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란 무엇인가
-바버라 로젠와인 지음/석기용 옮김/대원씨아이(주) 2021년판
집중력을 관리하는 표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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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에도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는 것은 자칫 말장난 같아 보인다. 화를 동반한 격노나 감정의 폭발 같은 분노는 주변에 심각한 피해나 손상을 불러올 뿐이라고 우리 모두는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더 심하게는 금방 전쟁이나 폭력의 경우와 같은 비참한 상황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래서 새삼 ‘분노란 무엇인가’라는 묻는 책의 제목은 역설적이게도 강한 호기심을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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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에 관한 한 이 책의 저자 ‘바버라 로젠와인’은 시간의 수직축으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에서부터 시작해서 중세 스토아학파의 ‘토마스 아퀴나스’를 거치며 근대 합리주의파인 ‘데카르트’와 경험론자인 ‘흄’을 소개하고 마침내는 현대 심리학과 사회학까지 오르내린다. 공간의 수평축으로는 ‘분노를 버리라’는 불교의 종교학에서부터 분노를 다스리는 뇌를 연구하는 심리학과 의료과학, ‘분노’가 아예 없는 지구촌의 소왕국들-말레이의 ‘세마이족’, 에스키모의 ‘우트쿠족’, 뉴기니의 ‘포어족’-을 포함해서 2차 세계 대전 당시 악명 높았던 유대인 포로수용소인 ‘아우슈비츠’와 소련의 스탈린 시절 정치범 강제수용소인 ‘콜리마’에서도 적어도 ‘분노’가 실종되어 있었다는 등을 밝히고 있다.
그야말로 종횡무진이다. 이어서 ‘분노’가 긍정적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동력으로 밑받침되는 사례들을 종교와 사회학적으로 예시하며 설명해 나가는데, 미국의 흑인운동, 인종갈등, 여성운동 등의 분야에서 분노가 형성되어 가는 과정과 활용되는 형태들을 구체적 사례나 명사들의 활약들에 실명을 거론하며 진행해 나가는 면면이 퍽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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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역사학자인 ‘바버라 로젠와인’이 동양의 불교 사상을 이해하는 깊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섬세하다. 가끔 서구의 ‘정신세계사’를 번역본으로 읽을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서양의 그 다양하고 복잡한 사상이나 이론을 번역하는 동양의 지식층은 과연 그들의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고는 있을까 싶을 정도로 습득의 어려움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서로간의 문화가 다른 탓에 여러 개념이나 생각하는 방식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이런 근본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동양의 불교 이론을 정확히 이해하고서 이 책의 주제인 ‘분노’에 관련해서 정확히 그 사상을 전달하고 있는데, 그녀에게서 ‘불교학’강의를 듣는 게 더 유용하고 이해가 빠르겠다는 생각을 가져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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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적 거부부터 최고의 따뜻한 환영에 이르기까지, 큰 편차를 보이는 분노의 도덕적 의미들과 분노를 바라보는 광범위한 태도들을 이 책을 통해 면밀하게 들여다봄으로서 우리의 분노에 대한 어떤 길잡이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해준다.
다양한 분노를 알아보고 생각해보는 것은 우리의 주의력을 증대할 수 있는 훌륭한 방식으로서, 과거의 전통에 의존한다. 해서 그 전통들의 유래나 도덕적 함의나 한계를 더 많이 이해할수록, 우리의 삶을 더 잘 헤쳐 나갈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 작가의 이 책을 쓴 목적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우리는 일반적으로 자신의 정서 공동체 안에서 편안해하지만, 그렇다고 그 안에 갇힐 필요는 없다. 실제로 그런 보호막에 둘러싸여 안주한다는 것은 자신의 현실과 그 안에 담긴 개인적이고 정치적인 잠재력을 부정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니 더 큰 그림을 기쁘게 받아들이자’고 당부한다. 너무 화내지 말고 말이다.
(2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