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와 '카네기'정신] 그룹 총수들 사재 기부 약속 어떻게 됐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명분으로 포장한 ‘위기 돌파구’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재산 헙납 약속을 이행하겠다면서 331억원에 이르는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그룹 총수들의 사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기에 해당하는 대부분 재계 총수들은 검찰 수사 등으로 궁지에 몰리자 재판 결과에 유리한 쪽으로 영향을 끼치는 한편 악화된 여론을 호전시키기 위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명분 아래 기부금을 출연하고 있으며, 그 규모는 조 단위에 이를 만큼 엄청난 거액이다.
▲ 6일 서울역 대합실에 있던 시민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기부 소식을
보도하는 뉴스를 보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대부분의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는 것은 동서구 어느 나라에서도 그런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 8000억과 1조원 기부?
이건희 전 회장은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증여 문제와 이른바 ‘X-파일 사건’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던 2006년 2월 ‘삼성 이건희 장학재단’ 기금 등으로 총 8000억원 상당을 사회에 헌납했다. ‘삼성 이건희 장학재단’은 나중에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으로 이름이 바뀌었으며, 이 재단은 현재 국내 최대의 민간위탁 장학재단으로 운영되고 있다.
삼성은 또 지난해 4월 삼성 특검 수사에서 이 전 회장의 차명 계좌를 실명으로 전환해 조세를 포탈한 사실이 드러나자 문제가 된 계좌에서 세금 등을 내고 남은 돈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액은 1조원이 웃돌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이 전 회장의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 혐의에 대한 서울고등법원의 파기환송심 선고가 이루어진 다음에야 대략적인 기부규모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이 돈의 구체적인 용처에 대해서는 “장학기금으로 출연한 8000억원과는 다르게 사용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1조원 + 8400억 출연?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8400억원 사회 환원 약속이 결국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2006년 정 회장은 회사 돈 693억원을 횡령하고 1034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이 판결에서 사회공헌기금 8400억 출연과 준법경영 강의, 기고, 사회봉사명령을 선고받았고 사재 헌납은 해마다 1200억원씩 7년을 출연해 모두 8400억원을 내는 것으로 확정됐다. 그러나 항소심 판결은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돼 최종적으로 ‘집행유예에 사회봉사명령 300시간’으로 확정되면서 사실상 법적으로 사재 출연할 의무는 사라졌지만, 정 회장은 항소심 법정에서 발언한 사회공헌기금 조성 약속을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은 2007년 11월 600억원 상당인 글로비스 주식 92만3천77주를, 지난해 7월에는 이 주식 48만7천805주 등 총 900억원 상당을 ‘해비치 재단’에 출연했다. ‘해비치 재단’은 정 회장이 출연한 기금을 토대로 2008년 12월 저소득층 자녀를 대상으로 한 ‘해비치 꿈나무 육성 사업’, 문화예술 소외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찾아가는 문화예술교육 지원 사업’ 등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 6000억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그룹 경영이 위태로울 때마다 SK C&C, 워커힐, SK증권의 보유 지분 등을 내놓았다. 지난 10여년간 세 차례에 걸쳐 6000억원 이상을 헌납했다. 최 회장은 1998년 시민단체가 대한텔레콤(현 SK C&C) 저가매입 의혹을 제기하자 제도적, 법적으로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보유 지분 30%를 SK텔레콤에 무상으로 증여했다.
2002년 말에는 JP모건 측과 옵션계약으로 1천60억원의 손실을 본 SK증권에 SK C&C 주식 4만5천 주와 SK증권 주식 808만4천 주 등 모두 400억원 상당의 개인 재산을 출연했다. 또 2007년 4월에는 자신이 갖고 있던 1천200억원 상당의 워커힐 주식 40.69%(325만5천598주) 전부를 SK네트웍스에 무상으로 출연했다. 최 회장의 지분 출연 덕분에 SK네트웍스는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할 수 있었다.
●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
아무런 대가 없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도 적지 않다. 남한봉 유닉스코리아 대표, 류시문 한맥기업 회장, 정석태 진성토건 회장, 우재혁 경북타일 대표, 최신원 SKC 회장, 박순호 세정그룹 회장, 박조신 아름방송 회장, 박순용 인천폐차사업소 회장, 홍명보 홍명보장학재단 이사장 등이다. 이들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2007년 12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의 회원들로 개인의 경우 1억원 이상(연간 1000만원 이상), 법인은 연간 30억원 이상을 기부하고 있다.
● 사회복지와 '카네기'정신
제로썸께임(Zero-Sum Game)이라는 말의 의미는 '경제 일방이 이익을 얻는다는 것은 반드시 상대방에 있어서 그만큼의 손해를 수반한다'는 뜻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러한 일이 비일비재하다. 제 자신의 풍요와 치부 이면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여 누군가의 희생과 빈곤이 숨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의미의 사회복지란 단지 '제 것을 남에게 베푼다'라는 동정의 의미라기보다 제로섬게임의 맥락에서 보면 '원래의 주인에게 받은 것을 돌려준다'는 당위의 의미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작금의 한국사회를 들여다보면 이러한 기본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많은 기업가들은 자본주의라는 명분 아래 자신들의 소유에만 집착할 뿐, 자본주의의 또 다른 한 축인 원래의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 즉 사회복지에는 관심을 제대로 두지 않는 듯하다.
이러한 점에서 자본주의의 대표적 기업가인 앤드류 카네기의 다음 말은 그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하겠다. 그에 의하면 "부자의 인생을 두 시기로 나뉘어야 한다. 전반부는 부를 획득하는 시기이고, 후반부는 부를 분배하는 시기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의 의미처럼 분배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다시 말해 사회복지를 염두에 두지 않는 부의 획득은 결국 자기의 이익만을 위해 자본주의라는 명분을 악용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본주의를 표방하는 한국사회 전반에 있어 기업이란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만이 당연시되는 것을 볼 때, 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써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러한 전반적인 사회분위기 속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하며 사는 사람들은 있다. 자원봉사원으로 각종 사회단체(NGO)의 운영자들은 적어도 그러한 사람들 중의 일부가 아닌가한다. 그런 사회봉사단체들의 대부분은 형편이 넉넉하지 못해 물질적인 사회봉사란 당연히 생각할 수 없는 일이어서 재정의 빈약함은 물론 각종 자원봉사 근로환경 또한 열악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NGO 자원봉사원들은 월급은 커녕 오히려 제 사비를 털어가며 사회봉사를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대부분 또한 형편이 딱히 주위 누구보다 나을 것이 없는 서민들이 대다수다. 그래서 그들을 대할 때마다 이 사회의 어른으로써 늘 무엇인가를 빚진 듯한 기분이 들곤 한다. 그들에게서 오늘날 우리 사회의 건전한 일면을 엿볼 수 있어 안도감을 느끼곤 한다. 이처럼 기업가정신이란 꼭 돈 많은 기업가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오히려 NGO 자원봉사원들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봉사에 동참하는 이들이야말로 성금 몇 푼으로 생색내기에 급급한 기업가들보다 더 책임성이 강하고 충실한 기업가정신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타인에 진정한 봉사는 둘을 가졌을 때 하나를 나누어주는 것이 아니라, 하나밖에 없을 때 그 하나마저 나누어주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 말을 따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카네기 또한 하나가 있을 때 그 하나를 마저 나누어주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카네기가 둘을 가졌을 때 하나를 나누어주려고 최선을 다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것은 카네기가 자신의 전 재산을 자식에게 세습하지 않고 복지재단을 만들어 사회에 환원한 일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비록 현재의 한국사회가 IMF 구제금융를 겪고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어려울 때일수록 카네기 정신이 오히려 필요한 게 아닐까 한다. 그저 돈은 모으면 모을수록 좋다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에 정당하게 쓰기 위해 돈을 모으는 것이라는 참다운 기업가 정신 말이다.
"부자인 채로 죽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이 또한 카네기의 말이다. 분명 자본주의사회에 있어 살아가는 동안 부자라는 말을 듣는 것은 그만큼 열심히 일을 했다는 칭찬일 것이다. 하지만 죽을 때까지 부자라는 말은 분명 기업가로서는 듣지 말아야 할 칭찬 중의 하나 일 것이다. 왜냐하면 죽을 때 부자였다는 말속에는 결국 사회에서 받은 것에 대한 빚을 갚지 않은 채 생을 마감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대망을 꿈꾸던 21세기의 첫발에 서서 새천년년을 설계하며 이 말을 한번쯤 되새겨 보는 것도 우리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한다.
강상완/ 다문화타임즈 발행인
첫댓글 [사회복지와 '카네기'정신] 그룹 총수들 사재 기부 약속 어떻게 됐나?‘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명분으로 포장한 ‘위기 돌파구’
조건없는 기부를했어야죠,,, 이대통령같은기부는 국민들이원치않습니다,,,
원본 게시물 꼬리말에 인사말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