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4학년 때 처음으로 친구와 아마도 다시는 없을 여자둘만의 강화도 여행을 갔었다.
신촌으로 가서 버스를 타고 가기로 하고 매표소에 갔더니 자판기가 있길래 5000원짜리를 집어 넣고 버튼을 누르려 하는데 강화행은 없는 거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취소버튼을 눌렀더니..
이게 웬일..백원짜리 동전50개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쏟아지는게 아닌가..
놀라고 황당하여 두 손으로 쏟아져 내리는 동전을 받아 들고 보니.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었다. 아무튼 일단 동전을 주워들고 매표 창구로 가서 표를 사고 친구가 가져온 휴대용 카세트 라디오의 밧데리를 사기 위해 슈퍼로 갔다.
밧데리를 사고 버스를 탄 뒤 자리를 잡고 밧데리를 끼우려는데..
이게 웬일..밧데리 사이즈가 안맞는 거다.
친구 바보..
할 수 없이 음악과 라디오는 포기하고 둘이서 수다를 떨며 바깥 경치를 구경하며 강화도에 도착했다.
때는 겨울..시외버스 터미널이 위치한 곳은 겨울갯벌이 펼쳐진 곳이었다.
일단 잠시 널다란 갯벌이 펼쳐진 바다를 구경한 후 강화의 여러곳을 돌아보기로 했다.
근데 이게 웬일..
지금은 모르겠지만 당시의 강화에서는 순환버스가 없어서 여러 곳을 돌아다니려면 한곳에 갔다가 다시 버스 터미널로 돌아와 다른 곳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갔다 다시 버스터미널로 돌아와야하는 식의 노선으로 되어있어 결국은 많은 곳을 돌아보는 걸 포기하고 몇 군데만 둘러 본 후 마니산으로 향했다.
근데 이게 웬일..
강화의 버스는 뒤로 타고 앞으로 내리는 거다.
내리는 장소마다의 요금이 달라서 일단 타고 나서 내릴 때 계산을 하는 시스템이었다.
신기신기..
아무튼 그리하여 마니산에 도착했다.
저녁을 먹고 숙소를 정하기 위해 한 분식집에 들어 갔는데 먹고 나서 아줌마가 밥값을 깎아 주시는게 아닌가.
이게 웬일..
친구와 나는 기뻐하며 방을 잡기 위해 모텔로 갔다.
모텔에서도 아저씨한테 방값을 깎고 있는 사이
이게 웬일..
친구가 데스크에 있는 라이터를 슬쩍 하는게 아닌가.
우리는 방에 들어가서 슬쩍한 라이터로 촛불을 켜놓고 맥주를 마셨고 술이 약한 친구는 화장실변기를 붙잡고 씨름을 해야 했다.
어쩌어찌하여 씻고 자리를 잡고 자려는데..
이게 웬일..
친구가 상의만 아줌마 같은 내복을 입은 게 아닌가..
그 모습이 너무 웃겨서 배꼽을 잡고 웃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은 배를 타고 석모도에 들어가고 전등사도 가고 비교적 별일 없이 구경을 하고 신촌으로 돌아왔다.
신촌에 도착해서 그 당시 자주 가던 우드스탁에 들어가 둘만의 여행의 뒤풀이를 한다고 종이를 꺼내 놓고 후기를 써 내려갔다.
**과 ##의 여행 후기
1.**은 차표자판기로 빠찡코를 한다.
2.##는 자기 카세트라디오의 밧데리 사이즈도 모른다.
3.강화도의 버스는 뒤로 타고 앞으로 내린다.
4.마니산의 녹색 간판 분식집아줌마는 밥값을 깎아준다.
5.##는 도벽이 있다.
6.##는 변기하고 친하다.
7.##는 아줌마 내복을 입는다.
결론: 재미있는 여행이었다.
지금은 연락이 끊긴 친구..
##야! 그 때 그 강화도 너도 가끔 기억하니?
끝..
cf.**는 나.##는 친구..
첫댓글 강화도 여행.. 가고 싶네요..
갈때마다 좋아지는 곳..
^^
좋은 여행하셨네요 부러워요 ㅎ
란님도 좋은 여행 마니 하세요~
"[근데 이게 웬일!]" 은근히 재미난 누님 그래서 더 재미난 누님. ㅋㅋ"
나도 너가 재밌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