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속의 한국사] 학교 교육과정
남북 군사 긴장 최고였던 1960년대… 월요일마다 '반공' 수업 들었죠
학교 교육과정
김성진 서울 고척고 교사 기획·구성=윤상진 기자 입력 2024.11.21. 00:44 조선일보
어느덧 올해 학교 갈 날도 얼마 남지 않았어요. 지금부터 내년 공부 계획을 짜는 학생들도 있을 거예요. 내년 전국 학교엔 큰 변화가 생길 예정인데요. 새로운 교육과정인 ‘2022 개정 교육과정’이 본격적으로 적용된답니다. 특히 고등학교에서는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서 자신의 진로에 맞춰 다양한 과목을 들을 수 있게 되죠.
한 국가의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지 계획을 세운 거예요. 어떤 과목을 얼마나 배울지 등을 담아요. 교육과정은 언제부터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우리나라에선 광복 이후 미군정 시기(1945~1948)인 1946년에 처음 생겼고, 그 후로 사회 변화에 따라 수차례 개정됐답니다. 오늘은 과거 학교에선 어떤 과목들을 공부했는지 교육과정의 변천사를 살펴볼게요.
1953년 발행된 국민학교 1학년 1학기 ‘사회생활’ 교과서 표지. 총 5단원, 63쪽짜리 교과서로, 컬러 인쇄된 삽화들이 들어갔어요. /한국학중앙연구원
미군정, 일제가 금지했던 ‘국사’ 교과목에
1945년 8월 15일 우리는 일제의 식민 지배에서 벗어나 광복을 맞았어요. 광복 직후 시급한 과제는 일제강점기 시절의 교육 체제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답니다. 이제 한국인이 주체가 되는 새로운 교육을 실시하게 된 것이죠. 미군정은 각 학교에서 가르칠 교과목의 주요 내용을 정리한 ‘교수요목’을 발표하고, ‘조선인을 위한 교육’이라는 목표를 세웠답니다.
미군정은 일제가 금지했던 ‘국사’ 과목을 교과목에 새로 포함시켰어요. 이제 일본사가 아닌 한국의 역사를 배울 수 있게 된 거죠. 이때부터 학교에선 공식적으로 일본어가 아닌 한국어를 사용하게 됩니다.
눈에 띄는 점은, 초·중등교육에서 ‘사회생활과’라는 교과가 등장했다는 것이에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며 시작된 냉전 체제에서 미군정은 사회주의가 퍼지는 것을 막고 미국식 민주주의를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봤어요. 이에 지리와 역사 과목 등을 하나로 묶은 사회생활과를 도입했어요. 학생들에게 사회제도와 역사를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죠.
미군정기 교육과정이 처음 생기긴 했지만, 이때 교수요목은 교과별로 어떤 내용을 가르칠 것인지 열거하는 수준에 그쳤어요.
1959년 한 국민학교(초등학교)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들. 한국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이때는 학교에서 가축 관리법, 작물 재배법 등 실용 지식을 가르쳤어요. /조선일보 DB
‘홍익인간’이 교육과정 목표
법령에 따라 체계화된 교육과정이 만들어진 건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였어요. 정부 수립 이듬해인 1949년엔 ‘홍익인간’ 정신을 교육 이념으로 한 ‘교육법’이 제정됐어요. 교육 제도에 대한 기본틀이 마련된 거예요.
하지만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새로운 교육과정을 만들려는 노력은 잠시 중단됩니다. 그러다 전쟁이 끝나고 1954년 비로소 교육과정이 만들어지는데 이것이 ‘제1차 교육과정’이에요.
1차 교육과정은 ‘교수요목’에 비해 각 교과의 목적·지도 방침·지도 내용이 비교적 명확하게 정리되어 있어요. 이때 편성된 교과목으로는 국어, 수학, 사회(지리·공민·역사), 과학(물리·화학·생물·지학), 외국어(영어·독일어·중국어), 미술, 음악, 보건 등이 있었어요. 공민은 정치·사회·경제를 아우르는 과목으로, 오늘날 일반사회과목과 비슷한 내용을 배웠다고 생각하면 된답니다. 지학은 지구과학 과목의 옛 이름이에요.
최근 세계의 여러 개발도상국들은 한국이 급격한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로 ‘교육’을 꼽으며 한국 교육제도를 배우려고 하고 있어요. 실제로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엔 ‘교육을 통해 국가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목표가 적혀있었답니다. 당시 정부는 교육을 통해 생활을 향상시키는 것을 강조했어요.
이런 목표에 따라 당시 각 학교에선 ‘실업교육’을 강조했답니다. 초등학교 과정엔 ‘실과’가, 중·고등학교 과정엔 ‘실업·가정과’가 생겼어요. 정부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초적인 기술을 배우게 했어요. 초등학교 실과의 경우, 채소와 작물을 가꾸고 재배하는 방법, 토끼나 돼지 등의 가축을 기르는 방법, 간단한 공구와 기계를 만드는 방법 등이 교육과정에 포함됐죠. 당시엔 밥 굶는 사람들이 흔했을 정도로 나라가 어려웠던 만큼, 학생들에게 실용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1973년 4월 서울 시내 거리에서 고등학생들이 행군을 하고 있어요. 당시 교육과정에는 교련 과목이 있어 고등학생들도 기초 군사훈련을 받았어요. /조선일보 DB
초기 교육과정엔 ‘반공’ 강조됐어요
교육과정은 지금까지 10차례의 크고 작은 개정이 있었어요. 국가가 강조했던 가치가 변화하며 교과목을 비롯한 교육 내용도 바뀌어 온 것이죠.
1963년 제정된 제2차 교육과정에선 ‘반공교육’이 강화됩니다. 반공교육은 이전부터 강조됐지만, 도덕 교과서에 반공 관련 내용이 일부 담겨 있는 정도였어요. 그런데 2차 교육과정부터는 ‘반공·도덕’이라는 별도 과목이 생겨요. ‘반공·도덕’ 교육은 전교생이 모여 아침 조회를 하는 매주 월요일에 주로 이뤄졌어요. 초·중·고 모두 배웠죠. 학습 목표는 “공산주의의 그릇됨과 아울러 민주주의의 우월함을 깨닫는 것”과 “공산 침략주의를 막고 민주 국가 발전과 세계 평화에 기여하려는 결의를 굳게 하는 것” 등이었답니다.
1960년대는 남북한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때였습니다. 1968년엔 북한 공작원들이 휴전선을 넘어와 청와대 인근까지 침투했던 사건이 일어났죠. 이 때문에 박정희 정부는 반공교육과 학생 군사 훈련을 더욱 강화한 거예요. 우리나라 초기 교육과정에는 당시 국가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여긴 가치가 반영됐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과거 학교를 배경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에서 얼룩무늬 교복을 본 적이 있을 거예요. ‘교련복’이라는 건데요. 고등학교와 대학에 ‘교련’ 과목이 신설된 것도 2차 교육과정 시기예요. 학생들은 교련 과목 시간에 응급처치나 군대 예절, 사격 등 기초적인 군사훈련을 받았어요.
기술 발전에 따라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목에도 변화가 생겨요. 정보화와 세계화가 강조된 6차 교육과정 시기(1992~1997)부터는 ‘컴퓨터’ 과목이 대폭 확대돼요. 최근에는 컴퓨터 활용 능력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교육까지 교육 과정에 포함됐어요.
1996년 서울 관악구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컴퓨터 실습을 하고 있어요. 1990년대엔 ‘정보화’가 강조되면서 교육과정에 컴퓨터 과목이 들어갔답니다.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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