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BT 네트워크 활동 단속 시작
러시아 대법원이 지난달 30일 국제 성소수자(LGBT) 네트워크(대중운동)를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한 지 하루 만에 모스크바에서는 성소수자들이 모이는 주요 클럽과 사우나 시설 등에 대한 집중 단속이 벌어졌다.
rbc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모스크바 경찰은 1일 저녁(현지 시간) 아프토자보드스카야(Автозаводская)와 폴랸카(Полянка) 지하철역 인근의 '게이 클럽'과 '게이 바' 여러 곳을 급습했다. 또 츠베트노이 대로(на Цветном бульваре)에 있는 '게이 사우나'에도 경찰이 들이닥쳤다.
러시아에서는 게이 클럽에 대한 단속이 시작됐다. 사진은 캐나다 토로토 게이 바/사진출처:위키피디아
단속 정보를 미리 입수한 일부 '게이 바' 업주는 "곧 단속이 있을 것"이라고 고객들에게 알렸으나, 다른 '게이 클럽'들은 단속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클럽은 400명 가량이 LGBT 파티를 즐기고 있는 가운데, 경찰의 급습을 당했다고 한다. 경찰은 마약 수사를 이유로 클럽으로 들어와 일부 고객들을 억류한 뒤 신분증을 확인하고 사진 채증도 했다고 한 목격자는 전했다.
경찰의 이같은 단속을 예상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유명 게이 클럽 ‘센트럴 스테이션’(Центральная станция)은 대법원 판결 직후 소셜미디어(SNS) vk를 통해 더 이상 영업이 불가능하다며 일찌감치 폐업을 선언했다. 뒤이어 일부 시설들도 문을 닫거나 닫을 것으로 알려졌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유명 게이 클럽 ‘센트럴 스테이션’은 vk를 통해 문을 닫는다고 알렸다/캡처
LGBT 홍보 혐의로 TV 채널이 벌금을 부과받은 뮤직 비디오의 주인공 '라자레프'의 공연장면/사진출처: vk 영상 캡처
또 상트페테르부르크의 TV 채널 '아이바'(Aiva)는 두 소녀가 손을 잡는 장면이 나오는 '뮤직 비디오'를 방영했다가 LGBT를 홍보했다는 이유로 1일 법원으로 50만 루블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문제의 뮤직 비디오는 세르게이 라자레프의 '진짜 아름다워'(Так красиво)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법원은 비전통적인 성관계 및 성전환 조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아이바' 채널에 벌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그동안 푸틴 대통령이 ‘전통적인 가족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성소수자 억압 정책을 펴왔다. 2013년 미성년자들에게 ‘비전통적인 성적 관계’에 대한 선전을 금지하고, 2020년 7월에는 동성 결혼 금지를 헌법으로 규정했다. 또 지난 7월에는 성전환을 금지하는 법률도 제정했다.
그러나 rbc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15년 “현대 사회에서 국적, 민족, 성적 지향을 이유로 형사 고발이나 그 어떤 박해, 인권 침해가 있을 수 없다"며 '성소수자들의 인권이 침해됐다'는 서방 측의 비난을 '러시아에 대한 공격'으로 돌렸다. 또 2023년 연방의회(상원) 연설에서는 "러시아에서는 아무도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으며,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성인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 권리가 있다"며 "러시아는 그렇게 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러시아에서 벌어지는 현실은 푸틴 대통령의 발언, 혹은 다짐과는 한참 동떨어져 있는 것 같다.
◇ 외국 관광객을 겨냥한 관광 진흥책 개발중
러시아는 외국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내년부터 관광객 전용 결제 카드를 출시하고, 일부 관광지에 '게스트 하우스'(гостевые дома)를 시범적으로 운용하기로 했다.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서도 외국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rbc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드미트리 바흐루코프 러시아 경제개발부 차관은 지난달(11월) 16일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열린 '러시아의 도시' 포럼에서 관광객용 카드 출시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외국인 관광객이 러시아로 떠나기 전에 (해외에서) 러시아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고 '디지털(가상) 카드'를 발급받아 러시아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며 "원할 경우, 입국 후 실물 카드도 발급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광객용 카드'는 러시아에 거주하는 외국인에게도 발급될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미르 카드/사진출처:소셜미디어 ok 이즈베스티야 계정
러시아 '특수 군사작전'에 대한 서방의 금융 부문 제재로, 러시아에서는 국제 결제 카드인 '비자'와 '마스터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러시아에 온 외국인들은 호텔 예약은 물론, 식당이나 쇼핑몰 등에서 비자와 마스터 카드의 사용이 제한돼 상당한 불편을 겪고 있다. 현재 사용가능한 카드는 러시아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미르' 카드와 중국의 일부 카드다. 관광객용 디지털 카드 발급도 '미르' 시스템을 이용한다.
rbc에 따르면 관광객을 위한 '게스트 하우스' 합법화 법안이 지난달 30일 국가두마(하원)의 1차 심의(독해)를 통과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게스트하우스는 1,000㎡(약 303평), 방 15개를 넘어서는 안되고, 운영자가 직접 거주해야 한다. 이 법안이 최종 확정(3차 독회후 표결)되면 2024년 4월 1일부터 2026년 12월 31일까지 게스트하우스가 크림반도와 세바스토폴, 크라스노다르주(州)에서 시범실시된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러시아의 숙박업소는 크게 호텔과 미니(캡슐)호텔, 호스텔, 민박(에어비엔비 혹은 러시아 아비토·avito.ru 이용)으로 나눌 수 있다. 여기에 '게스트하우스' 개념이 추가된 것이다. 솔직히 러시아에서 호스텔과 게스트하우스의 차이가 뭘지 궁금하다.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미니호텔(위)와 호스텔 이즈바/바이러 자료 사진
1차 독회를 통과한 게스트하우스 관련 법안은 우선 그 개념을 분명하게 정의하고, 시설및 운영 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인터넷 광고를 포함해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는 서비스 광고는 금지된다
이에 앞서 국가 두마는 지난달 8일 '일일임대주택에 관한 법안'(законопроект о посуточной аренде)을 1차 독회에서 승인했다. 이웃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는 경우, 주택(아파트)을 하루 단위로 임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식으로는 '민박' 개념이다.
러시아가 숙박업소에 관한 법안 정비에 나선 것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른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3월 주택의 일일임대를 호텔과 동일시한 법을 형식상 '위헌'이라고 판단하고, 단기(일일) 임대주택의 정의와 서비스 등을 새 법률로 정하도록 명령했다.
러시아 의회는 지난 2019년 3월 일반 아파트에 호스텔을 여는 것은 금지하는 법안을 채택한 바 있다. 이후 모스크바 등지에서는 아파트에 들어선 불법 호스텔에 대한 단속이 이뤄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