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내 골다공증 치료해 재골절 위험 낮춰야
고관절·대퇴골골절 치명적…합병증에 사망도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장마철에는 고령층의 미끄러운 빗길 낙상 사고 위험이 높다. 이미 뼈가 약해져 있는 골다공증 환자인 경우 작은 충격에도 골절이 생길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장맛비가 내리는 13일 오후 서울 동작구 성대전통시장에서 시민들이 우산을 쓰고 오가고 있다. 2023.07.13.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 70대 이모 씨는 장마가 시작된 이달 초 장을 보고 귀가하다가 미끄러운 빗길에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고관절에 큰 충격을 받았고 치명적인 골절상을 입었다. 골다공증을 앓고 있던 이씨는 골다공증 환자 중에서도 뼈가 부러질 위험이 매우 높은 '골절 초고위험군'으로 진단받아 입원 치료 중이다. 화장실을 갈 때도 간병인의 도움을 받을 정도로 거동이 불편하다.
장마철에는 고령층의 미끄러운 빗길 낙상 사고 위험이 높다. 이미 뼈가 약해져 있는 골다공증 환자인 경우 작은 충격에도 골절이 생길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장마철에는 일조량과 활동량이 줄어들어 비타민D가 부족해지기 쉽고 평소 앓던 골다공증이 악화되기도 한다. 높은 습도로 집안 화장실이나 주방 등에서 낙상 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특히 균형감각과 순발력이 떨어지는 고령층의 경우 넘어질 때 엉덩방아를 찧으며 고관절이나 척추뼈 골절 위험이 크고, 합병증이 발생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실제 질병관리청이 전국 23개 병원을 대상으로 2006년에서 2021년까지 집계한 손상 유형과 원인을 살펴보면 매년 낙상으로 내원, 입원, 사망하는 중장년층이 증가했다. 특히 미끄러져 입원한 환자 수는 70세 이상에서 급격히 증가했다.
2021년 낙상 환자 중 19.7%가 입원을 했고, 이 중 70세 이상에서 입원율(37.5%)과 사망률(2.0%)이 전 연령 중 가장 높았다. 낙상이 주로 발생하는 장소는 집(48.8%), 도로(23.3%)였다. 활동별로는 일상생활(63.6%)이 가장 많았고 여가활동(20.0%), 업무(10.5%) 순이었다.
골다공증으로 골절이 발생하면 골밀도와 관계없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손목 뿐 아니라 척추, 고관절 등 다른 부위에서 재골절 위험이 높다. 대한골대사학회 연구에 따르면 골다공증 위험이 높은 폐경 여성은 골다공증 골절 발생 후 1년 내 다른 추가 골절 가능성이 5배 높았다. 골절 경험 여성 환자의 절반 가량(41%)은 첫 골절 시점으로부터 1년 이내 재골절을 경험했다.
골다공증으로 골절이 발생했을 경우 재골절 위험이 가장 높은 1년 이내 골다공증 치료를 시작해 재골절 위험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치명적인 ‘도미노 골절’과 그에 따른 심각한 합병증을 가능한 막기 위해서다. 특히, 고관절 골절이 있던 고령층이 재골절 시 1년 이내 사망률은 최대 24%인 반면 대퇴골절 후 골다공증 약물치료를 진행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사망률이 43% 감소했다.
[서울=뉴시스]이시훈 가천대길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사진= 뉴시스DB) 2023.07.17. photo@newsis.com.
이시훈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골밀도가 낮고 근육량이 적은 고령층은 장마철 미끄러운 대리석이나 계단 등에서 살짝 넘어지는 낙상 사고로 뼈가 부러져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이 골다공증 환자"라면서 "특히 고관절이나 대퇴골 골절이 생기면 젊은 환자에 비해 회복이 더디기 때문에 오랜 와병 생활로 이어져 욕창, 폐렴, 요로감염 등의 원인이 돼 심한 경우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낙상 사고는 평소 골다공증 질환에 대한 인식과 치료 부족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가벼운 충격만으로 골절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골절 초고위험군일 경우 더욱 위험하다. 골절 초고위험군이란 ▲최근 24개월 내 골절이 발생한 경우 ▲골밀도값(T-Score)이 -3.0 미만으로 골밀도가 매우 낮은 경우 ▲골절 이력이 있고 T-Score가 -2.5 이하일 경우 ▲낙상 위험이 높거나 낙상 병력이 있는 환자를 말한다.
골다공증 골절 초고위험군 환자는 앉았다 일어서거나, 가벼운 물건을 들다가 삐끗하거나, 계단을 내려가거나 재채기를 하다가도 골절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에는 빠른 골밀도 개선과 골절 위험 감소 효과가 확인된 로모소주맙과 같은 골형성 촉진제가 1차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교수는 "장마철에는 낙상 예방을 위해 외출 시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신발을 신거나, 지팡이, 보행기 등을 활용하는 것이 좋고,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안전하다"면서 "만약 빗길에 심하게 미끄러졌을 경우 통증 여부와 관계없이 병원 진료를 받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이어 "골다공증으로 진단됐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적절한 치료제를 선택한 후 치료 계획을 세워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골다공증성 골절 경험이 있는 환자의 경우 추가 골절이 발생하기 쉬워 뼈 생성과 흡수에 모두 작용할 수 있는 치료제로 적극적으로 치료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