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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준비청년 위한 '밥집알로'와 모든 이의 '키친카'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가 16일 밥을 나누는 사도직을 통해 환대의 의미를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밥집알로 운영을 담당하는 박종인 신부, 키친카(푸드트럭)를 타고 이웃을 만나는 나카이 준 신부가 자기 경험을 나누고, 김민 신부가 성서 속에 나타난 환대의 의미를 이야기했다.
자립준비청년에게 따뜻한 밥을 나누는 ‘밥집알로’. 자립준비청년은 아동양육시설, 공동생활가정, 가정위탁 등의 보호를 받다가 만 18살 이후 보호가 종료돼 시설을 나와야 하는 청년을 말한다. 아직은 스스로 서기가 힘에 부치는 청년에게 밥집알로는 그저 한 끼 식사하는 곳이 아니라 일상을 나누고, 고민을 털어놓고, 함께하는 이들이 있는 곳이다.
예수회 기쁨과나눔재단이 위탁운영 하는 아동복지시설 ‘서울시 꿈나무마을’에서도 매년 시설을 떠나야 하는 청년들이 있다. 박종인 신부(예수회, 기쁨나눔재단 자립준비청년 지원 총괄)는 이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 등과의 협약으로 살 집을 구하도록 돕는데, 시설에 있다가 1인 가구가 된 청년들이 저녁마다 밥을 먹으러 오는 곳이 밥집알로라고 설명했다. 밥집알로는 화-일요일 오후 4시 반부터 8시 반까지 운영한다.
박종인 신부(예수회 기쁨과나눔재단 자립준비청년 지원 총괄) ⓒ배선영 기자
밥집알로 공간과 정성스레 준비한 식사들. (이미지 출처 = 밥집알로 인스타그램 갈무리)
박 신부는 청년들이 밥집알로에서 밥을 먹으며 봉사자나 다른 청년들과 만나 인간관계의 폭을 넓히고,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좋은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연결해 준다고 했다. 자립준비청년 가운데는 겉으로 보기와 달리 새로운 규칙, 환경, 직업, 관계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경계선 지능인 이들도 있다.
내성적이던 한 청년은 밥집알로에서 만난 봉사자가 시간을 두고 친절하게 안내한 결과 대학에 합격했다. 박 신부는 “(밥집알로가) 밥을 먹는 것뿐만이 아니라 자신이 할 일을 결단하고 움직이는 훈련을 하는 곳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 청년이 사이버 대학에 등록한 게 뭐가 대단하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들을 곁에서 직접 보면 박수를 보내고 싶고, 이런 사례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나카이 준 신부(예수회 일본관구 시모노세키 노동교육센터장)가 코로나19 이후 키친카를 몰고 직접 가서 이주민, 노숙자, 가난한 아이들에게 그가 만든 카레 등 밥을 나누는 일을 소개했다.
나카이 준 신부(예수회 일본관구 시모노세키 노동교육센터장) ⓒ배선영 기자
나카이 준 신부는 기부받은 돈으로 푸드트럭을 마련했다. 사전에 지역 주민위원회에 허가받고, 그 지역 어려운 이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세 끼를 전부 챙겨 먹을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열었지만,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환대하며, 필요로 하는 모든 이를 위해 가고 있다.
“키친카가 있으면 진짜 분위기가 좋아져요. 밥을 먹으러 오는 분들이 이렇게 키친카가 우리 집으로 들어오니까 기뻐해요. 성령의 도구가 된 것 같습니다. 키친카는 ‘밖에 나갑시다!’라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부르심에 대한 우리의 응답인 것 같아요. 그리고 어떻게 돼도 우리는 너희들과 같이 있다는 표징이 된 것 같습니다.”
질의응답 때는 비슷한 사목을 하거나 밥집을 열 계획이 있는 수도자, 사제들이 자신의 고민을 나누고 조언을 구했다.
자립준비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밥집알로와 불특정 대상을 찾아가는 키친카의 두 방식의 특성에 관한 질문에, 박종인 신부는 밥집알로에서 소식이 뜸한 청년들에 관한 정보를 듣고 연락하거나 직접 찾아간다고 답했다. 밥집알로가 시설을 나간 뒤에도 청년들이 잘 지내는지 돌보고 살피는 연결고리가 되는 셈이다.
나카이 준 신부는 '키친카에서 밥을 먹는 이들은 가난하다'는 딱지가 붙는 것을 원하지 않아서, 모두를 위해 열어 둔다고 대답했다. 가난한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으므로 그저 사정이 있겠거니 할 뿐이다. 그는 그럼에도 진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연락을 해 오고, 보이지 않게 돕고 있다고 말했다.
2월 16일 예수회 센터에서 열린 밥을 나누는 사도직에 관한 세미나에 40여 명이 참여했으며, 비슷한 사도직을 하는 수도자, 사제들이 힘과 조언을 얻었다. ⓒ배선영 기자
두 사례 발표에 앞서, 김민 신부(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부소장)는 창세기 18장에 아브라함이 세 천사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이야기를 통해 환대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아브라함처럼 자신을 보호하려는 벽을 낮추고 낯선 이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내 집으로 받아들일 용기를 갖추는 것이 환대라고 설명했다. 또 예를 들어 누군가를 도울 때 자신에게 쓸모없는 것들을 보내는 게 아니라 아브라함처럼 가장 귀한 것들을 나누는 것이 환대의 정수라고 강조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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