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예술의 최고의 극치를 보여준다는
알함브라궁전이 이슬람교도 국가가 아닌 스페인 땅에 있다 현재 스페인 지역에 있었던 서고트왕국은
711년 이슬람 옴미아드왕조의 침입을 받아 붕괴되었다.
이슬람 세력은 피레네를 넘어 프랑크왕국도 노렸으나
732년의 투르푸아티에 싸움에서 패배하여 이베리아반도로 물러났으며
그 후부터 8세기 동안 이베리아반도를 지배하였다.
이슬람이 지배하는 동안 산업이 발전하였는데
당시의 이슬람의 문화·기술 수준이 서유럽을 능가하였다는 것은
이미 10세기에 코르도바 도서관이 60만 권의 서적을 소장하여
그리스 철학을 연구하고 있었다는 점
11세기에 제지(製紙)가 시작되어 있었다는 점 등으로도 알 수 있다.
스페인의 남쪽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그라나다를 한눈으로 바라보는 구릉 위에 세운 알함브라궁전은 스페인의 마지막 이슬람왕조인 나스르 왕조의 무하마드 1세 알 갈리브가 13세기 후반에 창립하기 시작하여 증축과 개수를 거쳐 완성 되었다. 나스르왕조는 이베리아반도에 존재하였던 이슬람 최후의 왕조(1231~1492)로
이베리아 반도에서 이슬람 세력을 내쫓으려는 그리스도교의 국토회복운동에 의해
영역을 잃어가다가 이사벨 1세와 페르난도 5세의 가톨릭 부부왕(夫婦王)에 의하여
1492년 정복되었다.
'중세 이슬람 문화의 결정체', '이슬람 건축의 최고 걸작' 등으로 찬사를 받고 있는
알함브라궁전은 그러한 찬사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화려함을 자랑한다.
하지만 다른 유럽의 궁전들처럼 거대함, 보석장식, 그림장식 등으로
화려함을 뽐내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우상숭배를 금지한 이슬람 교리에 따라 내부 장식을 식물과 기하학적인 디자인으로만 구성하였기 때문에 소박하지만 환상적인 모습으로 관광객들을 압도한다.
'아벤세라헤스의 방' '왕의 방', '두 자매의 방'에서 볼 수 있는 모사라베라고 부르는
종유석 장식과 왕의 공식 접견실인 '대사의 방'의 아라베스크 무늬에서 이러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물이 귀한 땅(아프리카, 중동)에서 살아온 이슬람교도들의
오아시스에 대한 열망은 곳곳에 연못과 분수를 만들어 놓았다. 왕의 여름 별궁인 헤네랄리페에서는 아치형으로 물을 뿜는 분수와
아담하지만 아름다운 정원을 볼 수 있다. 알람브라궁전에서 가장 뛰어난 중정(中庭)으로 손꼽히는 왕궁의 아라야네스의 안뜰은
정확한 대칭구조를 이루는 건물 중앙에 사각형의 연못이 있다. 나스르왕조의 마지막 왕인 보압딜(Boabdil)이 두 왕(이사벨 1세와 페르난도 5세)에게 도시를 넘겨주는 조약을 맺은 후 아프리카로 떠나면서, 알람브라 궁전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한탄의 언덕'이라고 부르고 있다. 영토를 정복당한 슬픔이 우선이겠지만 낙원 같은 알함브라 궁전을 놓고 떠나는 마음이 오죽했을까.
기타 음악으로는 로망스와 함께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곡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Recuerdos De La Alhambra)은 에스파니아의 전설적인 기타리스트인 타레가 (Francisco Tarrega Eixea : 1852~1909)의 작품이다. 이 곡의 작곡자인 타레가는 제자인 콘차 부인으로부터 사랑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아픔을 안고 여행을 하던 중에 알함브라 궁전을 찾게 되었다. 일설로는 콘차 부인과 궁전에서 같은 밤을 보냈다고도 하는데 그 여인으로부터 사랑의 상처를 겪은 것만은 틀림이 없다.
이 세상에 사랑하는 여인이 있는데, 그 여인으로부터 사랑을 허락받지 못할 때
그 무엇으로 빈 가슴을 메울 것인가. 아름다운 궁전 창 밖의 달을 보며,
그는 그 상심을 가단조의 우수(憂愁)로 시작한다.
전 곡을 걸쳐 마치 은구슬 뿌리듯 관통하고 있는 트레몰로(Tremolo)의 멜로디와
강약을 교차하는 3박자의 저음 아르페지오 .. 방을 나와 사자의 정원과 분수대, 그리고 야자수 사이를
거닐던 그는 어둠 속을 뚫고 부옇게 터오는 먼동 속에서 실연의 아픔을 딛고 기타 음악에의 열정으로 살아갈 의지를 얻게 된다. 이 곡을 듣다 보면 후반 3분의 2 이후에 곡이 갑자기 환하게 밝아지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는 다름아닌 가단조에서 가장조로 조바꿈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소나타가 A-B-A 형식이라면 <알함브라>는 A-A-B라는 형식을 취하는데
후반의 조바꿈을 통해 어둠에서 밝음으로 슬픔을 극복하는 과정을 암시하고 있다.
조바꿈은 장조ㆍ단조를 변화시키지는 않고 키를 반음씩 올려서 감정을 고조시키는
기법으로 흔히 사용되는데, 이 곡은 단조에서 장조로 바꿈으로서 아픔을 딛고 생의 전환을 모색하게 된 타레가라는 천재만이 빚어낼 수 있었던 감각이라 하겠다.
마지막 코다에서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인상깊게
새기며 아쉬운 듯 아쉬운 듯 여운을 끌다 끝을 맺는다. 이 곡은 원래는 <알함브라풍으로(Ala Alhambra)>라고 이름짓고 <기도(Invocation)>라는 부제를 덧붙여 놓았는데, 출판사에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라 고쳤다 한다. 알함브라 궁전(Alhambra)은 스페인의 대표적인 유적지의 하나이다. 그라나다(Granada)에 위치한 이 궁전은 해마다 수십만의 인파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관광객의 대부분은 타레가의 기타음악에 대한 호감을 가지고 이 곳을 여행한다. 타레가는 근대 기타연주법의 틀을 완성한 전설적인 기타리스트이다. 사망하기 3년 전에 팔이 마비되는 병을 앓고 난 후 더이상 기타를 연주할 수 없게 되자 이를 비관하며 슬픈 말년을 보냈다고 한다.
타레가의 음악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으며 특히 팝에서는 최고의 소재중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영화 킬링필드(The Killing Fields)에서 그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주제로 한 에뛰뜨(Etude:습작)가 1984년 오스카의 주제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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