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로는 독성이 있는 약초이다. 그래서 소와 염소도 먹지 않는 풀이다. 이렇게 독이 있는 풀이 어떻게 약초로 쓰이게 되었는가?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옛날에 여로라고 부르는 어린아이가 있었는데 간질병에 걸려 증상이 매우 심하였다. 가끔 포악한 행동을 하여 이웃집에 사는 아이들을 때려 눕혔다. 사실 한 번은 어떤 아이를 너무 많이 때려 법원에까지 부모들이 출두하여 많은 배상금을 물게 되었다.
어느 날 여로의 부모와 형제들이 모여 가족회의를 열고 여로의 장래에 대하여 상의하였다. 큰 아들은 "여로가 다음번에 어떤 아이를 죽일 경우 어떻게 할 것입니까? 그럴 경우 온 가족이 겪는 심적 고통을 생각해 보셨습니까?" 하고 말했다. 둘째 아들도 큰 형의 생각과 같다고 말하고 그럼 여로를 죽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온 가족에게 질문하였다. 그러나 어떻게 죽일 수가 있느냐고 대답하며 모두들 특별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에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 다음 날 여로는 또 간질병 발작을 일으켰다. 또 사고를 저지를 것만 같은 예감이든 큰형은 여로를 땅에 때려 눕힌 다음 여로의 입을 벌리고 여로를 죽이기 위하여 짐승들도 먹지않는 독이 있는 풀로 주스를 만들어 억지로 한 컵 부어 넣었다. 여로는 약을 먹인지 일 이 분 후에 토하기 시작하였다.
큰형은 다시 또 한 컵의 독풀 주스를 먹였다. 여로는 또 토하기 시작하였다. 여로는 다 토하고 난 후 벌떡 일어나서 부엌으로 달려가 쌀밥을 한 그릇 먹었다.
이러한 일이 있은 후 부터 여로는 간질병 발작이 없어졌다. 그후로 이 약의 이름은 소년의 이름을 따서 여로라고 칭하였다.
여로는 쓰고 매웁다. 그리고 한성(寒性)이며 간과 폐와 위로 들어가며 소화되지 못한 음식물을 토하게 하는 최토제로 쓰이며 가래를 나오게 하고 인체내의 기생충을 죽이는 구충제로 사용되며 간질병, 소화불량, 옴의 치료에 사용된다. 여로는 독성이 강하므로 임신부에 사용하지 못하며 혈허(血虛)인 사람에게도 사용하지 못한다.
동의보감에 보면 풍담(風痰)을 토하게 해주며 두양(頭瘍), 개소(疥瘙), 악창선(惡瘡癬)에 사용되고 뿌리는 파뿌리와 비슷하고 털이 많이 나 있으므로 녹총(鹿蔥)이라고 부른다고 기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