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퇴근 하자마자 동네 한바퀴 산책하고..
집으로 오는 길에 시장 가서 야채랑 과일 사 오고..
책방 가서 만화책 빌려 오고
또 만화책 보면서 먹을 과자랑 빵도 사오고..
저.. 눈물겨운 다이어트 한다고 떠들어대는 사람 맞나요?ㅋㅋㅋㅋ
집에서 한가로이 커피 마시고 책 읽고 음악 틀어 놓고..
웹서핑 하다가 생각나면 인터넷에 글 올리고..
밀린 중국 드라마랑 신작 일본 애니 보면서
거실에서 뒹굴뒹굴 하는 이 시간이 너무 행복한 것 같아요.
그래서 여태 결혼 못한건가?ㅋㅋㅋㅋㅋ
그런데 제목이 좀..
쌩뚱맞게시리 무슨.. 새끼발가락의 티눈 얘기냐구요?
저는 약간 평발인 듯 하고...
또 정장을 입을 때가 많아 힐을 주로 신어야 하기 때문에
구두를.. 다소 비싸더라도 나름 좋고 편한걸로 사는데도..
발가락도 길고 발 볼도 넓어서인지 발가락마다 티눈이 있었어요.
어떤건 닿을 때마다 조금 아픈것도 있고
또 어떤건 굳은살이 되어 아무런 감각이 없는 것도 있고..
하지만 오른쪽 새끼 발가락의 티눈만큼은
신발을 신는 순간부터 그 찌릿한 아픔이 전해지더라구요.
아무리 칼로 도려내고 약도 발라보고 수술도 받아봤지만... 그때뿐!!!
그 뿌리가 쉽사리 제거되지가 않더군요.
식당에서 밥을 먹고 신발을 신을 때마다
그 몹쓸 티눈의 아픔이 전해져서 얼굴을 찡그리면
가족이나 친한 친구들은 제가 하도 그 티눈으로 고생해서 어느정도 눈치채지만..
회사 사람들은 잘 모르니까 ‘왜 그러느냐고.. 어디 갑자기 아픈거냐'고 물어오죠.
저는 그냥 웃으면서 남 모를 나만의 아픔이 있다라고 대답하긴 하지만...
그런데 작년에
어학 특기자 공무원 채용하는 공고 보고 그 시험 준비하면서...
뭐 꾸미고 어쩌고 할 틈도 없어서
편한 청바지에 한사이즈 큰 넉넉한 운동화 신고 3개월 가까이
회사로, 노량진 학원으로 다니다보니
새끼 발가락에서 느껴지는 아픔이 점.점.점.점.점... 희미해지더니만
어느새 그 아픔을 까맣게 잊게 되더라구요.
나중에는 그 발가락에 티눈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을 정도로...
시험이 끝나고 어느날 사우나에 가서 시원하게 목욕하고
발을 닦는데 새끼 발가락에 뭔가 볼록 튀어나온게 있더군요.
아, 맞다!
나를 몇 년간 괴롭혔던 그 녀석이네?
한참 만지작거렸더니
주변의 살들은 물이 불어서 쭈글쭈글해지고 허물도 벗겨지면서...
가운데 까만 심과 함께 드러낸 삐죽한 것을...
핀셋을 빌려와 저도 모르게 쑥~ 잡아당겼더니
뭔가가 확 뽑혀지는 듯한 개운함이 느껴지더라구요.
그때의 그 기쁨과 희열..
뭘로 표현할 수 없는 해방감..이라니...
그리하여 제가 20대 초반.. 힐을 신기 시작하면서 십년도 넘게 괴롭혔던
그 골치 아픈 티눈이 그렇게 제거되어
지금은 적어도 새끼 발가락의 티눈이 주는 아픔은 느끼지 않게 되었답니다.
그렇게 저한테는
오른쪽 새끼 발가락의 티눈처럼 징글징글하게 붙어 있는 남모를 아픔이.. 있었어요.
뭐.. 누구나 다 자기만의 십자가는 갖고 있겠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별 것 아닐 수도 있겠지만요.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제 아픔도, 상처도..
시간이라는 약 앞에서 어느정도 많이 희석되었고
적어도 제 자신을 향한 분노에 차서 한밤중에 일어나지는 않으니까..
아예 아무일도 없었던 듯이 잊고 사는 날이 더 많으니까...
그 아픔이란 것이 제 뒷통수를 친 상대에 대한 분노라기 보다는
그런 사람임을 분별하지 못했던 제 어리석음에 대한 자책이 더 컸던 것 같네요.
아니, 그토록 제 결혼을 소망하시던 아빠의 바램을 어이없는 일로 무너뜨리게 되어
불효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더 죄스러웠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1년 넘게 작정을 하고 주변 사람 동원하여 공모하고
아주 치밀한 계획하에 접근했던 사람이었기에
저도 어쩔 수 없었다고..
그나마 남들보다 쓸데없이 좋은 기억력 때문에
그 잘 포장된 거짓들의 구멍을 발견할 수 있게 되어
더 큰 화를 막을 수 있었던게 정말 큰 다행이라고...
우리 엄마 말씀대로 조상이 도왔다고..ㅋㅋㅋㅋ
물론 그 후유증이 알게 모르게
징글징글한 저의 새끼 발가락 티눈처럼 뿌리 깊게 박혀서
사람을 일단 경계하고 보는 나쁜 버릇이 생기긴 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저를 그토록 괴롭혔던 새끼 발가락의 티눈이 지금은 말끔히 없어진 것처럼
제가 정말 사랑하고 존경하고 또 존중받는 그런 진정한 소울메이트 같은 사람을 만난다면
밑바닥에 앙금처럼 남아 있는 제 불신감 역시 티눈 떨어져 나가듯 깨끗하게 치유될 것이라고...
작년에 신었던.. 가장 편한 느낌의 운동화 같은 그런 사람...
십년도 넘게 징글징글하게 붙어 있던 티눈과 같은 상처의 아픔을 점점 잊게 만들고
제가 행복감과 충만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길 소망하죠.
또한 분별할 수 있는 혜안을 가질 수 있길 제가 믿는 분에게 기도하구요.
그때의 뼈아픈 학습효과가 있었기에 좀더 신중해질 수 있게 되었다고..
정말 큰 인생공부 했다..라고 생각할만큼
지금은 이만큼이나 여유 있어졌네요.
제가 지금 무슨 말을 주절거리는지 모르겠네요.
그냥.. 방금..
제가 가입한 사이트에다 글 올린 어떤 분의 사연을 읽다보니..
그 사연 속의 상대남이 제가 알고 있는...
길에서 우연히 만난다면..
당장이라도 하이힐 벗어서 8cm굽으로 머리통 내려 찍고 싶은 그넘이랑...ㅋㅋㅋㅋㅋㅋ
너무너무 비슷하게 묘사하길래...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고..
첫사랑에 대한 기억은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서인지..
만약 길에서 우연히라도 본다면 아무렇지 않게 인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우연히라도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긴 하지만...
알아볼 수 있을려나 모르지만..ㅋㅋㅋㅋㅋ
하지만 그 여자분은 실날 같은 희망이라도 붙잡으려고 하는 모습이 안타까워서...
왠지 남 얘기가 아닌 것 같아..
여기에 그냥 제 속풀이 하게 되었네요..ㅋㅋㅋㅋ
물론 확인차 그분에게 쪽지를 보냈지요.
만약 동일인이라면 구원해 드리려구요...
그냥 냅둘까요?
괜한 오지랖인가?
아무튼...
세상은 정말로 넓고도 좁다는걸 또 느꼈고
사람은 역시 죄 짓고는 못살고..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든 다시 마주칠지 모르니까
정말 올바르게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새삼 드는 하루였습니다^^;;
첫댓글 세상이 참 좁기는 하더라구요. 한다리 건너면 아는 사람이던데요. 어떤게 올바른 삶인지 헤깔릴때 많지만 그래도 바르게 살려고 노력해야죠. ㅎㅎㅎ
^^ 저랑 동갑이신 가을햇살님.. 저녁 맛있게 드셨는지요? 저는 다이어트 한다고 계란 흰자 2개랑 토마토를 일단 먹긴 했는데 속이 헛헛해서.. 교촌치킨에 맥주가 급 땡겨서 전화기 숨겨 놓았어요..ㅋㅋㅋ 맞아요, 세상 참 좁더라라는걸 오늘 또 느꼈어요. 평안한 밤 되세요~
운동화같이 편안한 사람...그러게요 ^^ 멋지지만 항상 긴장하며 신고있는 하이힐같은 사람보다는 신으면 신을수록 편안한 운동화같은 그런 사람 만날 수 있음 얼마나 좋을까 싶어요.. 다이어트 할때 전화기 숨겨놓는 방법 ^^+하핫...그거 좋은 방법인걸요?ㅎㅎ
벼리님께도 운동화처럼 편하고 벼리님 곁을 든든히 지켜줄.. 버팀목이 되어 줄 좋은 분 만나시길 마음 모아 기도드려요^^
새끼발가락 티눈~.. 운동화 같은 사람.. 흠.. 매일 편안한 단화신고 다니고.. 출장나와선 운동화 신고 다니는 제게는 가슴에 와 닿지 않는 표현들이네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