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9기 한국물가정보배 본선에 진출한 이지현 3단(왼쪽)과 류민형 3단. |
아마추어에게 출전을 허용하는 ‘오픈’ 형식을 일부 기전들이 도입하면서 생긴 현상은 아마추어 스타들의 탄생이다. 원칙적으로 일반 아마기전에 출전하지 못하도록 돼 있어 베일에 싸였던 연구생이나 아쉽게 입단 문턱에서 탈락한 이무기들이 전면에 등장해 걸출한 정상 혹은 신예 프로기사를 꺾으면 일약 스타가 된다.
이지현 3단은 아마 스타 출신이다. 연구생 신분으로 있던 2009년, 세계기전 제1회 비씨카드배 본선에서 중국 신예 프로기사 스웨를 꺾었다. 당시 강력한 신예였던 스웨는 현재 LG배 선수권자다. 이 승리는 작지 않았다. 이 기세를 이어 삼성화재배와 국내기전인 KT배에서도 본선을 누비며 이지현은 명성을 쌓았다.
2010년 드디어 이지현은 연구생 1위로서 내신 입단하기에 이른다. 화려한 데뷔였다. 이지현은 프로가 되고 난 뒤에도 성적이 갑자기 떨어지거나 하지 않고 수직 상승해 랭킹 20위권안으로 접어들었다. 2013년 4월 현재 랭킹은 14위. 이창호 9단보다 한 칸 아래다. 국수전 본선, 천원전 4강까지 오르는 등 그간 꾸준히 성적을 냈다.
그러나 이지현은 배가 고프다. 입단 4년차로 접어든 2013년, 한국물가정보배 본선에 올랐다. 24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 4층 본선대국실에서 벌어진 제9기 한국물가정보배 한상훈 6단과 겨룬 예선 결승전에서 이지현은 271수 만에 백으로 2집반승을 거두며 본선에 올랐다. 입단한 이듬해인 2011년부터 3차례 본선 문을 두드린 끝에 성공했다.
한상훈이 허술한 상대가 아닌데도 이지현은 한상훈에게 4전 전승을 거두고 있다. 이지현은 상대성은 아니라고 밝힌다. “또렷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한상훈 6단과 둔 대국 중 2판은 제가 완전히 져 있는 판을 억지스럽게 버텨서 승리했고, 2판도 아주 어려운 내용이었다.”
예선에서 이지현은 김동엽→한승주→조경호→김승준을 차례차례 제압한 뒤 결승에 올랐었다.
“세계기전에서도 힘 좀 내자고 다짐했는데 LG배 예선 3회전에서 중국 셰얼하오에게 진 건 정말 아까웠다. 이길 기회가 몇 번이나 있었는데…”라며 입맛을 다신 이지현은 “우승이 쉽진 않겠지만 한국물가정보배에서 적어도 결승까지는 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이지현이 신중하게 착수하고 있다. 이지현은 “초반에 고전했는데 중반에 한상훈 6단의 수읽기가 느슨해져서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지현-한상훈 전은 연기된 대국이었는데 오전 11시에 열렸다. 연기된 예선 결승대국 중 류민형 3단과 장건현 2단의 대국도 같은 날 오후 2시에 벌어졌는데 류민형이 144수 만에 백불계승을 거두고 본선에 진출했다.
류민형도 한국물가정보배 본선은 처음이다. 예선에서 오정아→정두호→양우석을 꺾고 이 대국을 치른 터였다. 22살인 류민형은 2009년에 입단했는데, 햇수로 2년 먼저 입단한 류동완 2단과 형제프로기사로 잘 알려졌다. 본인은 물론 성적으로 더 알려지길 원할 것이다.
기풍은 저돌형. 류민형은“예전에는 수가 보이면 즉각 결행했다. 잡을 수 있을 것 같으면 바로 대마 사냥에 나섰다. 그런데 근래에는 자중한다.”고 말한다. 상대가 해볼 만한 기량이라고 판단되면 실력 발휘가 잘 안되고 굉장한 강자를 만나면 힘이 부쩍 솟는다는 류민형은 요즘 신예들이 그렇듯 쉬는 때는 언제인지 모를 정도로 공부에 매진한다. 일주일에 쉐르빌연구회에서 2회, 골든벨 바둑도장에 2회 나가서 바둑연구를 한다.
▲ ‘저돌형’류민형의 착수.
류민형은 이번 한국물가정보배에서 본선 더블일리미네이션을 통과해 결선까지 나아가고 싶다.”고 배포를 드러냈다.
한편 예선 결승은 아니지만 예선 4회전 김성진 2단과 이동훈 2단의 대국도 옆 테이블에서 벌어졌는데, 김성진이 승리했다. 김성진은 하루 전 LG배 본선에 진출한 것에 이어 기세가 살아 있다. 반면 이동훈은 진구렁에 빠진 듯하다. 신인왕전 결승 변상일 2단과의 맞대결에서 지며 준우승에 머물렀는데 이 때 충격이 컸는지 국수전 본선 진출 실패, LG배 본선 진출 실패에 이어 한국물가정보배 예선 탈락까지 이어지고 있다.
▲ 희비가 교차하는 순간. 김성진(왼쪽)과 이동훈의 예선 4회전 대국이 끝났다. 김성진은 예선 결승으로 향했고, 이동훈은 탈락했다.
지금까지 한국물가정보배 본선에 진출한 기사는 이지현 3단, 류민형 3단을 포함해 김형우 6단, 홍성지 9단, 강유택 5단, 나현 3단까지 6명이다.
예선을 통과해 본선 티켓을 거머쥘 기사는 총 10명이다. 본선 시드는 전기4강(안성준 4단, 김지석 8단, 이영구 9단, 박정환 9단)과 후원사추천(조한승 9단, 박승철 7단)의 6장.
16명이 4개 조로 나뉘어 경쟁하는 본선은 5월 경 시작되는데 더블일리미네이션 방식으로 치러져 결선 8강 진출자를 가린다. 결승은 3번기.
총규모 2억 3200만원, 우승 상금 3000만원인 제9기 한국물가정보배는 (사)한국물가정보가 후원하고 한국기원과 바둑TV가 공동주최한다. 제한시간은 각자 10분에 초읽기 40초 3회.
▲ 손을 입에 갖다 댄 채 수읽기에 몰두하는 류민형.
▲ 본선행 기차를 놓친 한상훈.
*비고 : 이상훈 9단
*비고 : 강훈 9단, 박지훈 6단
*비고 : 이상훈 8단
*비고 : 이지현 3단, 김학수 5단
*비고 : 이지현 4단
*비고 : 김학수 7단
*비고 : 강훈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