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 소주는 왜 100년을 기념한 소주에 ‘원숭이’를 넣었을까?
나는 여러분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성인이 되어 처음 소주잔에 입을 댄 후 지금까지 이렇게 특별한 녀석을 만난 적이 없다고. 나는 원래 다른 리뷰를 쓰려고 했다. ‘진로’가 올해로 100년이 되었다는 이야기. 1924년에 처음 등장한 이후, 한국인들의 소울 드링크로 자리를 잡고 이제 해외에서도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말이다. 그런데 말이지…
창립 100주년 기념으로 나온 ‘진로 오리진 에디션’ 중에 이상한 녀석이 숨어있는데?
진로 오리진 에디션에 숨겨진 행운
한국 사람이 진로를 마신 지 10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마셨다는 이야기로도 부족할 정도다. 기쁠 때, 슬플 때 혹은 별다른 이유가 없던 순간에도 우리는 술잔을 기울였으니까.
그런 진로에서 특별한 에디션이 나왔다. 진로가 최초로 출시되었던 1924년 라벨의 모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선보인 것이다.
100년 전 디자인을 가져왔는데도 세련된 ‘힙트로’ 느낌의 이번 에디션에는 숨겨진 비밀이 하나 있다. 소주 100병 중 3병꼴로, 즉 3%의 확률로 두꺼비가 아닌 다른 동물이 숨겨진 ‘럭키 라벨’이 있다는 것이다.
그 동물은 바로 ‘원숭이’다. 아니 두꺼비 소주로 유명한 진로에서 언제부터 원숭이 심볼을 사용했지? 거기에는 진로의 오랜 역사가 담겨있다.
진로의 동물이 두꺼비가 아닌 원숭이였던 이유
진로를 만든 사람의 원래 직업은 ‘교사’였다. 장학엽 선생은 일제 강점기 시절 학생들을 가르쳤다. 하지만 안창호 선생의 가르침(교육을 통한 실력 양성)을 인용하다가 주변 일본 교사들에게 사직을 강요받고 떠나게 되었다. 그때 그는 생각했다. 돈을 벌어서 실력 있는 학생을 키우는 학교를 만들겠다고.
그는 평안남도 용강군에 ‘진천양조상회’라는 양조장을 설립하고 술을 빚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온 제품은 양조장이 위치한 진지리의 ‘진(眞)’과 소주를 증류할 때 이슬방울이 맺히는 모습을 착안해 이슬 ‘로(露)’를 붙여 ‘진로’라고 정했다. 도수는 약 35도였다.
그리고 술병에 마스코트로 원숭이를 넣었다. 서북지방에서는 ‘영특함’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그렇게 1924년 최초 진로엔 복을 상징하는 원숭이 두 마리가 자리 잡고 있다.
애환을 함께한 진로의 성장사
최고가 되는 과정에는 여러 고난이 있기 마련이다. 진로도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출시 이후, 소주의 맛과 품질을 차별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며 점차 인기를 끌게 되었으나 독립 후 꽃길만 걸어갈 것 같던 상황에… ‘한국전쟁’이 발발한 것이다.
그동안 이룬 진천양조상회의 사업과 공장, 재산을 모두 북쪽에 남겨두고 부산까지 피난을 가게 된다. 그는 휴전 이후, 서울 신길동에 다시 양조장을 차리게 된다. 그리고 ‘진로’를 부활시킨다. 하지만 한 가지 바꾸어야 하는 점이 있었다. 바로 마스코트였다.
서북지방에서는 영특함을 상징하는 동물인 원숭이가 서울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때문에 진로를 다시 만들면서 동물 사전을 펼쳐놓고 ‘진로 마스코트 오디션(?)’을 봐야만 했다. 그렇게 진로의 새 얼굴이 될 마스코트는 ‘두꺼비’에게로 돌아갔다. 콩쥐팥쥐전에서도, 두꺼비 왕자 동화에서도 두꺼비는 언제나 사람을 이롭게 해 주니까.
그렇게 ‘다복, 행운, 부’를 상징하는 두꺼비가 1955년부터 원숭이의 빈자리를 채웠다.
작은 라벨 속에 담긴 커다란 소주의 역사
‘진로 오리진 에디션’은 진로의 최초 라벨이자 진로의 역사를 보여주는, 마치 첫돌 사진과 현재 사진을 겹쳐 보여주는 것 같은 묘한 감정을 일으킨다.
최초의 라벨을 유지하면서 ‘진로 100주년 기념 한정판’ 문구와 창립 연도를 의미하는 ‘1924’, 100주년인 올해를 의미하는 ‘2024’를 표시해 의미를 강조한 진로 오리진 에디션. 진로의 마스코트가 두꺼비로 바뀌기 전, 초창기의 상징인 원숭이까지 함께 만날 수 있어 그 의미가 더욱 크다.
1924년 진로 원숭이부터, 2024년 진로 두꺼비까지. 앞으로 100년 동안 꿈을 꾸고 이뤄내는 모든 행운을 함께 가져가길 바란다.
원문: 마시즘
첫댓글 개인적으로 쓰디쓴 소주는 1도 마시지 못하고 마신적 없지만
이런류의 히스토리는 그냥 읽는 재미가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