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흥선군(興宣君) 이하응(李昰應)의 둘째아들로 태어난 명복(命福 : 고종의 아명)은 열두 살 어린 나이에 구중궁궐로 끌려가 왕이라는 감투(?)를 쓰게 된다. 일반 성인 남성이라면, 좋아라 할 일이겠지만, 열두 살 꼬마에게 있어 왕이라는 타이틀과 거대한 궁궐이 주는 중압감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엄마도 없구, PC방도 없구….
여기서 뭘 하라구. 나 집에 가고 싶어!"
고종이 집에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이미 흥선대원군(興宣大院君)은 권력을 장악, 나라를 장악하려는 타이밍이었기에 고종은 그냥 그렇게 궁에 눌러 앉아 있어야 했다.
"왕위에 올랐으니, 이제 슬슬 중전을 맞이해야지?"
"대감, 혹시 찍어 둔 며느리 감이라도 있수?"
"있긴 개뿔이…. 당신이 알아서 좀 찾아봐."
"필요한 옵션이라두…."
"일단 집안이 좀 궁상맞아야 해. 지금까지 외척이 발호해서 제대로 나라가 돌아간 거 봤어? 찌질한 집안에, 인물로 못생겨서 총애도 덜 받는 애로다가 한 명 골라봐."
"아무나 데려오라구?"
"그래도 일국의 중전인데… 대충 분위기 봐서 뼈대는 나름 먹어주지만, 집안은 쫄딱 망한 애로다가 골라보라구."
이리하여 흥선대원군의 부인인 부대부인(府大夫人) 민씨는 백방으로 뚜마담을 풀어 중전감을 찾았으니, 이때 얻어걸린 이가 바로 명성황후(明成皇后)였다.
"너네 집 쫄딱 망했다면서?"
"네, 아버지가 9살 때 돌아가셔서…"
"아버지 함자가 어떻게 되는데?"
"민, 치(致)자 록(祿)자 되십니다."
"그렇구나…. 너도 민씨네?"
"아… 네."
여흥(驪興 민씨(閔氏) 민치록(閔致祿)의 딸이 궁으로 들어오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때가 1866년 9월의 일이었다. 그리고 2년 뒤인 1868년 고종은 첫 번째 아들인 완화군(完和君)을 얻게 된다. 고종과 흥선대원군으로선 당연히 기뻐해야 할 일이었지만, 명성황후로서는 짜증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 왜? 완화군은 명성황후가 낳은 자식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야기를 잠시 뒤로 돌려보자.
"흠… 왕이라고 해봤자, 아버지가 다 해 드시니 뭐 할 것도 없고…. PC방이나 있으면, 파티 꾸려서 던전이나 한번 들어가는데…."
어린 나이에 궁에 끌려갔던(?) 고종…. 그로서도 답답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한참 엄마 품에서 뛰어 놀아야 할 나이에 조선 정치의 한 가운데 볼모로 끌려간 고종! 그런 고종으로서는 궁 안에서의 생활이 답답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때 등장한 인물이 훗날 영보당 이씨(永保堂 李氏)로 불리는 궁녀 이씨였다.
"전하, 심기를 굳건히 가지시고…"
"지금 모심기 하는 것도 아니고, 뭘 굳건히 하라는 거야?"
"어머, 마마! 다른 부분이 굳건해 지시면…"
"어허, 이리 오라니까…. 원래 내 나이 때는 한참 성기발랄할 나이잖아. 자자 일루 와 봐."
"저…전하, 야동을 너무 많이 보신 듯 하시옵…"
인간의 따뜻한 정을 그리워하던 고종 앞에 첫사랑이 찾아온 것이다.
"나, 있잖아. 울 마누라… 별로 안 좋아하거든?"
"전하, 그래도 중전 마마신데…"
"야, 내가 걔를 꼬시기를 했어. 하다못해 소개팅을 해서 만났어? 아니아니, 채팅이라도 해서 만났으면 내가 소다 소! 아버지랑 어머니가 입맛에 맞는 애로 골라서 올린 애가 지금 마누라잖아."
"전…하."
"난 너밖에 없어."
"어머 전하! 또 굳건해 지셨네요?"
"내가 누누이 강조했지? 내 나이 때가 한참 성기발랄 할 때라고?"
사춘기 고종은 그렇게 첫사랑 이씨를 만나게 되고, 그렇게 완화군을 낳게 되는데….
"이거 참… 고삐리 자식 색희가 애를 싸질러 왔으면, 화를 내야겠지만…. 명색이 왕인데, 이건 뭐 좋은 거지? 자고로 왕실은 자손이 번창해야 힘이 생겨나는 거니까."
"아니, 그래도 본처 놔두고 세컨드 배에서 애를 낳는다는 건…"
"이 사람이 지금 사랑과 전쟁 찍어? 조정기간 줄까? 본처면 어떻고, 세컨드면 어때? 그리고… 본처 쟤는 아직까지 애도 못 낳고 있잖아. 아니… 오히려 잘 된 거 아냐?"
"잘… 되다뇨?"
"얼빵해 보여서 중전에 앉혔더니만, 애가 완전 능구렁이야. 이대로 가다간 민씨가 조정을 장악하고, 외척이 발호 할 거 같아. 내가 말했지? 외척은 안 된다고."
"그럼 어쩌실 건데요? 폐서인이라도 만들 작정이유?"
"폐서인은 무슨 폐서인…. 이혼을 너무 쉽게 보는데, 그거 만만치 않아. 요즘 세상에 이혼 잘못해봐. 완전 쪽박이야 쪽박!"
"그럼요?"
"적당히 힘을 빼야지…. 마침 아들도 봤겠다. 쟤를 세자로 삼는 거야."
"세…자요?"
"자고로 왕자 못 난 중전만 한 허수아비가 없다니까, 인현왕후 봤지? 걔가 딱 그 케이스잖아. 완화군을 세자로 앉혀 놓으면, 제 아무리 날고 긴다 해도…. 그냥 허수아빌 뿐이야."
흥선대원군의 정치적 계산! 과연 고종과 그의 첫사랑인 영보당 이씨(永保堂 李氏), 명성황후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야기는 다음회로 이어진다.
|
첫댓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명성 황후의 운명은....
다음 회를 기대해 봅니다.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