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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시간이 되어 그냥 아무생각없이 보내기로 했다
아무생각없이 보내기엔 낚시가 최고다
망망한 바닷가에 낚시대 하나 던져놓고
그냥 세월을 낚을수 있으니
부산은 낚시하기엔 아주좋은 곳이 많지만
사람들 많은곳은 싫기에 한적한 다대포로 간다
다대포 백사장은 봄에는 도다리
여름에는 가지메기(농어새끼)
가을엔 꼬시래기(망둥어)가 잡힌다
총각땐 아내와 데이트겸 다대포에 꼬시래기를 잡으로 자주 다녔다
꼬시래기 낚시는 줄낚시가 가장 재미있다
낚시줄을 던져놓고 잠시 줄을 손으로 잡고 있으면
낚시줄이 후두둑 거린다
그러면 꼬시래기가 잡혀 올라온다
초보낚시꾼들은 그재미에 낚시에 빠져든다
그당시 여성들은 낚시라 하면 좋은 생각을 가지지 않을때였다
낚시과부 이야기도 돌던시절이다
지금은 신랑이 낚시간다면 혼자의 시간을 가질수 있다고
아주 좋아 한다나 어쩐다나~~
내가 어렸을적 아버지는 부산의 대표적 났시꾼이었다
전설의 돗돔도 잡하오곤 하였으니
낚시를 한번 갔다 오시면 큰놈으로 엄청 잡아와 동네잔치를 하곤 했었다
지금의 낚시대는 거의 아버지 것이다
각설하고 그당시 낚시를 좋아하였지만 좋아한단 말을 못하였다
아내에게 낚시의 재미를 가르치고자
같이 데이트겸 다대포에서 꼬시레기를 잡으러 다녔다
아내도 낚시를 처음하였지만 낚시줄에 후두둑 하고 올라오는 재미에
낚시데이트를 즐기곤 하였다
가을의 다대포는 한가하고 혼자만의 사색을 즐기기엔 참 좋은곳이다
혼자서 낚시 채비를 던져놓고 꼬시래기를 기다린다
그래도 갖출건 갖추고 여유를 즐긴다
한참을 쉬고 놀고 꼬시래기는 너무 작아 방생을 했다
채비를 챙기고 집으로 갈려는데
옆에있던 조사(낚시꾼)가 낫개방파제에 메가리가 많이 잡힌다고 옮긴다고 한다
그냥 집으로 갈까 하다가 오랜만에 나온 낚시고
몇마리 정도는 잡아가야 체면도 서고
메가리는 낚시대만 담그면 올라오는 어종이라
낫개방파제로 갈려다 사람이 많아 두송방파제로 옮겼다
대선조선옆 두송방파제 테트라(삼각으로 시멘트로 만든 방파제 파도막이)
메가리는 해질녁이 가장 피크라 빨리 채비를 하고
낚시대를 드리우니 이놈들이 내가 온걸 아는지
다들 도망을 갔다
짜식들 몇마리만 잡고 갈건데~~
주위를 보니 다들 오늘은 꽝이란다
오늘은 간만에 충분한 휴식과 시간을 낭비하고
채비를 걷으려는데 찌가 쳐박힌다
메가리 한마리 잡으면 뭐하나 하고 슬슬 올리는데 느낌이 이상하다
보통 메가리는 살짝살짝 물고 천천이 미끼를 물고 들어가는데
이놈은 강하게 낚아채고 들어갔다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혹시 그놈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바로올리니 늦었다
벌써 미끼를 물고 달아났다
혹시나 진짜 그놈인가 하는생각에 다시 새우미끼를 끼우고
그자리에 던졌다
두눈과 낚시대를 잡은 손에 감각을 최대한 끌어올려
천천이 릴링을 조금씩 한다
잠시후 미끼를 살짝 살짝 건드린다
이때 잡아채면 아마추어다
조금더 기다린다
드디어 미끼를 확 채며 물고 들어간다
이때가 타이밍 확 잡아채면 안되고 살짝 낚시대를 들어
미끼를 완전이 삼키는걸 감각적으로 느끼고 낚아챈다
놈이 바로 바다깊숙이 치고들어간다
이때 낚시대를 들어 고기대가리가 물속으로 들어가는걸
못하게 해야 낚을수 있다
힘차게 낚아채니 낚시대가 할모양으로 휜다
맞다 그놈이다
그놈을 만나지 10년이 다되어간다
물론 그동안 낚시를 하지 않았고
10여년만에 나온 낚시에 그놈을 만나다니 흥분이 된다
더구나 여기는 생활낚시터라 그놈을 만날 확률은 아주 적은곳이다
주위 꾼들이 다들 쳐다보다가 다가온다
뜰채도 없는데 어떻게 올리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릴링을 한다
옆조사 한명이 낚시대 휜걸보고 그놈이다 하면사 뜰채를 가겨온다
10여분 싸음을 한다
힘이빠진 그놈이 천천이 머리를 보인다
뜰채를 가져왔던 조사가 얼른 뜰채를 덴다
그놈이다
10여년만에 나온 낚시에 그놈이라니
옆에 사람들이 모여 떠들석하다
이때 프로는 아무렇지도 않듯이 가만이 그놈만 챙긴다
그리고는 다시 낚시대를 던진다
잠시후 메가리 몇마리 잡은후 집으로 온다
집에오면 다시 고기를 손질해야한다
많이 잡으면 좋기는 하지만 손질을 할려면 허리가 엄청 아프다
엤날 초창기땐 많이 잡으면 좋은줄 알고 많이 잡았다가
고기손질에 허리가 빠질뻔 했었다 아마추어들은 그렇게 한다
프로들은 먹을만치만 잡으면 된다
고기를 펼쳐본다
메가리 대여섯마리 한끼로 충분하다
드뎌 그놈을 공개한다
그놈은 바로 감성돔이다
꾼들은 감성돔을 감시이 라고 한다
동네낚시터에서 감시이를 잡기는 어렵다
그것도 메가리나 잡으려고 한 낚시에 감시이라니
로또를 사야하는건데 너무 흥분해서 그냥 왔다
올해는 다 지나가고 있고 한것도 없는데 그나마 한건한것 같다
그때의 짜릿함을 지금도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난다
그런데 그런데
고기를 장만하고 보니 그놈이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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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 수컷이 아닌
암컷 그(*)이었다
숫컷 그놈이 아닌 암컷 그(*)이었다
속았지만 감시이니 용서를 하기로 했다 ㅋㅋㅋㅋㅋㅋ
아령의 블로그
첫댓글 프로다운 옛날솜씨 그대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