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진보를 지지합니다...
그렇지만 현실에서의 대안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진보로 나아가기위한 밑거름이 그나마 됨직한 사람을 찍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거를 하루 앞둔 현 시점에서 미국의 선거예가
가슴에 와닿아서 퍼왔씁니다...
저의 개인적인 의견일뿐이니 기분나빠하진 말아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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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점에서 권 후보가 진보진영의 승리를 위해서 후보를 사퇴한다면 민노당의 인기와 위상은 대단히 높아질 것이다"라는 말에 적극 찬성합니다!
민노당이 사는 길
대선이 이제 바로 코 앞에 다가왔다. 이 시점에서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민노당의 진출이다. 민노당은 현재 3위의 당으로 여겨지면서 주요후보자 토론회에 참여하므로써 상당한 호응을 얻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나는 상당한 진보주의자로 자타가 인정하고 있고 사실 민노당의 정책 자체에는 몇몇 문제가 눈에 보이기는 하지만 거의 전적으로 동의할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 권영길 후보가 몹씨 못마땅하고, 또 민노당의 진출과 국민적 호응, 특히 젊은 층에서의 호응이 염려스러운 것은 왠 일일까? 이제 이런 일련의 문제들과 앞으로 민노당의 진로에 대해서 나의 짧은 생각을 피력해보고자 한다.
민노당과 권영길 후보를 보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랠프 네이더이다. 지난 번 미국 대선에서 많은 진보측 인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나와서 3%의 표를 획득함으로써 미국 대통령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사람이 바로 랠프 네이더이다.
물론 사이버 공간에는 팀 로빈스가 쓴 랠프 네이더 지지의 변도 돌고 있고 또 민노당을 지지하는 분들의 좋은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일면 일리 있는 말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본인은 팀 로빈스와 기타 권영길 후보의 진출을 반기는 분들의 의견과 조금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어서 그 점을 밝히고자 한다.
팀 로빈스는 말하기를 미국의 민주당을 지지하다가 그들의 철저한 자기 이해 방어 및 유지에 환멸을 느끼고, 특히 NGO들이 데모하는 현장에서 민주당이 공화당과 별로 다를 것 없는 태도를 보인데 분노를 느껴서 녹색당인 랠프 네이더를 지지하기로 결심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한다. 분명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본인이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어느 누가 자기 이해를 방어하고 유지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을 수 있느냐고... 랠프 네이더가 이 질문과 이 비판으로부터 자유스러울 수 있느냐고...
나는 지난번 미국 선거가 있을 당시 미국에 거주하고 있었다. 당시에 민주당 지지자들은 미국 대선을 분석하면서 랠프 네이더가 나올 경우 고어가 몹씨 위태롭다는 경고를 수도 없이 발표했고 급기야는 사이버 상에서 네이더에게 고어를 지지하면서 기권할 것을 권고하는 메일 보내기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대다수 민주당 지지자들과 그런 운동을 시작한 사람들은 랠프 네이더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결코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래도 네이더가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선거일 몇 일을 앞두고 후보를 사퇴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끝까지 후보를 고수해서 얻을 것은 기껏해야 2-3%의 지지율 확인일 뿐이고 잃는 것은 그 때문에 부시가 당선될 경우 그는 천추에 씻지 못할 오명을 얻게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가 발생할 경우 미국에서 녹색당은 오랜 기간 동안 재기하지 못할 것이며 어쩌면 영원히 사라져버릴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녹색당 지지하다가 미국의 역사와 세계의 역사를 암흑기로 몰아넣고 전세계 민중들에게 고통을 선사하게 된 결과를 목격하면서 고통스러움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 팀 로빈스같은 내가 보기엔 약간 철 없는 사람 외에 별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랠프 네이더가 사퇴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부시 캠프의 효과적인 선거전으로 부시와 고어가 박빙의 대결을 펼치고 있었기 때문에 랠프 네이더의 2-3%의 표는 엄청 중요한 것으로 분석되었기 때문에 그가 결코 역사의 과실치사죄를 짓게 될지도 모를 짓을 하리라고 생각치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는 눈앞에 펼쳐진 자신의 이익과 자기 당의 이익을 위해서 미국과 세계의 민중들을 저버렸다. 민중들을 저버리고 부시에게 승리를 안겨줌으로 결과적으로 그는 자멸해 버렸다. 지금 미국에서 녹색당 당원을 제외하고 누가 녹색당에게 관심을 가지는가? 다음 선거에 네이더가 나온다면 과연 몇 표나 얻을 것인가?
내가 있던 학교에 녹색당 지지자인 학생이 하나 있었다. 그는 참으로 열심히 환경운동을 펼치고 있는 학생이었다. 학교 내에 학교 당국을 설득해서 가을철 낙옆을 쓸지 않는 특별 구역을 정해서 낙옆을 쓸어서 버리지 않을 경우 생태계에 어떤 변화가 오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실험을 하고 있고 그 실험이 상당히 성공적이어서 조금씩 그 특별 구역을 넓히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이런 이상적인 그의 성향 때문인지 그는 지난 선거에서 랠프 네이더를 지지했다.
고어가 떨어진 후 한 교수는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면서 비록 농담이지만 "내가 두 번 다시 그 녀석과 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하는 것을 보았다. 랠프 네이더는 대통령 선거에서 끝까지 후보를 사퇴하지 않고 고어의 표를 잠식함으로써 미국의 역사도 망치고 자신이 속한 당의 일반적인 이미지까지 망쳐놓았다. 대다수 고어를 찍었으나 원칙적으로는 녹색당을 지지하고 있던, 최소한 좋은 호감이라도 가지고 있던 사람들로 하여금 녹색당에 대해서 환멸을 느끼게 만들어 버렸던 것이다.
어떤 이는 말한다.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을 반영할 장치가 필요하고 대선이 유일한 그 장치라고... 대선에서 진보적 유권자가 표현하지 않으면 진보적 성향의 스펙트럼을 표현할 길이 없다고... 과연 그럴까...?
나는 지난 지자체 선거를 기억한다. 그 선거에서 민노당의 득표율이 8%였던 것으로 안다. 그 때 민노당의 스펙트럼에 들어있던 사람들이 충분히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나는 인정한다. 그보다 더 어떻게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국회의원 선거에서, 지자체 선거에서 민노당 후보를 내세우고 민노당을 찍고 민노당을 당선시키면 그것으로써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나라 국회의원과 지자체 선거제도가 소선거구이다 보니 사표가 상당히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구라는 제도가 국회의원 선거에서 사표를 일부 방지하는 역할을 하도록 제도적 장치가 되어 있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는 대통령으로 당선시키지 못한 표는 완전한 사표이다. 한 쪽이 천 오백만 표 얻고 다른 한 쪽이 천 사백 구십 구만 구천 구백 구십 구표를 얻어도 완전히 사표로 끝나고 만다.
국회의원은 딴나라당 49%, 민주당 30%, 민노당 21%로 구성된다면 딴나라당은 나쁜 짓 할 수 없다. 비교적 진보적인 정책과 법률들이 제안되고 통과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에서 딴나라당 49%, 민주당 48%, 민노당 3%의 결과가 나오면 그 때에는 딴나라당이 완전히 석권하게 된다. 나머지 51%의 대표권은 깨끗이 사라지게 된다. 민노당의 몇 % 스팩트럼 살리려다가 절대 과반수의 유권자의 권리를 생매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난 번 미국에서 있었던 일처럼... 나는 2000년 겨울 미국의 녹색당과 랠프 네이더가 한 일을 알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이 말을, "나는 2002년의 겨울에 대한민국의 민주노동당과 권영길이 한 일을 알고 있다" 라는 말을 우리나라의 민노당에게도 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그러면 민노당은 말할 것이다. 우선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민노당은, 진보정당은 항상 중도 좌파에게 자리를 양보해야만 하느냐고... 내 대답은 그렇다 이다. 어떤 것이 중도 좌파이고 어떤 것이 진보냐고 결정지을 수 있는 기준은 매우 애매모호하지만 현재 민노당이 진보이고 민주당이 중도 좌파라면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적어도 대통령 선거에서는 그래야 한다.
한번 수구보수 세력이 집권하면 그들이 집권하는 동안 세상을 어떻게 돌려 놓을지 모른다. 미국을 보라! 민노당 당신들의 생각에 부시가 4년간 말아 먹은, 그래서 되돌려 놓은 미국과 세계의 역사를 누가, 얼마만한 기간 안에 원상회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과연 부시의 차기 집권을 막는 것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은가?
정치는 현실이다. 이상과 꿈만으로는 되지 않는 것이 정치이다. 왜냐하면 정치는 일정한 수준 이상의 지식인들만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안하지만 민주주의란 이상적인 것을 쫓는 정치제도가 아니다. 이상적인 주의 주장을 하는 정당이나 개인은 그래서 민주주의라는 제도 하에서는 막대한 손해를 보게끔 되어 있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가 항상 지나친 이상을 쫓는 것은 거꾸로 엄청난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에 전 세계의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록 한 순간에 이상적 사회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좀 돌아가더라도 민주주의를 하자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민주주의조차도 사회를 개혁하고 진보하게 하려는 세력들이 자칫 전략을 잘못 세우면 역사를 한참 되돌려 놓을 수 있는 허점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우리 인류는 이 민주주의의 헛점을 보완할, 그것을 막을 방법을 아직은 알지 못한다. 오직 한 가지, 전략적 판단이라는 것 외에는... 그래서 녹색당은 전략적 판단에 의해서 대통령 후보를 사퇴했어야 했고 지금의 민노당에게도 그것이 요구되는 것이다.
역사를 진보시키려는 세력은 세상이 조금만 좋아져도 헤이해진다. 반면 수구보수파는 세상이 좋아지면 좋아지는 대로, 세상이 나쁘면 나쁜 대로 자신들의 이해를 지키기 위해서 똘똘 뭉친다. 이들은 항상 구린 데가 있기 때문이다. 좋은 세상에서는 원대로 해먹을 수가 없어서 뭉치고 나쁜 세상에서는 나쁜 일을 너무나 많이 저질러서 그것이 들통나는 걸 막기 위해서 뭉친다. 그래서 진보는 이기기가 어렵다. 진보는 모두가 힘을 합쳐도 수구보수를 이기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런데 진보 진영 안에서 분열이 있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divide and conquer의 전법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대통령 선거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하나로 단일화해야 한다. 적어도 진보진영은 그렇다. 정몽준과의 단일화보다 권영길 후보의 사퇴나 노후보와의 단일화가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이다(물론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도 전략상 매우 중요하긴 하다. 그러나 그와는 단일화하지 않고 이길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 훨씬 낫다. 왜냐하면 그는 좌파보다는 우파에 훨씬 기울어지기 때문이다).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하지 못해서 노무현 후보가 진다면 그래도 명분이라도 있다. 그는 보수파이니까 진보진영이 보수진영에게 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권영길 후보의 표 갈라먹기 때문에 졌다면 이는 진보진영의 뼈아픈 결과가 된다. 왜냐하면 우리끼리 분열해서 졌으니까... 막대한 대군의 적군이 진격해오는 앞에서 전술상의 의견차이 때문에 우군 지휘관끼리 싸움질하고 있다가 지리멸렬 패배한 격이니까 말이다.
어떤 이는 또 말하기를 민주당은 그 동안 결선투표제를 성사시키거나 최소한 발의라도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것을 하지 않았으므로 민노당에게 뭐라고 할 자격이 없다고 말한다. 얼른 들으면 그럴듯하다. 그러나 이 말에 엄청난 함정이 있다. 백번 양보해서 민주당은 민노당에게 말할 자격이 없다고 하자. 그러나 국민은 있다. 민주당이 잘못한 것을 국민들이 뒤집어쓸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민노당은 민주당이 잘못한 것을 국회에 진출해서 따지고 싸워라. 그러나 민주당의 실정을 핑계로 우리 국민들이 앞으로 짧게는 5년, 길게는 수 십년을 고생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민노당이 자신의 이익만 앞세우는 수구보수정당이라면 이런 말 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민노당은 민중의 고난과 억압을 해결하기 위해서 탄생된 당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거기에 민노당의 존재이유가 있기에 민노당은 민중의 삶이 황폐화되고 더욱 어려워지는 선택을 하도록 해서는 안된다.
지금 국민들은, 수구보수당의 정치공작에 휘말려서 극단적 지역감정에 물들은 지역의 사람들을 포함해서 저들 수구파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이 와중에서 지역감정의 공작에 희생되어 빼앗긴 표도 아깝고 서러운데 다시 네가 더 선명하고 더 진보냐 내가 더 그러하냐란 논쟁에 빠져서 또다시 표를 갈라먹기 하겠다는 것은 더욱 안타깝고 가슴아픈 일이다. 그런 논쟁은 일단 승리해놓고, 초록은 동색이라 중도가 되었건 급진이 되었건 좌파가 먼저 정권을 잡고서 천천히 해도 결코 늦지 않다.
이제 마지막으로 민노당의 살길을, 아니 앞으로 발전할 길을 제언하고자 한다.
지금 권영길 후보는 TV토론에 참여할 기회를 얻음으로써 상당히 많은 지지자들을 확보한 것으로 안다. 비록 권 후보에게 표를 찍지 않더라도(작전상) 실제로는 노후보보다 권후보에게 더 마음이 끌리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점에서 권 후보가 진보진영의 승리를 위해서 후보를 사퇴한다면 민노당의 인기와 위상은 대단히 높아질 것이다.
노후보와의 단일화는 전략상 옳지 못하다. 단일화는 양 당의 정체성에 문제를 제기할 뿐만 아니라 얻는 만큼 표를 잃을 수도 있다. 권후보가 무조건 노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사퇴하는 것이 현재 노후보의 표에 권후보 지지자의 표를 거의 희생 없이 보탤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럼으로써 민노당의 위상과 권후보의 인기는 대단히 높아지고 따라서 다음 총선에서 민노당의 두드러진 약진이 결과될 것이다.
그러나 권후보가 대통령 선거에서의 인기에 급급한 나머지 끝까지 간다면, 그래도 노무현 후보가 당선된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만약 그래서 노후보가 떨어진다면 민노당과 권영길이라는 사람은 국민들의 뇌리에서 영영 사라질 것이다. 앞으로 5년간 수구보수당의 집권 하에서 온갖 능욕을 다 당한 국민들이, 그 원인이 자신이 권 후보를 지지한 때문이라고 판단한 권후보 지지자들이, 저 민노당 떨거지들 때문에 이 꼴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노후보 지지자들 중 잠재적 민노당 지지자들이 다시는 민노당을 지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꿈이라도 꿀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민노당과 권영길 후보는 심사숙고하길 바란다. 민족의 운명과 민중의 생사가 걸린 이 시점에서 역사적 결단이 무언지 잘 생각하길 바란다. 그래서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을 길을 찾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