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첫 소설 완결 작인 그를 혼자 사랑하다가 출판될 것 같아요.
그래서 원고 수정하느라 정신이 없거든요.
이래저래 하루종일 컴퓨터만 잡고 있습니다.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거의 한달정도 후면 책으로 나올 것 같아요.
좀 더 앞당겨질 수도 있고, 좀 더 늦어질 수도 있지만요.
그래서 완결방에 있는 소설 삭제해야 할 것 같아요.
인터넷 소설이 아닌, 감성소설로 바뀌면서 새드라는 종류로 책이 나올 듯 싶어요.
아직 먼 이야기지만, 잊지 말고 꼭 기억해주세요. 호호.
그리고 31-32편에 섬세하게 오타 지적해주신 Anga님 감사드립니다.
여전히 부족함이 많은 작가입니다. 오타가 나면 바로바로 지적해주십시요.
감사히 받아들이겠습니다.
또 이틀 후에 뵐게요. 아무리 일이 많아도 시간 내서 꼭 찾아오도록 할테니까
재밌게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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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태서는 힘이 없는 듯이 휘청거리며 하얗게 질린 비연을 부축하며 조심스럽게 병원을 나왔다.
병원에서 나오자 마자 미끄러지듯이 태서와 비연의 앞에 떡하고 자리잡는 차 한대.
운전석에서 문이 열리고 두 사람의 앞으로 뛰어와서는 문을 열어주고 두 사람이 타자마자
문을 닫고 다시 운전석에 오르는 한 남자.
"어떻게..?"
"촬영 끝나고 무작정 뛰어오고 보니까 매니저형이 떠오르더라고. 류시후 병실에 들어가기 전에
형한테 공중전화로 전화했었어. 15분 정도면 나가니까 앞으로 차 가져오라고."
"아, 그랬구나."
비연과 태서가 이야기 하는 내내 왠지 모르게 즐거워 보이는 매니저는,
조심스럽게 비연에게 말을 건다.
"이렇게 뵙는 건 처음이네요. 안녕하세요 골치덩어리 한태서 매니저, 유 현입니다."
"네. 반갑습니다."
"형 이름이 유 현이였어?!"
"여지껏 몰랐냐?!"
"한번도 알려준 적 없잖아."
"니가 나한테 관심이 없었던 거겠지."
"하긴, 내가 형한테 관심 둘 일이 있을리 없지."
"꼭 말을 해도 저런 식으로 한다니까?"
"그게 내 매력이야."
처음으로 밝혀지는 유현이라는 이름에, 태서는 자신도 몰랐다는 듯이 말을 했고,
그런 두 사람의 대화가 재밌다는 듯이 비연은 피식하고 웃어버렸다.
"그건 그렇고, 형 핸드폰 줘."
"핸드폰이라니?"
"형이 내 핸드폰 가지고 있잖아. 왜 모르는 척이야? 어울리지 않게?"
"민소애씨한테 핸드폰 못 받았어?!"
"무슨 소리야. 뭐 잘못 먹었어? 왜 헛소리야?!"
"내가 아까전에 중요한 미팅이 생기는 바람에, 핸드폰 민소애씨한테 맡겼었거든."
"........."
"내가 너 촬영 끝나기 전까지 다시 촬영장으로 도착할 수도 있었지만, 조금이라도 늦게 도착해봐라.
골치덩어리 한태서가 가만 있었을 것 같냐? 자유다! 하고 도망갔을테지. 그래서 끝나면
연락이라도 하라는 의미로 맡겼었는데"
"....그래?! 그럼 왜 안 돌려줬지?"
"....."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비연은 그저 태서를 바라볼 뿐이다.
아까 전에 전화를 받은 여자도 분명 민소애라고 했던 것 같은데..
맡던 거라면, 왜 남의 전화를 받았을까?!
그 여자는 왜 무작정 태서의 전화를 받고서는 내게 누구냐고 물어봤을까?!?!
궁금증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데.
"니가 촬영 끝나자마자 민소애씨 만날 틈도 없이 무작정 뛰쳐나온 건 아니고?!"
"........"
"그럼 그렇지, 한태서. 내가 없으면 꼭 어디론가 샐 궁리만 한다니깐!"
"...무슨 말이 그래?"
"항상 그렇잖아."
"시끄럽다. 운전이나 똑바로해. 그러다가 사고나면 책임 질꺼야?!"
"얼씨구? 어련하겠습니까?"
"그러니깐 제대로 하라고. 나는 둘째치고, 여기 최고의 여배우 은비연이 타고 있잖아."
"네네. 그래야죠. 아요 저걸."
현은, 결국 태서의 말빨에 두손 두발 다 들었다는 얼굴로 운전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비연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중, 자신의 손을 꼬옥 잡아주는 태서의 감촉에 정신이 들었다.
"보고싶은 거 꾹 참았구만, 이렇게 헬쓱해져 있으면 어쩌자는 건데."
"......."
"밥은 제대로 먹고 촬영한거야? 안 그래도 툭 건드리면 쓰러질 것 같으면서. 바보."
"피식."
"웃지마. 미워죽겠으니깐."
"너야 말로 얼굴이 반쪽이 됐어."
"은비연. 니 얼굴 앞에서 나는 아무 것도 아니네. 눈 좀 붙일래?! 피곤하지 않아?"
"괜찮아. 태서야. 나 이렇게 그냥 너랑 이야기할래."
비연은 오랜만에 느껴지는 태서의 따뜻한 말과 감촉에 마냥 행복하다.
그 어떠한 일이 있다해도 다 이겨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한태서와 함께라면, 내 사랑 한태서와 함께라면 몰려오는 피곤쯤은 참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형 봤지?! 내 인기가 이 정도라니까?"
"시끄러워. 난 지금 운전중이야."
"삐졌네."
"내가 넌 줄 아냐?! 끄떡하면 삐지고 화내고 토라지고, 난 그런 어린애 아니거든?!"
"내가 언제 그랬다고 그래!!!!!!!!!!!!!"
"거봐. 또 벌써 발끈했어. 하여간 어린애야 어린애"
"너나잘해!!!!!!"
"......너?"
"그래!!!!너!!!!!!!"
"차 돌린다?! 이대로 무작정 달리는 수가 있어?!"
"장난이라도 그렇게 해봐. 우리 비연이 피곤하니까, 빨리 집으로 가."
"그거야 니 사정이지!"
"형!!!!!!!!"
"피식."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우세라고 생각하던 태서가 비굴하게 형이란다.
너!!!!!라고 당당하게 말하던 그 남자가 은비연 때문에 무너진다. 무너져.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것마저도 사랑스러운 남자인 걸.
너무나 사랑스러운 태서가 자신의 남자라고 생각하니 얼굴이 다 붉어진다.
현과 이야기를 나누면 자신이 밀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태서는 비연을 바라봤다.
예쁘게 웃어주다가, 갑자기 정색을 하는 그.
"왜 그래 태서야?"
"너 어디 아파? 열 있는 거 아니야?!"
"..응?"
"얼굴이 빨갛잖아!!!!! 아젠장. 차가 너무 춥나? 형. 히터 좀 세게 틀어봐!"
"태서야. 나 열 없어. 멀쩡해."
"뭐가 멀쩡해!!!!!!하여간 속 썩이는대는 일등이라니까. 은비연!"
태서는 비연이 조금이라도 아플까봐 걱정이 되는지 얼굴이 다 일그러진다.
비연은 그런 태서가 너무 고맙다.
언제 어디서나 자신을 먼저 챙겨주는 이 남자의 자상함이 고맙고,
조그만한 변화에도 먼저 알아주는 이 남자의 섬세함이 고맙고,
잔뜩 걱정된다는 얼굴로 따스히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이 남자의 어른스러움이 고맙다.
어느 새 도착했는지, 차가 조심스럽게 멈추려 준비하고 있었고,
차를 탄 이후로 한번도 손을 놓지 않았던 태서가 자신이 하고 있던 목도리를 벗어
비연의 목에 둘러준다.
"다왔다. 집까지 들어가는데 추울까봐 둘러주는 거야."
"너도 춥잖아."
"난 괜찮아. 내리자."
".....넌 왜 내려?"
"왜 내리냐니, 니가 내리니까 나도 내리지."
"집에 안가?!"
"갈꺼야. 이따가."
"그런게 어딨어?! 넌 그냥 차 타고 집으로 가."
"싫어. 형! 고마웠어 안녕히 잘가."
"알았다 임마!"
태서는 찬 바람이 비연의 살로 파고들까봐 이것저것 덮어주고 둘러주고 꽁꽁 싸매는 바람에
그녀는 눈사람처럼 뚱뚱해졌다. 그런 두 사람의 행동에 현은 지쳤다라는 얼굴로,
두 사람이 내리자 차를 출발시켰고, 태서는 떠나는 차에 관심도 없었다.
무작정 비연을 꼬옥 안고서는 비연의 집 안으로 들어오는 일에만 바빴다.
딸깍.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느껴지는 훈훈함에 태서는 빙그레 웃었고,
뚱뚱해져서는 걷기조차 힘든 비연은, 집 안에 들어오다가 문턱에 걸려서
그대로 앞으로 넘어진다.
"우-엑!!!!!!"
넘어진 비연을 잠시 바라보던 태서는 우선 문을 닫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는지
대문을 닫더니 넘어진 비연을 번쩍 들어올린다.
그리고서는 그녀를 쇼파에 앉혀놓고서는 무작정 웃기 시작한다.
"풉......푸푸.....푸하하하하하!!!!!"
"........"
"푸하하......푸하하하!!!!!아 웃긴다. 웃겨......푸하하하하!!!!!"
"왜 웃어 왜!!!!!!!! 으 창피해!!!!!!"
"푸하하!!!!진짜 너 제대로 넘어졌다."
"한태서!!"
"나 혼자 보기엔 너무 아까운 장면이였어. 세상에나~ 이거 특종거리야. 푸하하하하!!!!!"
"이씨!!!!!"
"최고의 스타 은비연, 문턱에 걸려 대(大)자로 뻗다. 게다가 껴 입은 옷 가지 때문에 움직임이
불편해 혼자 힘으로는 일어날 수도 없......푸하하하하하하.....!!!!!!!!"
태서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웃어댔고, 그런 태서가 얄미운 지 쇼파에 앉아서
옷 가지들을 하나씩 벗으면서 그를 노려봤다.
그런 비연의 행동에도 무작정 웃는 태서다.
"어쩜 그래!!!!!! 내가 넘어졌는데 그렇게 재밌어?!"
"응. 너무 재밌어."
"한태서 너 이씨!!!!!!!!!!!!!"
"알았어 알았어. 울지마 울지마."
"내가 언제 울었다고 그래!!!!!!"
"너 원래 억울하고 당황스러우면 무작정 울어버리잖아."
"너-!!!!!"
"알았다니까! 이제 안 웃어. 진짜야 진짜."
"이씨.."
"으. 귀여워~"
태서는 억울한 듯 퉁퉁 부은 얼굴로 자신을 노려보는 비연이 귀여워 견딜 수가 없다.
그녀에게로 다가가서는 볼을 살짝 꼬집어주고서는 자연스럽게 티비를 켰다.
비연은 한참 웃다가 티비를 키며 그쪽으로 관심을 돌린 태서가 괴씸해서는 리모컨을 빼앗더니
보고 있던 채널을 마구 바꾸기 시작하더니, 티비 속에서 낯익은 누군가의 토크쇼가 진행되자,
리모컨에서 손을 뗐다.
"이거 보지마!!!!!!!안돼 안돼!!!!!이거 보면 안돼!!!!!"
"태서야. 진정해. 너 언제 토크쇼에 출연했었어?!"
"그런 게 있어!!! 정규 채널 놔두고 왜 재방송을 봐!!!!!!"
"그거야 내 마음이지. 내놔!!"
자신이 나오는 토크쇼를 보려는지 리모컨에서 손을 뗀 틈을 타서 얼른 낚아채는 태서.
리모컨을 낚아챈 태서가 상이라도 탄 듯 행복해하며, 채널을 돌리기 시작했고,
비연은 절대로 질 수 없다는 얼굴로 태서에게로 달려들었다.
"리모컨 내놔!!!!내 놓으라니까!!!"
"싫어. 나 이거 볼꺼야"
"한태서 너 진짜 이럴꺼야?! 이씨!!!!!!!!!!가만 안 둔다?!"
"한개도 안 무섭다. 비켜!"
"이씨!!!!최후의 방법이다 이얏!!!!!"
비연은 결국 몸을 던져 태서 위에 올라탔고, 그 동시에 태서는 리모컨을 손에 쥐고
위로 뻗어 비연이 닿지 않게 만들었다. 손이 닿지 않자 울상으로 변한 비연이 결국 포기하는 듯이
그의 위에서 내려오는 픽션을 취했고, 태서는 이제 조금 안심이 된다는 듯이 손을 내렸다.
그런 태서의 행동을 파악하고서는 재빠르게 그의 손에 있는 리모컨을 점령한 그녀.
내가 이겼다! 라는 얼굴로 얼른 채널을 돌렸고, 그와 동시에 균형을 잃었는지 쓰러지는 그녀.
"으-아"
"오늘 가지가지 한다?!"
다시 태서 위에 올라타게 된 비연은 태서의 말에 당황한 듯 얼른 일어나려 하지만,
태서는 좋아주지 않고 비연에게 말한다.
"서울에 돌아오면 해주겠다는 그 말. 얼마나 많이 기다렸는 줄 알아?"
"이것 좀 놔. 으!"
"놓기 싫다면?"
"태서야- 티비 좀 보자?! 응?"
"난 너 보는 게 더 급해."
"한태서!!"
"바보냐."
태서는 그대로 비연의 허리를 당겨 꼬옥 안았다.
쇼파 위에서 묘한 자세를 만들고 있는 두 사람.
깔려 있는 건 한태서요, 위에서 덮치는 건 은비연이라.
이상한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을 때쯤,
-"최근에 사귄 여자친구는?!"
-"없어요."
-"에-이!!!!!!!"
-"방청객의 반응이 장난이 아닌데요.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정말로 최근의 사귄 여자친구는 없어요."
-"그렇군요! 이거 아쉬운데요?! 그럼 현재 좋아하는 분이라도?!"
-"......."
-"어?! 대답없으신 거 보면!! 좋아하는 분이 있는 건가요? 태서씨?!"
-"뭐..."
-"오!!!!!말해봐!!말해봐!!!말해봐!!!"
-"말씀해주세요. 한태서씨!! 방청객들과 팬들이 원하고 있어요!!!!"
-"좋아하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예요."
-"그럼 있다는 건가요?!!!!!!!!!"
-"뭐. 그렇게 되죠."
-"꺄!!!!!!!!!!!!!!!!!!!!!!!!!"
카이와 태서의 대화 내용이 귀로 들어오고, 비연은 모든 행동이 정지된 듯 요지부동으로
아무런 미동도 없고, 그런 비연의 모습을 눈으로 보고있던 태서는 얼굴이 붉어진다.
-"자 그럼 이제 파헤쳐봅시다!!!!"
-"피식."
-"그 좋아하는 분의 나이는?!"
-"동갑이예요."
-"오-오!!!! 거침이 없네요!! 그럼 좋아한지는 얼마나 됐어요?"
-"그건 패스요."
-"왜요?!?!?! 많은 분들이 기대하실텐데!!!"
-"기대해주시는 많은 분들에게는 감사하면서도 죄송하지만, 제 대답에 아파할 한 여자를 위해
많은 분들을 저버려야 할 것 같네요."
-"오!!멋지네요 한태서씨!!!!!"
-"....그런가요."
-"그럼!! 그녀의 어떤 점이 한태서씨를 홀-딱 반하게 했나요?!"
무얼 생각하는지 빙그레 웃으며 카이를 바라보고 있는 태서의 시선에 티비속의 카이에게 질투가 난다.
이 남자의 예쁜 미소는 나만의 것인데. 비연은 몸을 일으켜 쇼파에 앉았고
비연의 행동을 계속 지켜보고 있던 태서는 무작정 얼굴을 손으로 가려버렸다.
태서는 지금이라도 빨리 채널을 돌려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부끄럽고 쑥스러워 목까지 빨개진다.
-"글쎄요."
-"글쎄라뇨!!!!"
-"뭐라고 딱 꼬집어 낼 수 없을 만큼 매력이 많은 여자예요."
-"우-와!!!!!!!!!!매력이 많은 여자요?"
-"네. 누가 봐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여자죠."
-"이야. 이거 점점 미궁으로 빠져드는데요!!!"
-"하지만,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도 당당히 제 이름을 불러줄 여자예요."
-"......"
-"언제 어디서든, 그 누구의 편도 아닌 제 편을 들어주는 여자구.
항상 날 위해 자신이 모든 걸 양보할 줄 아는 여자구. 욕심은 많은데 집착하지 않는 여자구
거짓말하면 티가 금방나는 여자구. 제 돌발행동에 얼굴이 빨개지는 그런 여자예요."
-"우-와!!!!!엄청 좋아하시나봐요?!"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여자가 제가 제일 사랑하는 여자죠."
태서와 카이의 이야기가 끝날 때쯤 비연의 눈에서는 무언가가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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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울고 있었다.
비연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울고 있었다.
태서의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고맙고, 한편으로는 너무 미워서.
비연은 조심스럽게 태서를 바라봤다.
지금 이 공간과, 이 순간이 낯설지 않을 만큼 편안하고 당연한 사람. 한태서.
내가 미치도록 사랑하는 남자.
부끄러워서인지 아니면 화가 나서인지 얼굴을 가리고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그 남자.
모든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태서야."
여전히 누워서 얼굴을 가린 채로, 움직임 조차 없는 그를
비연은 조심스럽게 불렀다.
"제주도에서 했던 이야기가 이거였어?"
"......"
"예쁜 짓 잔뜩 해 놨다더니, 이거 였구나."
"........"
"참 밉다."
"!!!!!!"
"한태서 너무 많이 밉다."
비연의 말에 태서는 누워있는 몸을 일으켰고, 그와 동시에 울고 있는 비연을 발견한다.
태서는 그런 비연의 모습이 낯설다.
생각했던 것 과는 너무 달라. 예상 했던 것 과는 너무 많이 달랐다.
못 볼 수도 있었지만, 혹시나 이렇게라도 보게 되면 기뻐서 행복해서 웃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녀가 울고 있다.
왜 울고 있는걸까?
내가 말 없이 이런 큰 일을 벌이는 바람에 상처를 받은 걸까?
아니면, 아니면, 내가 실수를 한걸까?!
"바보같은 한태서, 어쩜 이렇게 밉니. 아주 무서울 정도로 니가 밉다 태서야."
".......무슨 소리야."
"너 밉다구."
"왜? 내가 실수한거야? 그래서 너 아프게 했어?! 그런거야?! 그래서 너 울어?"
"........"
"아무런 상의도 없이 무작정 이런 일 벌인 거에 대해서는 미안해. 하지만 이렇게 울만큼,
내가 널 많이 아프게 했니?"
태서는 울고 있는 자신보다 더 많이 슬픈 목소리로 비연에게 물었고
그런 태서의 질문에 비연은 고개를 저었다.
"그럼, 그럼 왜 우는건데? 응?"
울고 있는 비연에게 다가와 그녀를 품 안에 넣고서는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진정할 수 있도록 토닥여준다.
"떨어져 있는 2년 동안 힘들어서 다시는 예전의 우리로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었어."
"...."
"수십번도 수백번도 수천번도."
"........!!"
"이렇게 너와 다신 안을 수 없을까봐. 다시는 너와 만날 수 없을까봐 두려웠어."
"......"
"그래서 더 많이 아파. 태서야."
"....."
"2년이라는 시간동안,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2년동안, 잊지 못하고, 널 그리워했어.
참 멍청할 정도로 너밖에 없었어. 태서야."
".......응."
"어쩌면 변하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았는지도 몰라. 그 때의 은비연이라면, 한태서가 돌아와주지 않아도
한태서라는 남자를 영원히 묻고 살아가자라고 생각했을 지도 몰라."
"......."
"이런 행복한 시간이 다시 올 거라고 생각하고 믿었어야 했는데 미안해 태서야."
이제야 알겠다.
이 바보같고 착한 여자는 자신을 기다렸던 2년동안, 한번도 행복한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는거다.
한태서가 없는 은비연은 아무런 변화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길들여져있다. 그 말을 하고 있는거다.
한태서가 없는 은비연은 웃을 수 없는 인형이였다. 그 말을 하고 있는거다.
그만큼 오랫동안 날 기다려왔다는 그 말을 하고 있는거다. 이 바보같은 여자가.
이 사랑스러운 내 여자가.
태서는 격하게 흔들리는 비연의 어깨를 꽉 안아주었다.
"넌 매번 날 이렇게 나쁜 여자로 만들어. 그래서 더 니가 미워."
"......."
"믿지 못한 나쁜 여자가 되어버렸어."
"....그런 거 아니야."
"나한테는 너 밖에 없는데, 그걸 알면서도 믿지 못했어. 니가 다시 와줄거라고 믿지 못했어. 흑."
"울지마. 니가 날 믿지 못한 게 당연해. 내가 그렇게 가버렸잖아. 내가 말도 없이 가버렸잖아."
"..........태서야."
"우리 둘다 바보다. 그치?! 미안. 내가 다 미안해."
"흑......흑...."
"사랑해. 말도 못할만큼. 떨어져 있는 2년이라는 세월에 심장이 죽어버릴만큼."
"....흑흑....흑흑."
"너도 나한테 해줄 말 있는 거 아니야?! 바보. 울기만 하면 어떻게."
"흑...흑."
"비연아."
"...나도 그래. 나도...나도......나도. 그래 태서야."
"그거 아니잖아."
토닥토닥.
태서는 편안한 목소리로 비연을 안정시켜 주고 있었다.
격하게 흔들리던 어깨도 어느 정도의 흔들림으로 줄어들었고, 그런 비연을 눈치 챈 태서는
그녀를 품 안에서 떼어내더니 얼굴을 바라보며 눈물을 닦아줬다.
"사랑해."
"!!!!!!!!!!"
"한태서. 난 예전과 변함이 없어."
"....비연아."
"니가 그랬듯이. 떨어져 있는 그 시간이 고역이였을 만큼 널 사랑해 태서야."
"......"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흑.흑."
이 말을 내뱉기가 얼마나 많이 망설여 졌는지 아니?
태서야. 난 너와 헤어진 그 이후에 많은 것을 알아갔단다.
무의미한 삶. 무의미한 시간. 무의미한 공간. 무의미한 감정. 무의미한 은비연.
니가 없는 그 시간이 얼마나 무의미한 지를 알아갔어.
하지만 그 무의미했던 모든 것이 언제 떠올랐는지도 모를 만큼 흐려져.
니 품에 안겨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내 눈물을 손수 닦아주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 뚜렷해서, 힘들었던 시간들이 흐려져 이젠 기억조차 나질 않아.
"바보. 울지마."
태서는 비연을 다시 한번 끌어당겨서 토닥였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비연이의 흐느낌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안정이 되자, 빙그레 웃어주었다.
속 시원하다는 듯이. 답답한 모든 게 사라져버렸다는 듯이 그렇게 웃고 있었다.
딸-깍.
두 사람이 행복을 만끽하고 있는 그 순간, 자신의 침실 문이 열렸고, 그와 동시에
비연과 태서는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두 사람의 시간을 방해할 생각은 없었지만, 화장실이 너무 급해서. 아까부터 참고 있었거든"
".....하원아!"
"........"
하원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항상 자신의 집에 있을 그 녀석을 떠올리지도 못했던 비연이였다.
하원은 아무렇지 않게 화장실로 들어갔고, 태서는 그런 하원을 싸늘하게 바라봤다.
"태서야. 그게."
"알고 있어. 이하원이 너네 집에 있는 것 정도는."
"어떻게..?"
"너 제주도 가던 날에 집으로 전화 했었거든. 근데 저 녀석이 받더라고."
"......아."
"........."
하원은 볼일을 다 봤는지 화장실에서 나와, 다시 방으로 들어가더니 겉옷을 들고 나왔다.
그러더니,
"방해했다면 미안하네. 나 볼일이 있어서 나갔다 올게."
"하원아-!!!!!"
하원은 무미건조하고 딱딱한 말투로 내뱉고서는 무작정 집을 나갔고,
그런 하원의 행동을 바라보던 태서 역시 몸을 일으켰다.
"가봐야겠다."
"..태서야."
"괜찮아. 푹자. 알았지?! 전화할게."
"......태서야...."
"좋은 꿈 꿔."
쪽.
비연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볍게 댄 후 떼더니, 집을 나가는 그였다.
하원이 나가고, 태서가 나가고, 혼자 남겨진 비연은 피곤한 듯 주저앉았다.
.
.
.
"이하원-!!!!"
비연의 집에서 나온 태서는 하원을 찾았다.
하원 역시 태서가 집에서 나올 줄 알았다는 듯이 천천히 걷다가 그의 부름에 뒤 돌아섰다.
".............왜?"
"어디가냐?"
"내가 어딜 가든 말든, 신경 꺼."
"이하원!"
"나한테까지 신경쓰는 척 하지마. 재수 없으니까."
"......임마!"
태서의 말을 고깝게 씹어주고서는 걸음을 옮길 때쯤, 하원의 앞까지 뛰어와
그의 걸음을 멈추게 하는 태서.
"무슨 말이 듣고 싶어서 계속 붙잡는건데?"
"비연이 집에서 살고 있는거야?"
"그렇다면?"
"현재 직업은?"
"백수다. 왜 고깝냐?"
"이하원!"
"내가 비연이네 집에서 살든 말든 내가 직업이 뭐든 니가 신경쓸 바 아니거든?"
"들어야겠어. 니가 왜 비연이 집에서 살고 있는지! 혹시라도 너랑 동거한다는 이야기가
기자들 귀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비연이는 타격이 크다고!"
"웃기는 소리 하지마."
"야-!!!!"
"니가 없는 여지껏 아무일 없이 지나갔어. 그러니까 니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부분이란 말이야."
하원은 짜증나는 듯이 얼굴을 찌푸리더니 계속 걸어갔고,
그런 하원의 행동이 답답한지 한숨을 내뱉던 태서가 그와 보폭을 맞춘다.
"그리고 내가 비연이네 집에 살고 있는 건, 다 너 때문이니깐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할 생각이라면,
집어치우는 게 좋아."
".......뭐?"
"생각해 본 적 없냐?! 내가 왜 그녀석 집에 살고 있는지."
"........."
"멍청한 놈. 그렇게 오랫동안 사귄 주제에 은비연이라는 여자에 대해 아직도 파악이 안 됐어?"
".....설마."
"그 녀석을 외롭게 만든 건 너야."
"!!!!!!"
"뭐든 혼자서는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는 여자야. 너도 잘 알잖아?"
"......."
"나라도 없었더라면 지금까지의 은비연은 없었어."
"....."
"덕분에 나만 무뇌아 취급을 받고 있지만."
"....무뇌아?"
걸어가던 하원은 발걸음을 멈춰 태서를 바라봤다.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는 여자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외로움을 많이 타는 여자라는 것 정도 역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니가 없는 동안 한번도 웃지 않았어."
"!!!!!!"
"그런 그 여자를 웃게 해주려면 내가 병신이 되어야 했거든."
"......"
"아까 직업이 뭐냐고 물었지?! 생각해보니, 나 백수 아니네."
".....?"
"은비연. 은비연 전용 개그맨."
"...뭐?"
"내가 그 집에 살고 있는 이유. 이제 이해가 되냐?"
하원은 이제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이 걸어갔고, 멍해진 채 걸음을 멈춘 채로
하원의 뒷모습만을 멀뚱히 바라보고 있는 그. 한태서였다.
은비연, 은비연 전용 개그맨이라.
사실 틀린 말도 아니지, 내가 은비연 집에 있게 된 것도 다 그런 이유니까.
그녀를 웃게 만들 수만 있다면, 혼자 힘으로 일어나게 할 수만 있다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으니까
어차피 나같은 건 남자가 아닌 친구일 뿐이니까-!!
나 같은 건, 나 같은 건............................어차피 그 정도에 불과하니까.
하원은 잔뜩 짜증난다는 듯이 걸어간다.
카페 게시글
하이틴 로맨스소설
[ 장편 ]
●사랑에 미치다● 33-34
초절정진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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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10
06.01.25 12:47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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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출판 축하드립니다,초절정님! 허허. 수고하시구요, 소설 되게 재밌어요^_^! 건필하세요~.
그를 혼자 사랑하다 엄청 재밌었는데~ 출판축하해요^^ 이번편도 재밌어요~
초절정진서방님 출판 축하드립니다 ! 히히히히 근데 하원이 너무 불쌍해요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초절정진서방님 화이팅 !
출판축하드려요~♡ 초절정진서방님소설 너무재밌어요!!
출판축하드려용'- '// 하원이 너무 불쌍해요잉ㅠㅠ
와 출판 엄청 축하드려요 +..+ 정말 재밌게 본 작품이였는데 출판된다니 정말 기쁘네요 ㅜㅜ!!!! 정말 축하드려요 ~~~ +..+ 아 그리고 저위에 '태서는 좋아주지 않고 비연에게 말한다.' 이부분 오타가있네요 ㅎㅎ 이래저래 신경쓰이는일이많으시니까 실수하시는것같아요^^! 더좋은글많이써주세요~
출판 정말로 축하드리고 책 꼭 살께요 !!!! 그리고 하원이 너무 멋있어요 ㅋㅋㅋ 전용개그맨이라 저도 그런거 있었음 좋겠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