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우석 문화평론가(미디어펜 주필/KBS 이사)
4.19와 광우병 난동이 하나로 합쳐져 썩 고약한 양상을 보인다. 이 광기(狂氣)가 대체 어디로 향할까? 최순실 게이트가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시위로 번지며 어제(11월5일) 광화문에서 피크를 이뤘다. 오늘과, 다음 주 또 한 번 절정을 이룰 텐데, 두렵다.
두려워도 심히 두렵다. 수 만 명 시위 군중들이 곧 청와대를 향해 쓰나미처럼 밀려들어간 뒤 현직 대통령을 내쫓는, 예상되는 최악의 그림 앞에 가슴 철렁한 게 아니다. 만일 그게 성공한다면 또 한 번 민주주의의 꽃을 피웠다고 저들은 환호작약하겠고, 1987년 6월 민주화항쟁 이후 또 하나의 '즐거운 시민혁명'을 이룩했다며 목소리 높여 찬양할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 멸망세력이 움직인다
그래보니 57년 전 4.19 상황의 복사판이고, 과잉 민주주의의 부작용을 반복할 뿐이다. 진정 내가 두려운 이유는 그것 말고 단 하나로 모아진다. 그토록 걱정해오던 종북 좌익혁명의 카운트다운이 급기야 이 땅에서 시작됐다는 점이 실로 견디기 어렵다. 그럼에도 무서운 좌익혁명이 멋지고 좋은 시민혁명으로 포장될텐데, 그 점도 아찔하다.
결국은 국민의 뜻을 모아 북한의 오랜 이념 공세 앞에 자멸하는 그림인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불길한 예감이 들어맞을 듯하다. 오래 전부터 걱정해오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빠르게 앞당겨지는 모양새다. 분명 건국 이후 최대의 도전인데, 놀랍게도 지금 이런 경고의 목소리는 거의 안 들린다.
그럼에도 반복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외부요인에 따라 파괴되는 게 아니라 내파(內破), 즉 자중지란으로 무너지고 함몰되는 아찔한 국면이다. 세상에는 이석기와 통진당 류의 좌익을 포함한 대한민국 멸망세력이 존재하는데, 그들이 원했던 그림이 막 완성되기 직전의 상황이다. 놀랍게도 대한민국 시민들이 박수를 치면서 이 그림을 받아들인다.
이 최악의 초현실적 상황을 훗날 역사가들은 대체 무어라고 쓸까? 1948년 건국된 그 나라가 결국 국가자살의 형태로 삽시간에 붕괴되고 말았다고 서술을 할 것이다. 어리석은 대중, 눈먼 지식인들은 그걸 애써 외면한다. 유모차 부대와 중고교생들도 지금 민주주의 만세를 소리 높여 부른다.
국정 공백과 함께 헌법질서가 무너지기 직전이며, 안보위기와 경제위기가 스멀대는 상황 따위야 저들이 목말라 외치는 "하야하라, 박근혜!" 구호에 비기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은 어디에서 많이 봤던 그림이기도 하다.
1975년 자유 월남 패망 당시의 모습이다. 당시 미국 등 국제사회는 크게 놀랐다. 월맹의 군사적 공세 때문에 밀리고 패주하기보다는 스스로 함몰돼 주저앉는 꼴의 월남 모습은 전통적인 전쟁이나 내란 개념에서 보는 침략과 방어와는 전혀 다른 양상의 자멸 그 자체였다.
▲ 지금 대한민국은 외부요인에 따라 파괴되는 게 아니라 내파(內破), 즉 자중지란으로 무너지고 함몰되는 아찔한 국면이다. 사진은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정권 퇴진'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폴리스라인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월 총선은 '선거 통한 좌익혁명' 전주곡
냉정하게 말하자. 그건 우리의 꼴이기도 하다. '즐거운 좌익혁명', '시민의 뜻을 모은 종북혁명'은 지난 4월 총선에서 이미 예고됐다. 야당을 다수당으로 만든 선거결과는 실은‘선거를 통한 좌익혁명’의 깃발을 올린 것이었다. 이번에 대통령을 끌어내리려 하는 건 좌익혁명의 꿈을 드디어 완성하려는 힘이 한국사회에 그만큼 강력하며, 대중이 무지하다는 것을 새삼 보여준다.
그렇게 판단할 근거 중의 하나가 야당의 총선공약집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전작권 전환 추진, 한미연합사 해체, 사드 배치 반대, 국가보안법 폐지, 남북연방제 통일 추진, 무조건적 대북교류 추진과 협력을 못 박고 있다. 그게 북한의 대남 선동과 무엇이 다른가? 좌편향된 의식구조를 가진 유권자들은 이런 공약집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친박이 밉고, 새누리당이 시시하다며 묻지마 야당 지지를 했다. 이들에게 확신을 심어준 것은 이 땅의 언론이 아니었던가? 그리고 분명히 하자. 최순실 게이트가 반 박근혜 불길로 번진 것은 거의 90%가 언론 탓이다. 개미를 코끼리로 둔갑시키는, 선전선동의 괴력을 이 땅의 악마 언론들이 언론자유의 표현의 자유 이름 아래 거의 미친 듯이 발휘했다.
부패기득권 세력(조선일보)을 포함한 조중동과 한경오 등 전 언론이 한 목소리로 반 박근혜를 외치니 지옥도에 다름 아닌 지금의 난맥상을 연출한 것뿐이다. 그 점에서 최순실 게이트는 전에 없던 '언론의 난(亂)'이 분명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뚝심을 믿는다
마무리다. 지난주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의 비통한 목소리가 마치 환청처럼 들린다. "애꿎은 선장을 제물로 바다에 밀어 넣어선 안 된다." 선장인 박근혜 대통령을 국민의 뜻대로 내던져서 대한민국호가 순항을 할 수 있다면, 필자인 나도 기꺼이 동의를 하겠다. 하지만 그게 국민의 뜻 모은 좌익혁명의 큰 깃발이 올라가는 지옥이고, 대한민국의 몰락일텐진대 나는 결코 동의 못한다.
당시 김진태는 말했다. "야당과 좌익세력들이 원하는 것을 다 들어 줄건가? 그럼 사드 배치 취소하고 북에 가서 빌고, 연방제 통일을 할 건가? 그렇게 정신을 내주고 몸을 더럽히면 그건 살아도 산 목숨이 아니다. 나는 여기에서 죽겠다."
거의 거덜 난 대한민국에 의인(義人) 한 명이 있어 더 없이 반갑다. 필자인 나 또한 같은 생각임을 밝혀둔다. 그리고 분명히 하자. 지난 글 '그럼에도 박근혜 대통령을 옹호하는 이유 셋'에서 나는 대한민국 헌법가치를 구현할 정치인은 박근혜 대통령밖에 없다고 했지만, 지금 그 판단에 전혀 변함없다.
그의 뒷심을 나는 믿는다. 대통령은 헌법이 부여한 책임을 가지고 지금의 혼란과 국가리더십 실종 상황을 반전시켜야 옳다. 막 올라가려는 종복 좌익혁명의 큰 깃발을 하루 빨리 끌어내려야 한다. 대한민국이 대체 어떤 나라이던가? 대통령의 책무를 기꺼이 도와드릴 용의가 있음을 기회에 새삼 피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