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전후에 친인척, 선후배들과 통화를 많이 했다.
그래도 나중에 다시 흝어보니 몇 명이 누락되어 있었다.
추석 연휴 이후에 통화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제 '외사촌 여동생'에게 전화했다.
나의 '외종사촌'이었다.
명절 잘 보냈느냐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동생도 잘 보냈다고 했다.
날씨 얘기, 사업 얘기, 가족들 근황에 대한 대화를 주고 받았다.
통화 말미에 동생이 그랬다.
"작년 연말에 제가 큰 수술을 받느라 먼저 연락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큰 수술? 어디 아팠니?"
"급성 신부전증을 앓았어요. 그래서 신장투석도 받았고 끝내 엄마의 신장 기증으로 다시 살게 됐어요."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충격이었다.
어안이 벙벙했다.
아직 40대 초반.
여전히 젊고 팔팔한 나이라 아플 때는 아니라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어찌 이런 일이 있었을까.
헤머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했다.
외숙모님의 '신장기증'과 '장기이식'으로 새롭게 생명을 얻었다고 했다.
나는 모르고 있었다.
"왜 진작에 연락하지 않았니?"
"직계 외엔 어느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어요. 괜시리 걱정을 많이 하실까 봐요."
"지금은 집에서 쉬면서 프리랜서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요."
"금년까지만 건강회복에 진력하고 내년부턴 다시 출근하고 싶다"고 했다.
동생은 몇 번이고 건강의 소중함과 중요성을 언급했다.
"오빠도 이순을 넘기셨으니 항상 조심 또 조심하셔야 해요. 제가 술,담배를 하는 것도 아니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도 아니며 뭔가 엄청난 무리를 해서 몸을 혹사시킨 것도 아닌데 '급성 신부전증'을 앓게 되리란 걸 상상이나 했겠어요? 세상일은 정말로 한치 앞도 알 수 없더라고요."
"..........."
하루 하루 겸손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자 했다.
즐겁고 행복하게, 조금은 손해 보는 듯하게, 배려의 손길을 자주 건네며 살자 했다.
내일 일을 우리가 어찌 알겠는가.
큐티시간에 '카르페 디엠'과 '메멘토 모리'를 다시 한번 가슴판에 되새겼다.
사랑하는 '외사촌 여동생'의 건강과 평안을 위해 새벽에도 기도했다.
오늘도 사랑과 감사가 넘치는, 멋진 하루가 되길 빈다.
동생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힘 내자, 그리고 사랑한다"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