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렌트 세입자의 수가 주택 소유주 수를 넘어섰습니다.
애들레이드 대학의 임대 관련 최신 보고서를 바탕으로
호주의 세입자 실태를 살펴봅니다.
박성일 PD (이하 진행자): 치솟는 집값으로 인해
최근 10년 동안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오늘 경제브리핑 시간에는 부동산 관련 내용 알아보는 시간 갖겠습니다.
홍태경 프로듀서 연결돼 있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렌트 세입자의 수가 주택을 소유한 사람을 넘어섰다고요?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애들레이드 대학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주택 세입자의 수가 64%로 두 배나 증가하면서
앞으로 더 많은 호주인들이 미래의 임대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호주 최초로 임대와 관련해 종합적인 연구를 실시한 연구보고서인데요,
내용에 따르면 주택 시장에 큰 변화가 있었으며, 많은 호주인들에게 임대 과정이
과도기적인 거주 형태에서 좀 더 영구적인 거주 형태로 옮겨갔다고 전했습니다.
애들레이드 대학 주택연구센터의 에마 베이커 교수는 "오랫동안 호주인들은
주택 소유주라는 개념을 가지고 살아왔다"며 "이제 우리는 미래의 호주인들이
임대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에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에마 베이커 교수의 말 들어보시죠.
“렌트는 더 이상 잠시 동안 거주하다가 집을 소유하는 것으로 넘어가는
거주 형태 중 하나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호주 내에는 현재 더 많은 렌트족들이 있으며,
이 수가 주택 소유주보다 많은 상황입니다.
앞으로 몇 년간 이러한 수치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주택 소유주보다 임대인이 더 많아진다니 우리 자녀 세대에는
내 집을 마련하는 게 더 어려워진다는 건데요, 걱정이네요.
이번 연구보고서는 어떤 과정을 통해 실시된 것인가요?
홍 PD: 연구팀은 호주의 공공 및 민간 세입자 약 1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누가 주택을 임대하는 것이고 임대 사유는 무엇인지,
임대 부동산은 어떤 조건을 갖추고 있는지 등을 조사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호주 내 주택 임대와 관련한 실질적인 현실을 탐구해볼 수 있는 최초이자
가장 대규모로 진행된 연구인만큼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는데요,
에마 베이커 교수의 말입니다
"연구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정말 광범위한 소득 범위가 분포돼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단지 임대 생활을 해야 하는 경제적 상황때문만이 아닙니다.
세입자들은 자녀 학교와 가까운 곳에 살고 싶어하거나 더 좋은 환경을 갖춘 지역에
살고 싶어하며 취업을 위해 이사를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또 아시다시피 많은 호주인들이 집을 구입하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임대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집을 소유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임대 생활을 하기도 합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단지 경제적인 뒷받침이 안되는 이유로 렌트 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보다 현실적인 다양한 이유로 세입자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네요.
그런데 아무래도 각 주별로 부동산 경기도 차이가 있는 만큼 좀 상황이 다르지 않을까 싶은데 어떤가요?
홍 PD: 베이커 교수도 각 주 별로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조사 결과 세입자들이 보고한 많은 문제들은 호주 전역에 걸쳐 있었다고 말합니다.
특히 렌트비에 대한 부담은 모든 주와 테러토리에서 문제로 대두됐습니다.
멜버른과 시드니는 표면적으로는 더 높은 렌트비를 형성하고 있어 문제가 있어 보였지만,
태즈매니아나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와 같은 주는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조금 더 낮은
경향이 있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렌트비로 인한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연구 결과 크게 우려할만한 점은 일부 렌트 주택의 상태였는데요,
전체 임대 주택의 20-25%는 겨울에 난방을 하기 매우 어려웠으며,
임대 주택의 4분의 1 이상이 곰팡이로 인한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거주 환경이 좋지 않다는 것은 세입자들에게는 불리한 조건일텐데요,
세입자들 입장에서는 집주인이 집을 수리해줄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하는
을의 위치에서 답답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죠.
홍 PD: 그렇습니다. 뉴사우스웨일스 세입자 연합의 리오 패터슨 로스 대표는
특히 민간 세입자들이 접하게 되는 가장 큰 이슈 세 가지는 퇴거 명령, 집수리 문제,
그리고 집주인이 본드비와 관련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인데,
이 세가지가 세입자연합에 보고되는 처리 업무의 약 60-70%에 해당한다고 전했습니다.
로스 대표는 호주의 임대법뿐만 아니라 이용 가능한 저가 주택의 부족 현상은
세입자와 집주인들 사이에 큰 권력 불균형이 존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합니다.
로스 대표의 말 들어보시죠.
"기본적으로 세입자를 퇴거시키는 것이 얼마나 쉬운지 알 수 있으며,
모든 주와 테러토리에서 집주인은 아무런 이유 없이 세입자를 퇴거시킬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빅토리아주에서는 퇴거 명령이 첫 번째 임대 계약 기간 말기로 제한되었고,
태즈매니아주 또한 고정된 기간이라는 제한이 존재합니다,
퀸즐랜드주는 이러한 제한 사항을 도입 중입니다.
하지만 세입자들은 정당한 이유 없이 언제든지 퇴거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집주인들이 집수리와 같은 다양한 계약 조건을 회피할 수 있는 실제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집주인은 언제든지 '당신의 수리 요구나 당신과는 정말 거래하고 싶지 않고,
집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다른 세입자를 찾을 것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로라 벨레프 씨가 직접 겪었던 일이기도 한데요,
세입자로서 거의 15년 동안 경험한 로라 씨는 멜버른에서 집을 살 여유가 없었습니다.
멜버른 북부의 여러 임대 주택에서 살았고, 집주인이 집을 팔고 싶어하거나
렌트비를 인상한다는 이유로 종종 이사를 강요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시련은 그녀와 파트너가
아는 사람으로부터 집을 빌렸을 때 찾아왔다고 하는데요,
집주인인 지인이 뉴욕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부동산 중개인을 통하지 않았고
그냥 ‘집 좀 봐달라. 렌트비를 올리지 않겠다’는 말을 믿고 이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건물에 냉난방 시설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로라와 그녀의 파트너가
절반의 비용을 지불하기로 합의하면서 5년 간의 렌트 계약이 잘 이루어졌습니다.
“계약하는 동안, 집주인은 우리가 원하는 만큼 그곳에 머무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제 파트너에게 전화를 걸어 집을 팔고 싶다고 말했고,
저희 세입자권리를 주장하며 집을 팔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그 때가 제가 임신 8개월이었던 때였고, 제 파트너는 6주 동안 해외로 나가려 했던 때였습니다.”
하지만 집주인은 그들에게 이사할 수 있는 기간을 30일밖에 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로라 씨는 실제로 임신한 여성을 퇴거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기도 했는데,
이러한 세입자를 위한 보호 장치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이러한 경험은 로라와 그녀의 파트너가 빅토리아주 지방 지역에라도
집을 살 수 있는 보증금을 마련하게 된 주된 동기가 됐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안타까운 상황을 경험한 세입자들이 많으실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렌트 주택의 조건이나 집주인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이 마련돼야 하는 것이죠.
홍 PD: 그렇습니다. 레오 패터슨 로스 대표는 부동산을 임대할 수 있는 사람과
임대 주택의 조건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이 전국적으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합니다.
"생활 환경의 모든 단계에 걸쳐 사람들에게 적합한 임대 시스템에 필요한
주택의 몇 가지 주요 특징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임대 주택 시설은 밀폐가 잘 되면서
환기가 잘 되는 막대한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냉난방 시스템을 할 수 있는
비교적 좋은 에너지 효율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은 가족의 생활비뿐만 아니라 실제 건강 비용, 사회 생활에 참여하기 위한
세입자들의 실제 비용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지역사회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임대업을 단지 투자를 위한 금융상품으로 여기는 접근 방식에 변화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홍 PD: 그렇습니다. 로스 대표는 현재 호주정부가 임대업종에 대한 규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주로 투자를 위한 금융상품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는데요 단지 임대업이라는 것이
사람들이 돈을 투자하는 곳이고, 정부는 긍정적인 수익을 확실히 하기 위해
그 투자를 보호하는 데에만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가격이 저렴하면서 안전하고, 살기 좋은 집을 제공하는 것은
세입자들에게는 생활과 관련한 중요한 문제인데요,
로스 대표는 이것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에마 베이커 교수는 호주가 이미 몇 가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는데요, 이번 호주 임대주택 조건에 관련한 보고서가 임대 정책 및
지역 사회 지원, 인프라 지출을 개선하는데 매우 유용하게 쓰이기를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애들레이드 대학의 임대 관련 최신 보고서를 바탕으로
호주의 세입자 실태에 대해 얘기 나눠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