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5일(목) 19킬로
몬떼 도 고소에 올랐다. 이곳은 순례자들이 산티아고 대성당을 보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머나먼 순례길의 끝을 마주하는 장소라고 한다. 다리를 끌며 몬테 도 고소에 올라 산티아고 대성당을 바라보았다. 이곳에 서기까지 지나온 시간들 모두가 은총임을 고백하며 감사기도를 드렸다. 두명의 순례자가 환호를 외치며 산티아고를 바라보는 조형물이 내 마음 같았다. 그곳엔 제주올레 조형물인 두개의 돌하르방과 파란색 조랑말이 순례자상 뒷편에 자리하고 있어 반가웠다.
산티아고 대성당에 들어가기 위해 건물 오른 편으로 가니 성당입구에서 입장객들의 가방을 검사하고 있어 보여주고 들어갔다. 12시 순례자미사까지는 시간여유가 있어 먼저 지하에 있는 산티아고 묘소에 내려가 야고보 성인께 기도를 바쳤다. ‘당신이 복음을 위해 목숨을 바치셨듯, 이제 다시 살아갈 시간도, 허락하시는 그 시간도 주님곁에 머물며 살아가도록 전구해주소서’
묘소를 나와 제대가 정면으로 보이는 자리에 앉아 기도를 바치는데 피터보로 스콜라 자매님이 두손을 흔들며 남편 요셉 회장님과 함께 다가와 기쁨의 재회인사를 나누셨다. 하루먼저 산티아고에 도착하신 두분은 오늘 미사에서 신부를 꼭 만날 수 있을거라 확신하며 조금 일찍 대성당을 찾으셨다고 하셨다.
순례자 미사때 제단에 오를거냐고 물으셔서 라파엘 신부님이 도착하면 제의방에 가서 요청할거라고 했더니 도움을 주시겠다고 하셨다. 그렇게 명재형과 함께 제의방에 가서 성직자신분증을 보이고 장백의와 제의를 입고 제의실에서 기다리는데 이태리 신부님 두분과 미 공군으로 군산과 대구에서 복무했다며 한국지명을 들며 열심히 설명해준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미국 신부님 한분, 그리고 산티아고 대성당 주임신부님 포함 여섯명이 제단에 섰다.
순례자 미사에 참례한 우리 순례팀은 깜짝등장에 놀라워했다. 순례길 삼십여일을 함께 동행하며 천주교 사제임을 알지못했으니 비신자인 자매님은 큰 감동이었다며 눈물이 나왔다고 했다. 미사 후 스콜라 자매님 부부를 다시 만났을 때 낯선 스페인에서 한국인신부님 두분이 미사에 함께 한 것에 너무 자랑스러웠다며 좋아하셨다. 1시에 단체사진을 찍고 다시 대구의 요셉 마리아 부부와 피터보로 요셉 스콜라 부부, 그리고 명재형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며 산티아고 순례길 감회를 나누었다.
산티아고 가는 길은 이제 이렇게 끝이 난다. 이제 삶의 자리에서 문을 열고 나서면 까미노가 시작된다. 길은 사람의 다리가 낸 것이기도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 낸 길이기도 하다. 산티아고로 향했던 무수한 사람들의 발자국이 그 길을 만들었지만 그곳에 가고자했던 그 마음이 그 길을 걷게 한 것이다. 길은 오래 전에 있어왔고 나도 그 길 위에 서 있다. 내가 걷지 않으면 그 길은 나의 길이 될 수 없다. 신앙도 마찬가지다.
길에서 만난 친절이 그 길을 잘 걸어갈 수 있게 한다. 그 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또 그렇게 친절을 베풀며 길 위에 서는 사람들을 응원한다.
긴 순례길에 벗이되고 형이되고, 가디언 앤젤이 되어준 라파엘 신부님 명재형에게 큰 사랑을 느끼며 매일매일 길에서 잊지못할 감동의 미사를 봉헌할 수 있어 큰 기쁨이었고, 여기저기 소식듣고 미사와 기도로 순례길에 함께 동행해주신 고마운 교우님들께 감사를, 그리고 이 모든 일을 이루신 주님께 찬미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