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농촌진흥청 지음 『옥수수』
옥수수 농사
900평 옥수수 농사를 짓는다. 올해 4년 차다. 첫 해와 두 해에는 농사 경험도 없고 생산된 옥수수가 상품성이 없어 지인들에게 따다 드시라고 했다. 작년부터는 내다 팔 수 있게 농사를 지어보자고 안사람과 결심했다. 4월 중하순에 심어 7월 중하순에 수확하니 3개월 노력하는 것일 터. 해 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우리는 전문 농사꾼이 아니여서 친환경 비료를 뿌리고 로타리 치고 비닐멀칭하고 씨앗을 뿌리는 것 까지는 외주를 주었다. 그리고 수확까지는 우리 몫. 작년에는 우리 인건비를 빼고 수지를 맞췄다. 올해는 소득을 얻어보자 했다. 돌밭이여서 로타리 치기 힘들다는 말에 좋다는 흙으로 객토를 했다. 애초에 논을 밭으로 만들 때 처음 얹어다 논 흙이 괜찮다고 했었다. 지난 생각하면 가슴이 쓰리지만 사람을 믿은 우리가 죄다 생각했다. 올해도 가외의 비용이 들어갔으니 수지 맞추기는 글러버렸다. 그래도 흙 값은 감가상각으로 몇 년에 걸쳐 비용처리할 수 있으니 우리가 잘하기만 하면 희망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왜 하필 옥수수 농사
집에서 밭까지는 10~15분 정도 차로 걸린다. 처음 한 달은 씨앗 잎과 줄기가 잘 나오는지, 잡초는 어떤지, 배수는 잘되는지 등등을 보러 간다. 아 참! 왜 하고 많은 작물중에 옥수수인가? 옥수수는 인류의 3대 작물 중 하나로 낱알 생산량이 벼 보다 많다. 간식용, 사료용, 알곡용, 각 종 가공식품의 원료등으로 옥수수는 인류의 식량으로 기여해 왔다. 그래서 옥수수 농사를 진다고! ~는 아니고. 사실 여러 작물 중에 기르기 가장 쉽다고 해서 선택했다. 심각한 병충해도 없고 가뭄이나 장마(올해 확실히 경험했다.)에도 강하다 했다. 뭐 해 줄게 없다는 것이 옥수수 농사라는데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곁가지, 곁이삭치기
그래도 농사는 농사다. 주인이 자주 가고 손길, 눈길을 자주 주면 줄수록 작물은 당근 잘 자란다. 근데 이 밭 너무 좋다. 배산임수가 있다면 여긴 背里臨道다. 밭 뒤는 마을이, 앞에는 도로가 있어 산의 고라니와 하늘의 새 피해가 없다. 농사 짓기 전 사람들이 해 준 걱정이 고라니피해, 새피해였다. 이게 없다니. 하늘과 땅에 감사했다. 다음에 살충제 제초제 문제가 있었다. 로타리 칠 때 살충제는 친다고 했다. 그렇다면 제초제는 일단 치지 말자고 했다. 파종 두 달쯤 되면 옥수수 대가 어른 무릅 정도로 올라온다. 이 때부터는 전쟁이다. 옥수수가 크면 잡초를 이기는 것 같다. 그러나 어릴 때는 진다. 제초를 제대로 안하면 책에도 소출이 67% 준다고 되어 있다. 새벽 5시에 나가 1시간 반, 업무 끝나고 저녁 6시에 나가 1시간 반 일했다. 2주 정도(고백하건데 매일 그런 건 아니다) 일하니 제초 완료. 물론 이랑의 잡초만 제거했다. 다음으로 솎아주기. 비닐멀칭 구멍에 2-3개 낱알을 심었고 나중에 상품성 있는 이삭을 얻기 위해 시원찮은 1-2가지는 제거해야 했다. 근데 올해는 비료가 좋아서인지 애들이 쑥쑥 잘 큰다. 그래서 한 구멍에 2개씩 남겨 두었다. 그리고 곁가지 쳐주기. 나중에는 곁이삭도 제거했다. 그게 상품성 있는 이삭을 얻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책에는 곁가지를 따준다고 소출이 늘지는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식물체에 상처를 주어 양분의 흐름을 방해하여 소출이 줄어든다고 했다. 오히려 곁가지에서 양분을 만들어 본가지에 공급하여 소출이 는다고 한다. 그러면 우리는 왜 그런 헛수고를 한 건가? 곁가지를 따주면 헛골이 훤하게 보여 깨끗한 느낌이 들고, 곁이삭을 따주면 윗 이삭이 커 보이기 때문이지 않을 까 책에는 쓰여있다. 다음으로 고랑 잡초제거. 안해도 될 것 같은데 뱀 나올 지경이고, 나중 수확시 이동을 수월하기 위해서 해야 했다. 이 때는 예초기를 동원했다.
그리고 수확
옥수수는 비올 때 따는게 좋단다. 아니면 아침 일찍 따는게 좋고. 수분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수확은 집중호우 장마비를 제대로 맞고 했다. 로또 맞는 기분이 이런 것일까. 또 하나는 이삭껍질이 정말 대단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가뭄이든, 비든 이삭을 철저히 보호해 준다. 그러나 수염이 잦은 비에 물러 떨어져 나가 생긴 틈으로 물이 들어가 옥수수 이삭 끝이 짓무르거나 썩는 경우는 있었다.
옥수수는 수확하는 순간부터 토양에 오염된 미생물과 자체의 효소로 신선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따자마자 삶아 먹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삶아 놓고 냉동실에 넣어둬야 한다. 그리고 곶감 빼먹듯이 여름 ,가을, 겨울 간식으로 먹으면 된다.
일시에 7천개 정도되는 이삭을 수확해야 했으므로 판로가 걱정이었다. 이러 저런 고민 끝에 결국 농협하나로 마트 출하, 시장 상인에 부탁, 지인판매등을 해 봤다. 결론은 지인판매가 매출의 80%정도였다. 맛있는 옥수수를 생산하고 맛있게 먹어준 지인들에게 감사한다. 결국은 우리는 누군가에 빚지고 사는 존재다. 우리는 서로 돕고 도우는 존재임을 이번 판매를 통하여 또 한 번 느꼈다. 수지는 어떠냐고? 결론은 손해를 안 봤다. 다만 투자한 노동력은 빼고 말이다. 더 큰 수확은 이런 농사가 나름 우리 부부에게 맞았다는 것이다. 힘든데 힘드지 않는 묘한 열정이 우리 마음에 들어 있었다. 장하준 박사가 이야기하는 제조업이 강해야 나라 경제가 산다는 말에 얼 비추어서 이렇게 말해본다. 1차 농업이 튼튼해야 나라가 산다. 이 땅의 모든 농민들에게 존경을 보낸다. 건투를 빈다.
책 익는 마을 원 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