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앞에 도깨비란 재미있는 별칭이 들어간 전통재래시장은 왠지 호기심을 끈다. 도봉구 방학동 도깨비시장(방학동 632)은 300여 개가 있다는 서울의 전통재래시장 가운데 도깨비란 이름이 붙은 몇 안 되는 곳이다. 이 시장을 찾아가게 된 것도 도깨비시장이라는 이름 때문이었다. 주전부리를 하며 시장을 구경하다 쉼터이기도 한 복합문화센터에 들렀다가 시장 매니저에게 방학동 도깨비시장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됐다.
도깨비시장은 새벽에 열렸다가 아침이면 어느 새 사라지는 장터로, 방학동 도깨비시장도 그런 역사를 갖고 있다. 이 시장은 1982년 주택가 골목길에서 동네 주민들이 차린 노점으로 시작했다. 관의 허가를 받지 않은 비상설 장터다 보니 당시 구청 단속반들에게 쫓겨났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했고 그 모습이 마치 도깨비 같다고 하여 도깨비시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사람들의 삶이 담긴 그 이름 덕택에 지금은 도봉구 10대 명소에 드는 곳이다.
옆에 있었던 나이 지긋한 시장 연합회 상인 아저씨는, 당시 동네주민이자 상인들이 장사를 하다 상품이 떨어지면, 가까운 집 텃밭에 가서 채소와 과일 등을 뚝딱 따가지고 와서 ‘금 나와라 뚝~딱’ 하는 도깨비 방망이 같다는 데서 연유했다고도 해 재밌었다. 주거 밀집 지역에 형성된 전형적인 골목형 재래시장이었다가, 2003년~2004년 사이 도봉구에서 시행한 시장의 현대화와 환경개선 사업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하였고, 2005년 8월 현재의 모습으로 새롭게 개장했다.
도깨비 시장 반짝 세일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방학동 도깨비시장은 인근 지역에 대형마트가 3곳이나 들어섰음에도 주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2000년대 초반에만 해도 밀려드는 대형마트의 위협에 존폐의 위기에 놓이기도 했지만, 도봉구와 상인들의 노력으로 지금은 서울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전통재래시장이 되었다.
방학동 도깨비 시장은 긴 골목으로 이어지며 100여개의 가게들이 동편시장과 서편시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시장은 재래시장 활성화를 성공적으로 이루어낸 성공사례로 손꼽히는 곳이다. 서울시 320개의 재래시장 중 ‘우수 재래시장 8곳’에 선정되기도 했다. 시장 활성화의 약점으로 꼽히는 주차비 저렴한 공영 주차장도 갖추고 있었다.
도깨비시장이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과 질 좋은 상품 그리고 상인들의 단합을 들 수 있다. 방학동 도깨비시장의 주력 상품은 1차 상품으로 대형 마트보다 30~40% 정도 저렴하다. 실제로 필자도 천 원 단위로 파는 대파, 감자, 가지, 고추, 파프리카 등을 한 아름 샀는데 도합 5000원 밖에 들지 않아 놀랐다. 고소한 기름을 바르며 썰어주는 맛난 김밥은 한 줄에 1200원, 다양하고 맛깔난 반찬도 3개 5천 원이다.
환경 개선 이후에는 상인들이 단결해 대형 마트 못지않은 마케팅을 벌였다. 원가를 낮추기 위해 산지에서 공동 구매를 하고 파격적인 가격 행사와 이를 알리기 위한 전단지를 제작 배포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주말이 아닌 평일에도 많은 손님이 찾는 시장이 됐다.
시장 한복판에 설치한 판매대에 각 점포의 인기 품목들을 올려놓고 정상가의 30% 정도 싸게 파는 반짝 세일이 눈길을 끌었다. 가게마다 돌아가면서 하는 반짝 세일은 우리 가게가 오늘 손해를 보더라도 시장에 손님을 끌면 결국 이익으로 돌아오고, 다음에는 다른 점포가 우리 가게에 손님을 불러 모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도깨비시장의 반짝 세일에는 상호간의 신뢰가 더 얹어 있는 셈이다.
특히 시장의 공동기획상품으로서 최근 건강식품으로 부각되고 있는 울금을 생산지인 전남 진도의 경작자와 직접 연계, 상품화하여 가공판매하고 있다. 시장에서 진도산 울금을 팔던 상인 아저씨의 아이디어가 상품화됐다. 울금은 생강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인 울금의 뿌리로, 소화 흡수를 돕고 독소 배출을 촉진시켜 면역력을 높여주고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건강하게 해주는 슈퍼 푸드다. 강황과 혼동하기도 하는데 강황은 수입산이고 울금은 국내산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시장통을 지나다보면 울금 수제비, 울금 물회, 울금 츄러스 등 노랑 울금 가루가 들어간 음식들이 무슨 맛일까 궁금증을 일으킨다.
‘KBS 6시 내 고향’ 방송에도 나와 방학동 도깨비시장의 명물이 된 가게 ‘꽃보다 츄러스’는 츄러스에 소시지를 넣을 수 있는 츄러스 기계를 처음으로 개발한 곳이다. 기계를 만들면서 상품 제조가 쉬워졌고, 핫도그에 익숙한 10~40대 입맛에도 맞는 츄러스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손님과 점포주인 모두 노령화되는 다른 재래시장과 달리 도깨비 시장에서는 젊은 손님과 상점 주인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일을 하고 있는 모습도 흐뭇했다. 상인들의 교육장이자 쉼터이기도 한 복합문화센터 외에 공영주차장 옆에는 도깨비 방이라는 카페 겸 모임 공간이 있다. 이웃 주민들이 만나 담소도 나누고 책도 읽고 차도 마실 수 있는 사랑방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방학동 도깨비시장은 도봉구의 2015년 중소기업청 공모사업(경영현대화 사업분야)에서 ‘골목형시장 육성사업’에 선정되어 한층 발전을 하고 있다. 골목형시장 육성사업이란 전통시장의 특성화 요소를 발굴, 주민들의 생활과 함께할 수 있는 전통시장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경영현대화사업이다. 이런 ‘골목형 시장 육성사업’이 다른 전통재래시장에도 잘 추진되어 전통시장의 경쟁력이 강화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방학동 도깨비시장은 도봉구의 2015년 중소기업청 공모사업(경영현대화 사업분야)에서 ‘골목형시장 육성사업’에 선정되어 한층 발전을 하고 있다. 골목형시장 육성사업이란 전통시장의 특성화 요소를 발굴, 주민들의 생활과 함께할 수 있는 전통시장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경영현대화사업이다. 이런 ‘골목형 시장 육성사업’이 다른 전통재래시장에도 잘 추진되어 전통시장의 경쟁력이 강화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 찾아 가는길 : 1호선 방학역(3번출구)에서 도보 1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