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의 사연들[교양언어]백우진ㆍ우리말ㆍ국어ㆍ언어ㆍ단어의 뒤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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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단어의 사연들[교양언어]백우진ㆍ우리말ㆍ국어ㆍ언어ㆍ단어의 뒤편|작성자 이루카공인

iruka : 네이버 블로그

ㅡ 내가 모르는 단어는 내가 모르는 세계다 ㅡ 책 표지에 쓰여 있습니다.

ㅡ 하나의 단어를 붙잡으면, 하나의 우주가 걸려든다

어떤 사회에 있는데 다른 사회에는 없는 단어가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인들이 목욕탕에서 미는 '때'에 해당하는 한 단어가 영어에는 없다. 영어로 때를 표현하려면 'dirt and skin cell'이라는 식으로 풀어야 한다. 그렇다고 영어권 사회 사람들의 몸에 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때를 미는 문화가 없을 뿐이다.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라고 말했다. 언어는 세계를 반영하는 동시에 세계를 사유하는 수단이 된다. 어휘가 풍부하다는 것은 세계를 보는 시선이 넓다는 뜻이며, 단어를 명징하게 사용한다는 것은 사물을 예리하게 분별한다는 뜻이다. 단어의 '사연들'은 그래서 흥미롭다. 단어가 탄생한 배경을 추적해는 일, 단어가 ㅈ합되는 원리를 탐색해보는 일, 사라진 단어들을 기억해보는 일은 단지 '단어에 관한 일'이 아니다. 하나의 단어를 붙잡으면 그로부터 하나의 우주가 걸려들기 때문이다. ㅡ 책 뒷면 표지 사진글 전용

늘 말을 만지작거리는 나에게는 제목부터 눈에 쏙 들어온다.

사연은 일의 앞뒤 사정이고 사연은 편지나 말의 내용이다.

과연 모든 낱말에는 두 가지 사연이 다 있다.

디제이가 들려주는 청취자의 사연처럼 단어의 사연을 듣다 보니

발 없는 말을 타고 어느새 천 리를 간다.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쓰고 싶은 이는 많아도

정작 우리를 둘러싼 말들의 사연에는 별로

귀를 기울이지 않는 듯싶다.

말은 부리거나 섬기는 대상이라기보다는

인생의 길을 넓혀주는 동무다.

그리고 이 책은 그 동무를 만나게 해주는 또 다른 동무가 될 것이다.

-신견식<콩글리시 찬가>저자, 번역가

책 뒷면 표지 사진글

지은이 : 백 우 진

20여 년 동안 주로 활자 매체에서 기사를 썼다고 합니다.

요즘 글쓰기 강사로 일하고 있으며, 수십 년간 길러온 글쓰기 노하우를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일을 하며, 영어 책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맥스 테그마크의 라이프 3.0>을 번역했고, <일하는 문장들>, <백우진의 글쓰기 도구상자>, <글은 논리다>등을 저서로 출간 했습니다.

제가 읽은 책은 3쇄 발행 2019년 1월 24일자 입니다.

모두 4단락과 소주제 글로 구성되어있습니다.

1.단어가 공간에 녹아든 사연 : 낱말의 문화

여미려 해도 여밀깃이 없어

(생략)

'여미다'는 '벌어진 양쪽 옷깃 따위를 제대로 합쳐 단정하게 하다'라는 뜻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의 예문을 보면 '경옥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앉으며

저고리 섶을 여미고 머리 매무새를 가다듬었다'가 있다.

'~미다'로 끝나는 우리말에는 '여미다' '스미다''저미다' '꾸미다'

네 가지가 있다. '스미다'는 '물, 기름 따위의 액체가 배어들다'는 뜻이다.

'저미다'는 '얇게 베어내다'는 뜻이다.

'꾸미다'는 '모양이 나게 매만지다'는 의미다.

이들 단어 중 '여미다' '스미다' '저미다'는

마음을 나타내는 데도 쓰인다. 용례를 살펴보자.

* 그는 마음을 여미고 다시 일을 시작했다.

* 그는 불현듯 가슴에 스미는 고독을 느꼈다.

* 그는 가슴을 저며내는 슬픔을 견딜 수 없었다.

한편 그냥 '미다'라는 단어도 있다.

'가죽이나 종이 따위를 잘못 건드려 구멍을 내다'는 뜻이다.

영어에는 '여미다'에 대응하는 낱말이 없다.

'여미다'를 영어로 표현하려면

'adjust one's dress'라고 포괄적으로 서술해야 한다.

이 표현은 셔츠의 단추를 끼우는 것을 나타낼 수도 있고

바지춤을 올리는 것일 수도 있다.

일본어엔 있다. '가키아와세루'라고 한다.

우리말과 관용구가 똑같다.

'옷깃'은 '에리모토(襟元옷깃 금, 으뜸원 )'라고 한다.

한편 '襟(옷깃 금)'이 들어간 한자 단어 중 비교적 자주

활용되는 것이 '금도襟度'다.

'금襟 옷깃 금'에는 '마음'도 있다.

'도度 법도 도'는 '크기'를 가리킨다.

그래서 금도는 '남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아량'을 뜻한다.

흔히 '정치인으로서 지켜야 할 금도를 넘어'처럼 쓰인다.

이때 '금도'는 사전에는 없는, 아마 '금도 (禁道:금할 금, 길 도)'라는 뜻으로 쓰인 듯하다.

재미난 대목은 중국에는 '여미다'라는 표현이 없다는 점이다.

중국어로 '여미다'를 말하려면 '단정(端正)', '정리(整理)' 같은 단어를 쓰고

목적어로 착장(着裝)등을 놓는다.

이들 단어는 '여미다'라는 구체적인 행위를 가리키지는 않는다.

'단정'이나 '정리'는 영어 'adjust'와 비슷하다.

한국과 일본에는 있는 단어가 왜 중국에는 없을까?

복식의 차이 때문이라고 나는 추측한다.

만주족 전통 의상 창파오에서 유래한 치파오는

앞에 옷깃이 없다.

여미려고 해도 여밀 옷깃이 없는 것이다.

본문 25p~27p

2.단어가 오래전 태어난 사연 : 낱말의 유래

한자 꿰맞추기

한자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고 넓게 우리말에 스며들었다.

다음 단어들이 한자에서 유래했음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으리라.

더욱이 각각에 대해 해당 한자어를 쓸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시금치, 우엉, 가치, 대패, 사공, 싱숭(싱숭생숭의 싱숭), 주렴, 보배, 비단, 무명.

우리말에 한자가 두루 쓰이다 보니 고유어도 한자에서 어원을 찾기에 이르렀다.

예를 들어 '땅'이, 떨어진다는 뜻을 지닌 '타(墮)'에서 왔다는 식이다.

즉, 무너져 내려 아래에 있게 된 것을 지(地)라고 하는데,

오늘날 地(땅지)를 풀이한 '땅'발음이 墮(떨어질 타)의 잘못된 발음과 비슷하다고

설명하는 것이다.

또 '두메산골'의 '두메'에 대해서는 '산골짜기를 두마(豆麻)라 이르는데 콩을 심고

삼을 심는 곳이기 때문' 이라고 풀이한다. 모두 견강부회다.(가당치도 않은 말)

소설<임꺽정>을 지었고 우리 역사와 문화에 깊은 조예를 갖춘

홍명희는 "우리말의 어원을 소구하면 사실(史實)로 말미암아

생긴말이 적지 아니하다."면서도 "그러나 곡학구(曲學究)의 곡해 또한

적지 아니하니 이는 주의할 바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책 <학창산화>에서 남자를 한자로 사나해(似那海)라고 쓰고

신라 이야기를 가져다 붙이는 사례를 들었다.(이하생략)

고유어의 뿌리도 한자에서 찾으려고 하는 시도는 조선 지식인의 중화 중심 사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민족 문화의 특성을 열심히 탐색한 홍만종조차 저서<순오지>에서 이두와 언문을 부끄러워했다.

그는 "이 두 가지 문자는 중국에는 없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처음 만든 것"이라며

"비록 우리말을 통하고 이사를 이해하는 데에는 매우 종요롭다 하지만,

만일 중화 사람들이 이것을 본다면 문자가 같지 않다는 기롱을 면하지 못할 것 같다"

고 말했다.

세종 때 집현전 부제학 최만리 이래 홍만종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그 이후로도 조선 선비들은 이처럼 한글을 창피해했다고 나는 추정한다.

그들은 한글을 보고 중국 사람들이 비웃을 것을 걱정했다.

그래서 나는 한글 창제가 중화를 거슬러 국기를 위협하는

위험한 시도로 여겨졌다는 소설<뿌리 깊은 나무>의 전제에 동의하지 않는다.

본문 120p~122p

3.단어가 헤치고 모여든 사연 : 낱말의 규칙과 변화

씬 있는 낱말

'씬'으로 끝나는 낱말은 푹 젖고 넘치고 풍기고 피어오르는 느낌을 준다.

'흠씬'은 아주 꽉 차고도 남을 만큼 넉넉하게 어떤 행위가 이뤄질 때

그 동사를 꾸며준다.

'신선한 공기를 가득 들이마셨다'와

'차가운 공기를 흠씬 들이마셨다'는 뜻은

비슷하되 느낌은 살짝 다르다.

흠씬과 동의어인 '흠뻑'을 써서

'차가운 공기를 흠뻑 들이마셨다'고 말하면

또 느낌에 차이가 난다.

'흠씬 젖는다' '흠씬 두들겨 맞는다'에서처럼

흠씬은 무엇인가에 노출되거나 당할 때 그 정도가

심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부사로도 쓰인다.

'물씬'은 냄새가 풍기는 데 코를 찌를 정도로 심할 때 쓰인다.

또 김이나 연기, 먼지 따위가 무럭무럭 피어오르는 모습을 표현하는

부사로 활용된다.

흠씬과 물씬은 둘 다 심할 때 쓰이는 부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인지 흠씬이 물씬이 노는 동네에 마실을 가기도 한다.

물씬 자리에 흠씬이 들어간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바닷 바람에 소금 냄새가 물씬 풍겼다'는 말을

'바닷바람에 소금 냄새가 흠씬 풍겼다'로 달리 표현하기도 한다.

이렇게 두 낱말이 친한 것을 고려하면,

반대로 흠씬 자리에 물씬을 넣어도 많이 어색하지 않다.

예를 들어 '흠씬 젖는다' 대신 '물씬 젖는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묘사해도 그리 이상하지는 않다.(생략)

'물씬'은 '잘 익거나 물러서 연하고 몰랑한 느낌'을 표현하는 부사다.

'감이 물씬 익었다'처럼 쓰인다.

물씬 익으면 말랑하게 익거나 물렁하거나 물랑하게 익은 것보다

더 무르익은 상태를 가리킨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감이 무르익어 떨어질 정도라면 '물씬 익었다'는

표현이 딱이라고 생각한다.

물씬의 동의어로 '말씬'과 '물씬'도 있다.

'작씬'은 '실컷'의 전남 사투리로,

'두들기다'나 '맞다'등과 함께 쓰인다.

'작씬 두들겨 맞았다'처럼 쓰인다.

이 밖에 '씬'으로 끝나는 말에는 '날씬, 늘씬, 얼씬, 걸씬' 등이 있다.

본문 164p~166p

4.단어가 그동안 숨었던 사연 : 낱말의 재발견

속담의 추억

"그는 이렇게 평균주가로 씨줄을 엮은 다음, 거기에 다시 날줄을 매겼다."

주식시장과 관련해 한 월간지에 실린 글 중 눈에 걸린 대목이다.

날줄이 놓인 가운데 씨줄을 매기는 것인데 필자가 반대로 적었다.

날줄은 지도로 치면 경도(세로)에 해당한다. 위도에 따라 기온이 차이가 난다.

날줄의 '날'과 씨줄의 '씨'를 합해 '날씨'라는 단어를 만든 선조의 궁리가

깊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씨줄을 그 속에 넣어 날줄에 매기는 도구가 '북' 이다.

쉴 틈 없이 오가는 북을 보고

'북새통'이라는 낱말을 만들었다는 설이 있다.

짚신도 옷감처럼 날줄을 걸고 씨줄을 엮어 삼는다(만든다)는 걸

책<우리말 절대지식>에서 처음 배웠다.

날줄을 거는 틀을 '신틀'이라고 한단다.

한편 미투리는 볏짚 대신 삼이나 모시의 껍질로 삼은 신발이다.

저자는 "미투리는 정교한 신발이라 짚신의 열 배 가격을 받을 수 있었다"고 전한다.

우리 생활과 문화에 뿌리를 두고 뻗어 나와 '가지'가 되고 '이파리'가 된 단어가

어디 이들뿐이랴.

생활과 문화의 판이 바뀌면서 이런 가지와 이파리가 생기를 잃게 됐다.

위 용례에서처럼 종종 제 본 뜻에서 벗어나거나 전혀 틀리게 쓰이고 있다.

이는 지난여름 멀리 캄보디아에서 베틀을 본 내가 반가워하며 아들에게

길쌈과 관련한 단어를 알려준 까닭이기도 하다.

우리 속담에 등장하는 사물이나 상황의 대부분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연령대가 많아졌다. 아이들에게 속담의 배경과 뜻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게 됐다. 어른 대신 이 역할을 할 수 있는 게<우리말 절대지식>이다.

성인은 이 책의 속담 풀이를 읽다 보면 추억에 빠져들게 된다.

예를 들어 나는 '마른 나무 좀먹듯 한다'는 속담 풀이를

한참 들여다봤다.

십대 시절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노는 친구들이 입에 올리곤 한

'세월이 좀먹나'라는 말이 떠올랐다.

친구들은 '일촌광음부가경'이라는 훈계를 들으며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를 흥얼거렸다.

좀 같은 벌레는 알을 '슨다'.

강한 냄새로 좀을 막는 '좀약'이 나프탈렌이다.

무좀은 좀처럼 발을 파먹는다고 해서 무좀일까?

'녹이 슨다'는 표현은 좀 은유적이다.

'세월이 좀먹나, 소금이 녹스나.'

우리말 맛은 속담에서 깊고 풍부하게 우러난다.

'깊고 풍부하게' 자리에 쓸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뭉근하게'는 요새 글에 너무 자주 보여서 피했다.

본문 239p ~ 241p

ㅡ 나가며

말을홀로 생각하는 연습

활자매체에 입사해 수습을 거친 뒤 편집부에 배치됐다. 나는 편집부에서 시간이 빌 때마다 사전을 읽었다.

그러다 자주 쓸 만한 우리말 단어를 모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약 2,400쪽인 사전을 한 단어 한 단어 읽으면서

눈에 띄는 표제어를 적어나갔다. 그렇게 채운 메모를 아직 간직하고 있다. 이 메모는 읽을 때마다 새롭다.

메모를 다시 보니 '잡다'로 끝나는 단어가 많이 적혀 있다. 붙잡다, 부여잡다, 다잡다, 그러잡다, 거머잡다, 움켜잡다, 휘어잡다, 설잡다, 맞잡다, 틀어잡다, 손잡다, 얕잡다, 낮잡다, 흠잡다, 싸잡다, 종잡다, 줄잡다, 어림잡다, 골라잡다, 주름잡다, 따라잡다, 때려잡다, 땡잡다, 걷잡다,바로잡다, 사로잡다.....

'잡다'는 '쥐다'와 뜻이 비슷하다. 그래서 '쥐다'로 끝나는 단어는 '잡다'로 끝나는 단어와 의미가 비슷한 게 여럿 있다.

그러쥐다, 거머쥐다, 움켜쥐다, 틀어쥐다, 싸쥐다 등이다. 반면 '싸쥐다'는 '손으로 싸듯이 쥐다'는 뜻이어서 '싸잡다'와 의미가 다르다. '잡다'로 끝나는 단어는 없는 ' -쥐다'도 있는데, 잡쥐다, 감싸쥐다, 부르쥐다 등이다.

'잡쥐다'는 '단단히 쥐다'라는 뜻이고, '부르쥐다'는 '힘주어 주먹을 쥐다'라는 단어다.

그때 사전을 뒤적이면서 나는 우리말을 스스로 공부하는 길에 들어섰다. 이전의 우리말 공부가 다른 사람이 쓴 책에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접하는 것이었다면, 편집되지 않은 사전으로 직접 한 공부는 우리말을 놓고 홀로 생각하는 연습이었다. 물론 이후에도 다른 사람이 쓴 우리말 관련 책을 계속 읽었다.

우리말에 대한 내 관심의 한 갈래는 역순사전으로 이어졌다. 예를 들어 일반사전에는 흩어져 있는, '잡다'나 '쥐다'로 끝나는 단어를 역순으로 모아놓고 그중에서 골라서 쓸 수 있도록 하면 글이더 적확하고 풍부해진다. 역순사전은 우리말 조어법을 숙달해 이를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다.

이 책에서 '끝나는 부분이 공통적인 우리말' 서술과 관련해 양해를 구할 부분이 있다. 끝이 같다고 해서 유래와 의미가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볼따구니, 뺨따구니, 철따구니, 악다구니, 어처구니, 틈바구니 등을 묶어서 제시했는데, 각각은 볼-따구니, 뺨-따구니, 철-따구니, 틈-바구니로 분석된다. '악다구니'와 '어처구니'는 분석이 어렵다고 한다. 또 '서니'로 끝나는 '꼭두서니'는 '곡두선'에 '-이'가 붙은 말이고, '꼬락서니'도 '꼴'에 '악서니'가 붙은 말로 이해된다. 이와 관련해 나는 생물에 상사기관이 있듯이 유래와 의미가 다른더라도 모양이 같은 우리말이 있고, 그런 우리말은 한데 모아서 다룰 만하다고 본다. 상사기관은 기원이 서로 다르지만 겉보기에 형태나 기능이 매우 닮은 기관을 말한다. 예를 들어 새의 날개와 곤충의 날개는 모두 하늘을 날도록 하는 부위이지만, 새의 날개는 앞다리가 변한 것이고 곤충의 날개는 껍데기의 일부가 변해서 생긴 것이다. 원고를 맺으려니, 미처 모아 담지 못한 '도사리' 우리말에 눈길이 간다. 버캐, 눈비음, 보람줄 등이다. 버캐는 '액체 속에 들었던 소금기가 엉겨 생긴 찌끼'라고 풀이된다. '소금버캐'는 '엉기어 말라붙은 소금 덩이'다. 더운 날에 달리고 나면 얼굴이며 목에서 난 땀이 말라 버캐를 남긴다. 소금버캐 외에 '오줌버캐', '침버캐'도 있다. '눈비음'은 '남의 눈에 들기 위해 겉으로만 꾸미는 일'을 뜻한다.

'비음'은 '설빔'에 남았고, 이제는 거의 쓰이지 않는 '단오비음'에도 붙었다. '보람줄'은 책 따위에 표지를 하도록 박아 넣은 줄'이다. ㅡ 나가며 전문

오늘의 책 소개

단어의 사연들

이였습니다.

단어는 저자의 오래된 관심사 였다고 말하고 있으며, 국어사전을 한 장 한 장 읽으면서 우리말을 궁리했다고 밝히고 있고, 이 책 역시 다른 사람들이 아직 다루지 않은 특유의 콘텐츠를 담고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말을 더 우리말답고 풍성하게 빚어가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라 생각하며, 일독과 탐독을 추천 드립니다.

다시 한번 한글날을 기념하며, 좋은 양질의 도서를 만들어 주신 저자와 출판사에게 감사드립니다.

[출처] 단어의 사연들[교양언어]백우진ㆍ우리말ㆍ국어ㆍ언어ㆍ단어의 뒤편|작성자 이루카공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