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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북쪽 백두대간 상의 한 봉인 선자령은 신년 일출맞이 산행지로 여러 뛰어난 조건을 갖추었다. 동쪽이 급준한 절벽을 이루었고, 그 이후 동해까지 넓은 해안평야지대와 야산 무리뿐이어서 눈에 걸리는 것이라곤 없다. 때문에 날만 맑으면 바다에서 솟아오르는 태양을 볼 수 있다.
정상부는 테니스장만한 넓고 평평한 공터여서 여럿이 모여 일출 감상을 하기에도 적격이다. 동쪽은 급준한 경사이고 서쪽은 거의 평지에 가까운 구릉지로서 그 경계선을 따라 백두대간 등행로가 나 있는 한편 거의 외길이며, 갈래길도 다시 만나곤 한다. 또한 등산로 안내판도 요소마다 서 있다. 그러므로 어둠 속이라도 길을 짚어 오르는 데 큰 문제가 없다.
다만 한 가지 결정적인 난관이 간혹 닥치는데, 이 지역 특유의 혹독한 북새풍이다. 북서풍이 심할 때의 선자령은 그렇지 않을 때와 전혀 다른 산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혹독한 조건으로 변한다. 정면 아니면 왼쪽 앞에서 불어오는 북새풍은 저 대관령목장 일대의 거칠 것 없는 구릉지를 지나오며 마치 가속도를 붙인 듯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할 만큼 독하게 몰아친다. 대관령 지역 특유의 이 모진 북서풍이 앞에 열거한 모든 여건을 상쇄하고 마는 것이다.
그러나 늘 이런 바람이 부는 것은 아니며, 강풍이 부는 때만 아니면 그 어느 산봉보다 멋진 일출맞이가 가능한 곳이다. 일단 선자령에 오른 이후 하산길은 바람을 등에 지게 되므로 바람에 관한 한 별 어려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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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자령 서쪽 의야지 마을 코스의 설원길.
- 정녕코 견디기 어려운 혹한풍이 분다면 선자령 가는 도중, 전체 거리의 중간 정도 되는 새봉 조망대까지만 올랐다가 되내려와도 된다. 이곳 조망 또한 선자령 정상에서와 크게 다를 바 없이 광대하다.
대관령면(구 도암면)은 매년 정초 대관령휴게소 옆 고속도로 준공기념비 근처에서 해맞이 행사를 갖는다. 간단한 풍물공연도 하며, 구 영동고속도로 상행 휴게소는 인근 마을 주민들이 건물을 임대해 간이음식점도 연다. 그러나 이곳은 동쪽이 산릉에 가려서 일출이 별로 멋지지 못하다. 그러므로 다소 시간이 늦었더라도 선자령쪽으로 가다가 일출을 맞는 것이 좋다. 일단 선자령쪽 길로 올라서서 가다가 해가 솟을 무렵 능선 위로 올라 해맞이를 하면 된다.
새봉 전망대까지 2.5km에 1시간 남짓
대관령휴게소에서 선자령까지는 약 6km로 2시간 정도 꾸준히 걸어야 한다. 대관령면사무소에 따르면, 대관령 1월 초 일출시각은 오전 6시40분경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적어도 오전 4시30분경엔 대관령을 출발해야 선자령에서 일출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
상행(북쪽) 휴게소 동쪽 옆 콘크리트 포장도를 따라 100m쯤 가면 길이 왼쪽으로 90도 꺾어진다. 여기서 오른쪽 리본이 잔뜩 매달린 등산로로 접어든다. 곧장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국사성황당을 거쳐갈 수도 있으나 컴컴한 신새벽엔 별로 볼 것이 없다.
등산로는 굵은 밧줄 난간으로 잘 정비돼 있고 널찍하여 어둠 속이라도 길 잃을 염려가 없다. 이 등산로는 500m 후 널찍한 콘크리트 포장길을 만난다. 저 위에 있는 통신시설물 관리를 위한 길로서 늘 말끔히 제설작업을 해두는 길이다.
콘크리트 포장도로는 북을 여러 개 매단 모양의 중계탑 옆을 지나 무선항공통제소 입구에서 끝난다. 이 포장길이 끝나기 30m 전, 왼쪽으로 산길이 시작된다. 등산로 안내판이 서 있으므로 어둠 속이라도 금방 알 수 있다.
통제소 울짱 옆을 따라 걸어 대간 등날을 딛고 오른 다음 다소 경사가 가팔라지는 곳에서 갈림길이 나선다. 두 길은 나중에 만나지만, 오른쪽 능선길을 택하는 게 좋다. 그래야 선자령 코스에서 최고의 조망처라 할 새봉 조망대에 오를 수 있다. 해발 1,050m의 새봉 정상은 사람들이 쉬며 주변 경치를 볼 수 있게 목재로 넓게 조망대까지 만들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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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자령 정상의 의야지 코스 초입.
- 꼭 선자령 정상까지 서둘러 갈 것 없이 이 조망대에서 일출을 맞는 것도 좋다. 대관령 휴게소에서 이곳까지 약 2.5km로, 넉넉잡고 일출 1시간쯤 전에 대관령을 출발하면 된다. 맑은 날은 경포 해수욕장 해안선까지도 선명히 보인다는 주민들 말이다.
주위가 훤해지면 겨울철 이 선자령 능선에서는 이곳만의 독특한 경치를 보게 된다. 동쪽으로 파도머리처럼 끝이 휘감긴 긴 설릉 풍광이 그것이다. 다만 큰 눈이 내리고 나서 며칠 바람이 분 이후라야 이런 설릉이 형성된다.
전망대 이후 내리막에서 아까 갈라졌던 갈림길을 만나며, 1071m봉을 지나면 넓디넓은, 풀 한 포기 없이 말끔하게 눈으로 뒤덮인 설사면이 펼쳐진다. 그 가운데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서 있는데, 쉬익 쉬익 하고 돌아가는 도중 간혹 날개에 얼어붙어 있던 빙설이 떨어져 위험하니 절대 밑으로는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
초막골 가는 갈림길목을 지나 100m쯤 더 오르면 널찍한 선자령 정상이다. 높이 7m나 되는 ‘백두대간 선자령’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 일출맞이 후 하산길 선택은 여러 갈래가 가능하다. 적설기엔 동쪽 초막골 하산이 가장 인기다. 초막골은 급경사 내리막으로, 중간에 눈썰매 타는 재미로 주로 이 길을 택한다.
지난 겨울 새로 낸 의야지 마을길로 가는 것도 좋다. 정상 서쪽 옆 공터 모서리에 세워진 자그마하고 노란 ‘바람마을 의야지 5.3km’ 표지판에서 이 길이 시작된다. 의야지 능선길은 조용하고 깨끗한 숲속 눈길을 걷는 맛이 주된 매력이다. 바람이 대관령~선자령에 비해 한결 덜하다.
선자령에서 북쪽으로 1km쯤 더 가서 오른쪽 보현사 계곡으로 하산하는 길도 있다. 어둠 속에서 잘 보지 못했으니 백두대간 주능선을 따라 되내려가는 것도 좋다. 그 어느 길을 택해도 좋지만, 사람들이 오가서 족적이 뚜렷이 나 있지 않은 길은 피하도록 한다. 대관령 눈은 뜻밖으로 깊어서 자칫 길을 잘못 들면 깊은 눈을 헤쳐 나오느라 애를 먹기 쉽다.
1월 중순 대관령면에서는 눈꽃축제가 열리므로, 이 때를 맞추어 일출맞이 산행에 나서는 것도 좋다.
- 교통
옛 영동고속도로는 이제 496번 지방도로서 항상 제설작업이 된다. 제설작업 여부 문의는 도로관리사업소 강릉지소(033-649-8635)로 한다. 횡계 나들목으로 빠져나가서 용평스키장쪽으로 가다가 고속도로 밑을 지나자마자 좌회전하여 5km쯤 가면 구 대관령 휴게소다.
초막골, 보현사, 의야지 마을 어느 쪽으로 하산하든 차를 대둔 대관령 휴게소까지 되돌아가려면 횡계 택시를 불러야 한다. 택시료 약 10,000원. 횡계 개인콜택시 033-335-6263, 용평콜택시 033-335-6015.
동서울터미널에서 대관령면 소재지인 횡계 경유, 강릉·양양·동해행 버스가 1일 24회(06:30~20:05) 운행. 3시간 소요. 횡계에서 동서울행 막차 20:25.
서울 강남터미널에서 강릉까지 고속버스 15~20분 간격 운행. 강릉 종합버스정류장(033-643-6091)에서 횡계 버스정류장(033-335-5289)까지 15분 간격(07:35~21:40)으로 시외버스 운행.
숙박 (지역번호 033)
용평레포빌은 구 대관령휴게소 가까운 곳에 위치한 멋진 펜션단지다(전화 336-8338).
횡계 숙박시설은 용평스키장 이용객들 때문에 주말로 방을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주말엔 아예 강릉의 연중(주일·주말·연휴·여름 성수기) 일정한 숙박요금(2인1실 30,000원)을 받기로 한 숙박요금 모범업소를 찾는 것도 좋다.
구라미 641-8321~3, 귀빈장 648-0852, 동광장여관 642-3284, 로즈모텔 642-5088, 리베라장 641-5611, 명도장 641-1251, 미성장 643-5988, 서울랜드장 642-2985, 스케치모텔 647-7748, 알프스장 645-3401, 영빈장 646-4036, 원산장여관 642-4125, 유토피아모텔 648-6842, 초원장 642-8861, 크라운 641-1250, 화선모텔 647-23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