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S커브_세계1위 물류기업 UPS
자전거 배송 서비스로 시작 항공 서비스·금융업… S커브 수십번 갈아타
시장에 대한 통찰력_새 영역 개척한 제일모직
화학·전자재료 사업에서 매출의 60%이상 올려
'가장자리 중심' 전략_LG생활건강 CEO
현장서 직접 수요 파악 페이스샵·해태음료 인수
기업 매출이 하락세를 보이다가 다시 적정 수준의 성장 또는 높은 성장으로 돌아설 가능성은 7%이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과 저성장의 그늘이 짙어지는 지금 답보 상태를 뚫고 '제2의 도약'을 이룰 방도는 뭘까?
유력한 해답은 'S커브(S-Curve)'이다. S커브는 기업의 완만한 성장세→가파른 성장세→성장 정체 등 3단계로 구성된다. 고(高)성과 기업(경기변동과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업계의 경쟁자를 능가하는 실적을 거두는 기업)은 S커브에 올라간 후 새로운 S커브로 계속 갈아탄다.
◇"'충분히 큰 통찰력'으로 신속하게 의사결정하라!"
한국 기업 가운데도 '성공의 딜레마'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는 S커브 방식의 성장코드로 갈아타지 못한 탓이다.
그중 하나는 현대·기아자동차다. 원가 경쟁력을 무기로 최소 두 번의 S커브를 거쳐 성장한 현대차의 평균 차량 가격은 글로벌 경쟁사들보다 아직 15% 정도 낮다. 현대차가 글로벌 톱 메이커가 되려면 더 고부가가치 차량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이다.
한국 기업이 첫 S커브를 타기 위한 최우선 과제는 '충분히 큰 통찰력(Big enough market insight)'을 갖는 것이다. 직물사업으로 출발한 제일모직에서 지금 매출의 60% 이상을 올리며 '캐시 카우' 역할을 하는 것은 화학과 전자재료 사업이다. 큰 통찰력으로 사업의 포커스를 철저히 새 영역으로 바꾼 덕분이다.
글로벌 IT 기업인 시스코는 '의사 결정 분산'이라는 '통찰력'으로 성장했다. 시스코는 내부 임원 수십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정기 소집한다. 10억, 100억달러 규모의 사업 등 다양한 기회마다 위원회를 연다. 전술적 활동을 위한 실무 모임도 수십개나 된다. 여기에는 750여명의 시스코 임원이 모두 참여한다. 존 체임버스 CEO는 "실시간 의사 결정으로 통찰력을 키워 과거 6개월이 걸리던 의사 결정을 1주일로 줄였다"고 했다.
- ▲ 105년 전 출범한 UPS는 주력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유연하게 전환하는 방식으로 여러 차례 S커브를 갈아타면서 세계 최대 택배 회사로 성장했다. 지난 해 7월 미국 새크라멘토공항에서 UPS 직원들이 화물 전용 항공기에 짐을 싣고 있다. / 블룸버그뉴스
한국 기업이 S커브에 잘 올라타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톱다운 방식 경영이다. 고성과 기업은 '피라미드 하단부', 즉 뿌리부터 혁신이 올라온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가장자리 중심 전략' 실천이 필요하다. 기업 가장자리에 포진된 작은 하도급업체까지 모두 고객으로 대하고 CEO가 현장에 직접 몸을 던져 수요를 파악하는 것이다.
예컨대 LG생활건강은 과거 CEO가 앞장서서 페이스샵과 해태음료를 인수했다. 그런데 그냥 인수 기회가 생겨서 덥석 덩치를 키운 게 아니다. 자신이 모든 매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고객의 구매 패턴을 관찰하고 직접 인터뷰한 성과다.
고(高)성과 기업은 끊임없이 가장자리를 찾아 바깥 사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충분히 이해하고 움직인다. 이 기업들의 상당수는 요즘 유행하는 '리버스 이노베이션(reverse innovation·신흥시장 생산→신흥시장 수출)'을 15~20년 전부터 실천하고 있다. 청바지 기업 리바이스가 과거부터 아르헨티나 현지 생산을 통해 신흥시장 공략에 성공한 게 대표 사례다.
'가장자리 중심 전략' 실천을 위해서는 외부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과 '리더십 쇄신'이 필요하다. 외부 협력업체 등에 대해 '마진을 내가 더 많이 가져가겠다'는 태도를 버리고 혁신을 위한 파트너라는 시대적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또 CEO 후계자 양성 시스템을 사전에 마련하고 건전한 CEO 교체 주기를 만들어야 한다.
◇"지속 성장하기 위해 '숨은 S커브'를 찾아라!"
영화 '머니볼'로 유명한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2000년대 초 특유의 조직 역량 개발 시스템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성공했다. 하지만 경쟁 구단들이 오클랜드를 빠르게 모방하고 추격해와 판도가 뒤바뀌었다. 오클랜드는 경쟁자들을 따돌리지 못해 그 후 매년 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처럼 하나의 S커브에만 매몰되면 기업 문화가 방어적으로 변하고 새 성장을 이루지 못한다. 이때 '숨겨진 S커브'를 찾아야 한다. 기존의 S커브를 샅샅이 분석해 문제점을 파헤쳐 새로운 S커브로 갈아탈 수 있는 '틈새시장'을 찾아내야 한다는 의미다. 이 시도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포스코의 경우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전년 동기보다 40% 정도 떨어졌다. 여러 외부 여건이 악화하면서 최근 계열사 매각, 구조조정을 예고한 포스코는 '숨겨진 S커브'를 빨리 찾아야 한다.
네이버도 과거 40~50%에 달한 영업이익률이 지금 상당히 떨어졌다. 과거에 웹 기반 환경에서 성장했지만 모바일 시대로 변모하면서 신성장동력을 잃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보다 C 레벨 임원들이 '새로운 S커브'를 일찍 간파해야 한다. 이들은 CEO와 현장 실무자와 양쪽으로 연결돼 있어 S커브 설계가 용이하다. 기존의 조직문화에 얽매인 이들이 새 S커브를 실천하기 위해 CEO 설득을 두려워하는 게 장애물이다. 그 장벽을 지금 깨부숴야 한다.
☞ S커브
글로벌 컨설팅기업 액센츄어가 성공 기업들의 공통요인으로 뽑아 만든 개념으로, 커브의 형태에 따라 3단계로 나뉜다. 한 기업이 새 상품을 시장에 내놓고 주목받으며 완만한 성장(1단계)과 경쟁자를 따돌리고 대중의 관심을 끌며 가파른 성장(2단계)을 하며 이어 소비자 선호 변화와 다른 경쟁자 출현으로 성장세가 정체되며 퇴조(3단계)하는 구조다. 액센츄어는 새 S커브로 갈아타며 성공을 거듭하는 기업을 ‘하이 퍼포먼스 기업(high performance company)’으로 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