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독일서 18억 스카웃 제의에도”… 代이어 대장간 지킴이로
대한민국 칼 갈이 최고 전문가 대장장이 전만배(下)
세계적 명성, 독일서 18억원에 동업 제안도
서울에 지점 설치, 아들이 대를 이어 운영
대전 유성구 한밭대장간을 운영 중인 전만배 장인은 53년째 칼을 만들고 갈아온 이 분야 최고 전문가다. 최은성 기자
평생을 한 가지 일에 몰두하며 살아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모든 게 숨가쁘게 빨리 돌아가는 21세기에 옛기술을 가진 '장이'로 살아가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다. 기술과 솜씨를 배우기도 힘들거니와 전통방식의 수작업으로 질 놓은 상품을 만들어내도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내는 물건과 경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장장이 전만배(67).
도심에서 좀 떨어진 대전시 서구 용계동의 한밭대장간에서 그를 만났다. 그가 온갖 칼을 만들고 다듬고 벼리는 곳이다. 그는 대한민국 '칼갈이'의 최고 장인이다.
"대장간에 칼을 만드는 데 필요한 함마, 연마, 대장 3분야 전문가가 따로 없다. 요즘 대장장이는 이 모든 일(공정)을 다 할 줄 알아야 한다."
'함마(해머 hammer)'는 쇠붙이를 두드려 연장의 형태를 만드는 일을, '연마'는 칼을 갈아 쓰기 좋게 만드는 일, '대장'은 이런 과정을 모두 총괄하는 분야를 말한다.
전만배 장인이 사용하는 한밭대장간의 모루와 연장.사진=한밭대장간 제공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3층에 위치한 한밭대장간의 '한칼' 앞에선 전만배, 전종렬 부자. 사진=한밭대장간 제공
◇독일에서 18억원에 스카웃 제의도=전 장인이 칼갈이 명인으로 널리 알려지자 독일에서 스카웃 제의도 왔었다고 한다. 2008년 그의 공장에서 칼을 갈아 간 독일 사람이 함께 사업을 해보자고 제안한 것이다. 그 독일인은 백지수표를 보내왔고, 전 장인은 거기에 18억원이라고 적었는데 "그렇게 하겠다"고 연락을 해왔다.
"내 기술을 독일에 넘겨줘야 하고, 그 독일인은 내 기술을 바탕으로 체인사업을 벌인다고 했다. 대한민국 대장장이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그만뒀다."
전 장인은 우리나라의 칼을 가는 기술이 세계 수준이라고 자부한다. 이런 실력을 갖고 세계 시장에 진출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칼은 세계 어디서나 사용하고 요리사 등 전문가를 위한 칼갈이 서비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칼갈이와 외국어 실력을 갖춘 후배들이 세계시장에 진출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칼을 갈아주는 게 본업이지만 틈날 때마다 칼을 직접 만들기도 한다. 세계적인 브랜드 칼을 만들기 위해서다.
"독일이나 일본, 스웨덴, 프랑스, 미국, 노르웨이 회사들이 세계 시장에 칼을 수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철강산업도 세계 수준이고 쇠를 다뤄 제품을 만드는 실력도 빠지지 않는다."
포스코에서 나오는 철강과 일본산 VG-10 스테인레스강 등을 이용하여 다양한 칼을 만들고 있다. 주부들은 물론 전문가들도 찾는 명품 브랜드 칼을 만들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그가 내놓은 것이 '한칼(HANKAL)'이라는 브랜드다. 한칼은 한밭대장간의 칼, 한국의 칼, 하나밖에 없는 칼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서울에도 대장간을 운영하고 있다. 2006년부터 서울 노량진시장에 '한칼'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칼을 갈아 주는데 거기는 아들이 맡고 있다."
서울 지점은 전 장인의 아들인 종렬씨가 일을 하고 있다, 이곳 또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한다. 수도권 일식집이나 각종 식당, 정육점, 도축장, 급식소, 보쌈집 등에서 칼을 갖고 찾아오기 때문이다. 아들 종렬씨는 대전의 대장간에서 7년 가까이 일을 배운 뒤 서울 대장간에서 칼갈이를 하고 있다.
"대장간 일을 하려는 젊은이가 없다. 어렵고 힘들고 단기간에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도 아니지 않는가? 아들이 대를 이어 대장간을 한다니 고맙고 다행스럽고 한편으로 미안한 생각도 든다."
대전 유성구 한밭대장간을 운영 중인 전만배 장인. 최은성 기자
전만배 장인 만든 각종 칼.사진=한밭대장간 제공
◇"전통 대장간 계속 사라져… 보전대책 시급"=요즘 전 장인에게 큰 고민이 하나 있다. 전통 대장간을 계승, 보전하는 일이다. 전국적으로 대장간이 60여개 남아있는데 이대로 내버려두면 모두 사라질 듯하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대장간총연합회 회장도 맡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의 대장간을 가봤다. 어떤 나라에서는 지금도 어엿하게 산업의 한 분야로 살아있고, 국가에서 전통문화를 보전하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지원을 해주기도 한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조합 소속의 대장간 600여개, 개별 대장간이 3,400여 곳으로 모두 4,000여개가 넘는다고 한다. 대장간마다 다양한 수제 철제품을 소비자들에게 공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대장간에 안정적으로 재료(철강)를 공급해주는 소규모 제철소도 있다고 한다.
"대장간 화덕에 풀무질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석탄이나 숯을 사용하던 때였다. 가스로 불을 때고 칼을 가는 기계도 도입됐지만 하나하나 수작업을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 대장장이의 손길이 닿는 맞춤형 연장 제작과 관리, 서비스는 오직 대장간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취재를 하는 동안 전 장인에게 칼을 갈러 오겠다는 고객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출처 : 대전일보(http://www.daejonilbo.com)
첫댓글 대장깐일이나 도검제작에 벼리는 망치질이 제일 힘들어 보이는데 그정도는 사람보다는 기계로 대체해도 좋지 싶습니다
오호 대전사람인데 처음 알았군요ㅎㅎ
유성구 살기 좋은거 같아요.
@10056 mari(경기,충남) 살기 좋아요! 집이 비싸서 그러지...