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나무
제주가 좋은 이유는 수려한 경관도 있지만 공기 질이 좋아서이기도 합니다. 제주에는 2차산업인 제조업이 거의 없거든요. 미국이나 뉴질랜드엔 미세먼지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미국은 공해 산업을 후진국으로 다 보내서 깨끗한 공기를 유지하고 있고 뉴질랜드는 제주와 마찬가지로 제조업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주 공항에 내리면 상쾌한 공기가 기분을 업시켜 주고 공항로를 달리다 보면 길 양안에 유도화가 하늘거리며 방문객을 반겨줍니다. 유도화(柳桃花)란 잎이 버들잎 같고 복숭아꽃같이 붉어서 붙여진 이름이고 또 잎이 대나무 잎처럼 좁고 복숭아꽃같이 붉어서 협죽도(夾竹桃)라 부르는 나무이지요.
인도가 원산지인 유도화는 아름답고 매력적인 꽃이지만 맹독성을 가진 식물입니다. 그 나무를 깎아서 꼬치를 만들어 고기를 꿰어 구워 먹거나 젓가락을 만들어 무언가를 집어 먹으면 바로 염라대왕을 만나러 직행해야 합니다.
유도화의 가지를 꺾으면 하얀 액체 "네리안틴"이 나오는데 이것이 맹독성 물질로 청산가리의 6,000배라 합니다. 그러니 벌레들이 가까이하지 못하여 잎과 아름다운 꽃이 온전하게 보존된다고 하지요.
외로운 섬 제주, 울타리 없는 마당에서 펑펑 터뜨리던 그 아름다움 동백꽃처럼 붉은 정념을 쏘아 올린 그 풍경이 참으로 아름다운데 독성이 강해 죽음의 나무라고도 불리니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입니다.
이 유도화의 꽃말은 '주의' 그리고 '방심은 금물'이라고 하니 이름에서도 꽃의 성질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예쁨과 맹독 그 아름다운 부조화를 장미와 가시처럼 느낄 수 있는 유도화를 제주에서는 왜 가로수로 심었는지 아이러니합니다. 너무 위험한데 말이지요.
어찌 되었거나 공존은 중요합니다. 그 나무가 죽음의 나무로 불릴지라도 예쁜 꽃으로 하늘하늘한 자태로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니 아주 쓸모없는 나무는 아닐 겁니다. 제주를 방문한다면 유도화를 꼭 만나고 오기를….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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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화가 맹독성이라고? 그걸 가로수로 심었다고? 궁금해서 뒤져봤습니다.
아직 유도화로 인한 사고를 들은 적이 없으니 이 또한 이상하네요. 가로수라면 누군가 건드려 봤음직한데.
허! 세상에! 모르는 것도 많습니다. |
첫댓글 유도화에 독성물질이 있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려진 것이다 보니 실제 일상에서 그로 인한 안전사고는 거의 없는 편입니다.
난 식물은 거의 아는 것이 없어 몰랐었네. 오죽하면 소나무 잣나무를 구별 못한다고 친구한테 핀둥아리 맞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