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맞다 나 시 써야 해
김은지
김치볶음밥을 한 그릇 다 먹고
또 한 그릇 더 펐는데
반 그릇 남겨서
뚜껑을 덮어두었다
나는 왜 김치볶음밥을 이토록 좋아하는 걸까
그것이 지나온 삶을 어느 정도 반영한다면
관공서에서 받은 작은 일
단체 카톡 방,
예술가들이 참가자들에게
오늘의 예술활동을 제시했을 때
봄님이 나갔습니다
완수 후
입금은 완수 후라고 하셨지
우리들은 모쪼록 작은 일이 완수되기를 바랄 뿐이야
사진을 찾아달라는 사람
파일을 확인해달라는 사람
동행이 있냐고 묻는 사람
나는 모두 대답해주고 시를 쓸 생각
전에 했던 말이 이 말이냐는 사람
모르겠다가 입버릇인 사람
진짜 모르겠냐니까 조금만 모르겠다는 사람
업무 추가를 자연스럽게 하는 사람
사람이 어떤 행동을 왜 하는가
왜 저러는 거지
이건 뭐야
이 세 가지는 같은 말인데
옛날 작가들의 이름을 외우며
커피를 마시네
메일 아래에 첨부된 이전 메일에는
"작가님을 너무 번거롭게 해서 어쩌죠"
사람이 어떤 행동을 왜 하는가
다 이유가 있겠지
저분도 너무 고생이다
이 세 문장도 같은 말
밤이 깊어 날짜 바뀌고
읽고 싶던 시집의 비닐을 뜯어
제목에 끌린 시를 몇 편 읽다가
어, 맞다 나
시 써야 해
반 그릇 남은 김치볶음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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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지의 아, 맞다 나 시 써야 해
이 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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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9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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