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결혼식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호텔에서 인원을 알려달라고 했단다.
라운드 테이블 세팅과 음식준비 등 호텔 입장에서도 할 일이 많을 터였다.
당연했다.
사돈댁에선 100명이면 충분할 것 같다고 했단다.
나는 딸과 긴밀하게 상의하여 200명을 신청했다.
그렇게 총 300명으로 결정했다.
그런데 명절이 끝나자 내 친구들, 선후배들, 지인들의 전화와 문자가 쇄도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축하한다, 그날 얼굴 보자"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식장에 오겠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명절 후 단 이틀 동안 "호텔에 가겠다"며 전화나 카톡을 보내준 사람이 무려 70명이 넘었다.
각종 밴드나 게시판에 남긴 댓글까지 합하면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었다.
내 예상을 벗어났다.
어젯밤 딸과 다시 통화하여 50명을 더 늘려잡기로 했다.
딸이 호텔측과 바로 상의하여 수정하기로 했다.
내년 3월에 아들 혼사도 있고 하여 이번엔 가능한 한 연락을 자제하고 있다.
그리 하고 싶었다.
각 커뮤니티 중심으로, 긴밀하고 친숙하게 지냈던 사람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연락을 했다.
밴드나 각 게시판에도 내가 직접 혼사를 올린 게 아니라 절친한 친구나 선후배들이 올렸고 그들이 고지했다.
중이 제 머리를 깎기는 쉽지 않았다.
다른 지인들의 애경사가 있을 경우엔 어느 커뮤니티를 막론하고 내가 나서서 연락했고 사람들이 힘을 보탤 수 있도록 독려했다.
그리고 특별한 일이 아니면 빠짐 없이 참석해 축하와 위로를 건넸다.
모든 시냇물이 강으로 모여들고, 종국엔 바다로 흘러가듯이 살면서 겪는 대소사의 경우 가장 먼저 나에게 연락이 왔다.
그러면 해당 커뮤니티의 소통과 준비, 참가, 사후 정리까지 신속하고 깔끔하게 마무리 되었다.
대부분 각 커뮤니티의 리더였기에 항상 했던 일이었다.
내가 잘났다는 얘기가 아니다.
수십 년 간 헌신과 열정으로 각 모임의 중심축 역할을 했다는 말이다.
그런 역할 때문에 어떤 상황이든 그에 맞는 과정과 절차가 한 눈에 훤하게 보였다.
그래서 대부분의 일들이 비교적 수월했다.
그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혼사를 준비하다 보니 내가 자신의 머리를 깎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절감했다.
더욱이 '경사'는 '조사'와 확연하게 달랐다.
'경사'의 경우엔 왠만큼 친밀하지 않으면 연락을 취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한국인의 정서가 대개 그렇지 않던가?
이번엔 모임 중심으로 연락이 갔으나 커뮤니티에 속해 있지 않은 각 개인들에겐 최대한 언급하지 않았다.
왠지 그러고 싶었다.
아무튼 양가 합해 350명으로 재 조정했다.
막상 행사 당일날 라운드 테이블과 음식이 남을지, 부족할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만약 부족할 경우엔 고급 와인 세트를 증정하기 위해 별도로 준비를 해둔 상태였다.
정확한 예측 보다는 그저 성심을 다할 뿐이었다.
결혼은 청춘들의 행복한 '새출발'이 핵심이다.
조건이나 형식 그리고 절차가 중요한 건 아니다.
'본말의 전도'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사돈댁의 강력한 요청으로 인해 '호텔'에서 하게 되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나는 평범한 곳에서 작은 결혼식을 하고 싶었다.
진심이다.
그러나 세상일이 어찌 내 뜻대로 되겠는가.
'소통과 조율' 그리고 '합의와 존중'이 중요할 뿐이다.
신혼집, 세간살이 장만, 결혼식 세팅, 신혼여행까지 대부분 준비가 끝났다.
부모의 도움 없이 자기들끼리 하나씩 하나씩 엮어가는 모습이 예쁘고 대견할 따름이다.
가장 큰 돈이 들어가는 신혼집도 백프로 자기들 자금으로 해결했다.
언제까지나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라마지 않는다.
"언쟁을 회피하지 말고 늘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공감하며 살라"고 했다.
딱 한 마디만 당부했다.
더 이상의 부연은 사족이었다.
God bless you !!!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