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촛불 혁명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 대의민주주의 한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플라톤에서 한나 아렌트까지 공자에서 모종삼까지
정치철학, 동아시아와 서구의 전개 양상과 변별점 제시
정치꾼들의 술수에 속지 않으려면 자신만의 정치철학을 가져야 한다
이 책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이 공허한 구호가 아니라 현실정치에서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을 동양과 서양의 경험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서양에서 정치(politics)의 어원은 그리스어인 폴리티카(politika)로서 그 뜻은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공적인 업무”를 말한다. 동양에서 정치는 “바르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는 공적인 업무를 바르게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정치권력은 공적인 업무를 바르게 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그런데 현실은 거꾸로 권력을 잡고 행사하기 위해 이전투구를 벌이는 것을 정치라고 생각한다. 정치에 대한 이런 왜곡된 생각은 현대 민주주의가 낳은 역설이다. 국민의 대표를 선거라는 제도를 통해 다수결로 결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면 정치는 말 그대로 적나라한 권력투쟁의 장이 될 수밖에 없다.
공적인 업무를 바르게 하는 정치에 국민들은 정당성을 부여한다. 다시 말해 정당한 정치에 국민들은 권위를 부여한다. 그리고 국민들은 자신들이 부여한 정치권위에 대해 자발적으로 복종한다. 권력을 잡고 행사하는 것을 정치로 생각하는 곳에서 정당한 정치권위가 자랄 수는 없다. 정당한 정치권위를 만드는 첩경은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 국민들의 참여를 막았던 낡은 제도들을 철폐하고, 국민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제도들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저자는 헌법에 “모든 권력은 국민의 평가를 받는다.”는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했던 촛불혁명은 국민주권을 실천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공감대를 만들어 냈다. 대통령탄핵이라는 학습효과로 국민들은 새로운 한국이 나아갈 방향을 주도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인류가 무리지어 살아오면서 정치라는 제도를 위해 어떤 논쟁이 있었고 또 어떤 댓가를 치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런 공감대와 학습효과가 새로운 제도로 이어질 수 있는 길로 나아가는데 이 책은 요긴한 참고서적이 될 것이다.
저자 소개
신봉수
동아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베이징 대학교 정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 학술원 연구교수를 지냈으며, 지금은 고려대 중국학연구소 연구교수로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마오쩌둥의 사회주의 중국과 대안적 근대성”, “서양정치사상 중심의 정치발전론에 관한 비판적 고찰: 마오쩌둥 사상과 덩샤오핑 이론”, “국제규범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 사회구성: 주권, 민주주의” 등이 있다. 지은책으로 『마오쩌뚱-나는 중국의 유토피아를 꿈꾼다』, 『중국은 제국을 꿈꾸는가』등이 있다.
출판사 서평
새로운 민주주의를 위한 제언
우리가 정치하면 ‘권력’을 먼저 떠올리는 데에는 현대정치의 시조로 불리는 마키아벨리의 공이 크다. 그는 정치를 권력관계로 이해했고 “통치자의 유일한 관심은 권력의 획득과 유지이다.”라고 말했다. 일반인들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서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정치행위’라고 연상하기 쉽다.
마키아벨리의 추종자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정치권위마저 관직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학자들은 권력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것이 정치라고 말한다. 어떤 학자들은 ‘정치는 권력이 공정하게 거래될 수 있는 시장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의 진단은 다르다. 약물중독자가 마약을 끊지 못하는 것처럼 권력을 먹고 자란 낡은 정치를 가지고 민주주의 바로 새우는 것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권력은 정치를 행사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할 뿐, 정치의 목적을 정당한 ‘권위’에 둘 때 낡은 정치를 청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 문명의 탄생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구와 동아시에서 벌어졌던 정치권위의 연대를 정밀하게 좇고 있다. 기원전 소크라테스와 춘추전국시대를 정치권위의 부재기로, 도시국가 아테네의 몰락과 맹자의 왕도정치 구상을 정치권위의 여명기로 로마제국의 등장과 중국 최초의 통일왕조인 진나라 건국기를 정치권위의 형성과 발전기로 마키아벨리, 루터, 토마스 홉스, 존 로크, 데이비드 흄, 칸트, 니체, 베버, 프랑스혁명, 러시아혁명, 중국공산당 창당으로 이어지는 근대를 권력정치의 부상과 정치권위의 변화기로 혁명과 전쟁을 통해 전체주의가 부상한 현대를 정치권위의 종말기로 구분한다.
권력-권위-권위주의
권위라는 용어는 서구 역사에서 로마시대에 처음 등장한다. 로마시대의 권위는 신이 로물루스에게 로마를 건설할 권위를 부여하면서 비롯되었다. 아우구스투수(옥타비아누스)는 제정 로마의 초대 황제로 등극하면서 “나는 아욱토리타스(auctoritas)에서 모든 사람들을 능가했지만, 정무 관직에서 동료들보다 더 많은 포테스타스(potestas)를 갖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아욱토리타스는 권위의 어원으로서 개인적, 도덕적, 사회적 영향력을 의미하고 포테스타스는 법적 권한을 의미한다.
권위라는 한자 용어는 진나라 승상 여불위가 편찬한 책 『여씨춘추』에 등장한다. “군주가 자신의 능력에 의지하여 명령을 남발하면 권위는 흩어지게 되고 명령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데 이는 망국의 풍속이다.”라고 언급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권위의 귀환을 막는 또 다른 복병은 귄위주의이다. 권위주의는 정당한 정치권위와 전혀 상관이 없음에도 권위라는 같은 용어를 사용하고 있기에 권위를 부정적으로 만드는 장본인이기도 하다. 권위주의는 사적영역의 권위를 공적 영역으로 확장하여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요한다. 공동체 이익은 정치권력에 의해 일방적으로 정해진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는 정치권력이 정한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제한되고 이러한 제한은 정치권력이 동원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과 통치능력에 의해 정당화된다.
소극적 자유에서 적극적 자유로
플라톤과 맹자가 살았던 전통시대 정치권위는 초월적인 존재를 매개로 삼았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정치권위는 국민들이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고 확신했고, 이런 대중들의 직접 정치운동에 참여하는 방식은 혁명을 통해 표출되기도 했다. 정치권위는 혁명을 통해 새로운 서식지를 찾은 것처럼 보였지만 폭력의 개입되면서 왕정 부활이나 전체주의에 길을 내주어야 했다. 강제한 체제는 오래가지 못하고 자유민주주의나 권위주의가 빈자리를 채웠다. 이런 자유민주주의나 권위주의는 법의 강제를 통한 정치권력에 의존하고 있다. 법적권위에 기대어 강제에 의존하는 자유민주주의, 법적권위의 탈을 쓰고 권위로 위장한 권력에 의지하는 권위주의는 정당한 정치권위를 찾기 어렵다.
정당한 정치권위를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참여하는 것을 보장하는 법과 제도를 마련하는 일이다. 이런 법과 제도는 배제보다 공감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다. “그 결과는 적극적 자유의 완성이다. 적극적 자유는 정치체제가 정당한 정치권위를 되찾도록 안내하는 길잡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이다.
촛불혁명 이후 한국, 무엇을 할 것인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했던 촛불혁명은 국민주권을 실천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만들어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학습효과로 고양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한국이 나아갈 방향을 주도하고 있다.
국민의 참여와 감시가 없는 정치는 권력투쟁으로 변질된다는 것을 이 책은 정밀하게 진단하고 있다. 정당한 정치권위를 부여받고, 국민의 명령에 따라 공익(공공선)을 실천하는 정치가 바로 촛불을 든 국민들의 바람이다. 국민주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만드는 일, 그것이 바로 정치혁명의 시작일 것이다.
저자는 그동안 법과 제도, 철학을 통해 정치에 영향력을 끼쳤던 동서양의 인물들을 불러내어 공과 과를 구분한다. 그리고 미래 비전으로 정당한 권위에 의한 참여민주주의가 새로운 대한민국의 토대가 되어야 함을 주문하고 있다.
이번 촛불혁명은 그동안 우리가 청산하고 싶었던 구태와 적폐를 청산할 절호의 기회라 할 수 있다. 하늘이 내린 절호의 기회를 정당한 권위를 부여받지 못한 정치집단들의 권력투쟁의 장으로 변질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민들의 적극적인 정치참여, 그것이 어떻게 이뤄져야하는 지《정치혁명》은 그 하나의 답안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