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한국 스포츠의 빅 이벤트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와 월드컵 축구 아시아 최종 예선이다. 야구 대표팀 김인식(오른쪽) 감독과 축구 대표팀 허정무 감독이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서로를 격려하며 신년 각오를 다지고 있다. /허영한 기자 younghan@chosun.com
허정무 월드컵대표팀·김인식 WBC 감독 '신년 결의'
허정무 감독
10일부터 훈련 돌입
월드컵 7회연속 진출 반드시 해낼 것
김인식 감독
작년 올림픽 金 이어 3월 WBC에서도 좋은 성적 기대하세요
새해 스포츠 최대의 관심사는 역시 야구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과 축구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이다. 한국 야구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된 김인식(63·한화 이글스) 감독과 축구대표팀 허정무(54) 감독이 연말 서울 덕수궁 앞에서 만나 서로를 격려하고 선전을 다짐했다. 김 감독은 "야구도 축구 따라 점점 국제화되어야 한다"고 했고, 허 감독은 "야구 한국 시리즈 때 꽉 들어찬 관중석이 부럽다"고 했다. 두 사람이 직접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표 감독은 부담스러운 자리
▲허정무 감독(이하 허)=반갑습니다. 선수시절은 보지 못했지만 제가 감독님 팬입니다. 야구 감독님 여러 분이 계시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이 가는 것 같습니다. 신문 인터뷰 내용 등을 보면 참 좋더라고요. 아주 편안하게 해주시는 것 같아요.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김인식 감독(이하 김)=저는 허 감독 선수로 뛰는 걸 봤어요. 서울운동장에서 연고전할 때도 봤고, 유럽 네덜란드 갔다 와서 경기하는 것도 봤습니다. 축구는 월드컵 예선 일정이 무척 빡빡하죠? 힘들겠어요.
▲허=산 넘고 또 산 넘어 가야 합니다.
▲김=그동안 축구는 외국인 감독들이 여러분 있었죠. 국내에도 훌륭한 감독들이 있는데 왜 외국인들이 대표팀을 맡아왔는지 의문이에요. 이번에 (허 감독이) 맡았으니까 그런 것을 넘어섰으면 합니다.
▲허=저도 그 점이 가장 부담스럽습니다. 오랜만에 국내감독이 대표팀을 맡게 됐는데 제가 잘못하면 10년은 또 (국내 감독이 맡기) 힘들 거예요. 사실 외국이다 국내다 가릴 것은 아니고 능력에 따라 해야죠. 외국감독 성공한 예는 2002년의 거스 히딩크 한 명뿐이었는데, 사실 히딩크 감독 1년간 얼마나 고생했습니까? 욕은 욕대로 먹고. 만약 국내 감독이 그 시기에 맡았다면 못 버티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하거든요.
▲김=나도 부담이 크긴 마찬가지예요. 작년에 야구가 9전 전승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땄잖아요. 게다가 연말에 이런저런 잡음도 있고 해서 3월에 열리는 이번 대회가 프로야구 전체적으로 아주 중요해졌어요.
▲허=축구도 마찬가지입니다. 2009년은 아주 중요한 해입니다. 월드컵 7회 진출이란 목표도 달성해야 하고. 사우디 이기고 7부 능선 넘었다는 말도 나왔지만 월드컵 예선은 결코 만만하지 않습니다. 전혀 여유가 없어요. 저희는 10일부터 제주에서 훈련에 들어가는데 야구는 언제부터 훈련하십니까?
▲김=아직 최종 멤버가 확정이 되지 않았어요. 하지만 어차피 각자 소속 팀에서 훈련을 하다가 2월 15일에 합동훈련을 하게 되니까 그리 급하진 않죠.
◆축구 감독과 야구 감독의 차이는
▲허=축구인 입장에서 야구를 보면 부러운 점이 많습니다. 큰일을 앞두고 의견을 조율하고 함께 가는 모습이 보기 좋더라고요. 우리는 편이 갈리는 듯한 인상도 있는데….
▲김=(박찬호, 이승엽 등 선수들이 WBC에 못 나온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박찬호는 전화가 왔어요. 젊은 선수 네 명하고 경쟁을 해야 한다는 거야. 찬호가 WBC 갔다 오면 팀에서는 젊은 선수들을 챙기게 되지 않겠어요? 승엽이도 2년을 대표로 뛰었잖아요. 그동안 일본에서 1군 시합도 별로 못 뛰었는데…. 여러 가지로 (팀에) 미안하겠지요.
▲허=축구는 FIFA규정이 정해져 있어서 사정하고, 공문 보내도 소용없어요. 비시즌 때는 그래도 융통성이 있지만 시즌 중에는 말도 못 꺼내죠. 아시아권과 유럽은 오가는 시차도 있는데 그런 걸 그들은 이해 못하죠. FIFA 규정도 우리 같은 변방은 잘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김=저는 축구를 좋아는 하는데 전술은 잘 모릅니다. 야구, 축구 다 마찬가지예요. 일반 팬들이 전문가라고, 좀 안다고 해도 우리가 볼 때는 우스울 때가 있어요. 함부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거죠.
▲허=축구도 그렇습니다. 전문가가 쓴 관전평도 실제로는 정말 아니다 싶을 때가 많아요. 벤치에 앉아서 전체 작전을 통솔하는 사람 입장에선 다르게 보이죠. 아무리 안다고 해도 우리 심정을 직접 느끼기엔 어려울 겁니다.
▲김=벤치에 앉아 있는 당사자 아니면 몰라요. 당사자밖에는 이해 못하죠.
▲허=사실 외부에서는 모르는 것들이 있어요. 밖에서는 좋다고 하는 선수가 컨디션이 안 좋다거나 배탈이 났다거나 하는 수도 있고. 이런 것들을 다 밖에다 이야기할 수 없는 것 아닌가요.
▲김=그래서 저는 (그런 비판에) 신경을 안 쓰려고 해요.
◆야구든 축구든 역시 한일전
▲허=베이징올림픽을 돌이켜 보면, 일본 야구가 강하다고 했지만 지금은 대표팀 경기에선 수준차이가 안 나는 것 같아요.
▲김=물론 수준차이가 있지요.
▲허=차이가 있습니까? 아직도?
▲김=한국이 대표팀 하나를 만든다면 일본은 비슷한 수준으로 세 팀을 만들 수 있어요. 우리는 A팀에 비해서 B팀은 크게 떨어지는데 일본은 A, B, C 팀이 별 차이가 없죠. 한국과 일본 고교 팀 수가 4000개하고 50개예요. 그 차이죠. 그거에 비하면 우리가(대표팀이) 잘하는 걸까요?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부터는 (차이 없이) 지고 이기고 했어요. 그때는 '우리도 잘 하나보다' 했는데, 아시아 대회 가서는 일본은 아마추어고 우리는 프로가 가도 못 당한단 말이에요. 메이저리그까지 합하면 우리가 밀리는 건 사실이지. 부인을 못하죠. 점수로 치면 90 대 70 정도 아닐까요?
▲허=한일전은 야구하고 축구 모두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일본 축구는 아기자기하고 기본기가 잘돼 있는데 일본 야구도 그런 면이 있는 것 같더군요. 대신 우리나라 야구 선수들은 보이지 않는 파괴적인 힘이 있어요. 축구도 마찬가지죠. 일본이 아기자기하지만 우리에겐 뭔가 힘이 있어요.
▲김=축구는 그래도 일본이 우리에게 안 되죠?
▲허=대표팀은 그렇죠. 하지만 초·중·고·대학은 이미 일본에 진 지가 오래됐습니다.
▲김=야구는 고교·대학은 거꾸로 우리가 이겨요. 프로로 넘어가면 우리가 지니까 위로 갈수록 지도자들이 못 가르치는 것 아닌가, 이런 이야기를 듣죠. 하하.
▲허=우리는 이기는 축구를 하지만 일본은 기본기가 튼튼해요. 이전에는 학생 팀도 게임이 안 될 정도로 우리가 이겼는데, 역시 밑바닥이 튼튼하게 커 오니까 그게 힘이 되는 것 같아요. 한·중·일 중에서 기질적 체질적 정신적으로 한국이 가장 우수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제는 언제든 질 수도, 이길 수도 있는 상황이 됐어요. 아시아클럽 선수권만 해도 2007년 우라와 레즈, 2008년 감바 오사카가 우승하는 등 일본이 강세죠.
◆야구와 축구의 국제화
▲김=축구는 A매치가 많이 있죠. 야구는 시즌 도중에 일어나는 국제경기가 거의 없어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정도? 야구도 축구처럼 국제경기가 많아졌으면 합니다. 앞으로 비중도 점점 커지겠죠.
▲허=올림픽이나 세계대회를 통해서 야구도 많이 세계화되고 있죠? 야구가 국제화되면 스포츠 저변이 더 넓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야구 한국시리즈 때 관중석이 매진되는 것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축구도 국내 경기 관중이 점점 많아지고 있죠. 야구도 축구 따라 국제경기가 서서히 늘어나는데, 국내에도 외국 팀들이 들어와서 관중 들어차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건강관리는 어떻게?
▲김=저는 뇌경색이 오기 전에는 하루 담배 세 갑에 술도 많이 마셨습니다. 스트레스 푼다고 안 좋은 것만 했던 거죠.
▲허=저는 뭐든 빨리 잊어버리려고 애를 씁니다. 진 것은 분석해야 하지만. 경기 끝나면 술도 한잔하고 풀어버리고, 운동하고 산에도 가요. 올해 연말엔 각종 행사도 거의 안 갔어요. 이란 경기 비디오 보고 바둑 두고 산에 가거나 어쩌다 골프 한 번씩 하죠.
▲김=저는 골프 못한 지 오래됐어요. 지금의 내 생활은 너무 괜찮은 생활이죠. (집에서) 운동장까지 40~50분 걸어가지, 하루에 한 시간씩 마사지받지, 좋다는 음식은 다 먹잖아요. 권하고 싶은 것은 콩식초예요. 검은 콩을 식초에 열흘간 절였다가 갈아서 우유에 타서 마시는 데 지금 선동열, 김성근 감독이 (이 덕분에) 다 좋아졌어요. 처음에 WBC 때 내가 먹는 것 보고 선동열 감독이 뭘 먹냐고 하길래 한번 먹어보라고 했지. 갔다 와서 바로 시작하더구먼. 그때부터 벌써 3년 동안이나 먹었지요. 당뇨 성인병 예방도 되고…. 그런 것 먹고 저처럼 건강에 곤란 겪지 마세요.
첫댓글 훈훈하다!!^^
허정무 감독이 바둑 캐고수라던데..ㄷㄷㄷ
저 두분 친한가?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