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 5:10 새벽을 깨우면서 쇼펜하우어 형님이 말한 생에 대한 '맹목적 의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살아있으니 먹어야지요. 다 먹자고 한 일이니 말입니다. 설렁탕 한 그릇 먹으려고 새벽에 왕십리까지 왔어요. 설렁탕 맛도 시간별로 차이가 난다는 걸 아는 사람만 알 것입니다. 바로 이 맛이야. 겐조 볼캡-탐브라운 상하의-구찌 팬티-까르띠에 팔찌- 불가리 펜던트-아크테릭스 백팩-디올 선글라스-구찌 신발 정도로 무장을 하고 딸내미 픽업을 나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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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출발-6:40 진국 설렁탕-7:10-숙대 CU 컵밥/아이스 아메리카노-7:40 구두 가판-모닝콜까지 프로페셔널합니다. "오늘(thu) am 9시라서 혼자 가겠습니다(에스더/4:03)" "공주야! 그러지 마. 아부지가 7시 40분까지 도착할게 딱 기다려!(나)" 겨우 3시간 취침한 아이를 깨우려니까 가슴이 미어졌지만 용기를 내어 모닝 콜을 했어요. 한 번에 받을 리가 없지요, 2번째 전화를 받는 딸내미 목소리가 생각보다 쌩쌩합니다. 어제 밤 부녀가 파김치로 헤어졌는데 새벽 4시까지 젊음을 불 싸지른 청춘을 리스펙트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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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카톡 메시지(성현이네 집이냐 하우스냐) 받고 독불복 픽업을 나선 건데 '하우스 슬리핑' 해 준 딸내미가 고맙네요. 우리 아이들은 아침 잠이 많고 수면 총량도 8시간 이상을 자야 합니다. 노! 노! '美人은 잠꾸러기'라는 카피도 모르시나요? 서울예고 시절 늙은 담임이 에스더가 지각을 자주 한다고 고자질 해서 빡쳤던 기억이 있고, 맞벌이 할 때 놀이방 맡기고 출근 하는데 아비에게 집착하던 똥강아지 생각이 나서 울었어요. 잠과의 전쟁이 실감 납니다. 에스더의 '거울 단계'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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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캉은 인간의 심리를 상상계(the Imaginary Order), 상징계(the Symbolic Order), 실재계(the Real Order) 등 3개 차원으로 나눕니다. 여기 귀여운 아기 하나가 거울 앞에서 자기 모습을 바라보네요. 아기는 거울 속에 비친, 난생 처음 보는 자기 모습이 신기하고 재미있어 어쩔 줄 몰라 해요. 거울 이미지에 매혹된 아기는 마침내 거울 속 아기가 자기 자신임을 깨닫습니다. 이 동일시 과정을 통해 아기는 자아를 형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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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지 6개월에서 18개월 사이의 아기에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소위 심리학에서 말하는 거울 단계로 이 시기를 라캉은 상상계라고 명명했어요. 상상계 속의 아기는 어머니와 이자적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는 자기와 어머니 두 사람 밖에 없어요. 거울 속의 자기 영상과 나르시스적 관계를 맺는 것과, 어머니의 가슴에 묻혀 구강적 성감대의 쾌감을 즐기는 것은 구조적으로 같다고 해요. 그러나 어느 날 이 이자적 관계 안에 제3자가 등장합니다. 아버지의 출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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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배타적으로 맺고 있던 이자적 관계 속에 침입한 아버지는 어머니와 달리 엄격합니다. 아버지는 법의 세계를 대변해요. 우리가 아는 것처럼 이 단계에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발생합니다. 아이는 아버지에 대해 증오에 가까운 거부감을 느끼지요. 그러나 아이는 아버지의 법에 복종하지 않을 도리가 없어요. 이처럼 인간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극복하지 않는 한, 다시 말해 이자적 관계에서 삼자적 관계로 이행하지 않는 한 어른이 되지 못하고, 사회생활도 영위할 수 없습니다. 쾅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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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왜 상상계라는 말을 붙였을까? 그것은 이 시기가 이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상상계는, 실제로 지각된 이미지건, 상상된 이미지건 간에, 여하튼 이미지의 차원입니다. ‘상상’(imagination)이라는 말로 우리는 흔히 허구의 공상이라는 의미를 떠올리지만 원래 상상은 이미지 즉 '상'을 만들어내는 능력입니다. 상상계는 의식적, 무의식적 이미지들의 세계이고, 언어 이전의 영역입니다. 거울 단계의 아기를 예로 들었다고 해서 상상계를 단순히 어린이 성장 발전의 한 단계로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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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한 인간이 일생 동안 지속적으로 갖고 있는 주체성의 한 측면입니다. 다 큰 어른도 어느 때는 상상계의 심리 상태를, 또 어느 때는 상징계의 심리상태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에주야! 잘 지냐냐? 보고 싶다 강아지. 졸업학기 열공하고 있다는 소리 언니에게 들었다. 연애도 해야 하고, 돈도 벌어야 하고 뱁새가 황새 쫓아가느라 가랑이 찢어질 만큼 버거운 일이라는 걸 아비도 다 안다. 먼저 아부지가 유산(재산)을 남겨 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기다려! 아직까지 아부지가 건강하니까 혹시 대박이 날지 아냐. 사랑하는 딸 예주야! 두려워하지 말고 밖으로 나와. 넌 혼자가 아니야 아비가 있잖아. 엄마랑 언니는 덤이고 너는 내 목숨이야.
2024.11.21.thu.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