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설물(shit)보다 못한 게 넘쳐난다”... 페북·네이버 이용자 급감 이유
‘엔시티피케이션(enshittification·이하 엔시트화)’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배설물’이란 의미의 ‘shit’을 써서 플랫폼이 더럽고 쓸데없는 것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한 것이다.
변희원 기자 입력 2024.03.02. 03:20 조선일보
일러스트=김성규
윤이슬(30)씨는 페이스북 앱을 열어보지 않은 지 한 달이 넘었다. 윤씨는 중학교 때부터 페이스북에 일거수일투족을 올리고 ‘페메’(페이스북 메신저)로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열혈 사용자였다. 그는 “‘페친’(페이스북에서 맺는 친구)이 올린 글보다 광고가 더 많아 마치 광고를 보기 위해 앱을 쓰는 것 같다”며 “최근에는 친구들도 페이스북에 글이나 사진을 올리는 횟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2000년대 말 등장해 모바일 시장을 대표하는 서비스로 발돋움했던 온라인 플랫폼의 열화(劣化)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용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보다 광고가 많아지거나 가짜 뉴스, 스팸과 같은 질 낮은 콘텐츠들이 범람하면서 페이스북·인스타그램·네이버 같은 플랫폼의 전반적인 질이 떨어지자 이용자들이 떠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해외에서는 플랫폼의 열화를 지칭하는 ‘엔시티피케이션(enshittification·이하 엔시트화)’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배설물’이란 의미의 ‘shit’을 써서 플랫폼이 더럽고 쓸데없는 것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한 것이다. 지난달 미국 언어 학회가 선정한 ‘2023년 올해의 단어’다.
그래픽=김성규
엔시트화는 2022년 캐나다 출신 작가 코리 닥터로가 만든 용어다. 사용자에게 편익을 주고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던 온라인 플랫폼이 사용자 경험보다 수익 창출을 우선시하면서 플랫폼의 품질과 사용자 경험이 저하되는 현상을 설명하는 데 쓰인다. 파이낸셜타임스와 가디언은 “대부분의 플랫폼이 인기를 끌다가 하락세로 접어드는 과정에는 엔시트화가 있다”고 했다.
◇열화되는 온라인 플랫폼
올 들어 국내 페이스북 월간 활성 사용자(MAU)는 100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모바일 빅데이터를 제공하는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1월 MAU는 991만3855명으로 지난해 1월(1155만2420명)과 비교해 1년 새 약 164만명 줄었다. 2020년 페이스북 전성기(1487만명)와 비교하면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에서도 이미 2021년 페이스북 사용자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그래픽=김성규
닥터로에 따르면 이용자들이 플랫폼을 떠나는 과정엔 엔시트화가 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은 이용자들이 글과 사진을 공유하고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친분을 쌓을 수 있는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해 이용자를 늘렸다. 이용자들은 플랫폼 안에서 형성한 네트워크 때문에 쉽게 떠나기 어렵다. 플랫폼은 이들의 데이터를 제공하며 광고주를 유치하고, 일단 유치된 광고주는 수십억 이용자가 있는 플랫폼에 묶이게 된다. 플랫폼은 갈수록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광고를 계속 늘리고 이용자들은 이를 감내해야 한다. 광고주 역시 치열해지는 경쟁 때문에 더 많은 광고비를 지출할 수밖에 없다. 결국 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광고(-)를 참고 봤지만 이제는 단점이 더 커지면서 플랫폼을 떠나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사용자·광고주 다 피해 보는 엔시트화(enshittification)
국내 검색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던 네이버의 점유율이 최근 떨어지고 있는 것도 엔시트화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줄곧 70~80%대를 유지하던 네이버의 점유율은 지난해 60% 선이 무너졌다. 네이버는 출시 초기 깔끔한 화면과 강력한 검색 기능, 메일 등으로 사용자들을 끌어모았다.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식당이나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이 홍보를 하거나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몰려들고 검색 광고 시장이 형성됐다. 하지만 네이버의 검색 광고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비슷한 열화 과정을 겪고 있다. 1일 현재 네이버 검색창에 ‘광화문 맛집’을 검색하면 상단에는 네이버에 광고비를 낸 식당 열 군데가 우선적으로 노출된다. 지도와 함께 나오는 식당 리스트에서도 광고비를 낸 식당이 더 위에 나온다. 네이버 사업의 핵심이었던 검색의 신뢰성까지 담보할 수 없는 것이다. 네이버는 하루 단위로 클릭 수에 따라 광고비를 책정하고, 상단에 노출될 수 있는 기회는 경매 형식으로 판매한다. 네이버 광고를 최근 그만둔 한 자영업자는 “불과 1~2년 전만 해도 클릭 한 건당 50원씩 하던 광고비가 한 건당 1100원까지 올랐는데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고 했다.
☞ 엔시티피케이션(enshittification)
’배설물’이란 의미의 ‘shit’ 앞에 접두사 ‘en’(~이 되게 하다), 뒤에 ‘~화(化)’라는 의미의 접미사 ‘ficaton’을 붙인 신조어. 양질의 무료 콘텐츠로 사용자를 모은 온라인 플랫폼이 수익 창출을 우선시하면서 이용자의 만족도가 떨어지고 결국 이탈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2022년 작가 코리 닥터로가 만든 용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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