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퍼온게 아니라 제 메일에 칭구가 보내준겁니다.
:
: 혼자 읽긴 너무 아까워서 이 추운 초겨울에 감기조심
:
: 하시구여...그럼 시작 ^^
:
: ================= 첫 키 스 =======================
:
: " 언니 동원 오빠나 만나지 그래? "
: " 미쳤냐? 생일 전날에 그 매력없고 둔한녀석을.... "
: " 그래도 스무번째 생일인데....전화해봐... "
:
: 어렸을 때 부터 그 녀석은 그랬었다. 생일이 한 달쯤 지나서야 불쑥 선
: 물을 내미는 놈이었고 돈을 아끼겠다고 공테잎에다 지가 노래를 불러서
: 녹음해 오는 놈이었다.
:
: 한번은 진짜로 야한 선물을 한다기에 '많이 발전했네~'하며 기대했더니
:
: 지 사이즈랑 똑같은 빤스를 선물을 했다. 누런색을 어디서 구했을까...
:
: " 임마! 50Kg의 여자에게 아줌마용을... 넌 이게 섹시해 보여??-_-; "
: " 어? 그거 너한테 크냐? 근데.. 헐렁한거 입으면 더 섹쉬해 보인다..
: 나중에 그거 입은 모습 꼭 보여줘....헐헐..."
: 하지만 오늘도 또 속는셈치고 전화를 걸었다.
:
: " 여보세요? "
: " 나야... "
: " 너냐? 그런데 너가 누구냐? "
: " .....-_-; 주희라고해...-_-; "
:
: " 흠흠.. 그런데 왜 걸었냐? "
: " 동원아 오늘 시간 있으면 영화보러 안갈래? "
: " 싫어! "
: " 왜? "
: " 돈이 아까워... " -_-;
: 으...쓰발...이놈은 인간이 아닌 것 같다.
: " 내가 내줄테니 당장 와라..."
:
: 딸칵. 으..드럽고 지저분한녀석...
: 얼른 동생에게 3만원 삥을 뜯었다. 녀석도 그렇지만 울 동생도 폭력 앞
: 에는 항상 비굴했다.
:
: " 주희야! "
: 이 놈 싱글벙글한 얼굴로 다가온다. 웃는 얼굴에 차마 주먹을 날릴 수
: 가 없었다. 그래서 침을 뱉었다. -_-;;;
: " 무슨 영화 예매 해놨어? "
:
: 으...난 한박자 씹구 위 아래로 야린후 그 놈 데리고 영화관으로 갔다.
: 대부분 매진이고 어떤 감동적인 영화를 겨우 예매했다. 물론 돈은 내가
: 냈다. 여자가 돈을 쓰게 하다니... 그지 녀석.
: 영화는 1시간 30분 후에나 시작한다. 그동안 모할지 생각하는데 이녀석
: 이 갑자기 제안했다.
:
: " 주희야 우리 내기 할래? "
: 지금부터 30분 동안에 너는 남자를 난 여자를 꼬셔서 더 빨리 꼬시는
: 쪽에게 자기 표를 양보하는 거야... "
: 퍼벅!!... 동원이는 한대 맞더니 조용해졌다. 삐졌나부다...
: 우리는 침묵속에서 사람들 구경하면서 멀티 비젼쪽으로 걸어갔다.
:
:
: 이 때 갑자기 녀석이 실실 웃으며,
:
: " 야..나 TV에서 굉장히 재미있는 것 본적있다. 꼭 해보고 싶었어.."
: 그러더니 멀티비젼 한쪽에 앉아 있는 연인 뒤로 가더니 양쪽 어깨에 팔
: 을 올리고는 연인들의 얼굴을 번갈아 빤히 쳐다 보는 것이었다.
:
: " 야! 너 모야? " 터프한 남자가 말했다.
: " 나 동원이야... " 녀석이 계속 싱글거리며 대답했다.
: " 뭐하는 짓이야? " 이 터프 자식 좀 띵'받았나보다...
: " 나....장난치는거야... " 녀석이 아주 심각하게 말했다.
:
: 그러더니 나한테 달려와서 " 뛰어!! " 하더니 혼자서 막 달아나버렸다.
: 이 정신나간 놈 때문에 나도 롯데 지하에서 미친년처럼 달렸다.
: 다들 쳐다 봤다. 계동원 너 잡히면 내 손에 죽는다...-_-;
: 한참 달려서 외딴곳에 숨어 있는 그놈을 발견했다.
:
: " 주희야 재미있었지? 한번 더할까? " 하고 또 싱글벙글이다...
: 결국 나도 웃고 말았다.
: 하지만 주위 사람들은 다 우리를 미친년놈으 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 그 생각이 맞을꺼라는 생각이 들었다.
: 어째튼 웃다가 죽다가 1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우린 영화관 안으로 들
: 어갔다.
:
: " 주희야 팝콘 먹고 싶지 않냐? "
: " 응! " 너무 반가왔다. 영화비에 버금가는 많큼 먹어주리라...
: " 그럼 사와라.. 음료수도... " -_-;;;
:
: 이 놈 다이어리에 진짜 동전조차없었다. 세상에 아무리 내가 돈을 낸
: 다고 했지만 남자가 치사하다 못해 비열하게 동전도 안가져 나오냐?
: 치사한놈..치사한놈... 주문을 외우는 동안 영화가 시작되었다.
:
: 영화는 질질 짜게하는 한국 스타일의 영화였다.
: 나는 막 울고 싶은것을 참고 슬금 슬금 눈물을 훔쳤다.
: 야 이놈아 여자가 울면 손수건을...
: 그런데 그 놈이 점점 흐느끼더니 엉엉 울었다.
: 다 쳐다 본다. 엄청 눈
: 물 나는 장면이 나오는데 사람들 다 웃는다.
: 쪽팔린다. 죽고싶다...
:
: ' 내가 다시 계동원하고 영화보러오면 평생 참치만 먹고 산다... '
: 영화가 끝난후 화장실에 숨어서 사람들 다 나가길 기다렸다. 이 녀석과
: 함께 온 여자임을 절대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 놈 여자 화장실 안으로
: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
:
: " 주희야 내가 당구 가르쳐 줄께...가자! " 다들 날 째려본다... "
: 이 놈이 오늘 나한테 빌 붙으려고 작전을 하고 나왔나보다...
: 우리는 잠실에서 나와서 신천쪽으로 걸어갔다. 한참 가다가 이상한 건
: 물로 들어가더니 당구장을 찾아냈다. 으아...찾아냈네..내 돈!!...
:
: " 어머! 동원오빠... 오래간 만이야!... "
: 음..죽도록 이쁜 여자애가 말했다. 물론 나보다 이쁘지는 않았지만 열
: 받는다. 이 멍청하고 드럽고 치사한 놈이 어떻게 저런 여자애를 알고
: 있는지 이해가 안갔다. 그래도 아는 사람이면 돈 굳었네...홀홀~~
: " 응..수진아 진짜 오랜만이다. 아르바이트 한다고해서 한 번 왔어..
:
: 얘는 내 꼬봉... 주희라고해.. " 어랏랏? 꼬봉???-_-;
: 그녀와 난 인사를 했다. 그녀는동원이 팔짱을 끼더니 데리고 가버렸다.
: 으...최악의 생일이 되어간다...학교에서 고소영 붕어빵이라 불리는 내
: 가 이렇게 된 이유가 몰까?? 저놈 옆 아파트에 사는게 내 운명의 최대
: 걸림돌이 된것같다. 둘이서 웃으며 오라고 손짓했다. 비참했다.
:
: " 주희야 내가 가르쳐 줄께... " 하더니 30을 뺐다.
: " 너 30이야? 나... 120인데.... "
: " 너 당구칠줄 알았었냐?-_-; "
:
:
: 으이구... 결국 우리는 포켓을 쳤다. 그 여자애까지 3명이서...그 여자
: 애는 당구장 걸 답게 정말 잘 쳤다. 300은 되는 것 같았다.
:
: " 수진아 삼촌 잘 계시냐? " 동원이 녀석이 삑살이 내면서 물었다.
: " 응. 그럼! 고모도 잘 계셔? " 그녀가 마쎄이 찍으며 되물었다.
: " 울 부모님 미국 여행가셨다..." 녀석이 8번 공을 넣으며 대답했다.
:
: 얼랠레? 둘이 친척이었잖아! 괜히 혼자서 질투하고 난리 마카레나를...
: 그럼 그렇지...녀석이 어떻게... 그런데 동원이 부모님이 여행을 가셨
: 구나...울 부모님도 여행 가셨는데..그런데 자식....그래서 돈이 없나?
: 어째튼 난 기분이 풀어졌고 수진이랑도 같이 잘 놀다가 나왔다. 알고보
: 니 성격도 좋고 공부도 잘한다고 했다. 같은 친척인데 동원이랑 어찌
: 이렇게 다를 수 있는걸까?
:
: " 주희야 우리 노래방 안갈래? "
: " 공짜냐?-_-; "
: " ......-_-; "
: 내가 왜 이렇게 V을까? 이놈이랑 시간을 보내면서 난 변했다.
: 노래방은 아까 당구장보다 훨 깨끗했다. 오늘 웃기는 날이다. 이 놈하
: 고 영화를 본 적은 있었지만 당구장이나 노래방은 처음 와보는 것이다.
:
:
: 물론 친구랑은 많이 와봤고 킹카이니 만큼 미팅 때도 많이 와봤지만 이
: 녀석하고 온 것은 처음이라 나름대로 기뻤다.
:
: " 동원아 꼭 성공해라! " 누가 음료수를 가져다 주고 나가며 말했다.
: " 예. 고마워요 형. " 잉?? 몰 성공해???
: " 너 운전면허 시험 보냐? "
: " 응? 아...아니...그냥...저 형 원래 헛소리 잘해.. "
:
: 어째튼 노래를 불렀다. 녀석 경기고때 합창부였다고 당구 치는 것 처럼
: 노래 부르지는 않는군. 동원이는 '날아라 병아리'를 부르고 키우던 강
: 아지 얘기를 했다. 나도 본적 있는데... 그 사람처럼 누워서 자는 개..
: 우리는 마지막으로 '이별 이야기'와 '이젠 안녕'을 부르고 나왔다.
:
: " 으아! 넘 늦게 만나서 벌써 저녁 9시다. 재미있었징?
: " 음..저녁을 안먹었는데... 어떻게 할래? "
: " 나도 그럭저럭 잘 놀았다. 배 안고프니깐 그냥 집으로 가자.. "
:
: 녀석은 버스를 타고 가자고 했다. 두 정거장 걸어가면 안되나? 무드는
: 코딱지 만큼도 없는 놈이다. 어째튼 569가 도착했다. 9시인데도 사람이
: 많이 타고 있었다.
:
:
: 나는 토큰을 내고 먼저 들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사람들
: 이 막 웃는 것이었다. 나는 뜨끔해서 뒤돌아 봤다.
: " 죄송합니다..다신 안그럴께요...."
:
: 이 놈이 버스 운전기사에게 사과를 하고 있었고 다른 승객들은 다 웃고
: 있었다. 난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서 그 놈과 멀리 떨어졌다. 절
: 대 또 쪽팔리고 싶지는 않았다. 무사히 2정거장을 가서 내렸다. 그리고
: 도 한참을 가다가 다가가서 물어봤다.
:
: " 야..너 아까 왜 혼났냐? 공짜로 태워 달라고 했지? "
: " 아..그건... "
: 이 싸이코같은 녀석이 바지 뒷 주머니에 있는 버스 카드가 끄내기가 귀
: 찮다고 엉덩이를 그 센서에 가져가서는 마구 비벼덴 것이다. 그러니 그
: 걸 보는 사람들이 얼마나 웃겼겠는가? 그걸 보고도 안 혼내는 버스 운
: 전사가 있다면 그 운전사도 이 놈처럼 싸이코일 것이다.
:
: " 참...너에게 할 얘기가 있다. "
: " 응??? "
: 드디어 내 생일을 기억 한거냐? 그래...그래... 지금까지의 일은 다 용
: 서해 주마. 그런데 꽃 한송이 없이 이런곳에서.....
: " 나..군대...안 가... 병원에서....아마 못갈꺼래..."
:
: 맙소사. 헤어지기 전에 한다는 소리가 군대 '안'가 냐? 누구는 입대 전
: 날 공사판에서 일해서 생일인 애인에게 선물을 사주고는 달콤한 키스를
: 나누었다는데... 너랑은...그런 로맨스도 이미 물건너 간거냐?
: " 너 정신병이지? "
: " 그건 아닌것 같은데... 잘 모르겠어... "
:
: 으이구. 열받아서 인사도 안하고 와버렸다.
: 부모님도 안계신데 이 기집애도 어디로 나간건지 문이 잠겨서 들어갈 수가 없었다.
: 흑흑...오늘은 확실히 최악이야... 우울해진 나는 다이어리를 끄냈다. 이 다이어리는 우리가 고등학교 입학 할 때 똑같은 것으로 산 것이다. 물론 각각 돈내고...
:
: ' 어라? 이거 내꺼 아니다.... '
: 으악! 다이어리가 바뀐 것이었다. 내 다이어리에 그녀석 좋아한다고 쓴
: 일기가 있는데... 큰일 났다. 이런 쪽팔림... 아까 롯데에서 달릴 때보
: 다 더 쪽팔렸다. 이왕 이렇게 된거 나도 봐야지.. 혹시 놈도 사랑을 고
: 백해놓지 않았을까??
:
:
: 전화번호부에는 남자 이름이 하나도 없었다. 아마도 전화번호부에서 여
: 자 이름만 찾아서 적어놓은 것이리라...
: 스케쥴을 보니 12월 여행... 이렇게 써 있었다. 어? 아깐 아무 말도 안
: 했는데... 노래방에서 그 오빠가 말한것이 그거였나?
:
: 그런데 무슨 여행을 이렇게 오래가있어? 내년 7월까지...생일까지 거기
: 있다가 올 모양이네? 나쁜놈 얘기도 안하다니..
: 난 바로 공중 전화를 걸었다.
: " 여보세요? "
: " 동원아. 나 주흰데.. 너 다이어리 펴 봤냐? "
: " 아니 " -_-;;;
:
: 솔직히 말하면 좀 아쉬웠다. 쪽팔림의 감정과 봐줬으면 하는 감정이 교
: 차했었는데 안 봤다면 뭐....
: " 야.. 우리 다이어리 바뀌었다. 지금 너네 집에 찾으러 간다...
: 부모님 여행 가시고 동생도 집에 없어서 시간도 때울겸.... "
:
: 앗! 곧 후회했다. 찾으러가지 말고 모른 척 할껄....나쁜 녀석 내 다이
: 어리 보다보면 내 생일인 것도 알텐데... 하지만 엎지러진 물이었다.
:
:
: 딩동! 딩동! 딩동! 난 그 녀석 밖에 없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막 눌렀
: 다. 녀석이 인상을 쓰면서 나왔다.
:
: " 으...넌 예의도 모르냐? " 지가 언제부터 예의를...망할녀석...
: " 여기 있다. 다이어리. 참 너 여행가냐? "
: " 아...미국에 잠시... "
: " 그런데 왜 내년 7월까지 여행이라고 써 있냐? "
: " 그렇게 해 놓으면 부티나보이잖아.... "
: " .....-_-; 그런데 언제 떠나냐? "
: " 아직 안 정했다. 마음을 확실하게 잡으면... "
: " 응?? 마음을 잡다니? 무슨소리냐? "
: " 아무것도 아니다. 신경쓸 필요 없어.... "
:
: 그 때 녀석 집 안을 보니 어두 컴컴해서 아무것도 안보였다.
: " 야..그런데 너 왜이렇게 컴컴하게 하고 있냐? "
: " 아..멋있잖아... 들어와라... "
: 이거 늑대 녀석과 어두운곳에 들어가면 위험한거 아닌지 몰라? 하지만
: 난 따라 들어갔다. 이 멍청한 녀석이야 뭐....
:
: " 쇼파에 앉아 있어라... " 어쭈 명령하듯이...건방지네...
:
:
: 벌써 11시였다. 시간 정말 빨리가는군. 약 1분 정도가 지났는데 이 녀
: 석이 안나왔다. 어두 컴컴한 곳에서 혼자 앉아 있으려니 호기심이 발동
: 했다. 그 때 갑자기 오래된 팝음악이 흘러나왔다.
:
: ' 이거 뉴키즈 온더 블락의 해피버스데이 투유 아니야? '
: 동원이는 조그마한 상을 들고 나왔다. 상위의 케익에 꽃혀있는 조그마
: 한 촛대들에서 불 빛이 반짝이고 있었고 케익 옆에 놓여 있는 스무송이
: 의 장미는 황홀한 향기를 내뿜었다.
:
: " 야. 내가 몰라준다고 섭섭했었지?
: 원래 내일 해주려고 그랬었는데 니가 밤에 찾아 오는 바람에... "
: 눈물이 났다. 동원이가 장미 꽃을 내게 건냈다. 자식..이런 짓도 할 줄
: 아는군...기뻤다. 그 어느해의 생일 보다도. 그 녀석은 생일 축하곡 대
: 신 흘러 나오는 뉴키즈의 '해피 버스데이 투유'를 따라 불렀다. -_-;;;
:
: 나는 '후~ ' 불어서 촛불을 한번에 껐다. 녀석은 다른
: 커다란 초를 몇개 꺼내더니 불을 땡겼다.
: 어떤 조명도대신해 줄 수 없는 아름다운 바알간 그림자가 아른 거렸다.
:
: " 너...내 생일 어떻게 기억했어? "
:
:
: " 야..15년을 함께 지냈는데...그래서 일부러 다이어리 바꿔놨지...
: 그런데 오늘 찾으러 올 줄은 몰랐다. 음..어서 소원 빌어야지~~ "
: " 내 소원은 너랑 나랑 건강하고 행복한거... 너두 말해라.. "
: " 나두? 나...나는...딱 한가지 소원이 있는데...
: 음.. 나 여행 갔다와서 말할께... 그 때까지 기다려주라....
: 그리고 12월 31일에도 오늘같은 밤을 지내자~ 좋지? "
:
: 케니 G 의 크리스마스 앨범 '미라클'의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 나왔다.
: 장미의 향기와 아름다운 음악은 춤추고 있는 촛대위의 불 처럼 내 마음
: 을 흔들었다.
: 녀석도 내가 집에 돌아가기를 바라지 않았고 나도 집에 돌아가고 싶지
: 않았다. 새벽 1시가 되었을 때 나는 그녀석 어깨에 살며시 기대었고 녀
: 석은 내 어깨를 살며시 감싸 안았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흘러갔다. 점점
: 눈꺼풀이 가물 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이 들었다.
:
: 알퐁스 도데의 소설 '별'에 그 소녀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생각하면서..
: 다음날 아침 일어나보니 나는 쇼파에 누워서 녀석의 다리를 배고 있었
: 고 녀석은 쇼파에 앉아서 입을 헤~에 벌리고 자고 있었다. 원래의 그
: 녀석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하지만 난 행복했다. 가만이 바라보고 있
: 는데 녀석이 눈을 떴다. 그리고는 띠껍게 말했다.
:
:
: " 뭘 보냐? " -_-;;
: " 넌 왜 앉아서 잤냐? "
: " 임마! 니가 돌로 내 다리를 누르고 있는데 당연하지.... "
:
: 녀석 눈이 엄청나게 불어 있었다. 꼭 엄청나게 운 것 처럼....
: 녀석 꽤 피곤 했었나보다...내 머리가 그렇게 무겁나? 훗훗...
:
: " 참..너 집에 안가봐도 되냐? 부모님은 안계셔도 동생이 걱정하겠다."
: " 아..맞아. 연락도 안했구나... "
: " 잘가라... 그리고....생일 축하해 " 녀석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 고맙다는 말 대신 나도 미소를 지어 대답했다.
: 녀석에게 고마운 것은 생일 축하나 멋진 분위기를 만들어 준 것 보다도
: 완전 무방비 상태의 나를 아껴준 것에 대해서 고마웠다. 사실 나도 녀
: 석을 믿었기에 그 시간에 그렇게 있을 수 있었지만. 하지만 또 아쉬움
: 이 남았다. 녀석 그렇다고 키스도 못하냐? 바보...
:
: " 동생아... 언니 왔다. "
: " 언니 어디갔었어? "
:
:
: " 응...비밀... 너 이거 말하면 안돼 ? "
: " 음..그러지 뭐.... 참. 돈 다 썼어 ? "
: " 아...다음주에 아르바이트 해서 갚을께.... "
: " 그 돈 안갚아도 돼. 그거 동원 오빠가 준거야. 언니랑 생일 파티 할
: 꺼라면서.... 언니가 달라고 하면 주라더라...
: 그런데 자기 생일에 돈 빌려서 나가는 여자... 너무 우끼더라.... "
:
: 난 다시 엄청나게 황당했다. 이녀석 그것도 계획 적이었구나...자식 이
: 왕 해줄꺼면 정상적으로 좀 해주지...내가 구걸하게 만들다니....
: 어째튼 난 집에와서 다이어리를 정리했다. 녀석 진짜로 안봤나? 스케줄
: 을 넘기고 있는데 '12월13일 계동원 여행'이라고 써 있었다. 봤네??
: ' 어라? 그런데 13일이면 내일 모래 아니야? '
:
: 녀석 마음이 접히면 떠난다더니 내일 모래 떠나네....
: 그날 밤 계속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았다. 다음날 찾아갔는데 녀석은
: 없었다. 으...나쁜놈 결국 인사도 안하고 갔구나...하여튼...
: 몇주안에 온다고 했으니 그동안 아르바이트라도 하면서 기다려야지. 녀
: 석이 좋은 파티를 해 주었으니 나도 그녀석에게 정말 기쁜 파티를 해주
: 겠어!!
:
:
: 난 커피 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리고 일주일쯤 후 이전
: 에 봤던 노래방의 오빠가 찾아왔다.
: " 주희씨 맞죠? 동생이 여기 있을 거라고해서... "
: " 아..예.. 안녕하세요? "
: " 녀석 미국 떠났습니까? "
: " 그런것 같아요. 13일에 떠난다고 제 다이어리에 적어 놨드라구요 "
: " 잘 되어야 할텐데.... "
: " 잘 되다니요? 저번에도 그 말씀 하신 것 같은데... "
:
: 나는 갑자기 걱정이 되었다. 운전면허 이야기가 아닌것은 단번에 알수
: 있었다.
: " 모르셨나요? 걔 수술하러 미국 갔습니다. "
: " 수...수술..이라뇨? "
: 난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사람 정신나간 소리 하는것 같
: 았다. 그럴리가 없었다.
:
: " 주희씨에게는 마음 아플까봐 얘기를 못했나보네요....
: 녀석 원래 12월 말쯤에 마음 잡히면 떠난다고 했는데....벌써....
: 주희씨가 기도해 주세요... 잘 될껍니다.... "
:
:
: 그는 그말을 하고 떠났다. 난 들고 있던 잔을 놓쳐서 깨트리고 말았다.
: 그날 여행 언제가냐고 물어볼 때 마음이 잡히면 간다고 했었는데....
: 그게 그 말이었다. 난 그날로 아르바이트를 그만 두었다.
: 미칠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사람 말 믿을 수 없었다. 약 2주정도 지나
: 12월의 마지막날 동원이 대신 도착한 편지를 받기 전까지는...
:
: " 안녕? 주희야...
: 여기는 펜실베니아의 큰 병원이란다.
: 검사해 봤는데..뇌종양이라나 뭐라나...
: 꽤 어려운 병인가봐...
: 말 안하고와서 정말 미안하다...
:
: 너한테는 도저히 말 할 용기가 안생겼어....
: 나 그날 밤에 나 소원 말하라고 했을 때 하지 못한 말...
: ' 너를 영원히 사랑할 수 있었으면... ' 이었는데
: 눈물이 날까봐 말을 못했다.
:
: 그날 밤새워 울었다. 너의 평화롭게 자는 모습을 보면서...
: 결국 너에게 하지 못한말을 지금이라도 하고 싶다.
: '사랑해 주희야 너를 알고 단 1초도 사랑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
:
: 나 내일 수술해...
: 사실은 조금 떨린다.
:
: 하지만 주희야. 난 걱정안해 하나님이 지켜주실테니까...
: 그리고 너의 마음을 알고 왔기에 마음이 한결 편하다...
: 너도 걱정하지마...네가 나때문에 걱정하는거 나 싫어...
: 그날 밤에 못 받은 키스를 받기 위해서라도 난 꼭 돌아올거야...
: 약속할테니 너도 나를 기다려줘.
: 주희야 진심으로 사랑한다 "
:
: 난 밤새 울었다. 울고 또 울었다.
: " 우린 키스도 못했는데.... 사랑한다고 말하지조차 못했는데... "
: 12월 31일의 마지막 밤은 이렇게 지나갔다.
: 난 몇일후 아르바이트 다시 시작했다. 녀석은 꼭 온다.
: 녀석은 반드시 돌아온다고 약속했고 약속한 것은 꼭 지켰었다.
: 이번에도 반드시 지키리라고 확신했다.
:
: 그리고 1 주일 후 미국에서 편지가 날라왔다....
: 편지 봉투를 뜯는 순간 녀석이 자주 사용하던 립크림 향기가 풍겼다.
: 편지에는 아무 내용 없이 보라빛 입술 자국만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
:
: 아...!!
:
: 나는 눈물로 적셔진 편지지 위의 입술 자국에 내 입술을 맞췄다.
: 녀석과 나의 첫 키스였다.
:
: - < THE END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