니다. 공유주거 하우스는 영국 런던,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중국 홍콩 등 집값이 비싼 해외 대도시에서 청년 주거난을 해결할 대안으로 2015년 등장했어요.
나만의 방을 갖고 주방·욕실·카페 등을 공유하는 공유주거 하우스와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비대면 진료 서비스 등이 최근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상공회의소 샌드박스지원센터는 ‘산업융합 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열어 공유주거 하우스와 재외국민 대상 비대면 진료 등 15건을 특례승인(임시허가 및 실증특례)했어요.
더 나은 주거 서비스 가능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청년 공유주택인 서울 영등포 아츠스테이를 찾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기획재정부
엠지아르브이는 이미 서울 종로구 숭인동과 동대문구 신설동에 맹그로브 1·2호점을 지어 주로 청년·무주택자 등에게 임대분양합니다. 공유주거 하우스는 침실과 공부방을 겸한 독립된 개인 공간을 갖고 주방·화장실·욕실·부엌 등은 다른 입주자들과 공유하는 새로운 주거 형태인데요. 거실, 주방뿐만 아니라 영화관, 카페, 운동시설 등 다양한 커뮤니티 환경을 제공하죠. 내 방은 3평인데 우리 집은 200평인 셈입니다.
조 대표는 “기존 원룸과 비교하면 나만의 공간은 작지만 대신에 내가 활용 가능한 공간은 늘어난 셈이다. 이미 건축한 공유주거 하우스 맹그로브 1·2호점은 현행 법률에 따른 공간 구성 제약으로 온전한 사업이 불가능했는데 이번 샌드박스를 통해 보다 나은 주거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어요.
규제 샌드박스 임시허가는 현행 건축법·주택법상 공유주거 주택의 종류 및 건축물 용도에서 마땅한 기준이 따로 없어 가장 유사한 건축물 형태인 도시형생활주택(원룸형)에 일부 예외(1인 공유가구 특성에 맞게 공간 구성을 할 수 있도록 세대 내 공간을 ‘2개 이상, 침실 3개까지’ 허용해 임시 허가한 것입니다. 다만 개인공간은 최소 7㎡ 이상 충족하고 개인공간·공동생활공간·공동시설을 합쳐 14㎡ 이상을 준수하도록 했어요.
현행 규제 법령 아래서는 신축 공유주거 건축물의 사업계획 승인·허가를 받기 곤란한데요. 유사한 주거 형태를 준용하려고 해도 목적과 용도에 부합하지 않거나 건설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주택법에서 원룸형은 세대 내 공간을 두 개까지만 구성할 수 있도록 제약이 있고 세대별로 독립된 주거가 가능하도록 욕실과 부엌을 설치해야 한다고 돼 있어요.
조 대표는 “그전에는 도심 청년을 위한 공유주거 하우스를 구상해도 현행 제도 안에서 허용된 것만 가능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쩔 수 없구나, 기존 정부 규제 기준이 바뀌지 않을 거다, 하면서 주변 사람들도 한숨만 쉬었고 포기하라고 했다. 샌드박스 창구로 희망이 생겼다"라고 말했습니다.
초기 입주비와 연간 생활비 절감
▶신설 방 형태의 원 비용에는 각종 공과금 및 관리비, 부가세가 포함돼 있다.
숭인동 1호점(총 24실)은 현재 임대가 꽉 찬 상태로 빈 룸이 하나 생기면 입주 대기자가 50명을 넘어요. 신설동 2호점(330실, 최대 수용 인원 400명)은 6월에 공사가 마무리됐는데 임대분양을 시작하기 전에 벌인 입주자 크라우드펀딩(50명 분) 행사 결과 펀딩이 3일 만에 전부 소진될 정도로 청년들의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조 대표는 “기존 주택법의 원룸형 조건 대료 맞추면 임대료와 보증금이 상승해 잠재 입주자인 청년들의 부담이 커진다"라며 “샌드박스 허가로 공간 구성을 효율적인 맞춤형으로 할 수 있게 돼 기존 법령의 건축 조건에서보다 임대료를 8~10%가량 낮출 수 있다"라고 말했어요.
노고산동에 지어질 맹그로브 3호점의 3인 공유형과 마포구 주변 원룸의 생활비를 비교하면 공유주거 입주자의 주거생활비 경감 수준이 확연히 드러나는데요. 월 임대료(65만 원)는 원룸과 같지만 보증금은 300만 원으로 주변 원룸(500만 원)보다 싸고 초기 입주비와 연간 생활비를 절감할 수 있어요. 침대·책상·텔레비전·냉장고·세탁기·에어컨·정수기·비데 등 모든 집기 및 비품이 완비돼 있고 임대료에 인터넷·카페·영화관 라운지·운동시설 등 커뮤니티 공간 이용 요금이 포함돼 생활비도 절감됩니다. 1년 거주 때 총비용을 보면 노고산동 공유주거는 연 1,080만 원으로 주변 원룸형 총비용(연 1,652만 원)보다 572만 원 절감됩니다.
조 대표는 “1·2호점은 현행 규제 아래서 가능한 대로 조금씩 실험적으로 변형해 보는 식으로 청년 주택을 시작했다. 사업 계획을 더 늦출 수도 없고 공간 평면 구성과 고객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필요한 것과 고치고 또 새로 추가해야 할 것을 파악했다"라며 “1·2호점도 인허가 과정에서 굉장히 큰 어려움을 겪었고 허가를 받지 못할 뻔했는데 샌드박스 임시허가로 건축 허가에서 애매한 부분이 해소됐다"라고 말했어요. 국토교통부는 “1인 청년 가구를 위한 주택 공급을 촉진하고 비가족 관계의 공유주거 확산 추세를 감안해 임시허가를 부여했다"라고 말했습니다.
규제 샌드박스란?
규제 샌드박스는 융합 시대에 신기술과 새로운 서비스의 원활한 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혁신성과 안전성을 바탕으로 마음껏 도전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거나 시간·장소·규모에 제한을 두고 실증 테스트를 허용하는 혁신 실험장입니다. 샌드박스는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게 만든 모래놀이터(sandbox)에서 유래했는데요. 2019년 2월부터 산업융합·혁신금융(핀테크)·정보통신융합·스마트시티 분야에 도입됐어요. 당사자인 기업이 분야별 전담 위탁기관에 신청·접수하면 부문별로 민관합동 규제특례심의위원회를 열어 관계부처 협의 와 사전 검토가 완료된 안건에 대해 실증특례와 임시허가를 부여합니다. 실증특례와 임시허가는 ‘2+2년 허용(2년간 허용, 2년 연장 가능)’이에요.
분야별 전달 위탁기관 및 신청 안내
▶ICT융합
정보통신산업진흥원 / 043-931-1000
sandbox@nipa.kr
▶산업융합
한국산업기술진흥원 / 02-6009-4088, 4089
sandbox@kiat.or.kr
▶지역혁신
14개 시·도별 지방중소기업청, 산업기술진흥원
▶금융혁신
핀테크지원센터 / 02-6375-1521, 1512
https://sandbox.fintech.or.kr
▶스마트도시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 031-389-6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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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도시공간 / 044-417-9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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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공회의소 샌드박스 지원센터
▶전 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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