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가 아니었다면 서울 광화문에서 잠실까지 달리는 서울 동아마라톤에 참가했을 것이다.
동아마라톤 대회는 개최되고 올해 처음으로 행사가 취소되었다.
전날 텃밭에서 감자 심고, 이것저것 파종 준비하다가 집에 돌아와서는 조부모님 제사준비를 한다.
동생한테도 오지말라고 했고, 병민이랑 둘이서 단촐하게 지내야 했다.
맥주 한캔을 비우고 제사 마친 마음에는 개잔술 음복까지 하니 대회 가기가 망설여진다.
새벽 5시에 일어났을 때도 갈등의 연속이다. 그런데 안 가면 하루가 후회될 것 같아 주섬주섬 짐을 챙겨 조용히 집을 나섰다.
그러다보니 선크림을 빼먹었다. 날씨가 덥고 햇볕이 하루종일 내리쬘 것이라는데 걱정이다.
출발을 앞두고는 파워젤마저 빼먹었다. 10km 단위로 먹어줘야 기록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지금까지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별 수 없다. 급수대에 놓인 바나나를 먹어가면서 체력 저하를 막을 수밖에... 이런 경험도 해봐야한다.
이번 대회에 급수대에서 허비한 시간은 전체를 합산하면 4~5분쯤 될 것이다.
나시를 입었음에도 2라운드를 마칠 즈음엔 제법 땀이 나기 시작했다.
다행히 런타스틱 어플이 시계 블루투스와 연결되어 Km 당 진행속도를 또렷하게 알려준다.
50분 안에는 들어와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의도대로 되지는 못했다. 기록은 3시간 54분 25초!
어제 제사를 지내며 과식에 음주한 이유, 텃밭에서 몸을 많이 썼고 연풀에 피로가 누적되어 있는 이유 등으로 기록이 저조했다.
그러나 기분은 몹시 좋았다. 집에서 뒹굴거리며 하루를 소일할 뻔 했는데, 제대로된 운동을 했다는 보람이 가슴 가득 채운다.
런타스틱 어플은 거리가 조금 더 나와야 하는데 덜 나온 이유가 있었다. 갑천에는 교량이 4개 있는데 교량 밑에서는 GPS가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27km 지점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