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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은]

자살은 전세계적으로 중요한 사망원인이며, 특히 한국에서 자살은 주요 사망원인 중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다음으로 4위를 차지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rganis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국가들의 평균 자살사망률보다 2배 이상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는 웰빙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동시대 같은 사회의 한편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가 반복되고 만연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사회적 인식일 수 있습니다. 자살이 문제를 정면으로 해결하지 않고 은폐하거나 회피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방법이라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선택 가능한’ 하나의 행동방식인 것처럼 받아들이는 태도가 날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자살이 선택 가능한 하나의 대안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사람들은 자신의 체면을 손상하는 것보다는 자살을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 생각하고 있는 경향이 많습니다. 자살은 이루어짐으로써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에 수많은 문제를 낳고 사회에 심리적인 충격과 함께 사회 경제적인 부담을 지웁니다.

높은 자살률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자살에 대한 체계적인 역학연구나 그에 바탕을 둔 구체적인 예방프로그램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회적 인식을 재고하여 자살은 예방 가능하고, 치료가 가능한 의학적 문제라는 관점을 명확히 세우고, 이에 따라 국민보건 차원에서 대안을 설계해야 합니다.

자살의 원인은?

자살의 원인은 다양하며 각 원인들이 서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 사회정신의학적 관점에서는 역학을 이용하여 자살의 위험을 높이는 구체적인 요인들을 찾아냄으로써 자살을 예방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 연령과 같은 인구학적 요인 이외에 정신과적, 생물학적, 사회 및 환경 요인들, 그리고 개인의 성장 배경과 같은 요인들이 자살과 관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 정신과적 요인

자살자에대한정신부검(psychological autopsy)과 질환별 자살 사망률을 보면 정신장애가 자살의 중요한 위험 요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자살자의 90%이상에서 하나 이상의 정신장애가 발견됩니다(Henriksson, Aro,Marttunen et al., 1993). 이를 테면 자살자의 60~80%가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는 것입니다.(Krug 등, 2002; Greenberg 등, 2003). 또한 정신과 환자의 자살 위험은 일반 인구에 비해 3배~12배 높다고 합니다(제영묘,2004). 노인의 경우 거의 대부분의 자살자들이 정신질환을 갖고 있고 최고 90%까지 우울을 갖고 있습니다(Shah and De Leo, 1998).

마지막으로 언급해야 할 강력한 자살 위험 요인은 이전의 자살 시도 경험입니다(Moscicki, 1985). 자살 위험은 자살 시도 6개월 이내에 가장 높으며 자살 시도자의 1%가 1년 내에 결국 자살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Hawton, Catalan, 1987).

2. 생물학 및 의학적 요인

현상적으로 가족 중 자살자가 있을 경우 자살할 위험이 증가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또한 실제로 일란성 쌍둥이에서 이란성 쌍둥이에서보다 자살 시도 및 자살이 같이 일어나는 비율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Roy, 1992). 그러나 이것이 정말 자살의 유전 인자가 있어서인지 아니면 가족들이 자살의 위험요인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기 때문인지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자살을 설명하는 또 다른 생물학적 요인은 자살로 이끄는 정신질환에서 나타나는 신경생물학적 과정을 들 수 있습니다. 즉, 자살을 한 정신과 환자에게서 세로토닌 대사체의 수준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세로토닌은 기분과 공격성을 통제하는 중요한 신경호르몬인데, 세로토닌 양이 부족할 때 자살 혹은 정신질환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것은 자살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고자 하는 충동을 억누르는 능력을 감소시키는 원인이 됩니다.(Mann JJ, 1998).

3. 생애 경험(life event)

살아가면서 경험하게 되는 몇 가지 사건들이 자살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러한 사건들에는 가까운 사람의 상실, 대인관계의 갈등과 단절, 그리고 법적인 혹은 일과 관련된 문제가 포함됩니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 이혼, 별거와 같은 상실은 심한 우울감에 빠지게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직장이나 가정, 학교에서의 대인 관계 문제도 절망감과 우울의 감정을 만들 수 있습니다.

대인 관계 문제에는 학교에서의 집단 따돌림, 가정에서의 배우자 등에 의한 폭력도 포함됩니다. 아동기의 신체 혹은 성적 학대는 청소년과 성인의 자살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는 자살을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요?

자살이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하면서 자살을 결심하는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손길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자살자의 70~80%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자살을 암시하는 신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들은 자살의 신호를 보내면서 자신을 누군가가 알아주고 도와주길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관심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주변의 동료나 친구가 보내는 자살위험의 신호를 인지하고 도움의 손길을 줄 수 있습니다. 서울시 자살예방센터를 통해 다음과 같은 자살자가 보내는 신호와 특징에 대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살의 전조증상>

1. 죽고 싶다는 직접적인 표현 = “죽었으면 좋겠어”, “자살하는 사람의 심정을 알 것 같아” 등 자살을 하려는 사람들 10중 8명은 자신의 자살 의도를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합니다. 따라서 “죽고 싶어” 등 자살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을 들었을 때는 자살을 행동으로 옮길 생각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2. 주변 정리하는 행동 = 유서를 작성하거나 자기 물건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등 주변 일들을 정리하는 행동 등을 보이면, 그 사람에게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꼭 물어봐야 합니다.

3. 행동의 변화 = 활발했던 사람이 혼자서만 지낸다거나 기분 변화가 크고, 슬픔, 무감동이 심해지는 것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술이나 다른 것에 의한 영향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자살 경고 사인으로 나타날 수 있어서 행동변화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 자해 행동 = 술을 많이 마시고 건강을 돌보지 않는 등 평상시와 많이 다른 행동을 하거나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든 상관없어.”, “내가 죽는다고 해도 누가 신경이나 쓰겠어?” 등의 말을 하면 혹시 자살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지 의심해야 합니다.

5. 큰 환경의 변화나 소중한 사람을 잃은 경우 = 예상치 못하게 직장을 잃거나, 소중한 사람(예시. 배우자의 죽음)을 잃은 경우 심각한 우울증에 걸리거나 자살을 할 수 있는 취약한 상태일 수 있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합니다.

6. 만성질환으로 고통받는 경우 = 만성적인 질병이 있거나 병이 절대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자살할 위험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 현실적인 지지와 희망을 주고, 고통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7. 자살 도구가 주위에 있는 경우 = 술이나 불법 약물 등을 복용하는 자살 도구(다량의 수면제, 끈, 칼 등)가 주위에 있거나 쉽게 구할 수 있는 경우 자살 위험성이 높으므로 그러한 도구들이 주변에 보이지 않도록 제거해야 합니다.

자살에 대한 대처방안은?

자살위기는 적극적인 예방과 신속한 개입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자신 또는 타인이 자살충동으로 인한 자살위기 상태일 때 자살충동을 지연시키면서 자살위기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대처를 하면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1. 내 자신이 자살위기에 처했을 때

만약 자신이 자살충동을 느끼는 상황이라면 다음과 같은 대응방법을 통해 당신은 자살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살의 위기로부터 당신을 구하고, 또 한 번의 삶의 기회를 당신 자신에게 선물하도록 합니다.

첫째, 혼자 있지 않는다.

가족, 친척, 친구 등과 같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있어야 합니다. 만일 자살충동을 자주 느낀다면 안정을 취할 때까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둘째, 전화를 건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가족, 친척, 친구 등)에게 전화로 도움을 요청하거나 정신건강전문가(상담심리전문가, 정신과 전문의 등), 관련기관(24시간 Hot-line 1577-0199)에 전화하여 도움을 요청합니다.

셋째, 자살 도구를 눈에 띄지 않도록 정리합니다.

자살에 사용될 수 있는 도구(예: 끈, 날카로운 물건 등)를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치웁니다.

넷째, 정신건강전문가를 찾는다.

정신건강전문가를 찾아 자살충동에 대한 전문적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관련 기관의 개인상담, e-mail 상담, 온라인(채팅)상담, 게시판 상담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2. 타인이 자살위기에 처했을 때

자살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양가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많은 자살시도자들은 자살위기를 무사히 넘긴 것에 대해 감사해 한다. 자살충동을 지연시키기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자살 징후를 보이는 타인을 발견하거나 자살충동의 고통을 직접적으로 호소할 때, 다음과 같이 대응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첫째, 자살에 대해 말할 수 있도록 합니다.

자살할 마음이 있는 것인지에 대해 질문하고 경청하며 힘든 마음에 대해서 공감합니다.

둘째,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에게 알려야 합니다.

가족이나 친지 등 책임이 있는 사람에게 자살위기를 알리거나 자살위기에서 벗어나는데 현실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도록 합니다.

셋째, 혼자 있지 못하게 합니다.

불편하더라도 옆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설명하고 누군가와 함께 있도록 합니다. 만일 누군가가 옆에 있을 수 없는 상황이면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나 관련 기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넷째, 자살에 사용될 수 있는 물건을 치우고, 자살 가능성이 있는 장소에 있지 않게 합니다.

충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장소에 있지 않도록 하고, 자살에 사용될 수 있는 위험한 물건들(끈, 면도기 등)을 보이지 않게 치워야 합니다. 만일 자살도구를 준비해 놓은 게 있다면 스스로 버릴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섯, 정신건강전문가를 만나도록 합니다.

상담심리전문가, 정신과 전문의, 자살예방전문가 등과 같은 정신건강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기관을 안내한다. 자살 관련 기관의 개인상담, e-mail 상담, 온라인(채팅)상담, 게시판 상담, 전화상담을 이용할 수 있음을 전달합니다.

또한 살아가면서 배우자, 가족, 친구, 이웃 등 가까운 사람의 자살로 인해 고통을 받는 사람들을 자살 생존자(survivor)라고 부르는데, 한 사람의 자살사망으로 최소 6명 이상의 사람들이 고통과 비탄에 잠기며 이차적인 자살위기에 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자살 생존자에 대한 개입방안도 필수적입니다.

<자살생존자에 대한 개입>

1. 함께 머물러 주자.

자살 생존자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함께 있어주며, 충격에서 벗어나 이야기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 줍니다.

2. 사회적지지 자원을 활용하자.

갑자기 일상적인 일을 하기 어렵거나 할 수 없기 때문에 일상적인 일에 도움을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생존자들이 지지받을 수 있는 가족, 친구와의 상호작용을 격려합니다.

3. 안전한 환경에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하자.

슬픔, 외로움, 분노, 죄의식으로 인해 생존자들은 고통스러워합니다. 복잡한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안전한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4. 신체적인 안정을 취하도록 조언하자.

최대한의 휴식과 안정을 취하면서 지친 심신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긍정적인 감정을 경험할 수 있는 관심 있는 활동에 참여하도록 격려합니다.

5. 자조모임을 소개하자.

자살로 인해 소중한 사람을 잃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서로 지지하고 격려하도록 합니다.

본 센터는 아동과 청소년을 비롯한 모든 연령의 상담을 진행하는 센터로 집단상담, 치료놀이 및 각종 상담방식이 다양한 치료센터입니다. 또한 전문 치료사가 배치되어 고민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을 정확하고 친절하게 상담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방문하시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출처)

배상빈,and 우종민. "의학적 측면의 자살방지 대책: 외국 사례를 중심으로." 대한의사협회지 54.4 (2011): 386-391.

강은정. "자살의 원인과 대책 연구."-- (2010)

세명대학교 학생상담센터. 자살예방 및 개입 지침서- 교직원용 -

https://www.hidoc.co.kr/healthstory/news/C0000100741 자살을 암시하는 전조증상은? 주의 깊게 살펴야 할 신호 7가지, 하이닥, 최은경, 2015.04.21

사진출처) Pixabay (재사용 가능)

작성자) 한국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 인턴 한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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