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 슈퍼스타로서의 발돋음
음악이나 미술분야와 마찬가지로 부모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 스포츠라 할 것이다. 여기서는 단순히 코비의 아버지가 전직 NBA 선수라는 것만을 언급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는 단지 수많은 후계자들 중 한 명일 뿐이고, 그의 아버지는 국보급 슈퍼스타도 아니었다. 또한 그가 농구를 시작한 것은 그의 아버지가 NBA에서 은퇴한 후였다.
그가 농구 선수로서 대성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아버지와의 관계를 들먹일만큼 필연적인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시대가 넥스트 조던을 그렇게도 갈망하는 만큼 그를 닮은 것 같은 선수는 필요 이상의 조명을 받게된다. 그와 함께 허위, 과장도 있을 수 있다. 그런 선상에서 볼 때, 코비를 보는 팬들은 가슴이 설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여기저기서 코비를 두고 넥스트 조던이니, 아니 조던을 능가한다느니 하는 말들을 하니 말이다. 코비야 말로 우리가 그토록 기다리던 진정한 `넥스트 조던'인가?
그의 대답은 간단하다. "조던은 훌륭한 선수이지만 그는 단지 조던이고, 나는 또 다른 농구선수인 코비 브라이언일뿐이다." 하지만 그도 데뷔 초기엔 조던과의 비교를 매우 흡족해 했다. 조던도 그랬듯이 코비는 닥터 J(줄리어스 어빙)의 플레이를 따라하면서 더욱 화려한 테크닉을 익혔고, 그가 NBA 입성 전까지 보여주었던 플레이들은 아직 키도 채 다 자라지 않은 `아이'가 과연 NBA라는 무대에 얼마나 적응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과 기대를 같이 갖게 했다. 하지만 그러한 기우는 단지 기우에 지나지 않았나 보다. 이렇게 훌륭히 성장한 것을 보면 말이다.
이제 겨우 20살이다!
그에겐 아무래도 고교 무대가 좁게 느껴졌으리라. 그는 이미 엄청난 기록들을 양산하고 있었으며, 그중 단연 득점부문이 가장 화려했다. 명예의 전당 헌액자이자 이젠 고인이 되어버린 말그대로 농구의 전설 윌트 체임벌린의 고교득점기록을 무참히 깨뜨리는 기염을 토했던 것이다. 코비가 세운 2,883 점이라는 기록은 사우스이스턴 펜실베니아 역대 최고로 기록 되었을 만큼 대단한 업적이다.
그가 NBA에 드래프트 되던 해는 조기진출이 큰 이슈이자 문제로 여겨지던 시점이었다. 가넷이후 점차 확대되던 NBA 조기 진출은 그 해(96/97시즌)부터 몰려들기 시작했고, 비대학졸업자는 그 어느 해보다도 많았다. 1번 픽의 알렌 아이버슨도 2학년만 마친 상태였고, 무려 두 명의 고졸 출신이 있었다. 그 중에 한 명이 코비이고, 다른 한 명은 저메인 오닐이다.
둘 다 동시에 아디다스와 계약을 맺으며 같은 신발(EQ시리즈)을 신는 등 라이벌 양상을 보이는듯 했으나, 결국은 코비의 KO승.
그가 NBA에서 첫 시즌을 뛴 그 해. 우리의 뇌리에 박힌 한가지는 그 무엇보다도 가능성이었다. 그는 이미 `10대'에 조던과 비교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건 한국나이 30을 바라보는 페니 하더웨이나 그랜트 힐을 넥스트 조던으로 부르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다시 말해 남들보다 일찍 경험한 것을 토대로 더 큰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프로 4년차인 그는 올해나 내년쯤이 진정한 리그 리더로서의 자질을 평가받는 기점이 될 것이다. 대학에 진학했다면 이제 막 리그에 적응할 때인데 반해 그는 무려 4시즌 이상의 경험을 토대로 노련미까지 쌓았다. 아직 20살, 멋드러진 옷이 마냥 좋기만 한 그런 나이에 코비는 더 큰 무엇인가를 위해 준비했던 것이다. 슬램덩크 챔프
코비의 루키시즌이었던 96/97시즌의 루키 게임과 슬램덩크 콘테스트는 그 자신 뿐만아니라 팬들의 입장에서도 남다르게 느껴졌다. 그는 시즌이 시작되자마자 받기 시작한 `넥스트 조던'딱지에 대한 답변을 하기 시작했다.
루키쉬크게임에서 그가 보여주었던 인상적인 플레이는 알렌 아이버슨과의 MVP 경쟁에서 전혀 뒤질것이 없었다. 그의 31득점은 서부팀뿐 아니라 양팀 통틀어 최다 득점이었지만 NBA의 관행을 깨기엔 힘들었다.(대체로 MVP는 승리한 팀에서 뽑는 걸 우선으로 한다.)
독기를 품은(?) 코비는 슬램덩크 컨테스트에 지친 몸을 이끌고 참가했으며, 결국 제대로 된 상대가 없었던 지라 가볍게 슬램덩크왕에 올랐다. 그의 덩크는 94/95 시즌 덩크왕 아이제이아 라이더가 했던 것을 위치만 바꿔서 한 것으로 사실 신선함은 없었다. 하지만 이후 코비의 인기는 카드 시장을 비롯, 불붙듯 솟아오르며 인기 상종가를 달렸고 그의 플레이 하나하나는 각종 하이라이트를 장식하기에 충분했다. 심지어 어떤 방송에서는 그의 더블 클러치(조던의 그것과 너무나 흡사하다는 평가를 지울 수 없었다.)를 조던의 그것과 비교 분석하기까지 하는 등 그야말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최연소 올스타로 선정
19살 5개월. 미국에서 말하는 코비의 올스타전 첫 참가 당시 나이. 아시다시피 미국은 태어나면 0살이다. 정확히 1년 살아야 1살이라고 한다. 어쨌든 그의 19살 5개월은 매직존슨이 80년 당시 세운 20살 5개월의 기록을 깬 것으로서 당당히 NBA 역대 최연소 올스타였다. 거기다 식스맨인 그가 베스트 5에 뽑힌 것도 유래없는 일이었다. 매스컴의 최대 관심사는 그와 조던이 이루는 세기의 매치업이었고, 그 결과는 조던의 판정승. 그 경기를 보면 코비가 조던을 꽤나 염두에 두고 게임에 임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모든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는 긍정적인 욕심말이다. 득점이 18점에 그치긴 했지만 조던을 수비하는 그의 모습은 여러사람들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또한 조던을 등뒤에 두고 과감히 던지는 페이드 어웨이 슛은 흥미롭기 그지 없었다.
무엇보다도 판타스틱한 장면이라면 코비의 앨리웁이었다. 속공찬스가 나자 코비가 공을 몰고 상대 골밑쪽으로 돌파하기에 이르렀고 곧 가넷에게 패스, 가넷은 앨리웁 패스를 시도했고, 곧바로 코비는 활처럼 휜 채 뛰어 올라 덩크. 사이드 라인에서 잡은 카메라 장면이 예술이었긴 하였지만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임이 확실하다.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올 그 날을 위해
팀 동료인 샤킬 오닐은 그에 관해 이렇게 말한다. "머릿속에서 그런 생각들은 지워버려야 한다. 넥스트 조던이 되기보다는 첫번째 코비 브라이언이 되는 것에 집중을 해야 한다. 조던과 같은 사람은 10년마다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코비자신도 느끼고 있다. 그의 플레이는 보는이로 하여금 조던을 상기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러기에 코비가 굳이 자신의 정체성을 고집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처음엔 좋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그는 누가 보아도 독자적인 플레이로서 인정받고 있다.
개인적으로 한가지 안타까운 점이라면 코비의 플레이가 루키 시즌에 비해 스피드면에서 상당히 뒤처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그의 불어난 근육 때문이며, 키가 큰 것을 스피드 약화의 원인으로 꼽기엔 설득력이 부족하다.
그럼으로써 코비의 드리블 실력은 과소평가 받기에 충분하다.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도 말이다. 빈스 카터가 SF라는 이유만으로 드리블실력을 인정받지 못하듯이. 객관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긴 하지만 얼마전 그의 안 좋은 모습을 본 것들이 생각나는 것을 어쩔수 없는 노릇이다. 크리스 차일드와 싸운 것이라든가, 래리 휴즈와의 매치업에서 왜 수비에 등한시했냐는 질문에 무책임한 발언(자기도 약체팀에 가면 그정도는 할 수 있다! 라며 큰소리쳤다.)을 일삼는 등의 일련의 실망감이랄까? 발언 하나하나에도 주의를 기할 입장인 그가 그런 말을 쉽게 한 것엔 납득이 잘 가지 않는다. 오닐이 레이커스의 리더임에 시비를 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고 코비가 레이커스의 리더라는 것에도 딱히 시비를 걸 수는 없다. 리더라는 개념이 `한 명' 이어야만 한다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을 테니까. 그러나 우리는 더 많은 것을 그에게 요구한다. 보다 많은 득점을 보다, 많은 멋진 플레이를.
물론 득점이 전부는 아니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가장 중요한 척도가 득점 순위 기록표인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의 득점이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것과 경기당 턴오버 회수를 비롯한 경기 운영 능력이 확연히 향상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몇년 후 아니 몇 십년 후 어린 후배들에게서 `넥스트 코비 브라이언'이라는 말이 나올 그날을 기대하는 것도 막연한 꿈은 아니리라.
Bonus Tip
1.그의 이름에 관한 에피소드. `코비' 란, 그가 태어난 날 그의 부모가 레스토랑에 가서 본 일식 스테이크의 이름이라고 한다.
2.비즈니스 면에서 볼 때, 가장 효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곳이라면 단연 허리우드가 가까운 LA 레이커스이다. 오닐이 단지 거액의 연봉만으로 LA에 온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 레이커스로의 이적 이후 랩앨범 제작과 영화 진출에 전보다 더 많은 참여를 하고 있는 오닐이지만, 코비도 그 못지않게 팬들의 성화(?)에 힙입어 랩을 선보이고 있다.
작년 NBA 올스타 위크엔드 때, 인사이드 스텁에서 마련한 파티에 초대받아 발군의 랩실력을 보인바 있는 그는 머지않아 정규 앨범을 발매할 예정이라고 한다. 3.R&B 계에 요정 브랜디와의 오랜 우정은 널리 알려져 있는 바이다. 그가 슬램덩크 챔피언이 되었을 때의 중계방송을 본 사람이라면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브랜디는 관중석에서 그녀의 동생과 함께 목이 터져라 코비를 응원하였다. `10점카드'를 내보이면서 말이다. 코비가 덩크를 성공시켰을 때 그녀는 "Oh! Boy!"라는 외침을 빠뜨리지 않았다.
그때를 전후해서(이미 브랜디는 스타 였지만 코비는 이때서야 떴기(?) 때문이다.) 둘의 품앗이는 이어졌다. 코비가 그녀의 TV 시트콤에 출연해준 것이 바로 그것이다. 여러분들이 이 글을 읽는 순간 느끼게 될 그와 그녀의 관계는 특별한 사이는 아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Just Friend!
도약(跳躍)
올시즌에 코비가 보여주었던 맹활약은 이미 시즌 전에 예견된 일이었다. 직장폐쇄 사태로 인해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슈팅 감각이 무뎌졌던 지난 시즌에 그는 .465라는(슈팅가드로서는 유타의 호나섹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놀라운 정확도를 자랑하며 리그 최고의 슈팅가드 대열에 올라섰고, 팀은 시즌 중에 에디 존스를 트레이드했다.
트레이드는 코비의 앞을 막고있었던 '베테랑' 에디 존스를 자연스럽게 없애주었고, 이로 인해 코비는 더 이상 슈팅가드와 스몰포워드를 오락가락하지 않아도 되었다. 당시의 트레이드는 레이커스가 한 시즌 후면 자유계약 선수로 풀릴 글렌 라이스를 필요로 했다기보다 코비의 미래를 위한 포석으로 받아들여졌다. 18살의 나이로 프로무대에 뛰어든 후 최다득표를 얻으며 올스타전에 출전했던 'Wonder Kid' 코비의 도약(跳躍)은 이미 지난 시즌부터 '계획'된 것이다.
트라이앵글 오펜스를 위한 변화
코비는 손부상으로 인해 부상자 명단에서 시즌 개막을 맞았지만 팀연습에 단 한번도 빠지지 않았다. 기브스를 한 상태였지만 항상 슈팅 연습을 했으며 새로이 적용되는 '트라이앵글 오펜스'를 익히는데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11게임을 결장했던 코비는 마침내 보호대를 착용한 채 자신의 시즌을 시작했고, 팀합류와 동시에 시작된 연승 행진의 중요한 밑바탕이 된다. 지금까지 경기당 평균 20득점 이상을 기록하고 있을뿐 아니라 리바운드와 어시스트도 각각 6개, 5개를 기록하는 등 리그 내 슈팅가드로서는 최고의 수치를 올리고 있다.
더욱 고무할만한 사실은 지난 시즌보다 더 많은 슈팅 속에서도 오히려 성공률이 상승했다는 점으로, 47%를 넘는 코비의 정교함은 여느 슈팅가드로부터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필 잭슨의 부임 후 코비는 여러가지 변화를 겪어야했다. 공격에서는 더 이상 잦은 '1 On 1'이 허용되지 않으며, 때로는 포인트가드 역할도 해야한다. 또한 상대팀의 주공격수를 틀어막는 임무도 그의 몫이다.
"트라이앵글 오펜스에서는 많은 드리블을 할 필요가 없죠. 패스를 받자마자 슛을 하거나 한번이나 두번의 드리블만을 할 뿐이예요. 자기 위치를 잘 찾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별로 힘들지는 않고 매게임마다 적응해나가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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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층 성숙한 4년차 'Wonder Kid'
물론 레이커스 공격의 중심은 샤킬 오닐이다.
하지만 그를 뒷받침해주는 동료들이 없었다면 현재의 성공은 불가능했을 것이며, 잭슨 감독은 조던에게 맡겼던 역할을 코비에게 옮기며 자신의 기대치를 보여주었다. 그는 겨우 21살일 뿐인 선수에게 역사상 최고의 선수가 했던 것들을 기대했고, 코비는 놀라운 적응력과 성숙함을 보여주며 이를 잘 소화해내고 있다.
하지만 필 잭슨 감독은 이미 예견한 일이었다. "코비가 부상에서 복귀하자마자 자기 역할을 수행해내는 것을 보고 전혀 놀라지 않았습니다. 그의 농구 감각과 영리함을 알고있었으니까요."
코비는 자신이 조던의 역할을 완벽히 재현하고 있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확실히 지난 시즌과는 달라졌다고 말한다.
"사실 지난 시즌에는 나도 모르게 개인 플레이를 펼쳤을 때가 많습니다. 상대 수비수와 맞섰을 때 '그래, 한번 해볼까? 이번에는 동료 도움 없이 혼자 한번 골을 성공시켜보겠어.'라고 생각하곤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타고난 경쟁심 때문이었겠죠." 또한 코비는 "수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되었다는 것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제가 상대팀 공격 전체를 봉쇄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라며 수비수로서의 역할이 커진 것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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